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296
◈ 296화 시작 (3)
김주혁이 투귀가 이미 돌아와 있다는 것을 눈치챈 뒤, 길잡이는 우선 김주혁의 동료들을 우선 휴식시키기로 하고 잠시 돌려보냈다.
그로 인해 현재 집무실 안에 남아있는 것은 김주혁과 길잡이, 그리고 파라슈라마와 종리권 정도.
길잡이는 그 네 명이 각각 자리에 앉자마자 그들을 한번 돌아보고는 이야기했다.
“화신들이 소멸했어.”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길잡이의 말에 순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는 김주혁.
그러나 길잡이는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말 그대로야, 현재 화신들 대부분이 소멸했다는 소리야.”
“화신들 대부분이 소멸했다는 건…… 죽었다는 소리 아니야?”
“맞아.”
“……이렇게 갑자기? 아니 애초에 그걸 어떻게 알게 된 건데?”
현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 김주혁.
“화신들은 서로가 소멸했는지 아닌지 정도는 알 수 있거든.”
그런 김주혁에게 답해주는 길잡이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파라슈라마는 갑작스레 눈을 감고 몇 초 정도 침묵하더니 이내 묘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확실히, 나만 느낀 게 아니었군.”
“뭐야, 파라슈라마도 느끼고 있었어?”
“느끼고 있었다기보단…… 애초에 화신들은 서로가 어떻게 되는지 정도는 느낄 수 있다. 뭐 어디까지나 죽었나 살았나 정도지만.”
파라슈라마는 그렇게 이야기 하며 잠시 생각하더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너무 오랜만에 몸을 되찾은 탓에 착각을 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녀마저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정말 화신들이 사라지고 있을 확률이 높군.”
“그렇다면 그쪽에서 내분이 난거라는거요?”
파라슈라마의 이야기에 그 이야기를 지금까지 듣고 있던 종리권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이야기했으나.
“물론 그럴 확률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마 그게 아닐 거야.”
길잡이는 그런 종리권의 이야기를 부정했다.
“……그렇다면?”
묻는 종리권.
그에 길잡이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지만 곧 이야기했다.
“아마, 한 명이 작정하고 다른 화신들을 소멸…… 아니, 먹어치웠을 확률이 높다고 봐.”
“……먹어치웠다?”
여전히 궁금해하는 종리권과 마찬가지로 그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듯 잠자코 있는 김주혁의 얼굴을 한 번씩 본 길잡이는 자신의 가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네 말은…….”
그 이야기를 모두 들은 김주혁은 정리하듯 이야기했다.
“라마찬드라가 아수라와 완전히 결탁해서 다른 화신들을 모조리 죽이고 힘을 독식했다?”
김주혁의 정리에 길잡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것도 가능성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가설이 현 시점에서는 제일 높은 가능성을 가진 가설이야.”
그녀는 그렇게 이야기함과 동시에 부연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첫 번째로 화신들끼리 서로 동족상잔을 했다는 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소리야. 그 녀석들은 멍청하지 않으니까, 아마 자신들의 전력이 많이 줄었다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그런 선택을 할 정도로 그 녀석들은 멍청하지 않아.”
“그러니까 남은 가능성은 다른 한 명의 화신이 다른 화신들을 모두 먹어치워 버린 것밖에 없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전부 알고 있겠지만 악신들이 집합한 아수라가 가진 힘이라면 아마 다른 화신들의 힘을 합치게 하는 것도 가능할 거야.”
“……그러니까 남은 화신 한 명과 아수라가 결탁했다고 하는 거군.”
종리권의 말에 길잡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화신들은 멍청하지 않으니까. 자신의 전력이 그만큼 줄어들 것을 생각하면 절대 그런짓을 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녀의 말에 잠시간 침묵하는 파라슈라마는 곧 이야기했다.
“그럼 그렇게 됐다고 가정했을 때, 살아남은 화신이 라마찬드라라면 제일 골치 아프겠군.”
