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94
◈ 294화 시작 (1)
파라슈라마는,
아니, 그의 몸에 빙의되어 있는 아수라는 눈앞의 상황을 보고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인원들이 많아서?
아니다.
아무리 그가 파라슈라마의 육체가 아닌 아수라라고 해도 이미 파라슈라마의 육체를 가진 지 꽤 오랜시간이 지났다.
한마디로 그는 이미 파라슈라마의 육체를 몇몇 개의 개화 능력을 제외하고는 온건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소리.
그는 아무리 상대가 많더라도 자신이 직접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고작 인원들이 몰려왔다고 해서 위기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다만 그럼에도 그가 사정없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의 앞에 서 있는 김주혁 때문이었다.
‘힘을 되찾았다고? 그 짧은 시간에?’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예전 찾아온 김주혁이 그 힘을 완벽하게 되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그는 조금 더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기도 했다.
그는 비록 모든 힘을 되찾지 못한 칼키에게 패배하기는 했어도 결국 다른 화신들이 모두 모인다면 더 편하게 칼키를 처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했으니까.
그것뿐인가?
당장 맨 처음 칼키를 보았을 때만 해도 그는 이 자리에서 충분히 도망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결국 그가 패배했던 이유는 김주혁이 수천 번의 죽음을 겪으며 패턴을 찾아냈기 때문이었으니까.
만약 김주혁이 그때와 다르게 어느정도 성장해 있다고 해도 그는 분명 이 자리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었다.
패턴을 찾아내 이겼다는 것은, 결국 김주혁이 파라슈라마를 압도적으로 찍어누를 수 없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파라슈라마가 먼저 덤벼들지 않으면 싸움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소리와 같았으니까.
그런데, 지금 눈앞의 김주혁은 누가 봐도 본래의 힘을 완전히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그 말은 곧 파라슈라마에게 단 한 가지 사실을 시사했다.
바로 그가 이곳에서 도망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파라슈라마는 재빠르게 눈을 굴렸다.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최적의 상황을.
‘우선 이곳을 빠져나가 화신들에게 합류하기만 하면 된다.’
우선 화신들과 합류하기만 하면 자신의 목이 쉽게 달아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상기한 그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시작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침묵.
그리고.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파라슈라마는 돌파구를 찾았다.
‘저곳이다……!’
파라슈라마는 김주혁에게서 시선을 돌려 그 주변을 둘러보다 한 여성을 확인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작은 키의 소녀를.
그는 그곳을 핀포인트로 삼아 빠져나갈 계획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좌우로 움직여 봤자 걸린다면.’
인질을 잡는다.
그런 생각에 도달한 파라슈라마는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김주혁에게로 시선을 맞춤과 동시에.
츳-!
정말 불시라고 할 수 있는 그 순간, 빠르게 움직여 그녀에게 도약했고.
그 순간.
파라슈라마는 볼 수 있었다.
순식간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소녀의 앞을, 한 남자가 가로막았다는 것을.
“!”
파라슈라마가 그것이 김주혁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기에 그는 곧바로 도끼를 휘둘렀으나-
촤아악!
“쿨럭!”
휘두른 도끼보다도. 그의 심장을 꿰뚫는 것이 빨랐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심장을 바라보는 파라슈라마.
그 모습을 보며 김주혁은 망설임 없이 그의 심장을 이리저리 휘젓기 시작했고.
“카학!”
곧 그는 너무나도 허무하게 자신이 쥐고 있던 도끼를 그대로 땅에 떨어뜨렸다.
그에 순식간에 김주혁의 검에 의해 심장이 망가진 파라슈라마는 덜덜 떨리는 눈으로 김주혁을 바라보며 이야기 했다.
“도대체 어떻……게?”
그의 물음에는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빠른 시간안에 원래의 힘을 되찾았는지에 대한 물음도 있었고.
도대체 어떻게 자신이 이렇게 움직일 것이라는 걸 예측했는지에 대한 물음도 있었다.
그리고 그 질문의 의도를 김주혁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지만.
“그걸 내가 답해줄 것 같냐?”
오히려 김주혁은 익살스러운 웃음과 함께 자신이 쥐고 있던 검을 그대로 위로 그어버렸고.
촤아아악! 털썩!
그 말을 끝으로, 파라슈라마는 너무나도 허무하게 반으로 갈라져 쓰러져 버렸다.
화신치고는 너무나도 허무한 죽음.
물론 정작 그 상황을 만든 김주혁도 현재 이 상황에 대해서는 겉으로 표현은 안 하고 있지만 꽤 놀라고 있었다.
‘이 정도였나?’
물론 김주혁은 칼키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되찾았고, 거기에 더해 그의 전투 기술이나 움직임도 전부 되찾았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솔직히 파라슈라마를 쉽게 처리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어찌됐든 그가 얻은 것은 어디까지나 기억의 영역이었을 뿐이었으니까.
그렇기에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진 파라슈라마를 바라보던 김주혁은 곧 시선을 돌려 입을 열었다.
“이거,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야?”
김주혁의 물음.
그에 조금 전까지 무리에 합류해 있던 길잡이가 슬쩍 빠져나오며 이야기했다.
“응, 이제 곧 있으면 다시 회복될걸?”
“……그래?”
“이 몸을 차지하고 있는 녀석이야 본인이 아니라 파라슈라마의 다섯 번째 개화능력을 사용할 수 없지만. 만약 본인이 오면 이야기가 또 다르니까.”
“그럼 이제 곧 회복될 거라는 이야기지?”
“그렇지.”
