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77
◈ 77화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2)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악인 집단 중 하나인 일신자(一信者)의 은신처에서
일신자의 리더인 ‘한니발’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인상을 찌푸리곤 입을 열었다.
“시발.”
나지막한 욕설.
그러나 그 나지막한 욕설에 답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죽었으니까.
“…….”
한니발은 찌푸린 인상을 유지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이는 것은 검붉은 피와 시체.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심지어 저 멀리를 봐도 보이는 것은 오롯이 전부 시체뿐.
하지만 그중에서도 한니발이 제일 분노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자신이 보고 있는 시체들이 모조리 일신자에 소속된 이들의 시체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한니발은 자신의 성유물인 건틀렛을 끼고 이 일을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두 남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한쪽은 낫을 든 채 해골 마스크를 쓰고 있는 여자였고.
다른 한쪽은 도를 들고 있지만 굉장히 특이하게 검은 두건으로 눈을 가린 남자였다.
그리고 한니발은 그 둘의 정체를 보자마자 간파했다.
“……일교(一敎)?”
한니발의 중얼거림.
그에 해골 마스크를 쓰고 있는 여자는 입을 열었다.
“맞아.”
귀찮음이 가득해 보이는 목소리.
“도대체 일교가 왜……나를……!”
그에 한니발은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으나.
“성좌님이 원하시거든.”
“뭐?”
“성좌님이 원하신다니까?”
“그게 뭔……!”
“그 이외에 다른 이유는 없어. 성좌님은 너를 데려오라 말했고 그렇기에 우리가 여기 있는 거지.”
“……성좌가 시켰다고? 일교의 성좌가?”
그에 한니발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으나.
“귀찮게 몇 번을 물어보는 거야?”
“…….”
그녀의 짜증 어린 목소리에 한니발은 인상을 찌푸리며 곧바로 자신의 성유물인 건틀렛을 집어 들었다.
그에 해골 마스크를 쓴 여자는 쯧 하고 짧게 혀를 차더니 이야기했다.
“싸울 거야? 우리랑?”
“그럼 내가 순순히 죽어줄 거라고 생각했나?”
“네가 지금 당장 싸울 의사를 포기하면 죽이지는 않을게, 성좌님이 너를 데리고 오라 하셨거든.”
“지랄.”
그와 함께 곧바로 마력을 흩뿌리기 시작하는 한니발.
그러나.
다음 순간.
콰득-!
“어……끄학……?”
한니발이 미처 마력을 사용해 계약한 성좌를 불러내기도 전에, 그는 자신의 배를 뚫어버린 남자의 도를 확인할 수 있었고.
“쯧, 그러니 얌전히 가자니까.”
귀차니즘이 가득한 여자의 말을 끝으로, 한니발은 검붉은 피를 쏟아낸 채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세상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일신자 리더의 죽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허무한 죽음.
그러나 정작 한니발을 죽인 그 둘은 별다른 감흥이 없다는 듯 이야기를 하다,
“이거, 데리고 가야겠지?”
“성좌님의 뜻이니까.”
“……그렇겠지?”
“성좌님의 뜻이니까.”
“넌 성좌님의 뜻이니까밖에 못 하냐?”
“너도 마찬가지잖나.”
“……그건 그렇긴 하지.”
해골 마스크를 쓰고 있는 여자의 수긍을 끝으로.
“결국, 모든 것은 성좌님을 위해서니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악인 집단 중 하나인 일신자(一信者)의 모든 인원을 단 30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모조리 처리해 버린 그들은 한니발의 시체를 가지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XXXX
다음 날.
[옌랑: ㅇㄷ?] [옌랑: ㅇㄷ???] [김주혁: 오늘 일 있어서 어디 감, 혼자서 해. 내가 어제 말해준 내용 그대로 빼먹지 말고 전부 해라.]김주혁은 그렇게 답변을 해주고 난 뒤 발할라를 나와 의정부로 나온 상태였다.
이유는 당연히 마켓에 들어가기 위해.
‘이곳인가.’
김주혁은 허름한 빈민가들이 많이 지어져 있는 길을 찾곤 이내 그 안쪽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그런데 말이다.]“왜?”
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도중 들려오는 바르체의 말에 김주혁은 답했다.
[네가 만들었다는 문자 말이다.]“그게 왜?”
[……300년 전에는 문자라는 게 없었나?]바르체의 물음에 김주혁은 무슨 소리를 하는 듯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왜 문자가 없어?”
[문자가 있었나?]“그럼 없었겠냐?”
물론 지금이랑 비교해봤을 때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은 많았어도 글…… 그러니까 문자를 읽을 줄 모르는 이들은 꽤나 많기는 했다.
