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35
◈ 35화 나는 더 강해질 수 있다 (2)
늦은 시간.
“와…….”
김주혁은 무아지경에 빠져 있던 의식이 서서히 돌아옴에 따라 자신의 체내에 있는 마력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거 실화?”
그도 그럴 것이 김주혁의 마력은 그가 원래 가지고 있던 마력보다 정확히 1.5배 정도는 더 늘어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가 지금까지 토납법으로 쌓은 마력이 적은 것도 있기는 했으나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의 마력이 모일 줄은 몰랐다.
그렇기에 김주혁 입가가 찢어져라 웃으며 마력을 관조했고.
[이제야 끝났나?]곧 들려오는 바르체의 목소리에 김주혁은 입을 열었다.
“뭐야, 할 말 있었어?”
[뭐, 그리 영양가 있는 말은 아니긴 하다만, 저번에 느꼈던 검은 마력에 대한 이야기다.]“아, 그거?”
바르체의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때를 상기했다.
신공서를 얻기 전 최진가문의 일에 휘말렸던 김주혁은 그곳에서 저번과 마찬가지로 검은 마력을 사용하고 있는 ‘최진건’을 만나 싸움을 벌였다.
……뭐, 말이 싸움이지 사실상 김주혁이 마력도 사용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구타한 것과 다름없었다만.
‘뭐, 그럴 만했지.’
김주혁은 그때 당시에 최진건의 움직임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나름 도법을 연마한 듯 분명 각이 서 있기는 했으나 오히려 그는 최아린보다 못했다.
‘말 그대로 마력빨로 싸우는 병신.’
김주혁이 본 최진건은 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자신의 몸 안에 필요 이상의 마력을 넣어 아까운 마력을 질질 흘리며 싸워대는 그 모습은 김주혁의 입장에서는 실소가 흘러나올 정도였다.
‘그 덕에 아까운 마력도 안 쓰고 편하게 이겼지.’
거기에 더해 최진건이 모두를 죽여버리겠다며 검은 마력을 터트려준 덕분에 검은 마력에 대한 정보도 조금 더 얻을 수 있었기에 그 싸움은 김주혁에게도 썩 나쁜 싸움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뒤처리는 최아린이 다 했으니까.
“그래서, 뭔가 떠오른 거라도 있냐?”
[아니. 없다.]“?”
[……말을 좀 잘못한 것 같군. 정확히 말하면 떠올리지 못한 게 아니라 이것도 기억에 손실이 온 것 같다.]“……기억의 손실? 이것도?”
[그래.]“아니 도대체 손실되지 않은 게 뭐야?”
[……솔직히 나도 그런 생각을 좀 많이 했다만, 아무튼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이 마력은 내가 알고 있던 마력이라는 거다.]“쯧.”
김주혁이 불만스럽다는 듯 혀를 차자 바르체는 어쩔 수 없다는 투로 이야기했다.
[뭐, 그래도 아마 두 번째 조건에 도달하면 어느 정도 기억이 돌아올 것 같다.]“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너 안 버리고 참고 있잖아.”
[뎃……?]물론 최근의 김주혁은 기본적으로 단련과 이런저런 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긴 했으나 꾸준한 주기로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허나 김주혁이 이 주제에 대해 일정 이상의 생각을 쏟지 않는 이유 또한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생각해 봤자 나올 리가 없지.’
김주혁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촌검에 들어가 있던 바르체도 이 상황에 대해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아는 것이 단 하나도 없는 두 놈들이 이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해 봤자 나오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기에 김주혁은 그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깔끔하게 포기했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정보는 두 번째 조건을 채우면 알게 될 터였으니까.
“이제 한 달 정도인가?”
[기말고사까지 말인가?]“어.”
[……저번에 일정표를 봤을 때 딱 지금부터 한 달이면 기말고사로군.]바르체의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이곤 이야기했다.
“그럼 우선 이 이야기는 그때 다시 하는 걸로 하고…… 그래도 알 수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알아 놓는 게 좋겠지?”
[알 수 있는 정보?]“성좌에 대한 거 말이야, 저번에 한번 파악해야지 해놓고 생각도 안 하고 있었거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무슨 소리라니?”
[성좌에 대한 수업은 이미 저번에 했지 않나?]“?”
[?]“언제??”
[저번 주 수요일, 성좌 담당 교관이 성좌의 종류와 계약의 종류에 대해 설명했다.]“……난 왜 못 들었는데?”
