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90
◈ 90화. 김주혁은 모르는 사이에 (2)
“그러니까 요점을 말하자면 너도 제자가 되고 싶다 이거네?”
김주혁의 물음에 오세혁은 굉장히 부풀어 오른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만약 별도의 수업료가 있다면 내도록 하겠다. 거기에 더불어 그 어느 요구 조건도 내 선에서 가능한 것이라면 뭐든 하겠다.”
사뭇 진지해 보이는 오세혁의 말.
……물론 부풀어 오른 얼굴 덕분에 그 모습이 그리 진지하게 보이지는 않았으나 김주혁은 그런 진지해 보이는 오세혁의 모습에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확실히, 네 재능은 꽤 나쁘지 않긴 하지.”
김주혁은 맨 처음 발할라 아카데미에 들어와 오세혁과 마주쳤을 때부터 그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알아차렸다.
다른 이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신체에 대한 재능.
확실히 만약 300년 전의 김주혁이 봤다면 오세혁은 아주 훌륭한 캐시카우로 자랄 것이 분명하기에 키우려고 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지.’
지금은 아니었다.
현재 김주혁은 단련 때문에 꽤 바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으니까.
오전 단련 뒤에 점심을 먹고, 오후 단련 뒤에 저녁을 먹고, 그 뒤에는 저녁 단련까지 간단하게 한 뒤에 기숙사에 들어가 마력 수련을 한다.
그야말로 단련하는 기계라고 해도 될 정도로, 김주혁은 하루하루 엄청난 양의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뭐, 이 육체가 재능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쓰레기 육체였다면 단련하는 게 더럽게 짜증 났겠지만.’
몇 번이나 말했지만, 김주혁의 육체는 김주혁이 하면 하는 대로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에 그는 거의 하루 대부분을 단련에만 매달려 살고 있었다.
그는 강해져야 했고, 심지어 현재 시점까지는 강해지는 것이 꽤 재미있었으니까.
실제로 옌랑과 최아린도 최근에는 아침에나 잠깐 훈련 메뉴얼을 건드릴 뿐이지 요즘엔 대련하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개인으로 수련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오세혁을 또 가르치려면?
‘귀찮고 시간도 너무 걸린다.’
그렇기에 김주혁은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다.
“싫어.”
김주혁의 답.
“……역시, 안 되나?”
그에 오세혁이 눈에 띄게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으나.
김주혁은 어깨를 으쓱이더니.
“그 대신.”
“?”
“쟤한테 배워.”
이내 옌랑을 가리키곤 말했다.
“……뎃?”
오세혁의 입에서 나온 기묘한 소리.
그러나 김주혁은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했다.
“쟤한테 배우라니까? 애초에 쟤도 너 가르치는 것 정도는 잘할걸? 저래 보여도 너보다 몇 배…… 아니, 몇십 배는 더 강할 테니까. 게다가-”
김주혁은 썩 나쁘지 않겠다는 듯 옌랑과 오세혁을 바라보곤 말했다.
“마침 서로 주먹을 쓰니까 나중에 좀 키워놓으면 서로 스파링하기도 좋겠네.”
“자, 잠깐…….”
“왜? 싫어?”
“아니, 그…….”
오세혁의 눈알이 쉴 새 없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슬쩍 시선을 돌려 옌랑을 바라보다 땀을 흘리고 다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김주혁을 바라본 뒤, 또 한번 시선을 저 너머로 돌리고 더 많은 식은땀을 흘린다.
“?”
그에 김주혁은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끼곤 옌랑쪽으로 시선을 돌렸으나.
“??”
옌랑은 딱히 별다른 표정 없이 평범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 김주혁은 이내 어깨를 으쓱이더니 이야기했다.
“아무튼 그렇게 하는 걸로 알고, 나는 다시 단련해야 돼서 이만.”
“자, 잠깐 김주-!”
“어, 반갑다. 오세혁이라고 했나?”
“잠-”
끄드득-!
“오.세.혁이라고 했나아아아?”
