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9
◈ 009화. 머가리 학살자 (1)
김주혁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구분할 줄 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사람 보는 눈이 특출나게 뛰어나다는 의미보단 전생에 밑에서 구른 기간이 꽤 오래되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을 구분할 줄 알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전생에 그가 살아가야 했던 세계는 사람을 제대로 구분할 줄 아는 눈이 없으면 뒤통수를 맞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세상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김주혁은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놈들과 마주치고 있는 것만으로도 파악을 끝낼 수 있었다.
이 녀석들은 자신에게 일절 호의가 없는, 오히려 시비를 걸러 온 녀석들이라는 것을.
그리고 김주혁은 예나 지금이나 그런 녀석들에게 항상 똑같은 태도를 보였다.
“뭐, 양아치?”
“양아치 아니야?”
김주혁은 그리 말하더니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아, 하는 나지막한 탄성과 함께 답했다.
“그러네, 이제 보니까 양아치가 아니네?”
“……?”
“양아치가 아니라 파워레인져였네. 레드, 블루, 블랙, 옐로…… 핑크는 없냐?”
김주혁이 장난스레 손가락을 움직이며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양아치들의 머리색을 지적하며 피식하는 웃음을 짓자.
“허, 이 새끼 봐라?”
김주혁의 길을 막았던 장본인이자 이 양아치 패거리의 리더인 선라이즈 가문의 장남, 레릭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이야기했다.
“자신감이 왜 이리 넘쳐? 선배가 만만해 보여?”
짐짓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어가는 레릭.
확실히 지금 이 상황이라면 평범한 학생들은 조금 두려워할 만한 상황이기도 했다.
갑작스레 앞을 가로막은, 딱 봐도 양아치 같이 생긴 무리들이 사람 한 명을 둘러싸고 압박감을 주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러나 그 평범한 학생이라는 카테고리에 김주혁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뭐 당연한 걸 물어보시나.”
“뭐라고?”
“너는 파워레인져 보면 무섭냐? 혹시 옛날에 파워레인져한테 처맞던 악당이었어? 근데 내가 왜 무서워해? 거기다가-”
피식.
“보니까 핑크도 없어서 완전체도 아닌데, 이제 보니까 옐로우가 두 명인데 한 명 핑크로 만드는 거 어때?”
비웃음을 지으며 놀리는 김주혁.
그에 레릭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으며 답했다.
“와, 말하는 거 봐라?”
“왜, 정체를 한 번에 들켜서 감탄이 절로 나오냐?”
“이 새끼가…….”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리는 레릭.
그러나 김주혁은 이제 슬슬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얼굴을 굳히고 있는 그에게 말했다.
“그래서, 슬슬 할 말 없으면 비키는 게 어때? 이렇게 시간 쓰는 거 아깝지 않아? 나는 너랑 다르게 할 일이 많아서 바쁜데.”
“하…… 발할라에 학년 1위로 들어왔다고 눈에 뵈는 게 아예 없나 보지?”
“혹시, 꼬우신가요? 꼬우시면 아시죠?”
여전히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키득키득거리는 김주혁을 보며 레릭은 순간 저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는 것을 느꼈으나 이내 그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그것을 참아냈다.
‘이곳에는 너무 보는 눈이 많다.’
솔직히 말해 레릭은 지금 당장 김주혁을 쥐어팰 자신이 있었다.
그가 아무리 1학년 1위라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1학년 1위.
물론 그렇다고 해서 1학년 1위가 별것 없는 자리는 아니었으나 애초에 2학년 중에 12위라는 성적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있어 1학년 1등은 그리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
2학년과 3학년은 몰라도, 1학년과 2학년의 차이는 크니까.
허나 그럼에도 레릭은 참았다.
지금 그를 때려봤자 어차피 본전도 찾지 못할 거라는 것을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 벤트릭이 왜 이렇게 매력적인 제안을 던졌나 했더니 이거 완전 미친 새끼잖아?’
그는 며칠 전 교환학생으로 온 록딜 벤트릭이 했던 부탁을 떠올렸다.
1학년 1위로 들어온 김주혁을 손봐 달라는 그의 부탁과 동시에 굉장히 달콤한 보상을 제시했던 벤트릭의 모습을.
허나 그 달콤한 보상을 받겠다고 발할라의 교칙을 어겨 패널티를 받는 짓은 굉장히 멍청한 일이기에 그는 자신을 타일렀다.
