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p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3)
경찰이 너무 강함-23화(23/255)
봉고차 안, 신고자의 자택으로 가는 길.
경찰직 8년차에 막내가 된 신해수가 운전대를 쥐고 있다.
조수석에 앉은 팀장이 신고 내용을 정리하며 중얼거렸다.
“유괴된 지 이틀 만에 신고라… 영 안 좋네.”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중고 막내, 유괴범이 애들 납치하면 살아돌아올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 지 알아?”
“통계는 모릅니다만, 희박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 유괴범이 유괴해서 살해하기까지 평균 시간이 얼마나 되는 지 알아?”
오강석이 끼어들었다.
“열 두시간?”
팀장은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였다.
“세 시간.”
“…통제불가능한 아이라는 특수성때문이군요.”
“그렇지, 안 그래도 유괴라는 큰 범죄를 저질러서 심리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아이가 계속 울면 들킬까 봐 저지르는 거지, 아홉 살이라고 했나…”
”살아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나 봉고차 내에 분위기는 회의적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며 신고자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다. 문 앞에서부터 부부가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고하면 우리 아린이 죽인다고 했다고!”
“나도 다 검색 해봤어, 경찰한테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야…”
“지켜보고 있다고 했는데, 형사들 들어오는 거 보면 어떡해! 우리 아린이 영영 못 돌아오면 당신이 책임 질 꺼냐고!”
“그만 좀! 정신 차려!!”
남자가 신고를 하고 여자는 반대를 했던 것이다. 팀장은 문 앞에서 듣다가 벌컥 열었다.
“남편분 말씀이 맞습니다. 유괴 건 신고는 최대한 빨리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범죄자가 통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안전한 시간이 짧으니까요.”
안전이라고 돌려 말했지만 이곳에서 그 말을 못알아듣는 이는 없었다.
팀장은 남편과 아내 사이로 들어가며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유괴범의 의도에 따라 거래를 해도 아이를 돌려받을 확률은 희박합니다. 유괴범의 7할은 아이의 부모를 알고 있는 면식범이니까요.”
팀장의 말에 남편이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면식범이면… 아이가 얼굴을 봤으니까…”
“그렇죠.”
차분하게 현실을 직시시켜준다. 순식간에 남편과 아내 둘 다 충격을 받은 듯이 멍한 얼굴이 되었다.
“자, 그럼 얘기를 자세히 들어볼까요?”
유괴당한 아이는 9세 여아 정아린.
학교 끝나고 학원 갔다오면 아파트 내부 놀이터에서 잠시 놀다가 들어온다. 그곳에는 항상 같은 시간에 노는 애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울타리 담이 높고 정문 후문에 모두 출입할 때 차 번호도 찍히니 안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돌아오지 않아 부모가 6시 넘어서부터 찾고 있는데 밤 9시가 넘어서 전화가 왔다.
“…아이 목소리를 들려줬어요. 그러면서 5천만 원을 준비하라고, 경찰에 연락하면 아이는 평생 보지 못할 것이고, 항상 지켜보고 있다고…”
이야기를 듣는 중에 정보과 사람 두 명이 도착했다. 감청 및 상대방 번호 위치 추적을 위해 유괴 건은 정보과의 지원이 필요하다.
바로 유괴범이 전화를 했다는 번호를 추적해보았지만 위치는 뜨지 않았다.
“명의는 70대 여성, 대포폰이네요. 대포폰은 보통 다 투지 폰이라서 추적이 쉽지 않을 겁니다. 통화 30초를 넘기지 않으면 추적이 어렵습니다.”
정보과 직원은 부부의 휴대폰을 받아 감청용 어플을 설치했다.
그 동안 팀장이 둘을 나란히 앉혀놓고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두 분은 지금부터 제 말 잘 들으셔야 합니다. 경찰에 연락하지 마라,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유괴범의 아주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경찰에 신고를 했는지 확인해보려 할 겁니다. 이런 경우…”
팀장은 유괴범에게 연락이 왔을 경우의 대처법을 부부에게 열심히 설명했다. 그 사이 해수와 오갱은 놀이터 근처 시시티비 파일을 가져와 분석하기 시작했다.
유괴범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경찰에게 신고를 하는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있는 동안 포위망이 좁혀올까 두려워 더욱 조급해지고 극단적인 실수를 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유괴는 수사가 힘들다. 주민들에게 협조요청하여 블랙박스를 수거하지도 못하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탐문수사를 할 수도 없다.
시간과 장소가 특정되어 있으니 시시티비로 아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해맑게 놀고 있고, 나뭇잎 그늘이 있는 벤치에는 배가 부른 임산부가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다.
“이 임산부는 누군가요?”
