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187
187화.
공간의 결정화가 눈에 보일 정도로 진행되어 쿨리크를 압박하자, 두 마법사의 눈에 희열이 감돌았다.
애초에 마룡을 그 몸에 봉인한 것은 마땅한 봉인구가 없어서였다.
죽여도 죽여도 죽지를 않으니, 이대로 두었다가는 자연스럽게 부활할 것이 뻔했고, 어중간한 봉인 정도는 가볍게 깨 버릴 것이 분명했으니까.
결국 열두 조각으로 나누어서 힘을 약화시키고, 마룡을 토벌했던 열두 명의 영웅들이 각자의 몸을 봉인구 삼아 조각을 봉인시켰으니 그제야 마룡을 토벌했다고 선언할 수 있었다.
수많은 역경을 뚫고서 마룡을 쓰러트린 그들의 육신이야말로 세상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봉인구라고 할 수 있었으니 타당한 조치였지만, 결국 그 영향으로 영웅들은 미쳐버렸고 황제에게 토벌 당하게 되었지만.
당시 유일한 마법사였던 마크는 그 점이 못내 아쉬웠고,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움은 자책으로 변했다.
그와 비슷한 경지의 마법사가 한 명이라도 더 있었거나, 그의 마법 경지가 더 높았다면 어떻게든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
그러한 자책은 하나의 쇄기가 되어서 마크의 마음 깊숙한 곳에 박혀 들었고, 수십 년의 세월 동안 고문과 실험을 당해서 미쳐가는 와중에도 쇄기는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조금씩 냉정을 찾으면서 그간 중구난방으로 연구하고 생각했던 이론들은 제자리를 찾아갔고, 부르바스와의 협력은 그의 이론을 확고하게 만들어주었으니, 그간의 노력과 시간이 지금 이 자리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티디디디딕!
비틀리는 소리와 함께 수없이 많은 룬문자로 이루어진 결계가 쿨리크를 감쌌고, 일렁거리는 공간은 당장이라도 쿨리크를 차원의 너머로 날려버릴 것만 같았다.
“좋아!”
마크의 입에서 희열에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인간의 몸에 하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봉인이 아닌 근본적인 대항책.
그 결과가 눈에 보일 만큼 다가온 것이니 자연스레 희열이 솟아난 것이다.
부르바스 역시 흥분한 것은 마찬가지.
공간 마법이라는 난해하기 그지없는 마법으로 적을 외 차원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니 그 무궁무진한 활용도를 생각하고 벅차오른 것이다.
결계가 압축되면서 쿨리크의 거체가 구겨지듯 말리며 이대로 일이 마무리되나 싶은 그때.
“…… 왜?”
“무슨 일인가!”
아렌이 앞으로 나서 두 마법사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느새 들어 올린 두 손이 허공을 짚었고, 아렌의 두 눈에서 붉은 기운이 줄기줄기 뻗어 나온 그 순간.
“크아아아아아!”
마치 용의 포효와 같은 외침과 함께 쿨리크의 온몸에서 압도적인 힘의 파도가 뻗어 나왔다.
* * *
우르르르릉!
세상을 다 뒤덮을 기세로 뿜어진 검은 기운이 동굴 전체를 무너트릴 것만 같았다.
파지지직!
너무나도 짙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에 구멍을 내 버릴 것만 같은 마기와 마법진이 충돌하면서 사방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크윽!”
“젠장!”
압도적인 힘의 파도는 쿨리크를 옥죄던 결계를 깨버렸고, 결정화되기 시작한 공간마저 삼켜버리더니 이내 마기로 변화시켰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마계화 시키는 능력.
메카니에 나타났던 악마보다도 훨씬 윗줄의 힘에 아렌의 눈가가 살짝 찡긋거렸지만, 이내 감정 없는 얼굴로 손을 놀렸다.
마치 무엇인가를 잡아서 끌어당기는 것처럼 한번.
이내 끌어당긴 무언가를 저 멀리 하늘로 던져버리는 것처럼 한번.
쿠르르르릉!
“허어!”
그러자 놀랍게도 동굴 전체를 채우고 있던 마기들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것이 아닌가.
거꾸로 쏟아지는 폭포수와 같은 모양으로 마기가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고, 절묘하게 방향성이 잡힌 힘은 주변에 아무런 영향을 행사하지 못하고는 이내 창공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신성의 씨앗을 획득하고 아렌이 손에 넣은 권능은 무.
정확하게는 힘의 흐름을 제어하는 권능이었고, 그것은 아렌의 드높은 경지와 합쳐져서 어지간한 신격들의 권능이 부럽지 않은 힘이 되었다.
