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57
◈ 57화 내 제자나 하실? (1)
다음 날 오후.
잠시 나간 오전 단련을 시작하자마자 어디선가 나타난 옌랑이 신나게 싸우자고 닦달하는 것을 놀리며 가볍게 단련을 마친 그는 기숙사로 돌아와.
“후우.”
그동안 자신의 품 안에 고이 간직해 놓았던 저장석을 꺼내 놓았다.
김주혁이 가지고 있는 저장석은 총 네 개.
‘우선 하나를 사용해 보고, 흡수하기가 괜찮으면 나머지 두 개도 흡수해야겠다.’
물론 저번에도 생각했듯 지금 김주혁이 저장석을 열더라도 모든 마력을 흡수할 수는 없었다.
‘지금 시점에서 저장석을 깠을 때 흡수 할 수 있는 마력은 8할 정도.’
하지만 그렇다고 저장석에 담겨있는 마력을 전부 흡수할 정도로 길게 수련을 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아까웠다.
‘성장을 생각해 보면 이 시점에 마력을 흡수하는 게 맞는 선택이지.’
김주혁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 듯 곧바로 자리에 앉아 저장석에 있는 마력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우우웅-!
김주혁이 마력을 끌어내기 시작하자마자 반응하기 시작하는 저장석.
쿠그그그그극-!
주변의 대기가 요동치기 시작했으나 김주혁은 밖으로 퍼져나가는 마력을 잡지 않고 저장석에 담긴 마력을 자신의 몸 안에 다이렉트로 꽂아넣기 시작했다.
“읍!”
그와 함께 수반되는 고통.
‘씹, 존나 아프다!’
저장석을 쥔 팔이 찢어져 나가는 것 같은 고통에 김주혁은 인상을 찌푸렸으나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했다.
아니, 오히려 김주혁은 자신의 생각보다도 고통이 덜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저장석에 있는 마력은 김주혁이 300년 전 담아 놓은 마력이기는 했으나 육체는 달랐다.
저장석 안에 담긴 마력이 김주혁에게 익숙한 마력이기는 해도 그게 지금 본인의 마력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한 마디로, 저장석의 마력을 흡수하는 것은 반드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분명히 반동이 존재하는 행위였다.
“끄-!”
고통스러운 나머지 꾹 다문 입에서 새어 나오는 김주혁의 신음.
분명 예상보다 고통스럽지는 않았으나 고통스러운 것은 매한가지였기에 그는 필사적으로 고통을 참아내며 마력을 자신의 몸 안으로 빨아들였다.
그렇게 얼마나 고통을 참으며 마력을 흡수하고 있었을까.
‘아니, 도대체 언제 끝나?’
김주혁이 슬슬 치사량으로 몰아치는 고통에 정신이 슬슬 까딱거릴 때쯤.
-우우우웅!
힘차게 몰아치고 있던 격류가 서서히 줄어들며 밖으로 새어 나오는 마력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주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줄어드는 고통에 김주혁은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었으나.
“후우.”
그는 곧 저장석에서 흘러나왔던 마력을 흡수하자마자 곧바로 저장석을 놔두고 명상을 시작했다.
이유는 바로 흡수한 마력을 본격적으로 김주혁이 가지고 있는 마력과 융화시켜야 하기 때문이었다.
‘마력을 융화시키지 못하면 없느니만 못해진다.’
저장석에 있는 마력 대부분을 흡수하긴 했으나 그것은 아직까지 김주혁 본인의 마력이 아니었다.
한 마디로 자신이 제대로 다룰 수도 없고, 다루더라도 그 효율에서 차이가 크게 난다는 소리.
그렇기에 김주혁은 서둘러 신공을 움직여 마력을 곳곳으로 퍼트리-
“응?”
-지 않고, 김주혁은 무엇인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왜 이렇게 자연스럽지?’
보통 마력을 흡수하면 아직 몸에 확실히 융화되지 못한 마력들이 한곳에 뭉텅이로 뭉쳐져 있다.
그뿐인가?
초반에 흡수했던 마력들은 융화되지 못한 채로 몸 주변으로 퍼져나가 그것을 먼저 제압하지 못하면 몸 내부가 진탕되어 한 방에 골로 갈 수도 있었다.