“끄읍!? 그……그런……데요.”
“우리, 잠깐 저쪽에서 이야기를 좀 할까? 응? 수련에 대한 이야기 좀 말이야.”
“아……알겠……어요.”
그렇게 옌랑과 함께 단련실의 휴게실로 간 김주혁은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휴게실쪽을 바라봤다.
‘뭐야? 왜 저렇게 잘해줘?’
솔직히 옌랑이 날뛰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건만 너무나도 친절하게 오세혁을 데리고 가는 옌랑의 모습에 김주혁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으나.
‘뭐 어때.’
김주혁은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시선을 돌리곤 단련을 이어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다 문득 시선을 돌려 단련실 한쪽에 만들어져 있는 작은 경기장에 서 있는 최아린을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최아린이 배우고 있는 도법을 바라보았다.
그가 잘 알고 있는 도법이자, 도왕(刀王)이 사실상 자신에게 배워갔던 그 도법을.
최아린이 자세를 잡고 있는 것을 보며 김주혁은 저도 모르게 피식거리는 웃음을 지었다.
‘……저 도법을 지금까지 그렇게 쓰고 있었을 줄이야.’
김주혁은 최아린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정확히는 그녀의 발도를 처음 봤을 때를.
솔직히 그때는 최아린의 도법이 자신이 알고 있는 일도랑은 전혀 다른 도법인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쓰는 도법은 김주혁이 알고 또 그가 도왕과 함께 만든 도법과는 너무나도 달랐으니까.
‘근데 그 이유가 그냥 도법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신체능력을 가지지 못해서 저렇게 변질된 걸 줄이야.’
최아린이 사용하는 일도는 분명 꽤 번듯한 도법이었으나 그 도법을 올바르게 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신체 능력이 있어야 했다.
마력이 아닌, 그 도법을 그대로 펼칠 수 있을 만한 신체 능력이.
그런데 지난 300년 동안 헌터, 아니 계약자들은 어떻게 바뀌었나?
‘육체 단련은 하지도 않아놓고 마력이나 야매로 모으기 시작했지.’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신체 능력은 퇴화될 수밖에 없었고.
그 덕분에 결국 한때 ‘일도무적(一刀無敵)’이라는, 조금 거추장스러운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던 그 괜찮은 도법이 그렇게 이상하고 머저리 같은 도법이 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김주혁은 최아린이 한동안 도를 휘두르는 모습을 바라보고는.
‘만약 최아린이 일도(一刀)를 자연스럽게 쓸 수 있게 되면, 꽤 쓸만하겠는데?’
이내 그렇게 생각한 뒤 계속해서 수련을 시작했다.
XXXX
알케미스트 존은 그가 평소에 머물던 저택이 아닌 서울 근교의 은신처에서 서류를 읽고 있었다.
바로 이번 작전에 대해 자세하게 정리해 놓은 서류를.
펄럭- 펄럭-
들리는 것은 존이 규칙적으로 용지를 넘기는 소리만이 들리는 그 공간 속에서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턱.
이내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서류를 모조리 넘긴 존은 자그마한 웃음을 짓곤 이 작전을 짠 자신의 부하를 칭찬했다.
“나쁘지 않군.”
“감사합니다.”
부하의 말을 들으며 알케미스트 존은 다시금 덮었던 서류를 펼쳐보았다.
제일 첫 장에 그려져 있는 것은 발할라의 지도였고.
그다음 장에는 것은 발할라의 경비 시간과 보안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주요 요충지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 서류를 다시금 훑어보던 존은 입을 열었다.
“그래도, 확실히 발할라 아카데미인가. 보안이 만만찮군.”
“그건 그렇습니다.”
계획을 짠 남자가 수긍하고, 마법진과 여러 가지 연금에 정통한 존이 인정할 정도로 발할라 아카데미의 보안은 대단했다.
아니, 대단한 것을 넘어 이건 무슨 변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보안을 해놓고 있었다.
특히.
‘김주혁이 사는 기숙사에는, 보안 마법진이 132개…….’