파라슈라마의 말에 김주혁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라마찬드라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존나 재수없는 병신새끼.
찐따 새끼.
병사들 목숨으로 장난질 치는 새끼.
“…….”
어째 영 좋은 기억은 없어 보이는 자신의 기억속에서 김주혁은 라마찬드라의 개화 능력을 떠올렸고.
“……설마 이렇게 되면.”
김주혁의 설마 하는 물음에 길잡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라마찬드라가 다른 화신들을 전부 흡수했다면 그 녀석은 화신들을 자신의 수하로 불러낼 수 있을 거야.”
“당연히 원본보다는 약하겠지?”
“그건 당연해, 라마찬드라의 능력이라고 해도 화신들을 원본에 가깝게 살려 다루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 녀석의 능력에 의해 살아난 화신들은 개화 능력을 사용하지 못할 거야.”
“흐음…….”
길잡이의 말에 길게 고민하던 김주혁은 이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이야기했다.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움직이면 되지? 그냥 라마찬드라를 죽이러 가면 되는 건가?”
김주혁의 물음에 길잡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마 우리가 굳이 가지 않아도 그 녀석은 이곳으로 올 거야.”
“……그럼 그 녀석이 이곳에 왔을 때 받아치는 게 좋다?”
“아무래도 그러는 게 좋겠지? 어차피 그 녀석의 목표는 너일 테니까. 아마 처음에는 너를 제외하면 그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을 거야.”
“그럼 나를 죽이기 전까지는 우선 주변에 피해는 없을 거라는 소리네.”
“그렇지, 그 녀석 입장으론 우선 너를 처리해야 모든 것을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럼 그냥 라마찬드라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거야?”
김주혁의 물음에 길잡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번에는 기다려선 안되지.”
“그럼?”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어?”
“준비?”
“그래 준비, 물론 전장을 만드는 건 나랑 종리권이 할 거지만 네가 해야 할 것도 있거든.”
“내가 해야 할 것?”
김주혁의 물음에 길잡이는 미소를 지으며.
“쿠르마의 육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거든.”
그렇게 말했다.
XXXX
사실 투귀가 미궁으로 돌아온건 이미 꽤 예전의 이야기였다.
그래, 일주일 전.
이미 김주혁이 제자들의 로테이션(?)에 휘말려 들어갈 때부터, 투귀는 이미 미궁에 돌아와 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투귀는 그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걸까?
그 이유 조금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우선 투귀 본인의 생각에 따르면 정말 당연하게도 능력의 실효성을 실험해 보고자 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름과 동화되어 능력을 얻었고.
그 능력에 대해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들키지 않고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라고, 변명을 하기는 했지만 투귀의 솔직한 속마음은 그 누구의 견제도 없이 아무 때나 자신이 친애하는 스승님을 꾹 껴안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지난 며칠 간 투귀는 그 모두가 있는 곳에서 아주 원없이 스승님을 껴안을 수 있었다.
다소곳하게 무릎에 앉아보기도 하고,
오히려 몸을 돌려 자신의 스승님과 마주 안아보기도 했다.
또 그게 아니면 일이 끝나고 잠들었을 때 옆에서 잠들어 보기도 했고.
그 이외의 이런저런, 자신의 스승님에게 들키지 않을 일이라면 거의 무엇이든지 해보았기 때문에, 최근 투구의 삶을 굉장히 윤택해지고 있었다.
물론 능력을 상시 발동하고 있어야 하고 며칠 동안 연속해서 기척을 죽이는 일 자체는 굉장히 피곤한 일이기는 했으나 분명 투귀에게 지난 며칠은 굉장히 행복했다.
주로 마음이 말이다.
물론 그런 생활도 그 무엇이든지 꿰뚫어볼 수 있는 눈을 가진 파라슈라마 덕분에 끝나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투귀는 불만족스럽진 않았다.