그 정도로 자연의 마력이 아닌 남의 마력을 흡수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그런데.
‘아니, 진짜 뭐야?’
현재 김주혁이 흡수한 마력 대부분은, 그가 전혀 따로 컨트롤을 마력을 융화시키는 과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그 몸에 융화되어 있었다.
물론 그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이상했다.
‘신공의 효과인가?’
김주혁은 순간 이것이 신공의 효과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신공은 어디까지나 몸속의 마력을 빠르게 모으고 마력의 운용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는 있으나 그 이외의 다른 효과는 없었다.
물론 김주혁이 모르는 효과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고작 신공을 배운 것 하나 만으로 저장석에 담겨있는 수많은 마력이 흡수한 것만으로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문제는 없나?’
우우웅-!
혹시나 싶어 마력을 움직여보니 이미 자신의 손발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마력.
그 대신.
‘……음?’
김주혁은 마력을 돌리자마자 자신에게서 300년 전 자신의 육체에서 쌓았던 마력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뭐야, 왜 갑자기 300년 전 육체가 가지고 있던 마력이 섞여 나와?’
물론 그가 흡수했던 것은 300년 전 김주혁, 아니 정확히 말하면 김현오의 마력이 맞기는 했으나 지금 마력을 사용하면 김주혁의 마력이 나와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마치 짬뽕 된 것처럼 나오는데?’
김주혁이 마력을 움직이면 기묘하게도 300년 전 김현오의 마력이 같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게 한동안 어찌 된 영문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김주혁은.
‘……아무래도 확인을 좀 해봐야겠는데.’
결국 자신의 몸에 일어난 이변을 확인하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났는데.
“아.”
김주혁은 곧 자신의 방이 폭풍우가 몰아친 것처럼 박살이 나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저도 모르게 낮은 탄성을 내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XXXX
옌랑은 백련회에서 발할라로 넘어온 지난 2일 동안 김주혁을 끈덕지게 쫓아다녔다.
이유는 바로 김주혁과 싸우기 위해.
그러나 김주혁은 옌랑이 뭐라고 하던 딱히 신경 쓰지 않고 그녀를 무시해 버렸고, 혹시나 그녀가 도발을 하기라도 하면 거기에 몇 배는 더한 말빨로 옌랑을 골려주었을 뿐 절대 싸우진 않았다.
그런데.
“……정말이야?”
“싫어? 싫음 말고.”
옌랑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김주혁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한 시간 전만 해도 절대 안 싸워줄 거라고 했던 것 같은데……?’
김주혁은 분명 옌랑에게 절대 싸우지 않을 거라 말했다.
그런데 고작 한 시간 만에 기숙사 방에 들어갔다 나온 김주혁은.
‘내기하자.’
‘뭐?’
‘내기하자고, 10판 싸워서 전부 지면 얌전히 돌아가는 거야. OK?’
‘어, 어어…….’
갑작스레 그렇게 말하며 내기를 성사시켰다.
‘도대체 기숙사 안에서 뭘 한 거야……?’
옌랑은 김주혁의 기숙사에서 굉장히 기괴한 소리가 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옌랑은 줄곧 김주혁의 기숙사 앞에 있었으니까.
물론 옌랑은 발할라에 몰래 들어온 것이 아닌 백련회의 회주인 설련의 도움으로 임시 기숙사까지 받은 상황이었으나 옌랑은 새벽녘이 아니면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 번이라도 더 밖으로 나온 김주혁을 귀찮게 해야 했으니까.
아무튼, 그 덕분에 김주혁이 있는 기숙사에서 굉장한 마력파동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으나 곧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어찌 됐든 나는 싸우기만 할 수 있으면 그만이지……!’
씨익.
옌랑은 결국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기에 웃음을 지으며 김주혁을 바라보았고.
김주혁은 그런 옌랑을 보고는 이야기했다.
“그럼 깔끔하게 열판이다? 조건은 ‘누가 봐도 진 상황’이 되면 1패 적립이고, 알겠지?”
“좋아.”
자신 있게 대답하며 기수식을 취하는 옌랑.
그런 그녀를 보며 김주혁은 자신의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동전을 하나 꺼냈다.
“자, 이걸 튕겨서 땅으로 떨어지는 순간 싸우는 거다?”
