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5
◈ 005화. 내기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2)
김주혁은 사실상 못 쓰는 무기가 없었다.
물론 사용할 수 있는 무기 중에서도 특출나게 뛰어난 숙련도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가 못 쓰는 무기는 없다.
왜냐고?
300년 전에는 무기를 가릴 처지가 아니었으니까.
김주혁이 살았던 300년 전은 세계가 몬스터 때문에 반쯤 멸망해서 우선 조금이라도 날이 붙어 있기만 하면 무기로 취급되는 세상이었다.
낫부터 시작해서 모종삽까지, 아무튼 상처라는 것을 낼 수 있는 것이면 뭐든 무기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살았기에 김주혁은 기본적으로 못 쓰는 무기가 없었고.
특히 검(劍)과 도(刀)는 김주혁이 제일 자주 쓰던 무기 중 하나였다.
최아아아악! 툭! 툭! 툭! 툭!
김주혁을 바라보고 있던 학생들은 저마다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주혁 혼자서는 처리하는 것이 절대로 불가능할 것 같았던 120마리의 몬스터는, 김주혁이 도를 쥐고 밖으로 나가자마자 순식간에 줄어들고 있었으니까.
김주혁의 도가 느릿하게 사선을 가르며 움직인다.
유소연에 비하면 마력도 없고 속도도 없는 도.
그러나 마치 주변의 몬스터들은 김주혁의 도에 빨려 들어가듯 가까워지더니 순식간에 그 목이 베여 허공을 날았다.
그야말로 기괴해 보이는 도법.
마치 무기 자체에 인력이라도 달라붙어 있는 듯, 김주혁이 도를 한번 휘두를 때마다 수 마리의 몬스터가 직접 다가와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방어막 안에서 그런 기묘한 무위를 감상하고 있는 학생들은, 그리고 무기를 빌려준 김이군은 알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김주혁이 들고 있는 도검은, 그저 발할라에서 지급해 주는 싸구려 지급용 철도(鐵刀)라는 것을.
“……미친.”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오세혁의 입에서 불퉁한 욕설이 터져 나오고 유소연의 눈이 단 한 번도 깜빡이지 않은 채 김주혁을 따라 다닌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가장자리에 서 있던 그녀, 최아린은.
“…….”
마치 김주혁 그 자체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자신을 열심히 보건 말건 김주혁은 자신에게로 몰려드는 몬스터들의 멱을 따며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처음에 봤을 때는 꽤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가짜라 그런지 별로네.’
푹!
[82]‘확실히 생동감이 느껴지긴 하는데, 움직임은 너무 기계적이야.’
촤아악!
[71]‘움직임도 예측하기 쉬워서 도를 휘두르기도 편하고’
모든 학생들이 느끼고 있는, 마치 무기에 인력이 있는 것처럼 몬스터들이 끌려 들어간다고 생각했던 그 기괴한 도법은 그저 김주혁이 몬스터가 이동할 곳으로 도를 휘두르는 것뿐이었다.
그래, 김주혁에게 있어서 지금 휘두르고 있는 도는 고작 그 정도일 뿐이었다.
[52]‘아무래도 몸이 이따위니까 무공도 사용하지 못하고 좀 피곤하긴 하네.’
[30]‘이번부터는 기숙사에 가면 본격적으로 무공연마를 시작해야겠어.’
‘어차피 그것도 찾아야 하니까 말이야.’
푹!
[0]그의 도가 마지막으로 남은 오크의 목을 관통함과 동시에 땅을 가리고 있던 몬스터들의 시체가 사라지는 것을 본 김주혁은 이내 시선을 돌려 김이군을 바라보았다.
“…….”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김이군.
거기에 더해 그 뒤에 있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김주혁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그는 신경도 안 쓴다는 듯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곤.
“성좌의 방에 내려가고 싶은데, 약속 지키실 거죠?”
그렇게 말하며 들고 있던 도를 칼집에 집어넣었다.
XXXX
“첫 수업이라 피곤했을 테니 오늘은 모두 기숙사로 돌아가 편히 쉬도록.”
