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308
◈ 308화 1년 후 (외전 2화)
“으음-”
길잡이의 일과는 미궁주의 집무실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집무실에서 시작한다고 해서 길잡이가 이렇다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지금까지 와서 그녀가 해야 하는 일은 거의- 아니, 아예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미궁은 한가했다.
‘정확히는 더 이상 선과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한가한 거니까.’
미궁주들이 어느 정도 할 일이 있는 이유는 그들이 바로 선과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주혁이 있는 5번 미궁은 더 이상 선과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
그렇기에 딱히 윤회소를 관리할 필요도, 파수꾼을 포함한 외부와 관계를 만들지 않아도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뭐어, 이쪽에서 관계를 만들지 않으려고 해도 저쪽에서 찾아와서 문제지만.’
길잡이는 5번 미궁을 잡고 세상이 본격적으로 평안해지기 시작할 즈음부터 하나둘 5번 미궁을 찾는 이들을 떠올렸다.
어떨 때는 천군이.
어떨 때는 파수꾼이.
어떨 때는 집단이.
어떨 때는 같은 미궁주가
제각각 길잡이와 김주혁이 요구하지도 않은 선물을 가지고 미궁을 방문하고 있었다.
그리고 길잡이는 그렇게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그들이 어째서 선과도 제대로 생산하지 않는 5번 미궁에 뻔질나게 드나들고 있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우리한테 한번 밉보이면 뒤가 없을 것 같으니까 그런 거겠지만…….’
물론 김주혁이 아수라를 처리한 뒤 특별히 밖에서 이렇다 할 행동을 취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김주혁은 일을 끝낸 뒤 곧바로 미궁 안으로 들어가 지금까지 제자들과의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김주혁이 강자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은 저렇게 느긋하게 지내고 있지만, 어느 순간 김주혁이 일을 벌이려 한다면? 이라는 가정을, 김주혁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하고 있는 것이었다.
‘뭐, 내가 봐도 녀석이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길잡이는 새삼스럽게 김주혁의 얼굴을 떠올렸다.
분명 그는 새롭게 환생했으나 그의 성격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권력에 크게 욕심이 없는 것부터 시작해서 세상 돌아가는 일이 기이하게 관심이 없는 것도.
거기에 더해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시오?”
길잡이가 생각하는 도중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어느새 집무실에 들어온 종리권이 자리에 앉은 채 말을 걸고 있었다.
“아 잠깐 김주혁에 대한 생각을 좀 했어.”
“……갑자기?”
“그냥, 환생하고 나서도 옛날이랑은 전혀 변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그녀가 피식하며 이야기하자 잠시 고민하고 있던 종리권은 그 이야기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옛날이랑 크게 달라진 점은 없어 보이더군.”
“맞아.”
“거기에 제자들이 스승을 좋아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그것도 신기하긴 해.”
사실 길잡이는 다른 것보다도 그게 신기했다.
도대체 김주혁은 제자에게 무슨 짓을 하길래 제자들이 거의 광신하듯 그를 따르는 것일까?
아니, 광신을 넘어 광기가 느껴질 정도의 애정을 그에게 보내는 것일까?
길잡이는 나름대로 과거의 그와 친했고 지금의 김주혁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는 있었으나 그가 도대체 어떤 식으로 제자를 꼬시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애초에 예나 지금이나 길잡이와 김주혁이 제대로 얼굴을 맞대고 있을 때가 되면 그는 이미 제자를 전부 기른 상태였으니까.
“도대체 어떻게 하길래 그러는 걸까.”
정말 궁금하다는 듯 중얼거리는 길잡이.
그렇게 그 둘이 새삼스레 김주혁에 대해 생각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길잡이는 자신의 궁금증을 곧바로 풀 수 있을 상황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응? 다들 뭐야?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
그렇게 길잡이와 종리권이 새삼스럽게 김주혁의 업적에 감탄하던 와중, 그가 미궁으로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XXXX
김주혁은 노곤한 몸을 이끌고 결국 성좌들과 인사를 하며 한잔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결국 미궁 위로 올라와야만 했다.
‘두 시간을 사용할 줄은 몰랐는데…….’
김주혁이 이면의 지배자…… 아니, 유리와 사용한 시간은 도합 두 시간 하고도 삼십 분.
그 꽃이 만발한 곳에서 한 송이 꽃을 따는 데 걸려버린 시간 때문에 김주혁은 결국 멸망의 탑에 가겠다는 생각을 접고는 행선지를 곧바로 미궁으로 바꿨다.
‘괜찮아, 술은 아직 저녁에 백호랑 마시면 되니까……!’
그는 이번에도 계획을 수정하며 미궁에 올라왔고.
그렇게 간만에 볼 수 있었던 길잡이와 종리권에게.
“……제자들을 어떻게 키웠냐고?”
“응.”
김주혁은 그런 질문을 받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의 이야기야. 그냥, 네가 제자를 어떻게 키웠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지.”
길잡이의 질문에 조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김주혁은 이내 상관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제자를 키우는데 뭐 특별한 게 있겠어? 그냥 나는 제자들이 어떻게 하면 제 한 몸 잘 지키고 살지 가르친 거뿐이지.”
김주혁의 말에 오묘한 표정을 짓는 길잡이와 종리권.
그중에서도 길잡이는 한동안 오묘한 표정을 지우지 않더니 곧 표정을 고치며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그 가르치는 내용을 조금 들어보고 싶다 이거지.”
“가르치는 내용?”
김주혁의 말에 종리권과 길잡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잠시 고민하던 그는 곧 제자들을 어떻게 키우기 시작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한동안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길잡이와 종리권은 곧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 이야기했다.
“어째……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느껴지는데…….”
