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305
◈ 305화 에필로그 (3)
길잡이.
화신들을 봉인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모두 내던졌던 그녀는 모든 과업이 끝나고 난 뒤 김주혁에게 말했던 대로 당분간 특별한 목적을 가지지 않은 채 쉬고 있었다.
그것도 밖에서 쉬는 것이 아닌.
“카페 음식이 꽤 맛있네.”
김주혁이 들어와 있는 미궁 안에서, 그녀는 최근 몇 달간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이 휴식이 썩 만족스러웠다.
적어도 이 미궁 안에서는 그녀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것들이 상당히 많았으니까.
‘오히려 먹는 부분에 있어서는 밖보다는 훨씬 발전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녀는 조금 전 카페에서 시킨 케이크를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한산한 카페의 분위기를 느끼며 커피를 마셨고.
‘이런 분위기, 좋네.’
그녀는 곧 2층 카페 너머로 보이는, 몇 번이나 보았으나 조금은 신기한 거리를 바라보며 썩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으그그극…… 이 새끼들이 진짜……!”
그런 길잡이의 옆에 같이 있던 남자는 몇 달 전 받은 스마트폰을 쥔 채 이 평화로운 카페 안에서 이를 갈고 있었다.
그런 남자의 모습에 길잡이는 저도 모르게 피식 하는 웃음을 짓더니 이야기했다.
“종리권, 오늘 또 왜 그렇게 화가 났는데?”
길잡이의 물음.
그에 조금 전까지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으득거리고 있던 종리권은 잔뜩 성이 난 표정으로 휙 하고 몸을 틀면서 길잡이를 바라봤다.
“이 개자식이 나를 틀딱 취급했소!”
“틀딱 취급?”
“노인 취급했다는 소리요!”
길잡이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친절하게 추가 설명을 해주는 종리권.
그는 그렇게 말하며 무엇인가를 조작하는 듯 하더니 이내 길잡이에게 넘겨주었고.
“이걸 좀 보시오!”
이내 종리권에게 스마트폰을 받은 길잡이는 이내 스마트폰 내부에 적혀져 있는 글을 읽기 시작했다.
—–
제목 : 허허…이 우매한 녀석들은 어찌 전부 이렇게 심마에 들어있나?
글쓴이 : 신선
—-
솔직히 그냥 보고 지나가려고 했는데 너희들이 무와 협에 대해서 정말 하나같이 이상한 소리만 하길래 어이가 없고.
두 번째로 너희들이 왜 그렇게 무협에 나오는 신선을 그렇게 개무시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어서 직접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애초에 너희들은 생각이라는 게 없나?
어떻게 신선이 중원 땅덩어리에서 검이나 휘두르는 놈들한테 진다고 생각하는 거지?
애초에 그렇게 중원 땅덩어리에서 신나게 검이나 휘두르는 놈들이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깨달음을 얻어야 될 수 있는게 신선이다.
심지어 신선 중에서는 급이 나뉘어져 있는데 신선 중에서도 최하위라고 불리는 신선들도 중원에 내려가면 그 아무도 대항할 수 있는 자들이 없다.
그런데 뭐?
신선들이 고작 중원의 족보 하나 있는 제왕검법에 컷을 당해?
천마한테는 몇이 덤벼도 전부 얻어터져?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라.
애초에 신선 한 명만 내려가도 천기가 뒤집혀 내려가지 않을 뿐이지 우리가 내려가면 중원 놈들은 상대도 안 된다.
알았나?
다시는 신선을 무시하지 마라.
—–
댓글 72
웨야옹 : ??? 이 새끼 갑자기 나타나서 뭐라고 하는거냐?
ㄴ 신선 : 처음보는 사람한테 이 새끼? 버리장 머리가 상놈이구나.
ㄴ 웨야옹 : ????? 이 새끼 컨셉봐라 이거 ㄹㅇ이냐?
ㄴ 지리산핵폭탄 : ㄹㅇㅋㅋ 컨셉한번 ㅈ같이 잡았네 ㅋㅋㅋㅋㅋㅋㅋ
이세상은상냥하다 : 이 새끼는 갑자기 또 어디서 나온 컨셉충인지 모르겠는데 이상한 컨셉 그만 잡아라.
