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43
◈ 43화 너희가 다 망쳤다 (1)
학교 대항전 세 번째 경기 장소인 ‘대수림의 눈’은 미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발할라에서 이 대수림의 눈을 학교 대항전의 경기장과 1학년 학생들의 기말고사 장소로 쓰는 이유는 바로 대수림의 눈이 미궁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에 비해 안전하기 때문이다.
미궁은 기본적으로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미로에 갇히게 된다.
아무리 무력이 강하더라도 무용지물.
미궁은 무력이 필요하기보다는 그 미로를 풀어내고 탈출할 수 있는 머리가 있어야 하기에 아무리 힘이 좋다고 하더라도 미궁을 빠져나올 수는 없다.
그러나 대수림의 눈은 미궁치고는 아주 허술했다.
우선 첫 번째로, 다른 던전형 미궁들과는 다르게 대수림의 눈은 미궁 안에 복잡한 미로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닌 그저 사시사철 비가 내리는 거대한 숲지일 뿐이었다.
두 번째로, 대수림의 눈에 나오는 몬스터는 전부 그리 위험도가 높지 않은 평가 E급 정도의 몬스터들만이 등장했다.
한 마디로 세 아카데미에서 거르고 걸러 이 대항전에 참가한 학생들로서는 그리 위험하지 않다는 소리였다.
물론 그럼에도 몬스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나올 수는 있었다.
100%는 없는 법이니까.
그리고 여기에서 바로 ‘대수림의 눈’을 시험장소로 쓴 이유가 나온다.
대수림의 눈을 시험 장소로 사용하는 세 번째 이유.
그것은 바로 대수림의 눈이 여타 다른 미궁과는 다르게 외부 마력 차단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여타 대부분의 미궁은 그 안에 들어가는 순간 외부 마력이 차단당한다.
한 마디로 미궁에 들어간 순간 외부에서는 내부의 상황을 그 어떤 것으로도 전해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대수림의 눈은?
분명 미궁이기는 했으나 대수림의 눈은 굉장히 특이하게도 여타 다른 미궁과 다르게 외부차단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곧 외부차단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는 외부의 인원들이 미궁 내부를 볼 수 있다는 소리와 같고, 그 말은 곧 긴급상황이 생겼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런 환경은 ‘대수림의 눈’을 학생들의 시험장소로 만들기에 딱 맞았다.
길을 찾기 쉽다는 것과 외부차단, 그리고 몬스터들의 등급이 조금 낮은 것만 빼면 대수림의 눈은 분명 미궁의 조건을 훌륭하게 갖추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20분 전 학생들은 대항전의 마지막 종목인 ‘대수림의 눈’에서의 10시간 생존을 위해 모두 던전에 들어섰고.
20분 뒤.
“야! 모두 붙어서 빨리 치워!”
이상철은 미궁의 입구에 가득 쌓여 있는 토사물과 박살 난 던전 입구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시발!”
거친 욕설이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다.
만약 이것이 사고였다면 이상철은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가 이렇게 격한 반응을 내보이는 이유는 미궁의 입구가 무너진 것이 사고가 아닌 누군가의 소행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을 어떻게 아냐고?
“미궁 입구를 지키던 계약자 다섯 명이 모두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바로 미궁 입구를 지키던 계약자들이 이 폭발로 입구가 막히기 전 모두 죽었으니까.
그렇다면 이 일을 벌일 이들은 뻔했다.
“악인 새끼들……!”
옆에 있던 로버 잭이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하고, 이상철의 인상이 악귀처럼 일그러진다.
‘방심했다……!’
이상철은 솔직히 악인이 이런 큰 대회를 노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악인들이 이런 큰 대회를 노려서 얻을 이점이 없었으니까.
아니, 어떻게 보면 악인들에게 좋은 점이 있긴 했다.
만약 이런 큰 대회를 잘 노리기만 하면 바로 악인들은 자신들의 유명세를 한 번에 높일 수 있었다.
