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38
◈ 38화 우선은 참가한다 (3)
기본적으로 사람의 몸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단련이 잘 되어 있는 육체라도 사흘 밤낮 싸움을 벌이면 지치는 것처럼, 아무리 재능이 있는 육체라도 혹사가 지속되면 몸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이자 진리.
물론 아카데미의 교관 중에는 몸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을 그저 나약함으로 일축하는 멍청한 녀석들도 몇 명 있기는 하나 이상철은 그런 부류가 아니다.
그는 철저하게 근성보다는 효율을 중요시하며, 그렇기에 자신의 몸을 혹독하게 굴리는 것을 미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혹독하게 몸을 굴리는 것도 나름대로의 계획을 짜야만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상철이 생각이었다.
아무리 몸을 혹독하게 굴려 육체를 성장시켜 봤자, 어느 순간 몸이 무너져 훈련을 못 하게 되거나 영구적인 부상을 당하면 그것만큼 어처구니없는 일이 없으니까.
그렇기에 솔직히 이상철은 김주혁이 너무나도 오버페이스로 단련을 하고 있다 생각했다.
분명 그가 14시간에 달하는 시간 동안 단련을 하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애초에 단련이라는 것은 그렇게 재미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끊임없이 자신을 한계에 몰아붙이는 일종의 시험과도 같았으니까.
허나 과했다.
‘그래, 과해도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지.’
불과 4일 전까지만 해도, 이상철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만 중지.”
“허억- 허억-”
이상철이 입을 열자 조금 전까지 미친 듯이 헉헉거리던 오세혁과 유소연, 그리고 도정진이 죽어버릴 것 같다는 듯 제자리에서 꼬꾸라진다.
“점심시간이니 모두 점심을 먹고 한시까지 복귀하도록 한다.”
“허억…… 예.”
산소가 부족한 듯 거친 숨을 내쉬며 대답하는 오세혁을 필두로 유소연과 도정진은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다는 듯 비틀거리며 단련장을 빠져나갔으나 이상철은 단련장을 빠져나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아직 단련을 계속하고 있는 김주혁 때문.
“후읍! 흡!”
아침 6시 이후로 6시간.
김주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쉬지 않았다.
그리고 이상철은 그가 밤 9시까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단련을 계속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4일간 김주혁은 단 한 번도 첫날에 보여주었던 스케줄을 어기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이상철은 그런 김주혁을 보며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괴물이로군.’
괴물.
그것이 이상철이 김주혁에게 내린 평가였다.
이상철은 첫날 김주혁의 말도 안 되는 훈련량을 보며 감탄했고 대단하다 느꼈으나 분명 그의 단련은 오버페이스라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주혁의 육체는 분명 강해지고 있기는 했으나 아직 저런 말도 안 되는 운동량을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으니까.
허나 그런 예상을 깨고 다음 날 김주혁을 본 이상철은 놀랐다.
‘……몸이, 고작 하루만에 적응했다고?’
근육이 찢어지고 붙기를 반복해야 강해지듯, 육체라는 것도 그런 텀이 있다.
그러나 이상철의 시선에서 본 김주혁의 몸은 전날 오버페이스라고 생각했던 그 14시간의 단련이 너무나도 빠르게 녹아 있었다.
그 증거로 김주혁은 분명 조금씩이지만 전날보다 단련의 강도를 높였고, 그의 육체는 그의 단련을 훌륭하게 따라오고 있었으니까.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오후 9시까지, 오버트레이닝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엄청난 단련을 끝내고 3일째에 모습을 드러낸 김주혁은 또 강도를 올려 단련을 시작했다.
“후욱……! 후욱……!”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4일 연속으로 14시간 동안 오버트레이닝을 버텨낼 수 있는 김주혁의 정신력이나, 그걸 따라주는 육체나…… 말도 안 되는군.’
그렇기에 이상철은 김주혁이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는 것에 대한 궁금증을 푼 것과 동시에 그에게 순수하게 감탄했고.