ㄴ 신선 : 무슨 컨셉이라는 말이지? 나는 진지하다.
ㄴ 이세상은상냥하다 : 이 새끼는 진짜네 ㅋㅋㅋㅋㅋ 컨셉 존경한다.
ㄴ 신선 : 컨셉이 아니라고 했거늘 글자도 제대로 못 읽는구나.
내가A급계약자다 : 지 랄 났 다 무 틀 딱!
ㄴ 신선 : 지랄은 네가 하고 있구나.
ㄴ 내가A급 계약자다 : 지 랄 났 다 무 틀 딱!지 랄 났 다 무 틀 딱!지 랄 났 다 무 틀 딱!지 랄 났 다 무 틀 딱!지 랄 났 다 무 틀 딱!지 랄 났 다 무 틀 딱!지 랄 났 다 무 틀 딱!────────────────────!!!!!
무협이보고싶다 : 이 새끼는 무협 장르 중에서도 마이너한 신선을 빨고 있는 새끼네…… 새로운 무틀딱 잘 보고 갑니다.
ㄴ 신선 : 내가 왜 틀딱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지?
ㄴ 무협이보고싶다 : 면상 보면 답 나오지 않을까? ㅋ
…..
….
…
..
.
그 아래로 달려있는 수많은 댓글들.
그러나 댓글의 대부분이 이 글의 작성자인 종리권을 욕하는 댓글이라는 것을 길잡이가 알아차리기 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고.
곧 댓글을 전부 다 읽은 길잡이가 종리권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주자.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오!? 분명 내가 친히 중원의 생태를 알려주려 글을 썼는데 어찌 이런 식으로 받을 수가 있다는 말이요!”
“그러게.”
“나보고 무틀딱이라니…… 무틀딱이라니!!!”
종리권이 스마트폰을 들고 끄아아앗-!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지켜본 그녀는 문득 몇 달 전 함께 내려온 종리권의 모습을 떠올렸다.
사실 길잡기가 휴식을 결정한 직후 종리권은 그녀를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녀가 편히 쉴 때까지 미궁을 조금 관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적어도 종리권에 입장에서는 미궁 안보다는 미궁 밖이 훨씬 나아 보였으니까.
그러나 친우가 은근슬쩍 그에게 이야기해 준 게임이라는 문화, 그중에서도 온라인 무협 게임 중 하나를 추천하며 그의 흥미를 돋웠고.
곧 그 말 덕분에 종리권은 길잡이와 함께 몇 달간 미궁에 내려와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결과.
“이 새끼들…… 진짜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것이……!”
종리권은 길잡이보다도 빠르게 인터넷 문화에 친숙해져 버렸다.
“…….”
그렇기에 그런 종리권을 바라보고 있던 길잡이는 괜스레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밖의 거리를 향해 곧 시선을 돌렸고.
‘그러고 보면 위는 잘하고 있으려나?’
곧 일을 맡기고 온 아랑과 창주를 떠올렸다.
김주혁의 다섯 번째 제지인 창주와, 흑몽의 수장인 아랑은 그들이 미궁에 있는 사이 미궁을 관리함과 동시에 밖을 정리하겠다고 남은 상태였기에 길잡이는 외부를 잠시 생각했으나.
‘뭐, 잘하겠지.’
길잡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그들에게 몇 년을 맡긴 것도 아니고 며칠을 맡겼을 뿐이었으니까.
‘거기다 관리를 하는 것뿐이라면 딱히 어려운 일들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한 길잡이는 곧 그 생각을 끝내곤 종리권과 한동안 더 카페에서 느긋한 하루를 즐겼고.
그렇게 슬슬 종리권과 길잡이가 저녁을 먹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날 때쯤.
우우우우웅-!!!
길잡이와 종리권의 스마트폰이 동시에 울렸다.
“?”
“?”
그에 자리에 앉은 채 스마트폰을 꺼낸 둘은 곧 진동의 정체가 최근 종리권과 길잡이, 그리고 백호 세 명에서 만든 톡방이라는 것을 눈치챘고.
[백호 : 속보, 김주혁 6등분 예정.]곧 백호에게서 온 톡을 확인한 둘은 서로를 바라보다.
“……6등분?”