함부로 쓸 수 있는 힘은 아니지만 권능을 획득한 영향은 아렌의 힘에 전반적인 영향을 주었고, 그렇지 않아도 고절한 경지에 이르렀던 아렌의 화경이 완전무결에 가까워 졌으니, 제아무리 마기라는 흉악한 힘이라고 할지라도 의지가 실리지 않은 힘 정도는 무리 없이 조절할 수 있었던 것이다.
생전 처음 보는 기예에 마크와 부르바스가 한껏 놀라서 눈을 부릅떴고, 일순간에 공백이 이루어진 동굴에 기이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 크흐.”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얀 김이 새어나왔다.
쩍.
어찌나 차가운지 김의 영역에 닿은 부분에 서리가 내리며 얼어붙었고, 순식간에 동굴 내부의 온도를 영하로 떨어뜨려 놓았으니, 화들짝 놀란 두 마법사가 급히 수식을 짜 올려 방호 마법을 겹겹이 둘렀다.
뭉클뭉클 피어오르는 마기 너머로 세로로 갈라진 두 눈동자가 섬뜩한 기운을 줄기줄기 뿜었다.
어둠 너머에서 숨 쉬는 존재를 파악한 것만으로 심령에 타격이 올 정도였지만, 이 자리에 그 정도로 약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쿵.
한 발을 내 딛자 묵직한 무게가 동굴을 울렸고, 두 마법사의 안색이 변했다.
그 짧은 사이에 쿨리크의 신체가 변화했음을 인지한 것이다.
“인상적이었다. 마크. 노력한 모양이군.”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하는 쿨리크를 본 마크가 침을 꿀꺽 삼켰다.
어둠속에서 드러난 쿨리크의 모습은 냉철하기 짝이 없는 대마법사라 할지라도 절로 놀라게 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키는 더욱 커져서 5미터에 이르렀고, 부풀어 오른 근육과 긴 팔다리는 흉악하기 그지없었지만, 커다란 체구 덕분에 날렵하게 보일 정도였다.
등에서 튀어나온 한 쌍의 날개는 와이번의 그것과 같았고, 기다랗게 뻗은 꼬리는 파괴적인 힘이 숨어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건틀렛을 뚫고 나온 손톱은 세상 그 어느 보검보다도 날카로워 보였고, 이제는 완전히 용의 형상으로 변해버린 얼굴에는 송곳 같은 이빨이 빼곡히 박혀있었다.
그리고 뿔.
양 이마에서 솟아오른 뿔이 마치 산양의 그것처럼 휘어져서 머리 뒤로 뻗어있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불길하기 짝이 없었다.
이족 보행하는 용, 전설의 드라코니안 같은 쿨리크의 모습이 드러나자 마크의 입에서 억눌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마룡!”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며 고문과 실험에 정신이 아득해져 버릴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절대 잊히지 않았던 마룡의 모습을 보면서 마크는 이를 갈았다.
“…… 진정 마룡으로 화하려는가! 그 힘을 세상에 풀어놓으면 안 되네!”
부르바스의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수많은 감정을 담고 있었다.
“크흐흐. 너희 같은 마법사들이야 그렇겠지. 하지만 걱정마라. 이 힘은 지금 내 손에 완벽하게 쥐어져 있으니까!”
콰드득.
홀린 듯한 눈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본 쿨리크가 주먹을 쥐자, 공기가 압축되는 것만 같은 소리가 들렸다.
가벼운 움직임인데도 팔 근육이 커다랗게 팽창했고, 결국 압력을 이기지 못한 마법의 갑옷에 쩍하고 금이 갔지만 쿨리크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커다랗게 입을 벌렸다.
“봐라! 이 힘을! 이것이야말로 황제를 처단하고 대륙에 평화를 가져올 힘이다!”
쿠르르르르.
쿨리크의 깊숙한 곳에서 힘차게 돌아가는 여섯 개의 봉인이 미증유의 힘을 끊임없이 뽑아내고 있었고, 그것은 세상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 지금 쿨리크의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고양되어 있었다.
힘의 여파를 세상에 풀어놓은 것만으로도 공간 결계를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
이 힘이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그 무엇이라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순순히 봉인을 바치게나. 마크. 자네와 베럭은 안식을 찾고, 대륙의 평화를 위한 밑거름이 될 걸세.”
“…… 개소리마라.”
엄숙하고 단호한 의지가 깃들어 있는 쿨리크의 목소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경건해지는 것만 같았지만, 두 눈에서 넘실거리는 빛은 탐욕스럽기 그지없었으니, 마크는 단호한 목소리로 거절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송곳 같은 이빨이 촘촘히 들어서 있는 입을 벌리며 쿨리크가 웃었다.
한 쌍의 날개가 활짝 펴지니 제법 넓은 동굴을 모조리 감싸 안을 것 같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이 솟아올랐다.
쿵!
크게 내리친 꼬리가 동굴 전체를 울렸고, 쿨리크가 손톱을 길게 세웠다.
“자네의 희생은 결코 잊히지 않을 거네.”
