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309
◈ 309화 1년 후 (외전 3화)
김주혁이 그 뒤로 최아린과 함께 집무실로 돌아온 것은 3시간이 지난 후였다.
“스승님, 그럼 저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슬슬 손을 흔들며 굉장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돌아가는 최아린.
그런 그녀를 보며 힘없이 손을 흔들어준 김주혁.
그리고 그런 김주혁을 바라보고 있던 길잡이와 종리권은 새삼스레 이야기를 나누었다.
“완전히 빨려 버렸군.”
“엄청 힘들어 보이네…….”
“뭐어, 그렇지 않겠소? 자그마치 여섯 명인데 말이오.”
“……그건 그렇긴 하지.”
그렇게 종리권과 길잡이가 김주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 그는 슥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더니 물었다.
“……길잡이, 지금 시간이 몇 시야?”
“지금 시간? 미궁 쪽 시간이라면 이제 여섯 시…….”
김주혁은 길잡이에게 시간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자마자 침묵한 상태로 진지하게 생각에 빠져들었고,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는 길잡이는 실시간으로 이리저리 바뀌는 김주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얼굴을 보아하니 자기 나름대로 오늘 할 스케줄을 짠 것 같은데…….”
“내가 봐도 그럴 것 같아 보이는군.”
종리권의 대답.
그러나 길잡이는 그렇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김주혁을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차피 김주혁이 저렇게 열심히 계획을 짠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지금부터 짜인 그의 계획은 전혀 이행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예언가가 아닌데 어떻게 그걸 맞출 수 있느냐? 지금 이 상태로 곧바로 다시 짠 계획을 실행하러 갈 수도 있지 않냐는 생각을.
물론 길잡이는 그 생각에 동의한다.
다만 지금 이 상황에서 또 하나, 길잡이가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합쳐질 경우-
“스승님 왔네~?”
-김주혁이 계획을 온전하게 실행할 수 있는 확률은 한없이 제로에 수렴해진다는 사실을.
“……옌랑?”
김주혁은 자신의 계획을 짜다 말고 들리는 옌랑의 목소리에 굉장히 위기감이 어린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고.
“맞아요~ 옌랑이에요~”
옌랑은 그런 김주혁의 옆에 슬쩍 다가와서는 아까 최아린이 그런 것처럼 그의 팔에 팔짱을 끼고는 아양을 부렸다.
“……너는 왜 여기에 있어?”
묻는 김주혁.
그에 옌랑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최아린이 아까 미궁 위로 올라간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금 상황을 예측했죠.”
“……그래서 올라온 거야?”
“맞아요~♥”
김주혁의 물음에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는 옌랑.
그녀는 김주혁을 슥 끌더니 이야기했다.
“자, 그럼 가볼까요?”
“……어디를?”
“에이~ 다 알면서~”
그렇게 이야기하며 김주혁을 슬슬 휴게실로 끌고 들어가는 옌랑.
그에 김주혁은 굉장히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길잡이와 종리권을 바라보았지만.
“…….”
“…….”
그 둘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시선을 슥 돌렸다.
“……아.”
그에 더 이상 도움을 받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김주혁은 이 일을 자주적으로 해결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옌랑을 바라봤지만.
‘에휴,’
곧 그냥 옌랑에게 끌려들어 갔다.
물론 사실 지금 그가 옌랑을 내팽개치고 백호를 만나러 간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그렇게 했다간 옌랑이 몇 달 동안 그를 못살게 굴 게 뻔했다.
‘차라리 아무하고도 시간을 안 보냈으면 됐는데.’
이미 김주혁이 오늘 함께 시간을 보낸 아내들이 너무 많았기에 지금 이 시점에서는 다른 아내들의 육탄공격을 피했다간 미래가 굉장히 피곤해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결론적으로 김주혁은 지금 전략적으로 이기고 있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전략적으로 이기고 있는…… 싸움이 맞겠지?’
김주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옌랑과 함께 아무도 없는 휴게실로 들어갔다.
XXXX
“……그래서 이렇게 늦었다?”
“그렇지.”
일본식 이자카야집에서 닭껍질 꼬치를 질겅거리고 있는 백호한테 아까 전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한 김주혁은 한없이 지친 표정으로 등받이에 등을 기대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피곤하네.”
“피곤할 만하군.”
피식 웃으며 이야기하는 백호.
그런 그를 본 김주혁은 괜히 배알이 꼴린다는 표정을 짓곤 이야기했다.
“너는 인생 좀 살만한가 보지?”
“아니.”
“……아니라고?”
“나도 썩 좋지는 않다.”
백호는 그렇게 답하더니 현재 자신의 상황을 김주혁에게 이야기해 주기 시작했고.
그런 백호의 이야기를 들은 김주혁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그럼 현재 밤낮으로 바가지를 긁히는 중이라 이거야?”
“엄연히 말하면 바가지를 긁히는 중이긴 하지.”
“거, 힘들긴 하겠네.”
김주혁이 백호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 내용은 굉장히 슬픈 내용이었다.
‘……종일 조용하지를 않는다……라.’
봉황과 주작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김주혁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셋이 같이 살기 시작한 시점부터는 조금 나아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째 예전이랑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은데?”
“달라지긴 했다. 그래도 예전처럼 자기 화났다고 섬 한두 개를 날려 버리진 않으니까.”
“아.”
김주혁의 탄식에 백호는 마치 인생의 쓴맛을 전부 맛본 어른 같은 표정으로 소주를 한잔 들이켰다. 한참을 가만히 있던 백호는 다시 잔을 채우며 말했다.
“그래도, 나는 괜찮다.”
“그래?”
“네가 있으니까.”
“……왜 갑자기 오글거리는 소리를 해?”