[눈은 뜨고 있던 것 같은데, 역시 눈을 뜨고 딴생각 중이었나?]바르체의 말에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사실 요즘 그는 수업만 시작하면 멍을 때리거나 이런저런 다른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 지루한 걸 도대체 어떻게 듣고 있냐?”
김주혁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입을 열었다.
[300년 동안 혼자 있으면 나름 들을 만하더군.]“그래?”
[그렇다.]“그럼 쪽지시험은 네가 다 보면 되겠네.”
[…….]김주혁의 말에 바르체는 입을 다물었다.
XXXX
성좌와의 계약은 통상적으로 세 가지로 이뤄진다.
가호, 계약, 진신계약.
물론 성좌마다 ‘제물 계약’이나 ‘살인 계약’ 같은 계약을 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악신들이 주로 하는 계약이고, 기본적인 성좌들의 계약은 저 세 가지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않는다.
우선 맨 처음 계약의 형태인 가호(加護).
가호는 아주 간단한 계약 형태로 어느 특정한 조건만 인정하면 성좌의 힘을 조금 나눠 받는 것을 말한다.
그다음 계약의 형태인 계약(契約).
이것은 말 그대로 본격적으로 성좌와 계약을 해 그의 힘과 능력을 본격적으로 어느 정도 빌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계약의 형태인 진신 계약.
진신 계약을 말 그대로 굉장히 특정한 조건이나 성좌가 계약자를 매우 마음에 들어 했을 때 할 수 있는 계약이었는데.
진신 계약을 할 경우 성좌의 능력을 온전히 자신이 사용할 수 있게 되거나, 성좌를 자신의 몸에 현신시킬 수 있게 된다.
……딱 여기까지가 어제 바르체에게 들었던 성좌에 관한 내용이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계약 형태였기에 김주혁은 성좌에 대해 조금 더 잘 알려줄 수 있는 이를 찾아갔다.
“조수 ON?”
“조수 OFF.”
“부탁했으면서?”
“싫으면 다른 교관한테 물어보러 가지, 뭐.”
김주혁이 망설임 없이 걸음을 돌리려고 하니 릴리야는 급하게 김주혁의 손을 붙잡고는 이야기했다.
“에이~ 왜 그래? 우리 사이에.”
“우리 사이가 어떻길래?”
“곧 같이 논문을 탐구할 사이?”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이제 슬슬 그만 튕기는 게 어때?”
“튕기고 말 것도 할 것 없이 애초에 전혀 그런 관계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김주혁의 말에 릴리야는 피식 웃고는 이야기했다.
“정보 세 개?”
“세 개는 너무 많아.”
“그럼 네 개?”
“왜 더 올라가는데?”
“제바알~ 이번에 알고 싶은 정보가 더 늘었단 말이야~”
방방 뛰며 괜스레 말을 늘이는 릴리야.
하얀 단발이 마치 사무예드 같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던 김주혁은 심드렁하게 물었다.
“댁은 도대체 내가 어떻게 그 몬스터들의 정보를 다 알고 있다고 확신하고 물어보는데?”
“……?”
“?”
“어?”
순간 무엇인가를 새삼스레 깨달았다는 듯 탄성을 내뱉는 릴리야.
그에 김주혁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릴리야는 말했다.
“그러게?”
“???”
“전혀 생각해 본 적 없었어.”
“…….”
“뭐, 그치만 어때? 어찌 됐든 네가 정보를 알고 있는 건 사실이고, 그 정보가 전부 맞는 것도 사실이잖아? 그럼 된 거 아니야?”
“어……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그러니까 네 개 어때?”
“두 개.”
“세 개!”
“두 개.”
“두 개 반!”
“……정보에 두 개 반이 어디 있어?”
“오케이! 땡큐! 두 개 반!”
이번에는 귀엽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자고 하는 릴리야를 보며 김주혁은 결국 알겠다는 듯 손을 휘적이며 이야기했다.
“뭐, 알았어. 그 대신 좀 자세하게 이야기해 줘.”
“그거야 당연하지~ 그래서 어떤 것에 대해서 알고 싶은데?”
“음…… 성좌의 유래?”
“성좌의 유래?”
