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89
◈ 289화 난장판 시작 (3)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이냐니?”
“이미 볼 거 다 봤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왁! 하고 소리를 지르듯 이야기하는 부리가면.
그러나 그런 부리가면의 비명 어린 목소리에도 그 둘은 평온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이야기했다.
“말 그대로의 이야기인데?”
“마, 말 그대로!?”
“그래, 정말 이미 볼 거 다 봤으니까 그렇게 이야기한 건데? 애초에 거짓말을 칠 이유도 없고 말이야.”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하는 옌랑.
그에 부리가면은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길잡이는.
“……피곤해지겠네.”
“이미 예상한 바 아니었소?”
“당연히 이런 상황이 올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고작 한 명이 온 것만으로도 이 정도면…….”
“확실히, 나중에 전부 모이고 나면 꽤…….”
힘들겠군.
종리권은 그 뒷말을 삼키며 제자들의 대치를 바라보았다.
김주혁의 양옆에서 부리가면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둘과, 그런 그녀들의 앞에서 멘탈이 깨져버린 것인지 아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부리가면을.
그러나.
우우웅-!
종리권은 곧 부리가면에게서 은연중 흘러나오기 시작한 마력을 느끼며 그녀가 이름과 완전히 동화했다는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괜스레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제자들끼리 팀을 먹고 치열한 암투를 하는 미래가.
’……뭐, 내가 낀 건 아니라서 상관없긴 하겠지만.‘
종리권은 괜스레 평온하게 누워있는 김주혁을 바라보며.
‘애도를 표할 필요는 있을 것 같군.’
그런 생각을 하며 한동안 침묵했다.
XXXX
“동화……라고?”
“그래, 네 개화 능력은 동화다. 한마디로 이렇게 들어만 보면 엄청난 사기 능력이라 이거지.”
김주혁의 물음에 칼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너는 다른 이들처럼 남의 능력을 얻기 위해 이름을 빼앗을 필요가 없다. 너는 그저 남의 것을 보고 동화해서 네가 사용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게 된다고?”
“된다. 그게 네 개화 능력이니까.”
칼키는 그렇게 말하더니 이야기를 이었다.
“네 제자가 몇 명이라고 했지?”
“……옛 제자를 말하는 거야?”
“두 녀석…… 아니, 세 녀석은 빼고, 아직 기억을 찾지 못했을 때에 키운 제자들 말이야. 아마 있겠지?”
“……다섯 정도지?”
김주혁의 말에 칼키는 웃으며 답했다.
“그 다섯은 모두 평균보다 강했겠지?”
“평균보다 강하다는 건?”
“너만큼은 강해지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네가 키운 제자들은 분명 원래의 성장치는 가볍게 상회에서 강해졌을 테고, 그 결과 아마 주변에는 네 제자들을 당해낼 상대가 없었겠지. 아닌가?”
칼키의 말에 김주혁은 예전을 회상했다.
아주 예전.
모든 것이 멸망했을 때 그가 제자들을 받아들여 키웠을 때의 시절을.
‘확실히, 그랬었나?’
김주혁은 자신의 제자들을 열심히 수련시키기는 했으나 제자들이 밖에서 정확히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
그것은 순전히 김주혁이 제자에 관심이 없었다기보다는 주변 환경의 문제가 컸는데.
애초에 멸망의 탑이 내려오기 이전, 그가 무신문을 만들고 제자를 키우기 시작한 그때부터 김주혁은 딱히 싸움을 할 일이 없었다.
가끔가다 분수를 모르고 찾아오는 녀석들을 제외하고는 제자들만을 가르치며 지냈고.
심지어 제자들이 어느 정도 큰 뒤에는 아예 무신문 근처로 찾아오는 녀석도 없었다.
물론 그런 시점에서도 가끔 한 번씩 깝을 치는 집단들이 존재하기는 했으나 그런 존재들이 생기면 바로바로 제자들이 처리하다 보니 김주혁은 딱히 제자들이 싸우는 장면을 본 적이 없는 것이다.