길잡이의 말에 따라 김주혁은 시선을 내려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고 반으로 갈라져있는 파라슈라마의 시체를 바라봤고.
얼마 뒤.
꿈틀.
“!”
김주혁은 분명 반으로 갈라져 있는 파라슈라마의 육체가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화아악-!
그와 함께 느껴지기 시작하는 마력.
동시에 반으로 갈라져 있던 파라슈라마의 육체가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정확히 양단되었던 육체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한 육체들은 마치 자신이 있어야할 곳으로 돌아간다는 듯 서로에게 붙기 시작했다.
그렇게 절단면끼리 붙은 육체는 금새 재생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순식간에 육체가 재생됨과 동시에, 줄곧 쓰러져있던 그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거 오랜만이네.”
김주혁은, 그제가 돼서야 진짜 파라슈라마를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육체를 되찾으니까 기분이 썩 나쁘지 않네.”
XXXX
김주혁이 그렇게 파라슈라마의 육체를 차지하고 있던 아수라를 쫓아내고 그를 다시금 불러왔을 때.
“다 모였네.”
“파라슈라마는?”
“보아하니 처리당한 것 같던데.”
“결국 그 녀석을 먼저 치기로 했나보군.”
이미 다른 화신들은 전부 봉인을 깨고 나와 한곳에 모여 있었다.
첫 번째 다샤바타라, 물고기 마치야.
세 번째 다샤바타라, 맷돼지 바라하
다섯 번째 다샤바타라, 난쟁이 바마나
일곱 번째 다샤바타라, 국왕 라마찬드라
아홉 번째 다샤바타라, 깨달은 자 붓다
총 다섯 명의 화신은 이미 일곱 번째 화신, 라마찬드라의 궁전에 모여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그 녀석은 칼키한테 처리당해서 못 왔다고 치고, 다른 녀석들은? 아직 거북이랑 사자가 오지 못한 것 같은데?”
“그 녀석들도 마찬가지로 처리당한 것 같더군.”
“뭐? 어떻게?”
“너도 느낄 수 있지 않나? 한번 느껴봐라. 그 둘은 느껴지지 않지 않나. 아마 처리당했다고 생각하는 편이 옳겠지.”
“그러니까 내 말은 어떤 식으로 처리당했냐고 묻고 있는 거잖나.”
맷돼지 바라하의 불만스러운 말투에 물고기 마치야는 고개를 저었다.
“그거야 당연히 나도 모른다. 아니, 그전에 봉인에서 빠져나와 보니 하나하나 아주 모르겠는 것 투성이더군”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했다.
“도대체 나를 따르던 내 신도들은 어디간 건지 모르겠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봉인에서 빠져나와 보니 내가 만들어뒀던 섬이 작살이 나 있더군.”
맷돼지 바라하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깨달은 자 붓다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나도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칼키가 미리 처리한 건가?”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군.”
하나같이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리는 화신들.
그러나 조금의 시간이 지난 뒤.
“슬슬 전부 온 것 같으니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좋겠군.”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국왕 라마찬드라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의견을 구하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에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다무는 화신들.
어차피 화신들에게 있어서 집단은 또 만들면 되는 이들이기 때문에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낸 화신들은 라마찬드라를 바라봤고.
그에 한동안 주변을 바라보던 라마찬드라는 입을 열었다.
“어차피 이 다섯 빼고는 더 이상 모일 것 같지 않으니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소. 첫 번째 안건은 당연하게도 지금 살아서 날뛰고 있는 칼키에 대한 안건이오.”
라마찬드라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알다시피 지금 우리의 동맹은 칼키를 처리할 때까지지. 그건 전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맞소?”
“당연하지, 애초에 그 녀석을 처리하는 게 아니면 내가 이런 곳에 앉아 있을 것 같나?”
“뭐, 나도 저런 녀석이랑 앉아 있지는 않겠지.”
“우리의 동맹은 어디까지 칼키를 처리할 때까지다. 그건 어차피 예전에도 이미 이야기가 됐던 사안이 아닌가.”
“그래, 칼키만 처리한다면야, 이제 다들 제각각 갈 길을 가면 그만이다.”
한마디씩 내뱉는 그들의 모습을 한 번씩 바라보며 라마찬드라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야기했다.
“그건 나도 동의하는 바지. 다만 화신들도 알고 있다시피 현실적으로 지금 칼키를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예전과 다르게 지금의 우리는 다섯이니까.”
라마찬드라의 말.
그에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말은 라마찬드라의 말이 틀림없는 사실이었으니까.
그들은 화신이며 동시에 강자이기도 하다.
그것은 분명히 자존심이 있다는 소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그들이 직접 칼키의 힘을 몸소 느껴봤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침묵하는 화신들 사이를 한 번씩 바라보고 있던 라마찬드라는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기에 새로운 방법을 하나 사용하고자 하오.”
“새로운 방법?”
“혹여 생각난 방법이라도 있나?”
궁금하다는 듯 질문을 던지는 화신들.
그에 라마찬드라는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있소. 심지어 만약 이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면 우리가 서로 제 갈 길을 갈 필요도 없어지지.”
“……그게 무슨 소리지?”
무슨 소리냐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하는 바라하.
“그게 무슨 소리냐 하면-”
그에
라마찬드라는 조금전까지의 평온한 표정을 없애고는.
히죽.
누가 봐도 조금은 기괴해 보이는 웃음을 짓더니.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그대들을 모두 먹어치우겠다는 소리요.”
퍼석!
그 말과 동시에 자신의 옆에 앉아있던 난쟁이 바마나의 머리통을 터트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