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34
034화
도리안의 참모를 자처하는 빈델은 당연히 콜레트 혼자만 움직이는 것을 방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빈델의 입장에서 본다면 콜레트가 아렌에게 접촉하는 것은 성공하면 대박이다.
설령 실패해도 나름의 데이터를 얻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아렌의 반응을 살피는 일이다.
그렇기에 콜레트가 움직이기 시작한 시점부터 콜레트의 주변에는 무수한 시선들이 따라다니기 시작했고, 불손한 의도를 담은 시선에 아렌이 기분이 나빠졌던 것이다.
* * *
비록 그 의도가 불순하고 하는 짓이 시정잡배 같았지만 이들은 아카데미에 입학을 허락받은 엘리트들이다.
그런 엘리트들 중에서도 도리안이 골라서 포섭한 이들이니만큼 실력 하나는 확실한 사람들이니만큼 불의의 상황에 대한 대처는 확실히 빨랐다.
차차차창!
갑작스럽게 끌려 나와서 놀란 것도 잠시, 각자 몸을 굴려서 신형을 바로잡더니만 곧바로 전투태세를 취하는 모습에 트리안과 네이던이 저도 모르게 감탄할 정도였다.
“무슨 짓이냐!”
열다섯 개의 시선과 열다섯 개의 무기가 어느덧 한발 나서서 일행의 앞에 돌출되어 있는 아렌에게로 향했다.
아렌이 괴물 같은 꼬마라는 것은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한 순간에 열다섯의 일행을 끌어당기는 말도 안 되는 짓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렌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나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아렌의 표정이 변했다.
반듯한 눈꼬리가 밑으로 조금 쳐진 것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겁먹은 소년의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다만 얼굴의 다른 부분은 전혀 변화가 없어서 더욱 더 기괴해진 아렌의 표정을 보면서 모두가 못 볼 것을 봤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 순간.
“아. 아. 무. 서. 워. 라.”
마치 딱딱한 교본을 읽는 것 같은 목소리로 아렌이 입을 열었고, 모두의 얼굴에 멍한 빛이 떠올랐다.
“······뭐냐 저거?”
“······혹시 조금 전 쿠키에 독이라도 들어 있었나?”
트리안의 어이없는 목소리와 함께 네이던이 싸늘한 눈빛으로 콜레트를 노려보았지만, 콜레트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결백함을 주장했다.
“······뭐 하는 짓이지?”
빈델이 의심 가득한 눈으로 아렌을 쳐다보았지만 아렌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갑. 자. 기. 나. 타. 나. 서. 무. 기. 를. 겨. 누. 다. 니. 무. 서. 워. 요.”
딱딱 끊는 목소리와 말투가 기괴하기 짝이 없었고, 그 누구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그 순간, 주변에 인기척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뭐야?”
“무슨 일 ······무기를 꺼냈어?”
“애한테 뭐하는 짓이야?!”
내용물이 어쨌든 겉으로 보기에 아렌은 소년이다.
그런 작은 소년과 무기를 든 건장한 체구의 남자 열다섯 명의 대치 상황이다.
‘······당했다.’
빈델이 아차 하는 순간, 주변의 반응이 점점 열기를 높였다.
“새벽부터 남의 기숙사 앞에서 무기를 꺼내들고 애를 겁박해? 너희 미쳤냐?”
“······아카데미도 갈 데까지 갔군. 아무리 능력 위주라지만 저런 기본도 안 된 무뢰배들을 뽑다니. 쯧!”
“그러고 보니 거니 너 로앙 남작가 녀석이지? 어쩐지 소문이 구리다 싶었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은 언제나 스트레스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바깥보다는 억압적인 분위기가 있는 아카데미의 상황에 적응하는 것도 신경 쓰이는데, 이번 기수는 던전에서의 사건도 겪은 학생들이니 그 스트레스가 더했다.
그런 와중에 마침 기회를 만났다고 생각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울분을 터트려 버린 것이다.
