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81
◈ 81화. 제가 사버렸는데요? (2)
심덕운.
아주 예전, 그는 굉장히 잘나가던 계약자였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전의 이야기였고, 지금의 그는 발할라 아카데미의 이사장이자 교육자로서 발할라를 그 어느 아카데미보다도 위에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심덕운은 이런 생활이 썩 마음에 들었다.
분명 어려운 일도 있었고 생각 외로 복잡한 일들도 여럿 처리해야 하기는 했으나 아카데미를 키우는 것은 심덕운의 정신적 만족감을 굉장히 총족시켜 주고 있었으니까.
솔직히 그런 감정을 느끼며 심덕운은 조금 더 빠르게 교육자가 되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할 정도로 교육자라는 직업이 자신에게 잘 맞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는 자신이 더 이상 이 자리에 앉을 수 없을 때까지 앉아 있겠노라 다짐했다.
그렇기에.
“지금 내게 발할라 아카데미를 팔라고 하는 겐가?”
“그렇습니다.”
“허허, 어림없는 소리 하지 말게.”
심덕운은 자신을 찾아온 마켓의 오너와, 그 앞에 놓여 있는 엄청난 양의 돈을 보고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었다.
‘돈? 그런 건 부족하지 않다.’
실제로 심덕운은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
애초에 계약자로서 꽤 오랫동안 활동한 그에게는 꽤 많은 돈이 수중에 있었고, 거기에 더해 아카데미로 들어오는 금액도 꽤 만만찮았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마켓의 오너가 왜 이 아카데미를 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심덕운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고양이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현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펑크한 복장을 하고 있는 블랙 캣.
심덕운이 한참 계약자로 활동할 때나 지금이나 마켓의 오너를 보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마켓의 오너는 어떤 특별한 일이 아니면 절대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이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블랙 캣이, 발할라 아카데미를 사겠다고 찾아왔다……라.’
심덕운은 최근 마켓의 중앙에 지어진 건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계약자로 활동하지 않더라도 그의 동기 중 몇 명은 아직도 업계에서 열심히 뛰고 있기 때문이었다.
‘뭘 하려고 하는 거지?’
심덕운의 머릿속에 순간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으나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결국 블랙 캣이 발할라 아카데미로 무엇인가를 하려는 것을 알기는 알았으나 아카데미가 심덕운의 손에 있는 이상 그의 계획이 실현되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심덕운이 그렇게 생각을 끝내며 블랙 캣을 바라보자, 그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듯한 제스쳐로 자신의 가면을 만지작거리더니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돈이 조금 부족한가요?”
“그런 게 아니오.”
심덕운의 부정.
그러나 블랙 캣은 자신의 손가락을 딱 하고 맞부딪히더니.
“흐음, 그렇다면 두 개라면 어떠십니까?”
심덕운의 앞에 두 개의 007가방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심덕운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고.
딱!
다시 한번 블랙 캣의 손가락이 움직였을 때, 심덕운의 앞에는 세 개의 007 가방이 놓였다.
그리고 그쯤, 심덕운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으나.
“말했겠지만 지금 내가 돈이 부족해서 아카데미를 팔지 않는 줄 아나?”
“흐음, 아닌가요?”
“당연히 아닐세! 나는 발할라 아카데미의 이사장이며 교육자일세! 그런데 그런 교육자에게 고작 돈-”
딱!
“-으로!”
딱!
“내가 피땀 흘려 일군!”
딱!
“아카데미…….”
딱!
“를…….”
딱!
이내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도합 7개의 007 가방을 보곤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
그와 함께 떨리는 동공.
그의 머릿속 어딘가에서 ‘행복하지 않고 만족스럽지 않다면 돈이 부족한 게 아닐까요?’라는 말이 들려오는 듯했으나 그는 크흠, 하는 헛기침으로 목소리를 가다듬곤 이야기했다.
