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여러 가지 일이 있었던 하루가 지나고, 다시 해가 떠오르자 전장은 다시금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도로 한발 더 다가간 귀족군은 또 다른 성벽을 넘기 위해서 무기를 들었고, 결사의 의지로 가득 찬 황제군은 더 이상 자신들의 터전을 뺏기지 않으려는 절박함과 황제를 위하는 마음으로 똘똘 뭉쳤다.
콰르르릉!
마력포가 불을 뿜고 골렘이 전진했으며 그 뒤를 따라 기사들과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얼마 전과 다를 바가 없는 전쟁의 양상이었고, 단단히 준비한 황제군은 곳곳에 함정을 설치하고 병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대항했다.
천만의 인구에서 뽑아내는 병력은 그 끝을 모를 정도였지만, 상대적으로 제도는 너무나도 넓었다.
그 넓은 범위를 방어하기 위해서 병사들을 흩트려놓을 수밖에 없었는데, 외곽을 담당하는 도시들과 성채들이 함락된 지금은 거꾸로 병사들의 밀도를 높일 수 있었으니 저항이 더욱 격렬해진 것이다.
각 지역에 흩어져 있던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모여들었고, 공안의 실력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격!”
“막아라!”
마법사들이 기를 쓰며 막아내는 마법 방벽은 단단하기 그지없었고, 기사들의 밀도가 높아지니 숨어있던 실력자들이 속속들이 튀어나와 귀족군의 앞을 가로막았다.
콰콰콰콰쾅!
“크흠!”
“크흐흐흐! 왜 그러나 알렉세이! 더 힘을 내 봐!”
가공할 신위를 자랑하며 적들을 베어 넘기던 알렉세이의 앞을 가로막는 적이 나타날 정도였던 것이다.
“던! 황제에게 고용되어 있었나!”
“비루한 용병이라지만 제국의 신민이지. 황제폐하에게 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시퍼런 광기를 줄기줄기 내뿜으며 오러블레이드를 어지럽게 휘두르는 던의 공격에 알렉세이는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둘렀다.
쾅!
“으아아악!”
“피해라!”
둘 다 강경일변도의 검을 사용하는지라 오러블레이드의 파편이 사방으로 터져나갔고, 그렇게 날아드는 오러블레이드의 조각들은 스치는 모든 것을 갈라버렸으니 자연스레 두 소드마스터의 주변에는 커다란 공터가 형성되었다.
거구의 알렉세이에도 뒤지지 않는 덩치의 던이 흉악한 미소를 지으며 양손대검을 들어 올렸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알렉세이가 옅게 침음을 흘렸다.
“…… 황제에게 무슨 짓을 당한 거지?”
그가 아는 던은 꽤 실력 좋은 소드마스터였기는 하지만 알렉세이 자신에 비할 바는 아니었는데, 아예 딴사람이 되어서 나타났으니 그러한 의심은 당연한 것이었다.
거기에 성격이 포악하기는 해도 나름 사리가 있었는데, 지금의 던은 그야말로 인간백정 그 자체가 아닌가.
실제로 던의 주변에는 처참하게 난자된 시신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위대하신 폐하께서 은혜를 베풀어 주셨지!”
가슴을 젖히며 당당하게 소리치는 던의 온몸에서는 패기가 줄기줄기 흘러나왔으니, 그 위엄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광기가 넘실거리는 눈빛과 표정을 본 알렉세이가 침중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 역시 그라인드에 붙은 게 잘한 선택이었어.”
용병으로 정통적인 기사와는 거리가 멀었고, 검술도 지나치게 실전적이라는 평을 듣는 알렉세이였지만 소드마스터다.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는 자들은 필연적으로 정신적인 성찰을 이루기 마련인데, 지금의 던에게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당장의 강함은 있을지언정 던의 미래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크흐흐흐. 어차피 너희들은 다 죽는다. 봐라!”
그런 알렉세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크게 웃은 던이 하늘을 가리키며 소리쳤고, 그 순간 병사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 오오오오오오!
마치 악기와도 같은 울음소리와 함께 나타난 천사가 흉악한 이빨을 드러내고 허공에서 웃고 있었다.
“짐승!”
“짐승이 나타났다!”
귀족군의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황제가 천사라고 명명했지만, 교황을 비롯한 귀족군은 그것을 천사라고 인정하지 않았고 흉악한 외모에 경멸을 담아 짐승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황제가 만들어낸 뭐라 설명하기 힘든 역겨운 피조물.
