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74
◈ 74화 그러니까 처신을 잘했어야지 (1)
설연화는 눈앞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녀의 눈앞에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알림창이 하나 떠올라와 있기 때문이었다.
[눈 속의 깊은 왕이 김주혁을 진심으로 인정한다고 선언합니다.]그녀의 눈앞에 떠올라 있는 알림창.
“무, 슨……?”
설연화는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으며 자신의 앞에서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짓고 있는 김주혁을 멍하니 바라보곤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으나.
[눈 속의 깊은 왕이 이어서, 그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라 선언합니다.]“잠깐 그건……!”
[눈 속의 깊은 왕이 설마 내 말에 대꾸하는 거냐며 인상을 찌푸립니다.]그녀의 눈앞에 연이어 떠오르는 알림창.
그에 설연화는 도저히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예, 알겠습니다.”
설연화는 곧 성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설가(雪家)에게 있어서 수호 성좌의 말은 신이 하는 말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걔가 뭐래냐?”
설연화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녀는 김주혁을 바라봤다.
아까와도 같은 미소를 입가에 띄운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를.
으득.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이빨을 부득 갈았으나 김주혁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고.
“……패배를 인정하겠어요.”
곧 그녀는 김주혁에게 고개를 숙였다.
물론, 정말 당연하게도 그녀는 김주혁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설가의 가주니까.
고작 학생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이, 얼마나 치욕적인 일인지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그런 학생한테 고작 내기로 패배했다는 것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지를 알기 때문에.
그러나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녀는 내기에서 졌고.
설가의 수호 성좌인 ‘눈 속의 깊은 왕’은 김주혁을 인정한 것을 넘어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들어주라 했으니까.
아무리 자신이 치욕스럽고 부끄럽다고 해도, 성좌의 명령은 따라야만 했다.
설가의 기둥은 자신이 아닌 가문에 힘을 나누어주는 수호 성좌였으니까.
그리고 그런 설연화를 보며 김주혁은 말했다.
“괜히 이런저런 말 안 하고 깔끔해서 좋네.”
물론 그녀가 자신의 앞에서 이빨을 간 것을 보면 추가로 비아냥거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김주혁은 굳이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김주혁은 심상 세계에서 나오기 전에 설난신과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끝내두고 나온 상태였고,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지금 그의 기분은 꽤 좋았으니까.
‘꽤 좋네.’
어째서 기분이 좋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바로 김주혁이 심상 세계에서 300년 전 자신의 힘을 잠시나마 다시 찾아봤기 때문이었다.
‘조금 아쉽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옛날의 힘을 가지고 있고 싶다고 심상세계에서 나오지 않을 것은 아니었기에 김주혁은 그 상념을 털어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육체는 명백히 내 이전의 몸보다도 좋다.’
좋다뿐인가? 성장환경도 300년 전보다 훨씬 나았다.
물론 수련을 조금 늦은 나이에 시작하기는 했으나 그것은 성장환경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이었고, 곧 그렇다는 것은.
‘내 전성기 때보다도, 나는 분명히 강해질 수 있다.’
김주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고.
“자, 그럼 약속했던 것을 본격적으로 받고 싶은데, 불만 없지?”
“……패배했으니 마음대로 하시죠.”
설연화는 수긍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XXXX
건물을 빠져나옴과 동시에 옌랑과 다시 재회한 김주혁은 그녀에게 내기에서 이겼다는 말을 전해주었고.
“……정말이야?”
“정말이지.”
“정말, 정말로?”
“정말로.”
“……진짜? 성좌랑 한판 붙어서 이겼다고?”
“아이, 몇 번을 물어보는 거야?”
김주혁이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하자 옌랑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김주혁을 바라보곤 입을 열었다.
“아니, 그렇다고 해도 성좌를 이겼다는 건…….”
물론 옌랑은 김주혁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냥 강한 것도 아니고, 그녀가 눈치채지 못할 어느 곳 위에 올라가 있다는 것도, 그녀는 아주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김주혁의 믿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었던 옌랑이라도 그의 말에는 저도 모르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주혁은 성좌를 이겼으니까.