살기가 가득한 눈과 몸짓으로 끝까지 위선을 행하는 쿨리크의 모습에 마크와 부르바스가 진절머리를 쳤지만, 쿨리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크아!”
어지간한 사람보다 더 긴 팔이 날카로운 손톱과 함께 떨어져 내렸고, 그 안에 담긴 흉흉한 힘과 예기는 세상 모든 것을 파괴하고 찢어발길 것만 같았으니, 두 마법사가 이를 악물고 마법을 전개하려던 그 순간, 아렌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턱.
“응?”
“허업!”
“…… 놀랍군.”
너무도 자연스럽게 쿨리크의 몸 앞으로 파고든 아렌이 슬며시 손을 들더니 쿨리크의 떨어져 내리는 팔을 잡아챈 것이 아닌가.
온 세상을 파괴할 것만 같은 초월적인 힘이 마치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으니, 쿨리크는 멍한 표정을 지었고, 두 마법사는 경악했다.
“어린아이군.”
“…… 뭐라 말했느냐.”
한심한 시선으로 쿨리크를 쳐다본 아렌이 입을 열자, 지독한 마기와 함께 쿨리크가 으르렁거렸다.
세상 모든 포식자의 정점에 다다른 것만 같은 짐승이 눈앞에서 으르렁거리는 모습은 절로 괄약근이 풀릴 정도였지만, 아렌은 표정하나 바뀌지 않았다.
“어린아이라고 하지 않았더냐. 12영웅이면 못해도 수십 년은 살았을 텐데, 하는 짓은 힘만 센 어린아이로구나.”
“이놈!”
아렌의 비아냥거림에 쿨리크가 잡힌 팔에 힘을 주어 아렌을 압사시키려고 했지만, 아렌의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 쿨리크는 물론 두 마법사도 경악했지만, 아렌은 그저 심드렁한 표정이다.
“힘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다. 아이야.”
쿨리크의 팔을 잡은 손을 슬쩍 비트니 쿨리크의 몸이 거짓말처럼 거꾸로 뒤집혔다.
쾅!
마법으로 강화되어서 단단하기 그지없는 동굴 바닥이 움푹 패였고, 머리부터 거꾸로 처박힌 쿨리크의 몸이 움찔거렸지만, 아렌의 손은 쉬지 않았다.
콰쾅!
너무나도 손쉽게 바닥에서 빠져나온 쿨리크의 몸이 이번에는 천정에 박혀버렸고, 그러고도 힘이 남았는지 동굴을 부숴 버리며 위로 치솟았다.
“크학!”
마룡으로 화한 쿨리크가 뭔가에 부딪히는 것으로 충격을 느낄 리가 없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른 그의 몸이 사정없이 동굴을 파고들더니만, 이내 세상 밖으로 빠져나가 버렸다.
또 하나의 통로가 뚫리고 월광과 별빛이 동굴 안으로 파고들었다.
자신이 뚫어버린 구명 사이로 내리쬐는 월광을 그대로 받으면서 밤하늘을 쳐다보는 아렌의 모습은 옛이야기의 한 장면과도 같은 감동을 주는 것이었지만, 두 마법사는 다른 의미로 아렌에게 경악했다.
변해버린 모습과 폭발적인 힘의 방출을 본 두 마법사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쿨리크의 몸속에 있는 여섯 개의 봉인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일 것이고, 그 힘으로 결계를 빠져나온 것일 터였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하나 더하기 하나가 항상 둘이지는 않는 것처럼 봉인도 그러했다.
자아를 잃어버린 베럭이 있었기에 마크는 자신의 봉인과 동조하는 실험을 할 수 있었고, 봉인이 함께할 때의 시너지는 단순히 하나 더하기 하나가 아님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쿨리크의 힘은 가공 무쌍한 것이다.
여섯 개의 봉인이 병렬로 기동하면서 뿜어내는 힘은 단순히 여섯 배가 아닌, 그 이상.
단순히 힘의 총량으로만 따졌을 때, 쿨리크보다 역량이 위에 있는 것은 이 중간계에 없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런 쿨리크를 힘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아렌이 보였으니, 그전에도 괴물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도저히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 크어어어어엉!
분노에 찬 포효가 천지를 울렸고, 산천초목이 고개를 숙이며 벌벌 떨었다.
반쪽짜리이고, 마계의 존재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용이라는 종에 발을 걸친 쿨리크의 존재감은 아득한 것이어서, 어지간한 맹수들도 포효소리를 듣는 순간 심장이 멎었을 정도.
그 포효에 담긴 힘과 살기를 느낀 두 마법사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지만, 아렌의 심드렁한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시끄럽군.”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아렌이 두둥실 떠올라 밤하늘 너머로 파고들었다.
마치 신화의 한 장면 같은 그 모습을 부르바스와 마크가 아련한 눈으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