‘뭐 멸망의 탑에서 봤을 때는 다른 놈들보다 훨씬 곧잘 싸우기는 했지.’
거기다 생각해보면 김주혁의 제자들은 그때 당시를 기준으로 상당히 강자의 축에 들었던 것이 맞기는 했기에 김주혁은 그때를 떠올리며 칼키에게 대답했다.
“맞아. 자세히 싸우는 걸 본 적은 없지만 확실히 다들 평균보다 강했지.”
“그 이유는 바로 네가 그들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동화 때문에?”
“그래. 동화, 네가 가진 개화 능력인 동화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데 매우 특출난 힘을 가지고 있다. 네가 딱히 의식하지 않아도 너는 네가 가르치는 제자에게 영향을 끼치지.”
칼키의 말에 김주혁은 이전에 몇 번 정도 기억을 찾기 전 옌랑이 자신에게 했던 말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때 분명히, 내가 옆에 있으면 조금 더 수련이 잘 된다고 했나?’
“확실히, 그런 느낌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느낌이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물론 그때의 너는 개화 능력을 찾지 못했겠지만 애초에 너는 ‘나’ 그리고 개화 능력은 이름과 업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결론은 딱히 이름을 찾지 못하고 기억을 찾지 못해도 내 본질은 너니까 동화능력이 은연중 계속 영향을 끼친 거다?”
“개화 능력은 발현되지 않았으나 애초에 그것이 네 본질이니까 말이다. 네 능력은 사용하지 못해도 그 부가 능력은 계속해서 발휘되고 있었던 셈이지.”
칼키는 그런 김주혁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거리다 문득 떠올랐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럼 그 연꽃잎도?”
“연꽃잎?”
김주혁의 말에 칼키는 잠시 의문 어린 표정을 짓더니.
“과연.”
“뭔지 알겠어?”
“듣지 않아도 알겠다. 아마 네가 마력으로 만든 연꽃을 다른 녀석에게 줬더니 강해졌다…… 뭐 이런 이야기겠지?”
“맞아. 그것도 동화의 일부야?”
“정답이야. 그 같은 경우는 네가 은연중 동화를 통해 얻은 이해도를 제자에게 넘겨준 것과 같은 거다.”
그의 말에 이제야 의문이 풀리는 듯한 느낌에 고개를 끄덕인 김주혁.
그 모습을 본 칼키는 여전히 입가에 지어진 웃음을 지우지 않고는 이야기했다.
“그럼 동화에 대한 이야기는 전부 나눈 것 같으니, 이제부터는 실전으로 넘어가야겠군.”
“실전이면 남한테 동화하라는 거지?”
“그래.”
“누구한테?”
“앞에 있잖나?”
칼키의 말.
“나한테, 동화해 봐라.”
그의 말에, 김주혁은 칼키를 바라봤다.
XXXX
부리 가면과 옌랑과 최아린이 말싸움을 시작하다 길잡이의 제지에 의해 어떻게든 조용해진 지 다섯 시간 정도.
“…….”
“…….”
길잡이는 누워 있는 김주혁을 중간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부리가면과 옌랑과 최아린을 보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젓고 있었고.
그런 그들을 같이 바라보고 있던 종리권은 한숨을 내쉬고 있는 길잡이에게 입을 열었다.
“그보다 저번에 그건 어떻게 됐소.”
“저번에 그거?”
“그, 쿠르마의 육체 말이오.”
종리권의 말에 길잡이는 입을 열었다.
“조금 애매해.”
“아직도 그렇소?”
“음. 솔직히 말해서 진척이 조금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진법에서 진척이 없더라고, 이것만 해결하면 그 육체를 잘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길잡이의 아쉽다는 듯한 말투.