……솔직히 아주 조금 불만족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이유야 어찌됐든 결국 끝까지 이 상태를 지낼 수 는 없었으니까.
거기에 더해.
‘이, 이런 상황이라면 나도…….’
현 상황이 은근히 투귀에게 나쁘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미 거의 대부분의 이들이 눈치채고 있기는 했으나 툭귀는 자신의 스승인 김주혁은 남몰래 사모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그녀가 그 티를 내지 않았던 것은 어디까지나 그녀의 사저들이 모두 스승님을 좋아했기 때문.
사저들과의 싸움을 원치 않아서.
거기에 더해 딱히 스승님의 걱정거리가 되고 싶지 않아서 은근히 연심을 숨기고 있었으나 지금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랐다.
‘이런 상황이 나올 줄이야.’
옌랑과 최아린.
원래라면 그저 미궁 내부에서 스승님의 제자인 줄 알았던 그녀들이 실제로는 자신들보다도 훨씬 전 세대의 스승님의 제자들이었고.
그들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간단하게 스승님과의 일선을 넘어버렸다.
물론 자신은 그렇게 한번 넘어가기도 힘든 것을 그렇게 자유롭게 편안하게 넘었다는 것에 대해 질투심과 짜증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좋았다.
현재 그녀들이 가볍게 일선을 넘어버린 결과, 현 상황이 조금 미묘하게 변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미묘하게 변했다기 보다는 붕 뜬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미 최아린과 옌랑이 스승님과 일선을 넘어버린 덕분에 그동안 스승님을 두고 뒤에서 치고받고 싸우던 사저들은 갑작스레 협력하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현재 스승님과 제자들의 상황은 붕 떠버렸다.
그리고 그 상황 자체가, 현재의 투귀에게는 나쁘지 않았다.
애초에 만약 최아린과 옌랑이 가볍게 일선을 넘지 않았다면 투귀에게 이런 기회가 오지는 않았을테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현재 이 기회를 이용하고자 했다.
‘조금은 비겁할 수도 있지만.’
원래 스승님도 항상 자신에게 이야기해 주지 않았는가.
‘중요한 건 비겁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살아남고 이기는 것이다.’
예전, 스승님이 자신을 가르칠 때 했던 말을 몇 번이고 떠올린 투귀는 미소를 지으며 집무실에서 빠져나오는 스승님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응? 뭐야 안 내려갔었냐?”
김주혁의 질문에 투귀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이야기했다.
“예, 우선 사저들이나 다른 분들은 모두 내려가셨습니다.”
“그래? 근데 너는 왜?”
가벼운 물음.
그에 투귀는 흠흠, 하고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이야기했다.
“우선 자리를 잠시 옮기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자리를?”
김주혁의 물음.
그에 투귀는 아무런 말 없이 김주혁의 손을 슬쩍 잡고는 그와 함께 휴게실로 몸을 움직였다.
물론 스승님이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몸을 함부러 만지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손한 태도이기는 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적어도 투귀가 생각하기에 기회는 지금뿐이라고 여겼고, 어차피 스승님은 이 행동에 관해서는 크게 신경쓰는 티를 내지 않으셨으니까.
그렇게 해서 김주혁을 휴게실 내부로 데려온 투귀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김주혁을 바라보며 후…… 하는 한숨을 내쉬었고.
“무슨 이야기길래 그래?”
그런 투귀를 바라보며 김주혁이 묻자 그녀는 굉장히 의미심장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스승님, 예전에 제게 해줄 말씀을 혹 기억하십니까?”
“예전에 한 말?”
“중요한 건 비겁한 게 아니라 살아남고 이기는 것이라고, 스승님이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투귀의 말에 김주혁은 잠시 생각한다 곧 기억이 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전, 오늘 그 말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곧 이어진 투귀의 목소리에 김주혁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 뒤로 정확히 30초 뒤.
“아.”
김주혁은,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