오후 4시.
발할라의 첫 수업이 끝나고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며 김주혁은 피곤하다는 듯 기지개를 켰다.
‘아니, 뭔 수업이 이렇게 길어?’
새삼스럽지만 김주혁은 학교라는 것을 제대로 다녀본 적이 없었다.
그가 한참 살던 300년 전에 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그래도 어느 정도 부유한 자제들이나 가능했었지, 그처럼 하층민 인생을 전전하던 이들에게 학교라는 것은 없는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까.
뭐, 제자들을 직접 데려다가 가르치긴 했었지만 그거야 어디까지나 김주혁이 스승일 때였고, 가르침을 받는 입장이 되니 느낌이 많이 달랐다.
‘진짜 얻을 것만 얻고 빨리 튀어야겠다.’
아무튼, 학교를 한 번도 다녀본 적도 없는 김주혁의 입장에선 몇몇 정보를 얻은 것 빼고는 수업이 지루했다.
‘……확실히 성좌에 관한 내용은 나쁘지 않았지.’
성좌.
사실 지금까지 김주혁은 ‘성좌’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가 애초에 성좌라는 단어를 알았던 것도 환생한 뒤 시스템 창에 떠 있던 ‘성좌의 방’이라는 단어를 본 뒤에 알았던 것.
‘애초에 내가 살아 있을 때는 성좌가 없었는데 뭘.’
성좌는커녕 성좌와 비슷한 것도 없었다.
‘뭐, 그래도 이제 알았으니 됐지만.’
김주혁은 아까 들었던 성좌의 정보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1. 성좌는 대충 위대한 업(業)을 세워 신으로 변모한 이들을 부르는 말이다.
2. 대부분의 성좌는 자신의 성유물을 통해 계약자와 계약을 하고 그에게 특별한 힘을 부여한다.
3. 한국에 있는 발할라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성좌의 성유물을 많이 가지고 있는 아카데미다.
이것이 그가 오늘 수업에서 얻은 유일한 정보였다.
그 이외에는 기본적인 무기를 다루는 방법이니 몬스터를 어떻게 실용적으로 죽이니 마니 하는, 솔직히 김주혁의 입장에서는 교관 조무사라 생각하는 녀석들이 떠들었기에 다른 내용들은 머리에 없었다.
‘뭐, 우선 오늘은 기숙사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무공수련을 좀 해볼까.’
“저기,”
그렇게 생각하며 어느덧 아무도 남지 않은 교실에서 일어날 때쯤 들리는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
그곳에는 최아린이 서 있었다.
XXXX
발할라 본관 1층에 있는 교사 휴게실.
“……확실히, 고생이 많았겠군.”
“솔직히 고생이라기보다는 괜히 쪽판 거죠, 뭐.”
발할라의 전투 교관 이상철의 말에, 아까 전 첫날 종례를 했던 교사 김이군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근데 아무리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도 이해가 안 되는데, 그 녀석 진짜 고등학생 맞습니까?”
아까 전 김주혁이 보여주었던 광경을 떠올리며 불만을 토해내자,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상철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답했다.
“뭐, 솔직히 말해서 일반 고등학생이라기에는 조금…… 신기하기는 하지.”
“신기한 정도가 아니라니까요? 제가 이번에 기선제압하려고 전투 체험실에 만든 몬스터만 120마리예요. 그런데…….”
“그걸 전부 죽였다? 아직 몬스터도 한번 만나보지 못한 고등학생이?”
“그렇다니까요?”
김이군의 언뜻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입을 여는 모습에 이상철은 자신의 턱을 몇 번 정도 쓰다듬곤 이야기했다.
“확실히, 김주혁은 조금 신기하기는 해. 적어도 내가 본 인적 사항으로는 김주혁이 그렇게 피지컬이 좋을 수가 없거든.”
“특이사항이 하나도 없던가요?”
“없는 정도가 아니야. 그 녀석은 고아다.”
“……고아라고요?”
“그래, 게다가 고아원도 별 볼 일 없는 고위험군 지역의 고아원이지.”