‘그래, 당장은 진정하자. 당장은 말이야…….’
게다가 오늘은 어찌 됐든 얼굴을 한번 보기 위해 나온 것이었기에.
레릭은 그렇게 생각하곤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김주혁을 보며 억지로 비틀린 웃음을 지었다.
“우리 자주 보자?- 야, 가자.”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더 이상 김주혁의 이야기를 듣지도 않겠다는 듯 곧바로 몸을 움직여 사라지는 무리.
끝까지 어쭙잖은 눈빛으로 자신을 훑고 지나가는 이들을 보며 김주혁은 입맛을 다셨다.
‘졸라 패고 싶다.’
솔직히 말하는 도중 김주혁은 몇 번이나 레릭의 죽통을 갈겨 버릴까 했으나 참았다.
못 이길 것 같아서?
아니다.
아무리 그의 육체가 이따위라도 그는 저런 양아치들은 우습게 때려눕힐 자신이 있었다.
‘성좌의 방만 아니었어도 그냥 대가리를 깨버리는 건데.’
김주혁이 굳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이유.
그것은 바로 그가 내일 출입하기로 한 성좌의 방 때문이었다.
‘애초에 발할라에 들어온 이유가 성좌의 방 때문인데 저런 놈들하고 주먹다짐했다가 괜히 일이 꼬이면 귀찮아지니까.’
그렇기에.
‘성좌의 방에 갔다 온 뒤에 보자.’
김주혁은 레릭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또 한번 입맛을 다시며.
‘대가리를 다 깨줄 테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XXXX
다음 날 오전 6시.
여러 가지 기구가 잔뜩 늘어서 있는 체력 단련장에 입실한 김주혁은 굉장히 한산해 보이는 단련장 한쪽에 서 있는 최아린을 바라봤다.
“왔네?”
“이제 알려주는 거야?”
기대하고 있다는 표정으로 아마 연습용이라고 생각되는 도를 꾹 잡고 있는 최아린의 모습.
그러나 김주혁은 고개를 저엇다.
“아니.”
“……안 알려줘?”
조금 전과 다르게 목소리 톤이 두 톤 정도 낮아진, 말수가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풀이 죽은 것이 한눈에 보이는 최아린의 모습에도 김주혁은 여전히 표정을 바꾸지 않고 답했다.
“나한테 배우고 싶으면 육체부터 단련해야지.”
“육체 단련?”
굳이 그게 필요한가? 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최아린.
그러나 김주혁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싫어? 싫음 말고.”
“아니, 할게.”
사실 진짜 안 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김주혁의 입장에서 최아린을 가르쳐 줄 마음이 든 것은 어디까지나 변덕 때문이었으니까.
‘어차피 이제부터는 체력 단련도 꾸준히 해야 하니까 겸사겸사 봐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어차피 단련 정도니까.’
진짜로 제자를 들인 것처럼 하려면 귀찮고 힘들지만, 같이 단련을 하며 조언을 해주는 것 정도라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어차피 진짜 도를 다루려면 단련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
적어도 지금 세계에서는 체력 단련보다는 마력을 위주로 단련하는 것 같지만 김주혁은 오히려 그런 풍조가 굉장히 어리석다 생각하고 있었다.
체력이 있어야만 마력을 잘 다룰 수 있었고, 마찬가지로 마력을 더 많이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인데 이상하게도 지금 세상에서는 모두가 육체 단련을 하는 것보다는 기묘할 정도로 마력에 집착하고 있었다.
육체 단련은 마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치로 하면서, 반대로 마력은 육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까지 하는 기묘한 집착.
그것은 최아린도 마찬가지였다.
‘마력량은 상당한 것 같은데.’
상당한 마력에 비해 육체의 단련은 그의 반만도 못했기에 김주혁은 우선 그 부분부터 고치기로 했다.
사실 그 부분만 고쳐도 최아린의 실력은 지금보다도 훨씬 높아질 테니까.
‘그리고, 만약 진짜 생각 이상으로 잘 따라오면 봐주지 못할 것도 없지……. 뭐, 내가 그때까지 이곳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김주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고는 최아린과 함께 체력 단련을 시작했고.
그렇게 30분 뒤.
“헤엑…… 헤엑…….”
“음, 이제야 운동하는 맛이 나는구만.”