질색하는 표정을 짓는 김주혁.
그에 백호는 피식 웃더니 이야기했다.
“오글거리는 소리는 아니지, 그래도 네가 있어 나는 웃을 수 있다.”
“아니 그러니까 왜 갑자기 오글거리는 소리를-”
“원래 나보다 불행한 사람이 있으면 웃을 수 있게 되거든.”
“……이 새끼가?”
김주혁이 인상을 찌푸리며 백호를 쳐다보자 그는 흐흐 웃더니 답했다.
“나도 힘들다. 가끔 가다는 현타도 오지, 하지만 네 얼굴을 본다면? 바로 웃을 수 있다 이 말이야.”
“……남의 불행을 보고 행복해한다고?”
김주혁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지만 백호는 씨익 웃으며 이야기했다.
“너는 내 행복가스다. 우선 기분이 더러울 때 네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좀 나아지거든.”
“이거 생각 이상의 쓰레기네.”
“쓰레기라니, 어차피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네 일상이 변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러니까 겸사겸사 사용 좀 하는 거지.”
백호의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은 김주혁.
그러나 백호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김주혁을 바라보더니 이어서 이야기했다.
“내가 최근 인터넷을 많이 돌아다니는데, 지금 네 상황을 보면 딱 이런 말이 떠오르더군.”
“……뭐가 떠오르는데?”
“네가 선택한 여복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지랄.”
김주혁의 욕설 한마디.
그러나 백호는 기분 나쁘다는 티도 내지 않은 채 그저 느긋한 웃음을 흘릴 뿐이었고.
김주혁은 그런 백호에게 제발 천년만년 고통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다소 유치한 이야기를 하며 그와 술자리를 같이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시간이 지나 11시.
“후…….”
김주혁은 굉장히 피곤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오늘 하루를 되새기고는 중얼거렸다.
‘결국 계획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었던 건 두 가지뿐인가.’
원래 김주혁이 오늘 하루에 하려고 했던 계획은 총 다섯 개였으나 중간중간 아내들의 습격(?)에 의해 두 개밖에 하지 못했다.
‘뭐 두 개라도 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김주혁은 또 한번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이제 오늘이 끝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한 시간.
사실 내일 아침부터 또 하루가 시작되는 걸로 방침을 잡았으니 그래도 오늘 자는 시간까지는 꽤 프리했다.
‘그래도 마지막은 편하게 가는 건가?’
물론 아내들이랑 지내는 하루가 편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육체적으로 편하게 쉰다는 것은 또 다른 개념이었기에 김주혁은 시계에서 시선을 떼고.
그 순간.
“스승님.”
“…….”
김주혁은 자신을 깔고 앉은 투귀…… 아니, 이유하를 볼 수 있었다.
“……유하야?”
“예, 스승님.”
“……언제부터 같이 있었냐.”
“오늘 오전 7시 30분부터 같이 있었습니다.”
“…….”
오늘 처음부터 끝까지잖아,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순간 떠돌았으나 그는 정열적인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모습을 나타낸 이유는?”
“이제 밤이 아닙니까.”
“그렇지.”
“제가 알기로, 스승님의 옆자리는 단 한 번도 비워지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사실 김주혁이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기보다는 아내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지만.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그 옆자리를 채워드리려 이렇게 나타났습니다.”
“…….”
사실 옆자리를 채우기 위해 나타났다기보다는 다른 의도로 나타난 것이 너무나도 눈에 잘 보이지만 김주혁은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녀가 오전 7시 30분부터 지금까지 그를 따라왔다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녀가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할지 잘 보였으니까.
그렇기에.
‘다음에는 지금보다도 조금 더 철저하게 계획을 짜야겠네.’
김주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유하를 그대로 끌어안았다.
어차피 지금 이 시점에서 옆자리를 채우겠다는 유하를 거절해 봤자 리스크로 이어질 확률이 거의 100%에 달하기 때문이다.
‘나는 전략적인 승리를 하고 있다.’
김주혁의 머릿속을 지나가는 한 가지 문장.
물론 맞는 소리이기는 했으나 동시에 조금 슬픈 그 문장을 탐미하던 김주혁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전환했다.
그래도 이 상황도 썩 나쁘지 않은 거라는 생각을.
그도 그럴 것이 적어도 지금까지의 그가 상대하기론 유하가 아내들 중에서는 제일 체력이 만만했고.
그보다도 우선 오늘 이렇게 열심히 전부 상대를 해놓으면 다음 계획 때는 할 말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김주혁은 오늘은 깔끔하게 소모하기로 결정을 내렸고.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난 새벽 한 시가 될 때쯤, 김주혁은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래,
분명 잠에 빠져들었는데.
“반가워요, 스승님.”
“……너 밖에 나와 있는 거 아니었냐?”
“밖에 나와 있었죠. 30분 전에는.”
“……그럼 내가 자고 있는데 들어왔다는 거?”
“정답이에요.”
김주혁이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그의 심상세계 속인 사막 속이었고.
“……설마 잘 때까지 이렇게 찾아올 줄은 몰랐는데.”
“솔직히 다른 분들이 모두 겪었는데, 저만 그렇지 않으면 너무 손해 본 기분이잖아요.”
“……그게 그렇게 되나?”
김주혁이 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앞에서 웃음을 짓고 있는 요랑이었다.
“그래도 저는 스승님의 건강을 생각해서 이렇게 심상세계 안으로 들어오기까지 했어요. 어때요?”
마치 자신이 굉장히 잘했다는 듯 방긋방긋 웃는 그녀.
그런 그녀를 보며.
‘……힘들다.’
“♥♥♥♥”
김주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하루를 마쳤다.
[ 完 ] [ 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