릴리야의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다고 해서 무슨 가문의 어떤 성좌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됐니 저렇게 됐니 같은 걸 듣고 싶은 건 아니고, 그냥 말 그대로 성좌의 유래가 듣고 싶은데.”
“……음, 확실히 지금 세상에는 성좌의 종류와 계약 정도만 배울 뿐이지 성좌의 유래에 대해서는 교과서에도 두 줄 정도로 설명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긴 하지.”
릴리야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알겠다는 듯 이야기했다.
“알았어, 뭐 사실 나도 성좌 교관들만큼 잘 아는 건 아니긴 한데, 우선 이야기를 해줘 볼게.”
릴리야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무엇을 말할지 고민하기 시작한 뒤 곧이어서 성좌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쯤 이야기를 이어나갔을까?
“흠.”
줄곧 릴리야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주혁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정리해 보면, 성좌들은 멸망의 시대가 끝난 이후부터 갑작스레 나타난 존재들이다?”
“사실 이것저것 많이 풀어 놓기는 했는데, 결론은 그렇지? 게다가 사실 성좌의 유래가 많이 써 있지 않은 이유는 연구된 것이 너무 적어서 그렇기도 해.”
“그래?”
릴리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뭐 예나 지금이나 성좌들에 대한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기는 한데, 기본적으로 성좌는 자신의 진명을 알려주지도 않을뿐더러 연구에 굉장히 비협조적이거든.”
“협조적인 성좌가 단 한 명도 없어?”
“말을 걸어도 아예 대답을 안 하는 성좌는 있지. 듣기로는 그 이외에도 무슨 이유 같은 걸 대면서 말할 수 없다고 하는 성좌도 있다고 들었어.”
릴리야의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야기했다.
“정보 한 개.”
“그런 게 어디 있어!?”
“솔직히 너무 안 게 적은데?”
“무슨 소리야아~?! 내가 지금 말해준 건 인터넷에도 나와 있지 않은 성좌의 유래를 쫙 말해준 거라고!”
확실히 릴리야가 알려준 것들은 조금 심오한 정보가 많긴 했다.
“근데 결론은 결국 인터넷에도 나와 있는 ‘성좌는 멸망의 시대에 나타났다.’잖아.”
“……그렇지?”
“그렇지.”
잠깐의 침묵.
“아↗앙↘아↑아↘~ 아무튼 알려줬으니까 정보 알려줘어어~ 약속은 지켜야지이~~”
허나 침묵 뒤, 곧바로 슬그머니 일어나려는 김주혁의 옷을 부여잡고 애처럼 방방 뛰는 그녀를 보며 김주혁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진심 22살이라는 나이에 그러면 안 쪽팔리냐?”
“22살이라는 나이보다 2,200만 원이 더 끌리는 건 사실이잖아요.”
“……이번만이다.”
“야스!”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는 듯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릴리야는 벌써부터 무엇을 물어볼지 고개를 갸웃갸웃하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너는 나가나?”
“나가다니? 뭘?”
“학교 대항전.”
“아, 그거?”
김주혁은 릴리야의 말에 저도 모르게 답하며 조례 때 담임이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잘나가는 3대 아카데미에서 애들 뽑아서 성취 향상을 위한 교류를 한다고 했나?”
“말이 그렇지 실제로는 학생 차력쇼야.”
“아무튼, 나는 안 한다고 했어.”
“그래?”
“응? 왜?”
“귀찮으니까.”
김주혁이 생각만 해도 귀찮다는 표정으로 으, 하며 인상을 찌푸리자 릴리야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확실히, 귀찮기는 하지. 그거 하면 ‘대수림의 눈’에도 먼저 들어가게 되니까.”
“? 방금 뭐라고?”
“응? 아, 설마 모르고 있었어? 그거 하는 애들은 대항전 3차전에서 대수림의 눈에 들어가는 게 있거든. 대수림의 눈에서 버티는 건 아무래도 좀 빡세니까 말이야.”
릴리야가 그렇게 말하며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김주혁을 바라봤다.
“솔직히 안 나간다는 것도 이해가 되긴 해.”
“무슨 소리야?”
“?”
“나갈 건데?”
“????”
마치 게임 캐릭터의 누군가처럼 태세 전환을 하는 김주혁의 모습에 릴리야는 당황해하며 물었다.
“……안 나간다며?”
릴리야의 말.
허나 그 말에 김주혁은 미소를 지으며.
“갑자기 나갈 이유가 생겼어.”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