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7
◈ 007화. 너는 또 뭐냐? (2)
발할라 아카데미의 기숙사는 단계별로 나뉘어 있다.
아카데미에 입학한 기본 학생들이 쓰는 일반 기숙사가 있고.
그다음으로는 발할라에 어느 정도 돈을 기부한 이들의 자제가 사용하는 상급 기숙사가 있다.
학생들에게 모두가 평등해야 하는 아카데미에서 이런 차이를 두는 것이 말이 되냐! 라는 말이 터져 나올 수도 있었으나 발할라는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발할라가 유지되는 데 있어서 ‘기부’는 꽤 많은 부분을 차지했으니까.
물론 기부가 없어도 아카데미의 운영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기부금을 받으면 운영의 질이 달라지기에 발할라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기부자들에게 이런저런 혜택을 봐주었다.
성적에 대해서는 얄짤 없었지만.
아무튼, 그런 면에서 발할라에 엄청난 숫자의 액수를 기부하고 교환학생이라는 특별 사례로 발할라에 들어온 록딜 벤트릭은 상급 기숙사 중에서도 굉장히 넓은 방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 넓은 방에는 일개 기숙사로 보기에는 힘들 정도로 굉장한 사치 물품이 많았다.
당장 일반 학생에게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소파나 장식장 같은 여러 가지 고급 가구들이.
물론 그 사치 가구들은 발할라에서 배치해 놓은 것이 아닌 록딜 벤트릭이 들고 온 것이었고.
“이런 젠장!!”
와장창!!
록딜 벤트릭은 조금 전 자신의 손으로 몇백만 원짜리 의자를 그대로 내려찍어 하늘로 날려 보낸 뒤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감히, 나를 그따위로 취급해?”
록딜은 자신의 속이 뒤집히는 듯한 감정을 느끼며 아까 전을 회상했다.
가문의 직계에도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욕들을 쉼 없이 써가며 자신에게 모욕감을 주었던 김주혁의 모습을.
“비천한 고아새끼 주제에……!”
쿵! 콰지지직!
록딜이 던진 의자 조각이 그대로 날아가 몇백만 원 상당의 책상을 화려하게 박살 냈으나 그는 신경 쓰지 않고 머릿속으로 아까 전의 그 장면만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이이이익……!”
되풀이하면 되풀이할수록 차오르는 화.
만약 그의 인생에서 이런 모욕을 조금이라도 당해봤다면 사정이 나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록딜 벤트릭은 태어날 때부터 가문을 등에 업었고 그 누구도 그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한 마디로 지금 록딜 벤트릭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서 생각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느 정도냐고 한다면 지금 자신의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지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유리아.”
“…….”
록딜의 물음에 부서진 책상 옆에 서서 침묵하는 유리아.
그러나 록딜은 곧 그런 그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그녀에게로 다가가-
“읏!”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고는 부릅뜬 눈으로 말했다.
“대답을 해, 어? 네가 아직도 팰리스 가문의 장녀인 줄 아나 보지? 응? 지금 당장 네년을 가문에서 내쳐줄까? 어?”
“……아닙니다.”
순간적으로 표독스러운 눈동자가 록딜을 향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내리깔고 대답하는 유리아.
록딜은 그런 그녀를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쳐다봤지만 곧 신경질적으로 그녀의 머리채를 던지듯 놔주곤 이야기했다.
“디세라에게 연락해. 만져줄 놈이 생겼다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2학년에 선라이즈 가문의 자제놈이 있다지? 그쪽에도 마찬가지로 연락해 놔. 벤트릭에서 한번 보자고 했다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대답만 하지 말고 꺼져, 빨리 움직이라고!”
“…….”
록딜의 말에 유리아는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가구가 박살 난 방을 나섰고 록딜 벤트릭은 그런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찼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수치심을 느끼게 해준 것을, 반드시 후회하게 해주지.’
그는 미소를 지으며 특유의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XXXX
발할라의 부지는 지름으로만 따져도 3km는 기본으로 넘어갈 정도로 매우 큰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당장 부지의 가운데에는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학교가 중점적으로 들어서 있고, 그 주변으로는 경기장이나 학생들의 수업을 돕기 위한 특수한 건물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허나 상당히 많은 건물이 배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할라의 부지에는 무엇인가가 지어져 있는 공간보다는 공터가 상당히 많았다.
아니, 정확히는 공터가 많다고 표현하기보다는 발할라 부지 내에 산이 하나 들어서 있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았다.
개발을 해서 건물을 짓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어차피 지금 있는 땅으로도 부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내버려 두고 있는 산이.
“찾을 수 있으려나.”
그리고 김주혁은 발할라의 이사장도 아직까지는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그곳에 볼 일이 있었다.
[100.000.000원이 출금되었습니다.] [남은 잔액: 301,300원]볼 일이 있었는데-
[100.000.000원이 입급되었습니다.] [남은 잔액: 100,301,300원]“…….”
[100.000.000원이 출금되었습니다.] [남은 잔액: 301,300원]“후…….”
[띠링] [100.000.000원이 입급되었습니다.] [남은 잔액: 100,301,300원]“……진짜 싸패인가?”
김주혁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새롭게 생긴 도합 40개가 넘는 메시지를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 김주혁은 남을 속여먹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최아린에게 천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꺼낸 것도 어디까지나 그녀를 떼어놓기 위해서 말한 것이었지 사기를 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돌려줬다.
친절하게 다시는 보내지 말라고 애정 어린 쌍욕까지 박아가면서.
그러나 돌아온 것은 1억이 입금되었다는 메시지뿐.