“뭐……헤엑……라고……헤엑?”
“왜 그렇게 퍼져 있어? 전속력 달리기 20km 아직 남았는데?”
“…….”
최아린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XXXX
모든 수업이 끝난 오후 5시.
발할라의 동쪽 끝에 있는 ‘성좌의 방’의 입구.
“……어째 이곳이 발할라 외부보다 방비가 훨씬 많은 것 같네요?”
김주혁이 주변에 돌아보며 말하자 김이군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너도 알겠지만, 이 성좌의 방은 발할라를 세계 3대 아카데미에 포함되게 한 아카데미의 보물이다. 이 정도의 인원이 없는 게 반대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김주혁의 담임인 김이군의 말대로 성좌의 방은 발할라를 세계 3대 아카데미에 포함시킬 정도로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허나 김주혁이 말하고 있는 것은 성좌의 방 근처에 있는 경비인원에 대해 말한 것이 아닌 이 건물 자체에 걸려 있는 방비 때문이었다.
‘아주 그냥 덕지덕지 칠을 하다못해 처발라놓았구먼.’
건물에는 김주혁이 척 봐도 질려버릴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마법진이 도배가 되어 있었다.
어느 정도냐고 하면, 실제로 마법진에 가려진 덕분에 건물 입구 정도밖에 건물의 실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해야 할까?
김주혁이 그렇게 멍하니 입구에 서서 건물을 본 지 얼마나 되었을까?
“학생 김주혁, 확인됐습니다.”
“이제 들어가면 된다.”
“오, 그래요?”
“다만 저번에 말했던 대로 네게 허락된 구역은 성좌의 방 지하 1층뿐이다. 혹여나 지하 2층으로 내려가려 했다간 발할라에서 퇴학당할 수도 있으니 유의해라.”
“알겠어요.”
“그리고 성좌의 방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30분이다.”
“그것도 알았어요. 이제 들어가도 돼요?”
김주혁의 말.
그에 김이군은 묘하게 불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고 그와 동시에 김주혁은 순식간에 성좌의 방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보며 김이군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설마 지하 2층으로 내려가지는 않겠지……?’
그가 아무리 특이한 성격이라고 해도 김주혁은 발할라에 1등으로 들어왔고 아카데미에서 퇴학당하는 것보다는 아카데미에 있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거다.
‘그래, 설마 자기 발로 복을 걷어차지는 않겠지.’
그렇기에 김이군은 이내 불안한 마음을 떨쳐냈으나.
“좋아, 한번 뒤져볼까.”
[무구와 기억을 찾으십시오.] [발할라 성좌의 방 지하 3층 오른쪽 다섯 번째 방] [■■■ ■■■■■ ■■■■■ ■■ ■] [■■■■■■ ■■■ ■■■■■ ■■ ■■■]김주혁은 애초에 발할라에서 퇴학당하든 말든 별 상관없었다.
물론 이렇게 돼서 범죄자가 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기에 최대한 지양했겠지만, 딱히 발할라에서 퇴학당하는 것 정도야 목표만 이루면 상관없었다.
‘애초에 발할라에 들어온 이유가 이것 때문인데.’
김주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고.
“여긴가.”
곧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김주혁은 성좌의 방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감옥?”
성좌의 방은 솔직히 김주혁이 봤을 때 조금은 기묘해 보였다.
당장 보이는 것은 직선형으로 쭉 이어져 있는 복도가 보였고, 그 복도의 양옆으로 마치 감옥이나 고시원처럼 방문이 하나씩 달려 있었다.
그와 함께 저 멀리 보이는 것은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김주혁은 볼 것도 없다는 듯 감상을 멈추고는 곧바로 지하 2층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려 했으나.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자마자 눈앞에 떠오르는 알림창에 김주혁은 물음표를 띄웠고.
[방으로 이동합니다.]김주혁이 미처 뭐라고 할 새도 없이 눈앞의 시야가 점멸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야, 오랜만이군, 김현오.]“……바르체?”
김주혁은 시야가 회복되자마자 자신의 앞에 나타나 있는 멸왕 바르체를 볼 수 있었고.
[300년 만의 재회라…… 이거 나쁘지 않-]“너 잘 만났다 이 새끼야!”
빠아아악!
김주혁은 앞뒤 잴 것도 없이 달려들어 그의 죽통을 후려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