이상철은 더 이상 그의 말도 안 되는 단련량이 과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의 육체는 충분히 그 단련을 흡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의 정신력은 그 단련량을 꾸준히 버티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
그렇게 이상철이 김주혁을 감탄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후읍!”
김주혁은 이상철이 보든 말든 단련 시간이 더 늘어난 것에 대해 굉장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김주혁은 얼마 전 얻었던 신공(神功)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는 자신의 육체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육체가 이 정도로 재능이 있을 거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는데.’
어느 정도의 재능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육체에 재능이 있다고 해도 그건 어느 정도일 뿐, 그는 오세혁처럼 엄청난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정도로 따라온다고?’
김주혁의 몸은 굉장히 놀라울 정도로 그의 단련을 잘 따라오고 있었다.
그것도 매우 잘.
그 덕분에 김주혁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점점 더 확연한 성적을 내며 성장하고 있는 스스로가 굉장히 만족스러웠고.
‘슬슬 점심을 먹어볼까.’
점심시간이 끝날 때쯤이 된 12시 50분이 돼서야 김주혁은 단련을 멈추고는 점심을 먹으러 가기 위해 몸을 움직이며 항상 자신의 옆에 있었던 최아린을 부르려 했으나.
‘아, 오늘 어디 간다고 했었나?’
김주혁은 곧 최아린이 오늘 본가의 일로 특별 외출을 한다고 했던 사실을 떠올리고는 이내 홀로 걸음을 옮겼다.
XXXX
최진(崔眞) 가문의 본가.
“학교 대항전에 나간다고 들었다.”
그 안쪽의 방 안에서, 최존석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최아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
그에 대답하는 최아린.
“…….”
“…….”
그 뒤로는 침묵이 맴돈다.
허나 그 현상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존석은 최아린과 그렇게 돈독한 사이가 아니었으니까.
아니, 정확히 말하면 최진건이 살아 있을 때까지만 해도 최존석은 최아린과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그저 형식적인 대화와 형식적인 인사.
그저 외부로 보이는 형식적인 무엇인가만이 최아린과 최존석을 엮어주는 유일한 끈이었을 뿐.
그렇기에 둘의 사이는 어색한 것이 당연했고 최존석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최존석이 굳이 최아린을 부른 이유는 어찌 됐든 지금의 그녀는 사회적으로 최진 가문의 명백한 후계자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최아린이 최진 가문의 정식적인 후계자가 된 이상 최존석은 그녀와 어느 정도 관계를 쌓아야만 했다.
그것은 가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고, 나름 꼭 필요한 것이라 여겼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최존석은 최진건이 죽어버린 이 순간. 최아린이 필요해졌다.
그 누가 뭐래도 최진 가문의 후계는 자신의 자식이 이어야 했으니까.
물론 누군가는 그런 최존석을 보며 욕을 할 수도 있었으나 그는 그런 욕 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었다.
결국 어찌 됐든 중요한 것은 가문이었고.
그 가문에서 나오는 권력이었으니까.
“너도 알겠지만, 악인으로 변모한 네 오빠가 죽은 이상 너는 최진 가문의 적법한 후계자가 되었다.”
“네.”
“만약 네가 대항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최진 가문에 많은 도움이 되겠지.”
“네.”
“그러니,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
“네.”
어떠한 거절이나 비꼼, 비아냥도 없이 그저 순수하게 최존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최아린.
그런 최아린을 잠시 바라보고 있던 최존석은 이내 나름대로 고개를 끄덕이곤 물었다.
“혹시 필요한 것이라도 있느냐?”
“필요한 것이요……?”
“그래, 네가 정식적인 후계자가 되었으니 나는 너를 최진 가문의 후계자로서 대우할 것이다. 그러니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라.”
최존석의 말에 최아린은 잠시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고.
“없어요.”
“그러느냐?”
“어차피 그런 거 없어도, 최진 가문을 이을 사람은 저잖아요?”
이어지는 질문에 최존석은 순간 멈칫했다.