사실 몇 번 정도 한 시점에서 그냥 받고 모른 척할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최아린: 알려주세요.] [최아린: (귀여운 토끼가 ‘안돼……?’ 라며 바라보는 콘)]김주혁은 혹여라도 이 돈을 받고 가만히 있게 된다면 이후에 더 귀찮아질 것 같다는 생각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었다.
[김주혁: 제발 꺼져!] [100.000.000원이 출금되었습니다.] [남은 잔액: 301,300원]“후…….”
솔직히, 김주혁이 돈의 여유가 없었다면 지금 이 상황이 나름 나쁜 것은 아니었겠으나 그는 딱히 돈이 모자를 ‘예정’이 아니었다.
거기에 무엇보다.
‘귀찮아.’
귀찮았다.
어느 정도로 귀찮냐고?
그냥 많이 귀찮았다.
물론 그건 한번 제대로 시작하면 설렁설렁하는 법이 없는 그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자를 들여 가르친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위이잉-]돈을 보내자마자 무섭도록 울리는 스마트폰.
그러나 김주혁은 스마트폰에서 신경을 끄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로 하곤 눈을 감았다.
이 달밤에 그가 굳이 잘 보이지도 않는 발할라 부지의 산을 올라온 이유는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니까.
“후…….”
그렇기에 계속해서 울리는 폰을 아예 꺼버린 김주혁은 침착하게 한숨을 내쉬며 체내에 있는 마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원래 몸에 비하면 극소량보다도 안되는 눈물만큼의 마력.
다른 이들이라면 이 마력을 가지고 그 무엇도 할 수 없을 거라 말하겠지만 김주혁은 달랐다.
‘아주 소량만 있어도 가능하긴 하지.’
다만 마력의 컨트롤이 매우 힘들 뿐이라는 뒷생각을 삼킨 김주혁은 이내 자신의 마력을 최대한 넓게 퍼트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의 김주혁의 주변으로 일어나는 옅은 푸른색의 파동.
그것은 곧 산 주위로 퍼져나갔고, 곧 땅속으로 가라앉았다.
그 속에서 김주혁은 눈을 감은 채 무엇인가를 느끼기 위해 노력했고.
-찌릿.
“!”
곧 김주혁은 자신이 퍼트린 마력에 걸리는 무엇인가를 느끼곤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그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5분 정도 산을 탔을까?
“여기네.”
김주혁은 퍽 만족스럽다는 듯 우거진 나무숲 사이에 있는 땅을 보며 웃음을 짓고는.
“그럼, 시작해 볼까?”
들고 온 삽으로 열심히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김주혁이 땅을 파는 이유.
그것은 바로 김주혁…… 아니 300년 전 김현오가 숨겨 놓은 비고 때문이었다.
그래. 비고다.
새삼스럽지만 김주혁이 살았던 300년 전은 그야말로 세계 멸망이 바로 눈앞에 아른거릴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그는 제자들을 데리고 멸망의 탑을 올라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자연스레 그가 모은 제물들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데 알다시피 세상은 멸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기에 당연히 그가 지금까지 모아온 재물을 관리할 사람은 없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비고를 만들어 자신이 지금까지 모아온 재물을 보관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한 곳에다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다가 분산 투자를 하는 것처럼 나눠서 비고를 지어놨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아주 우연히 비고를 발견하고 도굴을 해갈 수도 있었으니까.
‘솔직히 남아 있는 곳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김주혁으로 처음 환생하고 난 뒤 그가 상황 파악 다음으로 했던 것은 바로 자신이 만들어둔 비고들이 남아 있는지 조사하는 것이었다.
300년이 지난 시점에서 도대체 어떻게? 라고 누군가는 물을 수도 있겠으나 비고를 조사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김주혁은 자신의 비고가 있는 위치들을 철저하게 지도와 위도 경도로 외웠고, 그 결과 수월하게 비고들이 있는 곳을 조사할 수 있었다.
다만 유감스러운 건 그가 파악했을 때 남아 있는 비고가 얼마 없다는 것.
‘그나마 남아 있을 수도 있는 게 3개. 그리고 불확실한 게 1개라…….’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확실히 남아 있을 만한 것이 바로 이곳, 발할라에 위치한 산에 묻어뒀던 비고였다.
다른 곳은 전부 3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발전이 되어 김주혁이 알고 있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곳이 되었으나 이 산만큼은 주변이 어느 정도 발전이 되기는 했어도 그대로였다.
게다가 그것뿐만이 아니라 김주혁이 그나마 얼마 다룰 수 없는 마력으로 주변을 감지해 봤을 때, 그가 혹시나 하고 자신이 사용하는 감지법에만 반응하는 마력 구슬이 반응했기에 그는 이 땅 아래에 자신의 비고가 온전히 묻혀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김주혁은 기대에 가득 차 땅을 팠고.
그렇게 한 시간 뒤.
“허억, 허억……. 이런 개쌰앙…… 존나 약한 육체……. 시발…….”
김주혁은 자신의 몸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약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하……시발, 조금만 얕은 곳에 만들어 둘걸…….”
자신이 비고를 너무나도 깊은 곳에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현타가 온 표정으로 삽을 옆으로 내팽개치고는 돌아가 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 밤.
“시발…….”
그다음 날.
“시이이발……!”
또 그다음 날.
“시이바아아아알!!”
그다음 날이 돼서야.
깡!
“으아아아아 씌잇팔!!!”
김주혁은 땅속으로 거진 10M를 가까이 파고 내려가서야 자신이 묻어놓은 비고의 문을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