적어도 그가 알기로 글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무엇인가를 배우는 이들은 대부분 도시에 자리를 잡은 이들이었으니까.
물론 그 이외에도 기본적으로 글을 배울 수는 있었지만 300년 전에는 글을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뭐, 아무튼 글을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보다 많았다고 해도 결국 글이 있긴 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문자를 만든 거지?]“뭐, 내가 만든 문자?”
[그래, 그거 말이다. 어제 한번 보고 말기는 했다만, 그건 좀…….]“좀 뭐?”
김주혁이 묻자 슬쩍 뜸을 들이는 바르체.
[이미 기존의 문자가 있는데 새로 만드는 건 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말이다.]“뭐, 확실히 그렇긴 하지.”
김주혁은 그런 바르체의 말을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대화를 이어나갔다.
“근데 사실 그건 딱히 정말 문자로 쓰려고 만든 건 아니라서 말이야.”
“문자로 쓰려고 만든 게 아니라고?”
바르체의 물음.
“그래 그건…….”
그에 김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 문자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듯 조금은 긴 고민을 이어가다,
“……뭐, 수련의 일환이라고 해둘까.”
[수련의 일환?]바르체가 그렇게 되물으며 조금 더 물어보려는 기색을 보이자 김주혁은 귀찮다는 듯 이야기했다.
“근데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
[뭐, 네가 만든 문자라고 하니 조금 궁금해서 말이다.]“별게 다 궁금하네.”
바르체는 왠지 김주혁이 미묘하게 문자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느낌을 풍겼기에 더 물어보지 않았고.
“여기인가.”
김주혁은 오래된 폐가에 도착해, 닫혀 있는 폐가의 철문을 열었다.
“음.”
그리고 그와 함께 보이는 것은 그가 언젠가 한번 보았었던 보랏빛의 하늘.
그 아래로는 여전히 스팀펑크의 세계관 같은 건물들이 사방에 늘어서 있었고.
간만에 보는 마켓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김주혁은.
“응?”
이내 그가 예전에 마켓에 오기 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 건물을 하나 볼 수 있었다.
원래 마켓의 분위기인 펑크 세계관에는 조금 언밸런스해 보이는 빌딩.
그 빌딩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바르체가 입을 열었다.
[……화폐로 빌딩을 만들었군.]“뭐라고?”
[너는 안 보이는 것 같다만 저 건물은 화폐로 만든 것 같다.]“돈으로 만들었다고?”
[그래. 인간들에게 있어서 화폐는 무엇인가를 거래할 때 사용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아닌가?]가벼운 혼란이 온 듯 마켓 정중앙에 있는 빌딩을 보며 입을 여는 바르체의 목소리에 김주혁은.
“허.”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으며 빌딩을 바라보았고.
그렇게 얼마나 김주혁이 멍하니 빌딩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반갑습니다, 김주혁 씨.”
“……응?”
얼마 있지 않아, 김주혁은 고양이 가면을 쓰고 있는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너는?”
김주혁의 물음.
그에 블랙 캣은 자연스레 목례를 하곤 입을 열었다.
“저는 이 마켓의 오너, 블랙 캣(black cat)이라고 합니다.”
“이 편지를 보낸 건 너야?”
“예, 그 편지를 보낸 건 접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자리를 조금 이동해도 되겠습니까?”
“자리 이동?”
“이곳은 사람이 많은 곳이라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시끄러운 곳이니까요.”
확실히 블랙 캣의 말대로 이 광장에는 실시간으로 사람들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기에 김주혁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럼 곧바로 자리를 옮기도록 하죠.”
그에 블랙 캣은 다시 한번 살짝 목례를 하곤 손가락을 쳤다.
딱!
분명 사람이 많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크게 울리는 소리.
그리고 다음 순간.
“……?”
김주혁은 다른 곳으로 이동해 있었다.
정확히는 모던한 느낌이 드는 깔끔한 공간으로.
“이곳은 7지역구 중앙에 있는 빌딩 안입니다.”
김주혁이 주변을 돌아보자 기다렸다는 듯 설명한 블랙 캣은 이내 앞에 있는 소파에 앉으라는 듯 가볍게 손짓했고.
김주혁이 자리에 앉자 블랙 캣은 그의 맞은편에 앉고서는 이야기했다.
“우선, 정말 실례되는 말씀을 먼저 해도 되겠습니까?”
“……실례되는 말?”
“예.”
“우선 그 편지의 내용에 대한 답변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블랙 캣의 말에 김주혁은 자신이 손에 쥐고 있던 편지를 슥 보여주며 이야기했다.