‘……눈빛이?’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평소와 같은 흐리멍텅한 눈빛을 하고 있었는데, 조금 전 가주의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최아린의 눈빛이 살아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 너는 최진 가문의 후계자고 나의 뒤를 이어 가주가 될 것이다.”
그의 말에 최아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저는 그거면 됐어요.”
“그러느냐?”
“네.”
최아린의 대답에 최존석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분명 그 눈에 야심이 보였던 최진건과는 다른,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마주보고 있는 최아린.
그런 그녀를 보며 최존석은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흠, 하고 짧은 소리를 내곤 이내 입을 열었다.
“가주가 되고 난 뒤 하고 싶은 일이라도 있느냐?”
“하고 싶은 일이요?”
“그래.”
최존석의 말에 최아린은 순간 침묵했다.
‘하고 싶은 일.’
그녀의 목적은 어머니의 유언대로 가주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주가 되고 난 뒤 하고 싶은 일은 없었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어머니의 유언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고 가주가 된 뒤에 딱히 무엇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래, 얼마 전까지는.
“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분명 ‘가주가 되는 것’이외의 목적이 없었던, 그 이외에는 절대로 다른 목적은 없을 거라고도 스스로 은연중 생각했던 그녀에게 목적이 생겼다.
좀 자주적으로 생각해 보라고 항상 자신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한 남자.
“있어요.”
그 덕분에, 최아린은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녀 스스로 생각한 목표가.
XXXX
벤트릭 가문의 집무실.
“준비는 잘돼가고 있나요?”
아델리아 벤트릭의 물음에 앞에 있던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는 이야기했다.
“예. 우선 공간의 준비는 잘돼가고 있습니다.”
“‘처리’할 사람들은요?”
“마찬가지로 전부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걸릴 것 같나요?”
그 말에 막힘없이 대답하던 남자가 순간 멈칫했으나 이내 그는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확신에 확신을 더해야 하는 일인 만큼 세 달 정도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세 달이라.”
아델리아 벤트릭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다만, 확실히 준비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보다, 그 머저리 새끼는 무엇을 하고 있죠?”
아델리아 벤트릭의 물음.
남자는 그 머저리 새끼가 록딜 벤트릭을 뜻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숙이며 이야기했다.
“우선 당장 감시한 바로는 침묵하고 있는 듯합니다.”
남자의 말에 아델리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마음만 같아선 록딜 벤트릭을 지금이라도 파문시키고 싶었으나 지금은 시기가 너무 늦었다.
‘지금 록딜 벤트릭을 파문시키면 겨우 진정시킨 언론이 날뛸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아델리아는 록딜 벤트릭의 파문을 우선은 미뤄두고 그를 발할라로 다시 돌려보내 놓은 상태였다.
당장 그를 파문시키는 것은 지금까지 벤트릭 가문이 언론에 부정해오던 것을 긍정하는 꼴밖에는 되지 않았으니까.
“그 머저리 새끼에게 말해두세요. 이번에도 무슨 일을 저질렀다간 파문이 아니라 내가 직접 목을 따버리겠다고.”
“예 알겠습니다.”
허리를 숙이며 대답하는 남자는 이내 그 외의 보고를 이어나갔고.
“보고할 건은 이상합니다. 그리고…… 이건 보고할 만한 건이 아니라 별건입니다만.”
“뭐죠?”
“아무래도 마켓에서 특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듯한 모양입니다.”
“마켓이요?”
“예. 듣기로는 마켓에서 건물을 짓고 있답니다.”
“……뭐, 마켓에서 건물을 짓고 있는 걸 본 적이 없긴 하지만 건물을 짓는 것이 특이한 일인가요?”
“건물을 짓는 것이 특이한 것은 아닙니다만…… 듣기로는 지폐로 건물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지폐로 건물을 올리고 있다고요?”
아델리아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되묻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순간.
[부리 가면이 그 이야기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보라 말합니다.]“……!!”
아델리아 벤트릭은 가주에 취임하고 5년 만에, 자신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오른 것을 확인하며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