아무리 악인들이 아무런 이름도 없는 무명이라고 해도 이런 큰 대회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누군가를 암살하는 순간부터 그 유명세는 순식간에 올라갈 테니까.
다만 그렇게 한 번에 유명세를 높일 수 있는 만큼 그 부작용도 확실하게 존재하게 되는데, 그건 바로 적이 많아진다는 것이었다.
‘이 새끼들……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학교 대항전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3개의 아카데미에서도 제일 성적이 좋은 다섯 명을 뽑아 치른다.
그리고 그렇게 상위권의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학생들은 전부까지라고는 할 수 없으나 대부분은 현재 업계에서 잘 나가고 있는 가문의 자제들이다.
한 마디로, 악인들이 지금 학생들을 습격한 이 순간부터 녀석들은 현재 시험을 치르고 있는 자제들의 가문을 적으로 돌렸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이상철은 악인들이 어째서 이 대회를 노린 것인지 생각해 보려다 고개를 저었다.
‘당장은 처리부터다.’
어차피 일이 벌어진 이상, 악인들이 어째서 제 살을 깎는 짓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안전.
“현재 내부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상철의 물음에 그 옆에서 황망한 얼굴로 막힌 미궁을 바라보고 있던 관계자가 입을 열었다.
“방금 전 폭발 때문에 숲 내부에 설치해 둔 드론과 CCTV가 전부 효력을 잃었습니다……! 덤으로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해 둔 위치추적기도……!”
“……이 잔해를 치울 때까지는 걸리는 시간은 얼마 정도 걸리겠습니까?”
“아무리 어림잡아도 한 시간 이상입니다. 잔해뿐이라면 모르겠지만 토사로 완전히 입구를 막아 버려서…….”
관계자의 말에 이상철은 인상을 찌푸리곤.
‘한 시간…… 한 시간만 버텨라……!’
막힌 입구를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XXXX
쏴아아아-!
대수림의 눈은 미궁의 입구에 들어가는 그 순간부터 한 곳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입구에 들어간 모든 이들을 각각 떨어트려 놓는다.
그렇기에 김주혁이 미궁 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의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는 오히려 좋았다.
[무구와 기억을 찾으십시오.] [발할라 성좌의 방 지하 3층 오른쪽 다섯 번째 방] [조건 만족] [발할라 대수림의 눈 마데가이아 로나의 집] [주의※ 촌검이 있어야만 조건 만족 가능] [■■■■■■ ■■■ ■■■■■ ■■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 아무도 없어야만 마데가이아 로나의 집을 찾는 것이 훨씬 편할 테니까.
‘상공에 드론이 떠다닌다고 하던데.’
김주혁은 그 말을 떠올리며 세차게 비가 내리는 상공을 보며 잠시 고민했으나.
‘뭐, 내가 못 할 짓 하는 것도 아니고.’
김주혁은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드론들에 대한 신경을 끈 채 본격적으로 마데가이라 로나의 집을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돌아버리겠네.”
김주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세차게 비가 쏟아져 내리는 하늘과 그 아래로 만들어져 있는 대수림(大樹林)을 보며 생각했다.
‘썅, 여기서 도대체 어떻게 집을 찾아?’
혹시라도 힌트가 있을까 싶어 알림창에 시선을 줬으나 알림창에는 아무런 힌트조차 없었다.
그저 마데가이아 로나의 집을 찾으라는 단어만이 덩그러니 써 있을 뿐.
‘야 바르체, 너 아는 거 없냐?’
[내가 아는 게 있을 리가 있나.]‘진짜 존나게 무능하네.’
[…….]경험상 김주혁의 목소리에 짜증이 가득할 때는 괜히 시비를 걸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바르체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괜히 한마디 했다가 며칠 동안 김주혁의 욕설에 시달리면 불행해지는 것은 바르체 본인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돌겠네, 진짜.”
김주혁은 바르체에게서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깨닫고는 짜증스레 머리를 긁적인 뒤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김주혁이 미궁 내부를 신나게 뛰어다닌 지 30분.