“그 분은… 같은 동 주민이에요. 그때 마주쳐서 물어봤었는데, 못봤다고 죄송하다고…”
“그렇군요.”
어느덧 창문 밖이 어둑어둑해졌다.
탁 탁 탁 탁
해수는 돌연 손을 들었다.
“나왔습니다.”
“어디 봐.”
해수의 노트북 화면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데리고 가는 사람의 옆모습이 찍혀 있었다. 모자를 쓰고 검은 옷 일색에 마스크까지 끼고 있다.
“아린아, 우리 아린이… 흐윽”
“다섯 시 오십칠분, 북쪽으로, 얼른 이 방향 이 시간 시시티비 돌려봐, 골격 보면 남자네, 그렇지?”
“예, 키는 대략…”
해수는 그가 가로등 옆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말을 이었다.
“175정도 되겠네요. 마른 편이고.”
형사들은 다시 시시티비 분석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앞모습이 찍힌 곳에도 위에서 내려다보기 때문에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이래서는 키하고 몸무게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더 중요한 것은, 시시티비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데 갑자기 동선이 끊겼다는 것이다.
“어디로 갔지…”
연기처럼 사라졌다. 아이를 데리고 가려면 숨을 수가 없는데, 차를 중간에 태웠다고 의심될만 한 차량도 없었다.
그때 오갱이 말했다.
“지하 주차장?”
“맞네, 지하주차장으로 갔으면 여기서 끊겼겠네.”
지하주차장은 출구와 입구에만 시시티비가 설치되어 있다.
다시 노가다다. 해수와 오갱, 팀장은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는 차를 모두 확인하고 차량 조회까지 했다.
시시티비 위치가 좋아 안에 운전자 얼굴도 웬만하면 보여서 확인하기는 쉬웠다.
“그런데 얼마나 있다가 나올 지 모르니까 이게 진짜 노가다네.”
“일찍 나오지 않겠습니까? 아이를 태우고 있다면.”
“그렇지, 최대 3시간 사이, 아이 부모가 찾기 전에 나올 테니.”
시간이 점점 흘러 12시가 넘어가고 새벽이 되었다. 강력팀은 유괴당하는 시점부터 차량을 모두 확인했지만 의심되는 사람은 없었다.
미등록 차량 몇 안돼서 인적사항 알아봤는데 용의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다시 오리무중, 오랜 시간 눈알 빠지게 분석했지만 결과가 없으니 힘이 쭉 빠졌다.
“아으…”
오갱은 찌뿌둥한 몸을 기지개를 펴다가 부부의 눈치를 살폈다. 하나뿐인 자식을 유괴당한 부모의 심정이 얼마나 지옥같으랴, 작은 몸짓 하나도 조심스럽다.
부부는 거실 쇼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때.
띠리링 띠리링
남편의 전화가 울렸다. 남편은 벌떡 일어나 반사적으로 전화를 받으려다가 해수와 눈을 마주쳤다. 해수는 정보과 직원을 쳐다보았고 고개를 마주 끄덕이고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여,여보세요.”
-돈은 준비했습니까?
변조된 목소리, 고저없이 차분한 어조는 감정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네네!, 우리아이 좀 바꿔주세요. 우리 아린이 잘 있나요?”
-자고있습니다.
“자는, 자는 모습이라도, 아니, 깨워서 들려주시면 안 되나요? 제발”
-내일 거래장소 알려드립니다.
뚝-
전화는 아이 목소리 한 번 듣지 못하고 야속하게 뚝 끊겼다.
남편이 다시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가 아예 꺼져 있었다.
형사들은 일제히 정보과 직원을 쳐다보았다. 직원은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저었다.
“조심성이 많은 놈인 것 같습니다. 30초는커녕 20초도 안 됐어요.”
“하…”
“젠장, 내일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나.”
부부와 형사들은 내일을 위하여 억지로 잠을 청했다.
다음날, 한낮에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남편이 발작적으로 일어나 휴대폰을 바라보았는데, 이번에는 전화가 아니라 문자였다.
[개성 사거리 디온 편의점 앞 횡단보도에 돈가방 들고 서 있으세요. 시간은 18시]“위치 떴다. 2팀 3팀 지원요청해.”
“알겠습니다!”
검거를 시도했다가 놓치면 끝이다. 오갱은 2팀 3팀에 무전을 쳐서 지원 요청을 하고, 해수는 위치를 파악했다.
개성 사거리는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인근에 위치한 번화가다. 게다가 밤 여섯 시면 유동인구도 한참 많을 때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거래할 생각인 것이다.