“뭔가 잘못 알고 있는 모양인데, 나한테 발할라 아카데미를 산다고 해서 아카데미를 가질 수는 없네.”
확실히 심덕운의 말대로 그러는 것은 불가능했다.
분명 발할라 아카데미는 선임 이사장에서 발할라에 대한 권한을 완전히 넘겨받은 심덕운이 주인이기는 했으나 발할라에는 정부와 협회가 끼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발할라 아카데미에는 성유물이 굉장히 많았으니까.
그러나 블랙 캣은 그런 심덕운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딱!
또 한번 손가락을 쳤고.
이내 심덕운은 자신의 앞에 놓인 서류들을 바라보았다.
“이건……?”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준비는 끝내놨으니까요. 남은 건 심덕운 씨의 선택뿐이라는 거죠.”
“그, 그렇다고 해도 이 학교의 이사장으로서…….”
“두 배를 드리죠.”
“뭐라고……?”
“지금 이곳에 있는 돈의 두 배, 아마 그 돈이라면 발할라 아카데미를 다시 재건해도 될 정도의 금액입니다. 한 마디로 엄청난 돈이죠.”
블랙 캣의 말.
그에 심덕운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며.
‘교육자인 나를 모욕할 셈인가!’라는 말을 하려 했으나.
“……이사장 퇴임식은 하게 해주시겠소?”
“물론이죠.”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돈이었기에.
“고맙소…….”
나이 62세, 심덕운은 은퇴를 결심했다.
XXXX
발할라 아카데미가 팔렸다는 소식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기에는 매우 충분한 화제였다.
발할라 아카데미는 세계 3대 아카데미였으니까.
그러나 사실 발할라 아카데미가 그냥 이름 모를 부호에게 팔렸다면 그 파장이 이렇게까지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대부분은 그 뉴스를 쉽사리 믿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세계 3대 아카데미를 돈으로 산다?
그것도 협회와 정부가 얽혀 있어서 이런저런 절차를 처리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고 피곤할 것이 명확해 보이는 아카데미를?
게다가 아카데미 인수에 대한 그 어떤 찌라시도 돌지 않다가 이렇게 한 번에?
그것은 솔직히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래, 만약 발할라 아카데미를 산 사람이 블랙 캣이 아니었다면.
마켓의 오너 블랙 캣.
그가 발할라 아카데미를 샀다면 모든 것이 말이 되었다.
물론 그가 아카데미를 사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블랙 캣은 발할라 아카데미를 이렇게 한순간에 꿀꺽하기에 너무나도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협회와 헌터, 그리고 악인집단은 지금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켓은 발할라 아카데미를 사기 이전에도 이미 특이한 움직임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현재 협회와 길드, 악인집단은 도대체 마켓이 무엇을 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들은 어째서 마켓이 발할라 아카데미를 샀는지에 대한 오만가지 추측을 내놓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마켓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세계에 진출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마켓이 특수한 집단과 연계해 드디어 야욕을 드러낼 거라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추측을 한 이들 중 그 누구도 블랙 캣이 발할라 아카데미를 산 진짜 이유를 알아맞히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블랙 캣이 발할라 아카데미를 산 이유는.
“……그러니까, 발할라 아카데미랑 마켓을 연결하려고 아카데미를 샀다고?”
“예, 이미 김주혁 님의 기숙사 입구랑 마켓 중앙에 있는 빌딩의 룸과 공간을 이어놨습니다.”
바로 김주혁 때문이었으니까.
“…….”
김주혁은 황당한 표정으로 발할라 아카데미의 이사장실에 앉아 있는 블랙 캣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현대의 경제 감각에 무감각한 김주혁이라고 해도 자신이 다니고 있는 발할라 아카데미가 동전 따 먹기 하는 것처럼 사고팔 수 없다는 것 정도는 그동안의 정보를 얻어서 알고 있었으니까.
“……아카데미가 이렇게 쉽게 사고팔 수 있는 거야?”