그래.
성좌다.
성좌!
그것도 흔한 성유물에 봉인되어 있는 B급이나 D급의 성좌도 아닌, 설가(雪家)의 수호 성좌인 S급 성좌를!
‘지금까지 성좌를 이긴 인간이 있기는 했나?’
적어도 옌랑이 알기로 지금까지 성좌를 이기는 인간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런 대전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조차 없을 거라고, 옌랑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성좌와 인간은 기본적으로 싸움이라는 것이 성립되지 않으니까.
성좌는 신과 마찬가지인 존재이다.
인간들에게 힘을 내려주는 신.
그런데 그런 힘을 내려주는 신에게 맞대항하려고 생각하는 인간이 있을까?
아니, 적어도 그녀가 생각하기에 그런 인간은 없었을 것이다.
도대체 누가 신과 대적하려고 하겠는가?
그런데.
‘……이겼다고? 성좌를?’
스윽.
그녀는 시선을 돌려 김주혁의 앞에 걸어가고 있는 설연화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문을 빠져나왔을 때부터 무엇인가가 불안하다는 듯 눈을 이리저리로 굴리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김주혁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
옌랑은 슬슬 김주혁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옌랑의 상식으론 인간이 성좌를 이기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니까.
‘……설마, 성좌라거나?’
그녀의 머릿속에 불현듯 떠오른 생각.
그러나 옌랑은 결국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너무나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옌랑은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렸고, 이내 앞에 김주혁을 보며 저도 모르게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그의 뒤를 따랐다.
XXXX
“……백련회가 가지고 있는 성좌의 방에는 지금 못 들어간다고?”
김주혁의 말에 설연화는 은근슬쩍 그의 눈치를 보면서도 입을 열었다.
“유감스럽지만, 그래요.”
김주혁은 이번 내기를 하며 두 가지 조건을 걸었다.
한 가지는 바로 설가에서 더 이상 옌랑의 행보에 관심을 갖지 않고 그 어떤 명령도 내리지 않는 것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바로 김주혁이 백련회에 있는 성좌의 방에 들어가 그가 원하는 성유물 하나를 마음대로 가져갈 권리를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내건 조건 중에서 첫 번째 조건은 너무나도 빠르게 해결됐다.
아니, 해결이랄 것도 없었다.
애초에 그 부분에 있어서 김주혁은 직접 성좌와 이야기를 끝낸 상태였으니까.
그렇게 해서 남은 것은 바로 성좌의 방이었는데.
“……사실, 정확히 말하면 들어갈 수는 있어요. 다만 들어간다고 해서.”
“성유물을 가지고 나올 수는 없다?”
“맞아요.”
설가(雪家)는 중국 초대의 가문으로서 굉장히 거대했다.
또한 동시에 그들은 세계 3대 아카데미 중 한 곳으로 불리는 백련회를 직접 관리하고 있기도 했다.
허나 비록 그들이 백련회를 관리하고 있다고 해도 성좌의 방에 있는 성유물을 개인에게 양도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성좌의 성유물이라는 것은 엄연히 보면 국가의 전투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엄청난 것이 되어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런 내용을 설연화는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그러니까 결론은, 내가 이길 생각을 하지 않다 보니 전혀 준비하지 않아서 이 꼴이 났다……뭐 이런 거네?”
“……맞아요.”
김주혁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고, 이내 잠시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럼 언제쯤 되는데?”
“지금부터 준비하면 2주 정도 내에…….”
“그럼 그렇게 해.”
“……?”
“왜 그런 표정으로 봐? 싫어?”
그의 물음에 그녀는 급하게 고개를 저었고.
김주혁은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뭐 당장 급한 것도 아니니까.’
김주혁이 백련회에 있는 성좌의 방에 들어가려 했던 이유는 성좌의 방 안에 혹시나 자신의 제자가 있을까 싶은 생각을 했기 때문, 그 이상의 이유는 없었기에.