강진서 강력 1,2,3팀 형사들은 모두 약속장소 인근에서 대기했다. 그리고 약속된 시간이 되어 남편이 돈가방을 들고 해당 장소로 향했다.
남편도 무전기를 챙겨주고 이어폰을 끼고 있어 팀장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상태였다.
-긴장하지 마시고, 우리가 근처에 다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예… 예.”
-대답하지 마시고, 듣기만 하세요. 제가 물어볼 때만 대답해주세요.
“예, 아, 음…”
남편은 한껏 굳은 얼굴로 횡단보도 앞에 섰다. 그렇게 오분, 십분, 이십분, 날카롭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형사들 앞에 수상한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새끼 언제 오는 거야.
-아무래도 뺑…
“문자… 왔습니다.”
-위치 바뀌었습니까?
“예, 성주공원 5시 방향 출입구에서 첫 번째 벤치에 놓고 집으로 가라고요. 뒤돌아보지 말고”
-젠장, 역시 뺑뺑이 돌릴 생각이야.
형사들은 다급히 공원으로 이동했고, 남편은 문자 내용대로 그 벤치에 가방을 놓고 멀리 떨어졌다.
그때, 벙거지 모자를 눌러 쓴 남자가 벤치로 다가왔다. 두리번거리면서 주변 눈치를 보는 것이 매우 의심스러웠다.
형사들은 숨을 죽이며 그를 주시했다.
-저 정도면 175쯤 되는 것 같은데.
-체형도 비슷해.
슥
그가 벤치에 앉더니 가방을 슬그머니 열어보았다.
해수는 그 모습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때 2팀 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덮쳐!
형사들이 움직인다. 해수는 다급히, 그러나 작게 외쳤다.
“잠깐 잠깐! 스톱!”
-뭐야, 왜?
“가방을 열어보잖아요. 범인 아닙니다. 지금 우리 드러나면 안 됩니다.”
해수의 말에 형사들이 다시금 자연스럽게 행동하며 그 사내를 살펴보았다.
그는 가방 안에 현금을 보고는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손을 덜덜 떨고 주변 눈치를 엄청 보았다. 그러고는 가방을 끌어안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마치 가방 주인인 것마냥.
그때,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
-잘 하셨습니다. 경찰한테 신고하시면…아시죠? 내일 다시 거래합니다.
전화는 바로 뚝 끊겼다. 정보과 직원에게 내용을 전달받은 형사들은 이어폰을 벗으며 욕을 내뱉었다.
“젠장!”
“이 새끼 보통이 아니네.”
돈가방은 남편이 다시 회수하러 갔고, 수상한 사내는 남편이 멀리서 오는 것을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 가방을 놓고 도망쳤다.
2,3팀은 강진서로 복귀하고 1팀은 신고자의 아파트로 돌아가는 길, 오갱은 주먹으로 무릎을 치며 중얼거렸다.
“이 개새끼 이거 조심성 미쳤네, 진짜.”
“그러게, 막내 아니면 들킬 뻔 했어, 똥개훈련했다. 썅.”
해수가 운전대를 잡고 전방을 주시하며 말했다.
“오늘도 분석으로 밤을 새겠군요.”
“어쩔 수 없지.”
아예 아무것도 건져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전화 내용으로 유추해보면 공원 근처에 와서 형사들이 나타나는지 안 나타나는지 지켜본 것이 틀림없다.
아파트로 복귀하고 시시티비 분석을 다시 시작했다.
“이 아줌마는 배도 불룩한데 잘 돌아다니네.”
오갱이 분석하는 영상에 놀이터에서 보았던 임산부가 있었다. 팀장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원래 태교는 임산부 스트레스 안 받는게 제일이야, 공원 맑은 공기 마시면서…”
그렇게 새벽 늦게까지 분석을 했지만 의심되는 사람은 확인하지 못했다.
그때 당시 통합관제센터에서도 실시간으로 집중관찰하고 있었으나 건진 것은 없었다.
*
다음날, 낮.
지이이잉 지이이잉
아내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가 항상 남편에게 왔기 때문에 아내는 별 생각 없이 받았다.
전과 달리 번호도 휴대폰 번호가 아닌 강진시 지역번호가 찍힌 번호여서 의심없이 무방비로 받았다.
“여보세요…”
-아린 어머님, 강진서 강력팀 강인수 형사입니다. 이형사가 연락이 안 돼서, 거기 이형사 좀 바꿔주실래요?
“아, 예, 여기 이형사님이…”
아내가 형사들에게 고개를 돌리며 묻다가 얼어붙었다. 형사들이 소리없이 필사적으로 X를 표하고 있었다.
그때, 수화기너머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신고하면 니 딸 죽여버린다고 했지.
< #23. 유괴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