그러나 그녀는 곧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생각을 정리하곤 종리권에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봉인이 풀리고 그 녀석들에게 넘어가는 것보다는 나으니 우선 주혁이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처리를 결정해야 할 것 같아. 개화 능력을 얻을 때까지 진척이 있으면 어떻게든 사용해 보는 거로 하고.”
“반대로 진척이 없다면 쿠르마의 육체를 버리는 거로?”
“굳이 사용할 수도 없는 것을 가지고 있어봤자 빼앗길 뿐이니까.”
길잡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종리권은 이내 김주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가 다시 깨어나기까지는 얼마나 걸릴 것 같소?”
“글쎄…….”
길잡이는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야기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잘 모르겠네. 아마 내 예상대로라면 주혁이는 이제 들어가서 개화 능력을 제대로 얻고 있을 테니.”
“……한 달 정도 걸릴 수 있단 말이오?”
“만약 원래대로 개화 능력을 얻는다면 그렇겠지.”
“……그렇다면 큰일인 게 아니오? 이제 봉인이 깨질 때까지는 얼마 안 남지 않았소?”
종리권의 말에 길잡이는 끄덕였다.
“맞아 그렇게만 보면 위험하지. 하지만…….”
“하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한 걸 보면 아마 예전의 그 녀석도 분명 생각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
길잡이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김주혁을 바라보자 그녀와 마찬가지로 그를 바라본 종리권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끝까지 기다려 봐야 알 것 같군.”
종리권의 말에 길잡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선 끝까지 지켜봐야지. 그가 일어나야 일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길잡이는 이내 쿠르마의 육체를 활용하기 위한 진법진을 다시금 쳐다보며 무엇인가를 적기 시작했고.
종리권은 제자들 사이에 있는 김주혁을 한동안 바라봤다.
XXXX
“……너한테 동화해 보라고?”
“그래, 나한테 동화해라.”
“아니, 애초에 너와 나는 똑같은 사람 아니야?”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이야기 하는 김주혁.
그런 그를 바라보며 칼키는 웃더니 이야기했다.
“맞아, 너와 나는 똑같지. 본질도 똑같고 가지고 있는 과업도 같아. 허나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너와 나는 엄연히 다르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고 느낀 감정이 다르며 보아온 것들이 다르지. 생명체라는 건 아무리 똑같아도 그 환경이 다르다면 결국 달라질 수밖에 없다.”
“즉, 우리는 분명 서로 같은 존재지만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없지.”
칼키는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이내 김주혁을 보며 말했다.
“그러니, 나한테 동화해라.”
“…….”
“아마 너라면 쉬울 테지, 조금 모순적이기는 하지만 결국 살아온 시대나 환경, 감정이 다르다고 해도 결국 너는 나니까.”
칼키는 그렇게 말하더니 어깨를 슥 올리며 이야기했다.
“이게 바로 내가 생각한, 네가 제일 빠르게 동화능력을 얻음과 동시에 ‘나’의 기억을 가장 빠르게 찾는 방법이다. 네가 일일이 찾는 것보다는 개화 능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됨과 동시에 기억을 찾는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 거지.”
칼키의 말에 김주혁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질문했다.
“그래서 개화 능력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데?”
“네 개화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해. 그저 상대방하고 접촉해서 마력을 불어넣기만 해라. 만약 익숙해진다면 이런 행위는 필요없지만 지금은 처음이니까 말이야.”
칼키는 그렇게 말하더니 김주혁의 앞에 다가와 손을 슥 내밀었고.
그에 김주혁은 내밀어진 칼키의 손을 바라보다.
척.
이내 그의 손을 잡았다.
“자, 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러울지도 모르니까 긴장하라고.”
손을 잡자 들려오는 칼키의 목소리.
그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칼키를 향해 마력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건 어차피 동화상태일 때는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을 테니 느긋해도 돼.”
김주혁의 의식이.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꺼졌다.
“너 자신을, 잘 구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