비난이 계속 강도를 높여 갔고, 이대로 간다면 천재지변도 빈델의 일행 탓이라고 이야기가 나올 판이다.
빈델의 일행이 어디서 이런 원색적인 비난과 모역을 받아보았겠는가?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려고 빈델이 머리를 굴리는 사이, 결국 참지 못한 학생이 있었다.
“닥쳐!”
쾅!
성질이 개차반 같다고 비난 받은 로앙 남작가의 자제가 거칠게 바닥에 검을 내리쳤고, 오러가 실린 검은 땅 바닥에 거대한 균열을 일으키며 그 파편을 사방으로 튕겼다.
“흥!”
“······한번 해보자는 건가?”
익스퍼트 중급은 무난할 것 같은 실력이었지만, 아쉽게도 이곳에 모인 이들은 개개인이 그 실력을 인정받은 이들이다.
겁먹기는커녕 비웃음을 날리며 로앙 남작가의 자제를 노려보던 그때.
핏!
“아. 야.”
그렇게 사방으로 날아간 파편 중 하나가 아렌의 볼을 스쳤고, 하얀 피부가 순식간에 달아오르더니 이내 몽글몽글한 핏방울을 흘려내기 시작했다.
“아. 파. 라.”
장내가 소란스러웠지만, 기이하게도 모두의 귀에 똑똑히 박히는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아렌에게로 향했고, 아렌의 볼에서 흐르기 시작한 핏방울을 목격하게 되었다.
“이런 빌어먹을 녀석 같으니라고! 저 꼬마의 어디를 때릴 때가 있다고 패악한 짓을 저질러!”
“더 이상은 안 되겠군. 기사 된 자로서 이런 불의는 용납할 수 없다.”
이제는 무기를 꺼내들고 앞으로 나서려는 학생들까지 나타나는 상황에 트리안과 네이던은 어이 없어하는 눈빛으로 아렌을 쳐다보았다.
“······저거.”
“······일부러 안막은 거다.”
“예?”
아렌의 볼에 생긴 상처에 어쩔 줄 몰라 하던 콜레트가 화들짝 놀랐고, 아렌의 손이 볼의 상처로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둥!
공기가 무거워졌다.
* * *
베로아와 벡스터는 아렌에게 어떻게든 귀족가의 예법과 세간의 상식을 주입하고 싶었지만, 결국 두 손을 들었다.
그들의 주인은 너무도 강력했고, 주관이 뚜렷했으며, 결정적으로 조금 과격할 뿐 사리가 분명했으니까.
때문에 베로아와 벡스터는 타협할 수밖에 없었고, 아렌이 손을 쓴 이후에 수습이 쉽게 할 수 있는 요령을 가리키는 쪽으로 교육의 방향을 틀었다.
이 세상은 결국 힘이 있는 사람의 손을 들어주기 마련이었지만, 그런 것을 감안해도 아렌의 손속은 너무 잔혹한 면이 있었다.
때문에 그런 부분을 조금이라도 감면받기위해서 베로아와 벡스터는 아렌에게 명분을 먼저 쌓으라고 강력하게 조언했다.
험난하고 귀계가 넘치는 무림을 거쳐 온 아렌은 충직한 하인들의 충고를 무시하지 않았다.
* * *
“헛!”
“뭐냐!”
순식간에 무거워진 공기와 광범위하게 피어오르는 기세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실력 없는 자들은 이곳에 없었다.
모두의 눈빛에 경악이 떠오르며 한 곳으로 시선이 모였고, 그곳에는 예의 감정 없는 표정으로 돌아온 아렌이 있었다.
어느새 아물기 시작해서 출혈이 멈춘 뺨이 다시 제 혈색을 찾아가기 시작했지만, 아렌의 손에 묻은 핏자국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기습당했군.”