‘2주 정도야 뭐…….’
2주 정도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었다.
“그럼 이야기는 이걸로 끝인가?”
김주혁의 물음.
그에 설연화는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 고개를 끄덕였으나.
이내 입을 열었다.
“저기.”
“……?”
“이 이야기는, 비밀로 해주실 수 있을까요?”
“……뭔 이야기를?”
“그, 당신이…… 저희 성좌님에게 싸워 인정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얼씨구.”
김주혁은 피식 하는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설연화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게 걱정될 만도 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설가의 성좌가 고작 계약자도 아닌 학생을 인정했다는 소리는 김주혁의 명예를 드높이는 일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설가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일이니까.
그래, 이해할 만은 했다.
만약 김주혁이 설난신에게 설연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허나 김주혁은 설난신에게 이야기를 듣고
어째서 옌랑이 자신의 부모에게 무시당했는지에 대한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설난신에게 들었던 그 이야기에는 비밀이랄 게 없었다.
숭고한 희생?
숨겨진 이야기?
말 못 할 상황?
그딴 건 없었다.
그저 김주혁이 그에게 들었던 이야기는 너무나도 간단한 이야기였다.
시간으로 치면 고작 1분 내로 설명할 수 있는, 조잡하고도 추잡한 그러면서도 역겨운 이야기.
이야기의 실상은 한 문장으로도 요약할 수 있었다.
‘……자기 자리를 빼앗기는 게 무서워 딸을 내쳤다……라.’
그 한 문장.
그 이상으로 이 기분 나쁜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을 필요도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간단했다.
간단하면서 역겨웠다.
그녀는 설가의 가주라는 자리에 조금이라도 더 오랫동안 앉고 싶어서, 자신의 명령에 따라 수련을 반복하던 딸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혔고.
심지어 설난신에게 들어보니 그녀는 자신의 수호 성좌를 은연중 속이기까지 하고 있었다.
옌랑이 계약을 기피하고 있다는 말로 말이다.
물론 결국엔 수호 성좌인 설난신의 ‘직접 이야기를 해볼 테니 옌랑을 데리고 와라.’라는 명령에 어쩔 수 없이 옌랑을 설가로 데리고 왔으나, 결국 현 상황을 보면 그녀는 결국 이득을 봤다.
비록 수치심과 자존심에 스크레치가 나긴 했으나 옌랑은 이미 설가 자체에 정나미가 떨어져 성좌와 계약을 원하지 않는 상황이 되었고.
그녀는 결국 그렇게 추하게 지키려고 하던 가주의 자리를 내려놓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었으니까.
아마 속으로는 싱글벙글한 웃음을 짓고 있을지도 몰랐다.
“뭐, 알았어, 그건 그렇게 해줄게.”
“……고맙군요.”
“근데 말이야, 나도 깜박하고 하지 않은 말이 있는데.”
“……하지 않은 말이요?”
그러나.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김주혁은 절대 그런 그녀를 가만히 놔둘 생각은 없었고.
“그렇게 열심히 이미지 수습하려고 고개 안 숙여도 될걸?”
“그게 무슨……?”
“곧 그럴 필요가 없어질 거거든. 어차피-”
그다음 순간.
[깊은 눈속의 왕이 당신의 권능을 모두 회수합니다!] [깊은 눈속의 왕과의 계약이 끊어집니다!]“-너는 더 이상 설가(雪家)의 가주가 아닐 테니까 말이야.”
그녀는 눈앞에 떠 오른 알림창을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다음 날.
[설가(雪家)의 가주, 파문당하다?] [설연화의 파문!] [설가(雪家) “기자회견 열 예정.”] [설가(雪家)의 가주가 파문당한 이유는 수호 성좌 때문?] [무엇이 눈 속의 깊은 왕을 노하게 했나?]세상에는 뉴스가 퍼졌고.
마켓에서는.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면의 지배자가 사람을 보내라고 합니다.]이면의 지배자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