하지만 그 전투능력은 가공할 만한 것이어서 소드마스터 여럿이 달라붙어야만 저지할 수 있으니, 한 마리만으로도 전장의 전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다.
– 크르르르르르.
눈, 코, 귀가 없이 오직 짐승의 그것처럼 입만 크게 벌린 둥그런 형태의 머리지만, 모두는 짐승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긴 혀를 날름거려 입술을 훔치고 침을 질질 흘리는 그 모습에 떨지 않는 병사가 없었으니,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으음.”
“크크크크크. 봤느냐. 어차피 너희들은 천사님의 손에 의해서 다 죽는다. 크하하하하!”
무슨 관계라도 있는 것인지 광기가 폭발한 것처럼 웃는 던의 모습은 빈틈투성이였지만 알렉세이는 그 빈틈을 노리기는커녕 안쓰러운 눈빛으로 던을 바라보았다.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었지만 친분을 나누던 소드마스터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넌 것을 직감했고, 비통해한 것이다.
촹!
크게 검을 휘두른 던이 알렉세이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항복해라! 알렉세이! 너도 황제폐하의 은혜를 입고 그 밑에서 종군하는 것이 좋을 것이야!”
광기에 찬 소드마스터 던과 침을 질질 흘리며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황제의 천사, 거기에 꾸역꾸역 증원되는 황제군까지.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였지만 의외로 알렉세이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럴 수는 없지.”
차분해진 표정의 알렉세이가 검을 바로 세웠다.
“…… 흡?”
거칠기 짝이 없다는 검술을 가지고 있는 알렉세이의 소문과는 다르게 굳건한 자세를 가지고 검을 바로 세운 모습에 던이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끼며 눈을 부릅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자네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거밖에 없겠군.”
“…… 네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알렉세이의 몸에서 스멀스멀 일어나는 압박감에 목소리를 낮춘 던이 반문했고, 알렉세이는 미소 지었다.
“짐승을 믿고 있는 거라면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
알렉세이의 자신감이 전염된 것인지 귀족군 병사들의 얼굴과 눈에 빛이 돌아왔고, 그 모습에 던은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 …….”
쫘자자자자작!
의문에 찬 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수한 빛줄기가 나타나더니만 짐승의 몸을 가로질렀다.
– 크오오오오!
고통이 가득한 고함소리에 심약한 몇몇은 가슴을 잡고 주저앉았지만, 대부분의 병사들은 환희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고, 그것은 알렉세이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무슨!”
너덜너덜해진 천사의 모습을 본 던은 경악했다.
흰 연기를 내 뿜으며 재생 중이기는 하지만 황제가 만들어낸 피조물에게 저 정도의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 것이었고, 그것은 황제군도 마찬가지인지 동요의 빛이 역력했다.
“질투 나게도 말이지.”
“자네도 머지않았지 않은가. 수련에 조금 더 힘을 쓰게.”
“누구냐!”
갑작스레 들린 목소리에 던이 크게 외치며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 눈물점이 인상적인 사내의 모습에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디어뮈드!”
“오랜만이군. 던.”
묘하게 차분해 보이고 활기가 넘쳐 보이는 디어뮈드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던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럭저럭 좋지만 자네는 그래 보이지 않는군.”
“으흡!”
차분한 목소리에 담긴 알 수 없는 위압감에 던이 한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 끼아아아아아!
동시에 자신을 공격한 것이 디어뮈드임을 인식한 천사가 비명소리와 함께 달려들었고, 그 순간 디어뮈드와 천사 사이에 빛으로 생긴 벽이 나타났다.
– 카아아아악!
자신의 몸으로 벽에 몸을 부딪친 모습이 된 천사가 울부짖으며 벽을 찢으려 했지만, 벽이 환하게 빛나며 무수히 많은 칼날로 변해 천사의 전신을 난자했다.
– …… 케에에에에.
제아무리 재생력이 뛰어나도 힘이 빠진 것인지 천천히 추락하는 천사의 모습에 던이 무거운 음색으로 입을 열었다.
“…… 벽을 넘은 거냐. 디어뮈드.”
“그렇게 됐네.”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 디어뮈드였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너무도 컸다.
소드마스터였던 디어뮈드가 벽을 넘었다는 것.