“왜 네 제자들은 하나같이 정상적인 루트로 키운 애가 아닌 거야?”
“정상적인 루트가 아니라니?”
“……아니, 보통 아무리 생각해도 제자를 그렇게 구하는 건 조금 평범한 선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데.”
“아무리 봐도 만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제자 선택법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군.”
길잡이와 종리권의 이어진 말에 김주혁은 그런가? 라는 생각을 은연중 하면서도 곧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뭐 그런 건 잘 모르겠네. 아무튼, 내 제자들은 그런 식으로 구했다 이거지. 그나저나, 애초에 먼저 말해달라고 한 건 너희였잖아?”
김주혁이 슬쩍 눈가를 찌푸리며 이야기하자 길잡이는 흠흠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뭐어, 그렇긴 하지. 그나저나 여기에 올라온 건 역시 최아린을 만나러 온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최아린을 만나러 왔다고?”
“응? 아니었어? 아까 전에 미리 올라와서 스승님이랑 어디에 갈 예정이라며, 먼저 올라왔다고 하던데?”
“???”
길잡이의 말에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는 김주혁.
그러나.
“스승님, 오셨네요.”
김주혁이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들려온 목소리에 그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움직여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고.
“……네가 왜 여기에 있어?”
김주혁이 질문하자 최아린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의 옆으로 와 앉아 있는 그에게 팔짱을 끼더니.
“저번에 약속했잖아요? 시간이 되면 잠시 마을에 갔다 오자고.”
“뭐……?”
그 말을 한 순간 머릿속을 풀가동하기 시작하는 김주혁.
그와 동시에 김주혁은 몇 주 전 한참 최아린과 소파에 앉아서 느긋한 일과를 보내고 있을 때 했던 대화를 기억했다.
‘스승님, 다음에 시간이 나시면 잠시라고 괜찮으니 마을에 한번 가시지 않을래요?’
‘마을? 갑자기 거기는 왜?’
‘구경도 할 겸, 거기에 스승님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복장이 있거든요.’
‘보여주고 싶은 복장?’
‘저희 종족이 혼인을 올리고 난 뒤 초야 때 입는 옷이 있어요.’
‘아…….’
‘가실 건가요?’
‘그래……. 뭐, 시간이 되면.’
“아.”
그 모든 기억을 떠올린 김주혁은 최아린을 바라보았다.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최아린.
그와 동시에, 김주혁은 등 뒤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내가, 어떻게 움직일지 이미 예측했다는 건가……!’
김주혁은 자신의 계획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야 당연한 게 애초에 아내들한테 이야기해 봤자 그녀들이 달라붙을 것은 뻔할 뻔 자고 애초에 혹여라도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계획이 유출될까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아린은 그렇게 철저하게 계획을 숨긴 계획을 간파하여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었다.
“가실 거죠?”
“음…….”
순간 침묵하는 김주혁.
그는 냉정히 생각했다.
만약 여기서 마을로 끌려가게 된다면 얼마 정도를 소요할까?
대충 마을에 가서 미적지근하지 않고 곧바로 최아린이 말한 그 초야복이라는 것을 그냥 가지고 온다면?
‘어림잡아 두 시간…… 아니, 종리권의 능력을 이용하면 한 시간 정도인가.’
그 정도면 괜찮기는 했다.
그런데 만약 그곳에서 곧바로 최아린이 초야복을 입어버리면 백이면 백 그런 상황이 연출될 것이기에.
‘그렇다면 걸리는 시간은…….’
도저히 계획을 지속할 수 없기에, 그렇게 빠르게 머리를 정리하기 시작한 김주혁은.
“……그래. 그럼, 어차피 초야복만 찾으면 되는 거잖아?”
“네. 혹시 모르니 시착도 조금 해보고요.”
시착이라는 이야기에서 조금 무서움이 느껴졌으나 딱히 이렇다 할 말이 없었기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했고.
“우선 문 좀 열어줘.”
곧 김주혁이 종리권에게 이야기하자 그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곧바로 진법을 이용해 장지문을 하나 만들었다.
“그럼 한 시간 뒤에 바로 불러줘.”
“알겠소.”
“꼭이야, 한 시간 뒤에 꼭……!”
김주혁의 당부.
그와 함께 김주혁은 곧바로 최아린과 함께 장지문을 넘어가 버렸고.
“……흠 결국 제자들이 저렇게 광기 어린 애정을 가지게 된 건 그런 탓이 있었었군.”
곧 김주혁이 장지문을 넘어간 뒤 중얼거린 종리권의 말에 길잡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그러게.”
“그런데 사실 그렇게 위급한 상황에서 구해줬다 치더라도 제자들이 저렇게 달라붙는 건 조금 이상하지 않소?”
“……그것도 맞기는 하지.”
“아무리 봐도 신기하단 말이오.”
종리권의 이야기에 한동안 침묵하던 길잡이는 이야기했다.
“뭐, 그 정도로 김주혁한테 매력이 있다 이 말이겠지.”
“……결국 이야기를 설명하려면 그렇게밖에 안 되기는 하오만…….”
그 뒤를 이어 김주혁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종리권은 곧 어느덧 시간이 한 시간을 슬쩍 넘어가고 있을 때쯤이 돼서야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런, 문을 열어줘야겠군.”
그 말을 떠올리자마자 곧바로 김주혁을 부르기 위해 문을 만들기 시작하는 종리권.
그와 동시에 종리권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곧바로 만들어진 문을 한번 바라보곤 잠시 기다렸으나 이내 전혀 열릴 기세가 보이지 않았기에.
“?”
곧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슬쩍 장지문을 열어보았고.
탁-!
장지문을 열자마자 무엇인가를 본 종리권은 저도 모르게 문을 닫아버리며.
“오우야…….”
그렇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