“그럼 설마…… 위조?”
김이군의 말에 이상철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아니야.”
“……그렇습니까?”
“그래, 애초에 위조를 통해 이 발할라에 들어오려고 했다면 분명 무언가를 하기 위해 들어온 것일 텐데, 자네라면 그렇게 화려하게 들어오겠나?”
이상철의 말에 김이군은 잠시 생각해 보곤 답했다.
“……확실히 그렇네요.”
신분 위조를 통해 발할라에 뭔가를 하러 들어온 녀석이 괜스레 사람들의 눈에 띄는 짓을 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이미 인적조사를 끝냈네.”
김이군은 이상철의 말을 듣고 완전히 납득을 끝냈다.
어차피 인적조사를 끝낸 시점에서 아무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김주혁의 인적사항이 허위로 작성되지 않았다는 것과 같았으니까.
“그보다, 김주혁이 성좌의 방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했다고?”
“네 그렇습니다.”
“성좌의 방이라…… 애초에 1학기를 넘기면 자연스레 들어갈 수 있을 텐데? 뭐…… 우선 자네가 그런 약속을 했고 하니…… 이사장에게 부탁하면 지하 1층 정도까지는 들여보내 줄 것 같긴 하군.”
“거듭해서 감사드립니다.”
“뭐 별건 아니지, 어차피 다들 들어갈 수 있는 곳에 조금 더 빨리 들어가고 싶다는 것 정도는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완전 제한 구역’인 지하 5층은 모르겠지만.”
-게다가 자네는 내가 데리고 왔으니 책임을 져야지.
그렇게 뒷말을 잇는 이상철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김이군은 곧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제 앞으로 1년이 걱정이네요.”
“김주혁 때문에?”
“그것도 그렇고, 애초에 제 반은 김주혁을 제외하고도 5대 가문의 자제들이 3명이나 있더라고요. 솔직히 한 명도 컨트롤하기 벅차다고 생각하는데…….”
“뭐, 그래도 너무 그렇게 스트레스 받지는 마, 자네 옆 반에는 그 벤트릭 가문의 자제가 교환학생으로 와 있으니까.”
“……아, 그건 꽤나 고역이겠네요.”
이상철의 말에 저도 모르게 납득을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김이군.
벤트릭 가문.
영국에 있는 이 가문은 한국으로 치면 5대 가문과도 같이 수호 성좌가 있는 굉장히 오래된 가문이었다.
만약 거기뿐이었다면 이상철과 김이군 모두 그러려니 했을 것이었다.
다만 문제는 벤트릭 가문은 그들을 수호하는 ‘수호 성좌’의 특성 때문인지 그 가문의 힘이 매우 막강하다는 것.
아니, 강대한 것을 넘어서서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벤트릭 가문이 영국을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 벤트릭 가문의 자제들은 직계든 방계든 굉장히 오만불손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조금은 도를 넘는 정도의 오만불손함을.
“이번에 옆 반에 들어온 녀석이 록딜 벤트릭인가요?”
“음? 조금 전까지는 벤트릭 가문의 교환학생이 들어왔다는 것도 몰랐으면서 용케 알았군. 어떻게 안 거지?”
“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왜 그러지?”
“그 녀석, 아무래도 소문이 좀 안 좋거든요. 그건 형님도 알고 있지 않나요?”
“나야 딱히 그런 소문과 친하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아…….”
“뭐 그래도 이번에 교환학생으로 온 녀석이 영국 사립 아카데미에서 무슨 짓을 해서 이곳으로 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 그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이상철의 말에 잠시 고민한 그.
“그래도 벤트릭이 제 반에 안 온 걸 위안으로 삼아야겠네요.”
김이군은 이내 무엇을 말하려다 한숨을 내쉬며 푸념을 하는 것으로 이상철과의 대화를 끝냈다.
그리고 그다음 날.
“김주혁, 힘을 얻고 싶지 않나? 만약 네가 내 아래로 내려온다면 축복을 내려-”
“이 병신은 또 뭐라는 거야?”
김주혁은 록딜 벤트릭을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