그것은 초인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것이고, 인세를 걸어 다니는 자연재해가 또 하나 생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애초에 양 진영에 초인이 한 명씩 있어서 이 전장이 성립되고 있는 것인데, 그러한 전장의 변화를 위해서 황제가 천사를 만들어내니, 귀족군에서는 새로운 초인이 등장해 버린 것이다.
– 끼아아아아.
“끈질기기도 하군.”
힘이 실려 있는 천사의 울음소리에 디어뮈드가 몸을 돌렸다.
“예정대로 행동하지. 저건 내가 맞겠네.”
“그래. 그럼 나는 이쪽을 정리하지.”
디어뮈드가 한 걸음을 내딛으니 이미 천사의 앞에 도달해 있었고, 크게 놀란 천사가 팔을 휘두르려 했지만, 디어뮈드의 손을 그것보다 더욱 빨랐다.
쩌저저저저저적!
수십, 수백 개를 넘어서 수천 개의 빛줄기가 천사를 덮었고, 그 하나하나가 오러블레드로 이루어진 참격이었다.
“무슨!”
제아무리 천사가 대단하다고 할지라도 저런 것을 견딜 수는 없다.
다급히 놀란 던이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알렉세이의 검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쾅!
“큭! 비켜라!”
“머리가 조금 식었나 보군. 그래도 안 되지.”
비릿하게 웃는 알렉세이의 모습에 광기가 폭발한 것인지 던의 검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쏟아져 들었지만, 알렉세이는 몸을 단단히 웅크린 채 그 모든 공격을 쳐냈다.
“이놈!”
방금 전의 공방과는 달라진 양상에 던이 크게 소리쳤지만, 알렉세이의 표정은 잔잔하기 그지없었다.
제아무리 소드마스터라고 하지만 인간인 이상 한계는 있는 법.
끝도 없이 쏟아질 것 같은 공격은 어느새 힘을 잃었고, 던이 다시금 힘을 더하기 위해 크게 호흡하던 그때였다.
쩍!
“…… 컥!”
알렉세이가 가로로 검을 휘둘러 베었고, 던은 그것을 방어하지 못했다.
정련된 오러블레이드가 던의 몸을 그림처럼 가로질렀고, 던의 몸이 허리를 기점으로 분리되었다.
쿵!
“…… 커, 커억!”
내장이 흘러나왔고, 전신의 모든 구멍에서 선혈을 뿜어내는 던의 모습을 알렉세이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담담한 척하고 있지만, 이번의 일격은 알렉세이도 쉽게 할 수 없는 공격이었고, 몸 전체가 삐걱거렸지만 알렉세이는 만족했다.
정확한 기회만 잡는다면 소드마스터도 일격에 죽일 수 있는 검격.
그러한 검격의 대가가 이 정도라면 크게 남는 장사였기 때문이다.
“잘 가게.”
“…… 이! 이대로! 갈 거 같으! 카악!”
던의 눈에서 시퍼런 광기가 번뜩이더니만 그의 전신에서 빛이 일어나며 무언가 변화하려고 했지만 알렉세이는 놀라지 않고 검을 놀렸다.
콰직!
오러블레이드가 던의 목을 치고, 그것도 모자라 잔뜩 일으킨 오러로 던의 몸에 불을 붙여 잿더미로 만드니 그제야 빛이 사그라졌다.
“애먹이는구먼.”
“우와아아아!”
“돌격!”
알렉세이의 한숨과 함께 용기백배한 귀족군이 황제군을 밀어붙였고, 천사가 울부짖으며 달려들려 했지만 디어뮈드의 손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아렌이 용으로의 승화한 그 순간.
아렌과 세상 모든 것이 이어졌고, 막대한 영기가 아렌을 중심으로 흩뿌려졌다.
용의 승천을 목격할 수 있다면 인세에 다시없을 기연이라고 한다.
아렌의 승화를 가장 가까이서 목격한 디어뮈드는 넘치는 영기와 강렬한 영감으로 초인의 문턱에 들어설 수 있었고, 그 자리에 있던 교황과 이단심문관 역시 경지를 크게 올릴 수 있었다.
그 영향은 아렌을 중심으로 번져나갔으니, 마침 아렌의 거처 가까이에 있던 알렉세이도 큰 깨달음을 얻었고, 그것은 귀족군 전체가 그러했다.
크던 작던 한 발자국 앞서 나간 귀족군은 파죽지세로 밀어붙였고, 황제는 천사를 생산하여 대항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나 지났을까.
결국 귀족군은 제도의 성벽을 마주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