타겟인 김주혁이 사는 기숙사에는 보안 마법진이 132개나 깔린 것과 더불어 32대의 CCTV, 거기에 더해 총기까지 더해져 있는 것을 보며 존은 처음에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무식하더라도 고작 건물 하나에 보안 마법진을 132개나 박아넣는 이들은 없었으니까.
애초에 보안 마법진 하나가 몇억 대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발할라는 실제로 김주혁의 기숙사에 보안 마법진을 132개나 덕지덕지 발라놓았고, 그 덕에 현재 그의 기숙사는 요새나 다름이 없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단단한 강철 요새.
만약 평범한 계약자들이었다면 아마 지금 시점에 김주혁을 처리하는 것을 포기했을 수도 있다.
그래, 평범한 계약자들이라면.
그러나 알케미스트 존은 평범함 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멸망의 시대의 유물을 통해 성좌와 계약했으며, 존과 계약한 성좌는 S급 성좌인 ‘절대 불변의 연금술사’였으니까.
그리고 절대 불변의 연금술사의 능력 중에는 모든 마법진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존재했기에 사실상 마법진은 그에게 있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거기다.
“인원은 전부 준비됐나?”
“예, A급 계약자가 25명에 밖에서 시선을 끌어줄 B급 계약자가 30명입니다.”
“많군.”
“애초에 발할라에 침입한 순간부터 주변의 이목을 끌게 될 테니 되도록 인원구성을 많게 조성했습니다.”
“그 선택도 나쁘지 않아.”
“감사합니다만…… 걱정인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걱정?”
알케미스트 존이 시선을 돌려 남자를 바라보자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야기했다.
“아시다시피 현재 발할라의 이사장은 블랙 캣입니다.”
“저번에도 말했던 그건가? 블랙 캣의 심기를 건드려 마켓을 이용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대해?”
“그렇습니다.”
확실히 알케미스트 존은 남자의 고민도 충분히 이해가 되기는 했다.
마켓은 악인들이 거래하기에 최적의 장소였으니까.
그러나 알케미스트 존은 딱히 마켓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연금술사를 성좌로 둔 그에게는 ‘이면의 지배자’에게 찍히더라도 마켓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찾아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저번에 말했듯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마켓에서 추방당하더라도 마켓을 뚫을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더 이상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마치 실례를 범했다는 듯 깊게 고개를 숙이는 남자를 보며 피식 웃은 존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야기했고,
“자, 그럼 이제 슬슬 움직여보도록 하지. 이제 슬슬 발할라로 침입해야 할 테니 말이야.”
“우선 본관에 이번 작전에 참가할 인원들을 모두 모아놓았습니다.”
남자의 말을 들은 존은 고개를 끄덕이며 은신처의 문을 열고 본관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쯧”
알케미스트 존은 본관에서 본 풍경을 보며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가 본 본관에는 그와 함께 이번 작전을 수행할 백장의 인원들이 서 있는 것이 아니라.
“…….”
백장의 인원들이‘었’던 차가운 시체들만이 본관 여기저기에 쓰레기마냥 놓여 있을 뿐이었으니까.
“이……이게 무슨!?”
그렇게 존이 걸음을 멈추자 그의 뒤를 따라 나오던 남자는 이내 의문을 느끼며 앞을 바라보다 깜짝 놀라며 입을 벌렸고.
그와 동시에.
푸욱-!
“케엑……!?”
“!”
경악성을 내뱉고 있던 남자의 목에 단검이 박혔다.
그 어느 순간이라고도 할 것도 없이.
그냥 순식간에 그 자리에 박혀 버린 단검.
그에 존은 자신의 뒤에서 어처구니없이 죽어버린 자신의 부하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고.
곧 존은 자신의 앞에 네 명의 인원이 서 있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 그럼 지금부터 선택지를 줄게.”
가면을 쓴 남자가.
“우리한테 조용히 죽을래? 아니면 우리 성좌님한테 처참하게 도륙당할래?”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