“난 준비됐으니까 바로 시작해!”
옌랑의 말에 김주혁은 어깨를 으쓱이며 동전을 튕겼다.
팅!
깔끔한 소리와 함께 하늘로 솟아오르는 동전.
위로 활공했다 서서히 떨어지는 동전을 보며 옌랑은 마력을 끌어올렸다.
쿠그그극-!
순식간에 옌랑의 주변에서 솟아오르는 마력.
활공하던 동전이 곧 중력과 함께 떨어지기 시작하고, 옌랑은 동전이 떨어지는 그 순간을 바라보며 자신의 온몸에 마나의 격류를 돌리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양손에만 돌리는 게 정석이지만……!’
그녀는 김주혁의 공격 속도를 알았다.
당장 그녀는 인지하지도 못하게 빠른 공격 속도.
그렇기에 그녀는 김주혁의 공격을 눈으로 보고 피하는 것이 아닌, 차고 넘치는 마력을 온몸에 둘러 그의 공격을 막고자 했다.
기기기기긱-!
보통 계약자들도 제대로 흉내를 낼 수 없을 정도로 세밀한 마나 컨트롤이 만들어낸 마력의 갑옷.
그것을 입은 옌랑은 이제 얼마 있지 않아 땅으로 떨어질 동전을 보며 발에 힘을 집중했고.
땡그랑!
동전이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그녀는 순식간에 튀어 나갈-
스멀- 츳!
-수 없었다.
“어……?”
옌랑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엇인가가 스쳐 지나감과 동시에, 옌랑이 끌어올렸던 마력 갑옷이 산산이 부서졌기 때문이었다.
그에 덤으로.
“……!”
자신의 찢어진 옷소매를 확인한 옌랑은 멍한 표정으로 다시 앞을 바라보았고.
그곳에서.
“이제 아홉 번 남았다.”
옌랑은 숨이 막힐 정도로 진한 마력을 피워 올린 채, 동전을 줍고 있는 김주혁을 보며.
“하…….”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내뱉고 말았다.
XXXX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벤트릭 가문의 본가 2층의 집무실.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여는 남자의 말에 아델리아 벤트릭은 말했다.
“확실한가요?”
“예. 확실합니다. 이제 김주혁과 접촉하기만 하면 모든 게 끝납니다. 이미 장소도, 인원도 전부 수배가 끝났습니다.”
남자의 말에 아델리아 벤트릭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 입을 다물었다.
그와 함께 이어지는 침묵.
그러나 조금 뒤.
“좋아요. 그럼 시작하도록 하죠.”
“……시기는 언제쯤으로 잡는 것이 좋겠습니까?”
남자의 물음에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야기했다.
“일주일 뒤로 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김주혁을 계속해서 감시하세요. ‘접촉’을 위한 인원도 20…… 아니 30명까지 준비시키도록 하고요.”
“……30명이나 준비시킵니까?”
남자의 되물음에 아델리아 벤트릭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확실해야 하니까요.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어야 해요. 그건 알고 계시겠죠?”
“예,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말씀대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장소 내부의 인원은 얼마나 되죠?”
“처리부 전체를 불렀습니다.”
“입이 무거운 이들로 더 부르세요.”
“……알겠습니다.”
생각보다도 과한 느낌이 들었으나. 그로서는 상관의 명을 거스를 수는 없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얕봐서는 안 돼.’
그런 남자의 생각과는 다르게 아델리아 벤트릭은 진지한 표정으로 김주혁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는 학생이다.
그러나 그가 해낸 일은 일개 학생이 해낸 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일들이었고, 그렇기에 아델리아 벤트릭은 김주혁에게 무엇인가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저 단순한 직감.
하지만 고작 직감이라고 해도, 그녀는 이번 일을 확실하게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김주혁은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했고, 그것으로 모자라 벤트릭이라는 이름에 여러 번 엿을 먹였으니까.
그렇기에.
“저도 참가하도록 하죠.”
“가주님께서요……?”
“네.”
그녀는 방심하지 않고, 김주혁을 숨통을 자신의 손으로 끊어 놓기 위해.
“이번에는, 무조건 확실히 처리할 생각이니까요.”
은은히 타오르는 분노를 숨기지 않고,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