“이 편지에 대한 답변?”
“예. 사실 김주혁 씨가 찾아오기 전에 이미 두 분 정도가 다녀가셨는데…… 제대로 된 답변을 모르시고 찾아오셔서 괜히 성좌님의 심기를 거슬렀거든요.”
블랙 캣의 말에 김주혁은 고개를 몇 번 끄덕거리더니 물었다.
“이 편지는 네 성좌가 보낸 거야?”
“편지를 읽어보셨으면 아실 텐데요?”
김주혁의 물음에 슬쩍 의심하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여는 블랙 캣.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김주혁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 피식 웃은 뒤 입을 열었다.
“그럼 펜 좀 줘.”
“……펜이요?”
“어. 펜.”
김주혁의 요구, 그에 블랙 캣은 슬쩍 의아해하면서도.
딱!
손가락을 쳐 김주혁의 앞에 검은색의 펜을 하나 만들어 주었고.
그에 김주혁은 여전히 웃음을 지은 표정으로 블랙 캣이 보냈던 편지에 무엇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김주혁의 모습을 보며 블랙 캣은,
‘……설마, 이번에도 아닌가?’
조용히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김주혁은 답변을 달라고 하니 엉뚱한 짓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이번에도 아니면 안 되는데……!’
블랙 캣은 김주혁을 바라보며 가면 안쪽으로 오만상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김주혁이 이곳에 오기 전에 편지를 받았던 이들 중 두 사람이 이곳에 들어왔었다.
이면의 지배자는 당연히 편지를 받자마자 찾아오는 이들을 보며 기대를 했으나.
‘답변 모르는 놈들은 찾아오지 말라니까……!’
김주혁보다도 먼저 마켓에 찾아온 두 사람은 편지의 답변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온 것이었다.
뭐, 사실 거기까지만 생각해 보면 엄연히 말해 그들이 딱히 블랙 캣에게 피해를 준 것은 아니었다.
그래, 실질적인 피해는 없었다.
실질적인 피해는.
다만 문제는, 그들이 잔뜩 기대하고 있던 자신의 성좌님의 기대를 엉망진창으로 박살 내버렸다는 것이었고.
[이면의 지배자가 굉장히 짜증이 난다는 듯 사정없이 인상을 찌푸립니다.]그 후폭풍이 블랙 캣에게도 굉장히 강하게 미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만약 이번에도 성좌님이 원하는 사람이 오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려운 상황.
그렇기에 그는 이번에 찾아온 김주혁이 제발 성좌님이 찾고 있던 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아무리 봐도’
김주혁이 하는 짓을 보면, 그리고 그와 했던 간단한 이야기 몇 개를 추려보면 그는 성좌님이 찾는 이가 아닌 것 같았기에 블랙 캣은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여기.”
그렇게 블랙 캣이 성좌님의 후폭풍을 어떻게 받아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갑작스레 내밀어진 편지지.
블랙 캣은 미소를 짓고 있는 김주혁의 표정을 한번 바라보곤 이내 그가 내민 편지지를 받아보았고.
‘……이게 뭐야?’
곧 블랙 캣은 그가 썼던 편지지 아래에 볼펜으로 적혀져 있는 상형문자를 볼 수 있었다.
그도 이면의 지배자가 알려준 대로만 받아적었던 것과 비슷하게 생긴 문자를.
그에 블랙 캣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몇 번이고 갸웃거리고 있었을까.
아까 전, 굉장히 화가 났다는 알림창을 띄운 이후로 단 한마디의 말도 없었던 그의 성좌가 다시금 알림창을 띄우기 시작했다.
[이면의 지배자가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아니?’라고 중얼거립니다.] [이면의 지배자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립니다.]그렇게 몇 번이나 알림창을 띄웠을까.
[!]‘……!’
이면의 지배자의 알림창에 느낌표가 뜬 것에 블랙 캣은 저도 모르게 눈을 휘둥그레 떴고.
[이면의 지배자가 환희합니다!] [이면의 지배자가 환희합니다!] [이면의 지배자가 환희합니다!] [이면의 지배자가 환희합니다!] [이면의 지배자가 환희합니다!] [이면의 지배자가 환희합니다!] [이면의 지배자가 환희합니다!] [이면의 지배자가 환희합니다!] [이면의 지배자가 환희합니다!] [이면의 지배자가 환희합니다!]블랙 캣의 앞에 엄청난 숫자의 알림창이 뜸과 동시에.
[이면의 지배자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스승님!’이라 외칩니다.]그의 눈앞에는 하나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그에.
“오랜만이네.”
김주혁은 그렇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