“……저건 또 뭐야?”
김주혁은 숲지 안쪽에서 로건 주니어를 발견했다.
물론 그는 로건 주니어와 친하지 않다.
아니, 거기서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김주혁은 로건 주니어를 ‘싸가지 없는 새끼’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주혁이 처음 개인전을 치렀을 때 로건 주니어는 겁도 없이 그를 도발했었으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그가 로건 주니어를 그대로 지나치지 않고 멈춘 것은 바로 그에게 일어나 있는 상황 때문이었다.
‘얼씨구.’
김주혁이 바라본 로건 주니어는 현재 죽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온몸에는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있었으나, 곳곳에는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무엇보다 그는 땅바닥에 처박힌 채 검은 마력을 사정없이 내뿜고 있는 세 명의 인영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고 그 검은 마력을 본 것만으로도 김주혁은 그들이 악인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쟤들이 왜 여기에 있어?’
김주혁은 그렇게 고민하다.
“……!”
이내 스쳐 지나가는 불안한 생각에 곧바로 로건 주니어가 있는 곳을 향해 착지했다.
“응?”
그와 함께 집중되는 이목.
“김주혁……!!”
삶을 포기한 것 같은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던 로건 주니어가 김주혁을 바라보며 놀라고.
“어? 이거 봐라?”
“제 발로 찾아오네?”
조금 전까지 로건 주니어의 얼굴에 단검을 들이밀고 있던 남자와 그 옆에 있던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그리고,
우우웅-!
김주혁이 착지하자마자 이무런 말도 하지 않고 손가락을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던 여자가 무엇인가를 마침과 동시에, 김주혁과 그들을 주변으로 동그란 반원의 구체가 생겨났다.
“어이쿠”
“이제 도망도 못 치겠네?”
김주혁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들끼리 신이 난다는 듯 떠드는 두 남녀.
그들은 바로 김주혁을 암살하러 온 삼살(三殺)이었다.
“아…….”
그와 마찬가지로 희망이 사라졌다는 듯 두 눈을 질끈 감고 애처롭게 눈물 한 방울을 찔끔 흘리는 로건 주니어.
마치 자신을 관객으로 두고 지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 것 같은 모습에 김주혁은 순간 어이가 없음을 느꼈으나 이내 본론을 꺼냈다.
“야. 너희들 몰래 들어왔냐?”
김주혁의 한마디.
사실 김주혁은 로건 주니어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내려온 것이 아니었다.
물론 로건 주니어의 당장 모습을 보면 애처롭긴 하지만 김주혁은 300년 전에 저런 모습을 수도 없이 봤다.
거기다 싸가지까지 없는 놈을 딱히 구해주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김주혁은 왜 굳이 이곳에 왔는가?
“제발 빨리 대답해, 몰래 들어왔냐니까?”
그건 바로 악인들에게 그것을 묻기 위해서였다.
적어도 김주혁에게 있어 악인들이 어떻게 들어 왔는지는 굉장히 중요했다.
아니, 그냥 중요한 게 아니라 매우매우매우 중요했다.
지금 그는 아직 ‘마데가이아 로나’의 집을 찾지 못했으니까.
만약 눈앞의 악인들이 몰래 들어왔으면 그것으로 좋다.
시험은 중지되지 않을 테니까.
김주혁은 만약 그렇다면 눈앞의 악인들을 아주 몸 건강하게 보내줄 마음이 있었다.
“아, 설마 지원을 기다리는 거야? 그건 걱정하지 마.”
여자의 말에 굳어졌던 김주혁의 얼굴이 밝아진다.
그러나 그 뒤.
“우리 능력을 사용해서 아마 그걸 전부 치우려면 못해도 한 시간은 걸릴 거거든. 그러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들려오는 리사의 목소리에.
“하…….”
김주혁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고.
그다음 순간.
츳-!
“!!”
김주혁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짐과 동시에.
“너희들은 진짜 뒤졌다.”
빠아아아악!
세 명의 악인이, 하늘을 날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