그렇기에 김주혁은 순수한 궁금함을 담아 물었고.
“아뇨, 원래는 어렵지만 어떻게든 했습니다.”
“……아, 그래.”
블랙 캣의 대답에 김주혁은 더는 그 화제에 관해 묻지 않았다.
결국 어떻게 되었든 간에 자신의 제자가 아카데미의 이사장 자리를 먹었다는 것은 김주혁에게는 좋은 일이었으니까.
물론 이전 이사장이 있었을 때도 딱히 무슨 문제가 있던 건 아니긴 했지만.
아무튼, 김주혁은 더 이상 그 화제에 관해 묻는 것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그를 찾아온 이유로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예.”
“릴리야는 왜 갑자기 잘린 건데?”
김주혁이 이사장실에 온 이유.
오후 수련을 마치고 들렀어도 됐으나 굳이 오후 수련을 먼저 하지 않고 이사장실로 온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바로 특별반의 담임인 릴리야가 정말 갑작스레 교관직에서 잘렸기 때문.
그에 멘붕이 온 표정으로 ‘……도대체 내가 왜?’ 하고 중얼거리는 릴리야를 본 김주혁은 어쩔 수 없이 이사장실에 온 것이었다.
“음….”
그리고 그런 김주혁의 질문에 블랙 캣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그…….”
“왜?”
“……우선 이면의 지배자님께서 말씀하시길 건방지게 꼬리를 쳐서 죽이고 싶었지만 죽이진 않고 잘랐다고 합니다.”
“…다시 붙여놔.”
솔직히 그의 입장에서 릴리야가 있으나 없으나 그게 그것이긴 했으나 자신 때문에 잘려버린 그녀를 그냥 놔둘 정도로 김주혁은 인성 파탄자가 아니었다.
“……이면의 지배자님이 알겠다고 대답하십니다.”
블랙 캣은 [이면의 지배자가 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 불만스러운 말투로 알겠다고 말합니다.] 라는 알림창을 보긴 했으나 우선은 그렇게 답했다.
그러나 김주혁의 볼일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기에 곧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예.”
“옌랑은 왜 갑자기 발할라에서 강제 추방시켰냐?”
김주혁은 그렇게 말하며 아까 전 받았던 메시지를 상기했다.
옌랑 [?????]
옌랑 [야 나 추방당했다는데?]
옌랑 [먼데???? 먼데????????]
옌랑 [나 어떻게 해야 함????]
점심을 먹고 잠시 기숙사에 다녀온다던 옌랑이 보낸 메시지를 떠올리며 블랙 캣을 바라보자.
“음…….”
블랙 캣은 아까 전과 같은 침음을 흘리더니, 이내 이야기했다.
“이면의 지배자님이 싸가지 없이 반말을 찍찍 내뱉어서 추방시켰다고 합니다.”
“……내가 뭔 말 할지 알지?”
“……이면의 지배자님이 알았다고 말씀하십니다.”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매우’가 몇십 개는 더 붙어 있는 알림창을 받았으나 블랙 캣은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블랙 캣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김주혁은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밖으로 나가려다.
“어?”
문득 무엇인가가 떠올랐다는 듯 다시금 고개를 돌려 입을 열었다.
“야, 발할라 아카데미를 완전히 너희가 인수한 거지?”
김주혁의 물음.
그에 블랙 캣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그럼 이제 네 마음대로 해도 되겠네?”
“만약 아카데미를 키울 생각이라면 그래서는 안 됩니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김주혁 님의 편의를 위해 아카데미를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김주혁 님께서 원하신다면 어떻게 쓰셔도 상관없습니다.”
블랙 캣의 대답.
그에 김주혁은 미소를 지었고.
“성좌의 방에 들어가는 것도 가능해?”
“당연히 됩니다.”
이어지는 블랙 캣의 말에 김주혁은 씨익 웃곤 이야기했다.
“그럼 성좌의 방에 좀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