그렇게 중얼거렸다.
XXXX
지난 몇 달간의 휴가는 김주혁에게 있어서 나름 나쁘지 않았다.
이미 모든 과업을 마친 그는 정말 느긋하게 지내고 있었다.
발할라 아카데미를 뒤늦게 들어가 졸업을 하기는 했으며 그 이후에는 집안에 틀어박혀 게임을 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멸망의 탑에 들러 성좌들과 만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물론 그것 이외에도 제자들과 밥을 먹거나, 제자들과 어디를 놀러가거나 제자들과 무엇을 하거나 하는 일들도 꽤 많긴 했다.
아니…… 어쩌면 제자들과 뭘 한 게 김주혁의 휴식 일과 대부분이 아니었을까.
사실 김주혁이 원래 그려려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조금 이상한 게 분명 김주혁이 혼자서 뭘 하려고 하면 어느세 제자들이 붙어 있었고.
분명 잠을 잘 때도 보면 혼자 자고 있었는데 항상 일어나보면 주변에 제자들이 있었다.
‘……뭐, 조금 생각해 보면 다들 겹치지는 않는 것 같은데.’
어찌 됐건 김주혁의 입장에서는 거의 매일매일이 제자들과 노는 일상이라 이 말이었다.
이걸 해도 제자들과.
저걸 해도 제자들과.
심지어 김주혁이 혼자 좀 쉬고 싶다고, 몇시간 동안은 아무도 건들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그 시간도 사실은 김주혁 혼자를 위한 시간이 아니었다.
그 시간은.
“스승님~”
바로 그의 심상세계에 있는 또 한 명의 제자인 그녀 ‘요랑’을 위해 쓰고 있었다.
물론 사실 처음에는 이렇게 정기적으로 요랑에게 시간을 쓰려는 생각은 없었다.
다만 과거의 자신은 이 녀석에게 굉장히 지루하면서도 피곤한, 그러면서도 오랫동안 끈기가 있어야만 하는 일을 맡겼고, 그녀는 그것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물론 그 대가는 그날 심상세계에서 받아가기는 했으나.
‘그래도 챙겨는 줘야지.’
그런 생각을 한 덕분에 김주혁은 이렇게 시간을 만들어 그녀와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그냥 너도 슬슬 나와서 생활하는 게 어때? 다른 제자들하고 통성명도 하고 말이야.”
사실 그녀가 그렇게 한다면 딱히 이런 시간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차라리 이 시간을 혼자 쉬는 시간으로 쓸 수 있기에 그런 이야기를 해봤으나.
“그건 싫어요.”
그럴 때마다 그녀는 단호하게 no를 외쳤다.
“왜?”
“다 이유가 있죠~”
싱글싱글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요랑의 모습.
그에 김주혁은 평소와 같이 느긋하게 요랑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 그냥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스승님…….”
“이게, 대체?”
“어떻게…….”
어째서.
“와 제자가 또 있었어? 스승님한테 완전함락 당한 나라도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에…….”
“그러게…….”
어째서 혼자 쉬겠다고 한 공간에 기다렸다는 듯 제자들이 나타난 걸까.
“…….”
김주혁은 은근슬쩍 시선을 돌려 그런 제자들의 뒤에 서 있는 블랙 캣을 한번 바라보고는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하곤 한숨을 내쉰 뒤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
“…….”
“…….”
“…….”
“…….”
하나같이 설명을 요구하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있는 제자들.
그 옆에는 요랑이 아쉬운 표정으로 ‘아, 끝났네~’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태평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고.
“……스읍.”
그렇게 저도 모르게 또 한번 한숨을 내쉰 김주혁은.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가 온 건가.’
내심 생각했다.
그런 생각과 함께 김주혁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제자들을 바라봤다.
누군가는 억울한 표정으로.
누군가는 설명을 요하는 표정으로.
누군가는 흥미와 묘한 표정이 섞인 듯한 느낌으로.
김주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김주혁은 도대체 왜 제자들이 자신들한테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아니, 모르고 있는 게 병신일 정도로 이미 김주혁은 많은 어프로치를 받았으니까.
그렇기에.
“이왕 이렇게 된 거 확실하게 하고 가자.”
“!!”
김주혁은, 그렇게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