혼자서 말하는 것 같은데도 모두의 귓가에 똑똑히 파고드는 아렌의 목소리에 경악한 것도 잠시, 이내 표정들이 묘하게 변했다.
“······기습당했다고 말하기에는 좀.”
“조용히 해라.”
트리안이 중얼거리다가 네이던에게 면박을 당했고, 빈델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귀족끼리의 다툼에는 명분이 중요한 법이다.
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명분을 챙기는 쪽이 유리한 것이 귀족끼리의 싸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선공을 누가 당했느냐는 명분을 뺏긴 것도 모자라, 교묘한 말장난으로 기습이라고 못박아 버린 꼬마를 보면서 빈델은 이를 갈았다.
“그래!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거냐!”
사람이 모이면 그중에는 상대적으로 처지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 자리에서는 게리 드 로앙이 그랬다.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한 무력시위가 치명적으로 돌아서버렸고,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고자 앞으로 나섰지만, 결과적으로는 안 하느니만 못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너! 이 꼬마자식! 그렇잖아도 마음에 안 들 ······크아악!”
롱 소드를 거칠게 휘두르며 아렌을 위협하려는 듯 크게 한발 앞으로 내딛었고, 그 순간 아렌의 손이 슬쩍 움직이는 것을 본 사람은 트리안과 네이던 밖에 없었다.
우지직!
“꺄악!”
“헉!”
“뭐야 저게!”
끔찍한 소리와 함께 게리의 손에 들린 롱소드가 꽈배기처럼 말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고철로 변해버린 롱소드가 게리의 팔을 휘감고 올라가서 꼬여 버렸다.
“으아아악!”
꼬여진 철 덩어리가 팔을 감아 버렸으니, 거친 표면에 팔이 피투성이가 되어 버렸고, 강하게 꼬여 들어간 철이 뼈와 근육을 피부 밖으로 튀어나오게 만들어 버렸다.
팔이 아직까지 어깨에 달려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모습에 모두의 안색이 창백해졌고, 심신이 약한 여학생은 구토를 하거나 쓰러져 버렸다.
“보지 마라.”
“······히. 히익!”
트리안과 네이던이 콜레트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이미 본 광경은 없어지지 않았고, 콜레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쉼 없이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게리!”
“죽어라!”
“멈춰!”
한순간에 외팔이의 위기에 처한 게리의 모습에 다른 학생들의 눈이 돌아가 버렸고, 무기를 앞세우며 아렌에게 달려들었다.
“정당방위 성립이구나.”
일행을 말리려던 빈델의 귀에 아렌의 말이 다시금 박혀들었고.
콰지지지직!
“으아악!”
“커. 커어억!”
한 발 앞으로 나선 아렌이 손을 미묘하게 돌리자 각자 사지 한 곳이 마치 빨래 짜듯이 꼬여버렸다.
어떤 학생은 다리가, 어떤 학생은 팔이.
관절이 산산조각 나고 뼈와 근육이 튀어나오는 끔찍한 모습이었지만, 의외로 출혈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차린 네이던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한꺼번에 꼬여 버려서 강제로 지혈된 거구나.’
네이던과 같은 결론에 다다른 것인지 몇몇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고, 아렌이 느릿한 걸음으로 앞으로 나서자 빈델의 일행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비명과 정적, 공포와 경악이 기숙사의 앞에 내려앉았고, 아렌의 두 손이 들려져서 빈델의 일행에게로 향했다.
“슬슬 끝내자꾸나.”
“자. 잠깐!”
빈델이 뭐라고 소리 지르려는 찰나, 아렌의 두 손이 뒤로 당겨졌고, 가공할 흡력이 일어나면서 일행의 신형이 허공의 한 곳으로 끌려들었다.
그리고.
“꺄아아악!”
끝까지 지켜보던 여학생의 비명과 함께 학생들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광경을 보게 되었다.
콰지지지직!
뼈와 뼈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열다섯의 신형이 뭉치기 시작했다.
마치 쇠똥구리가 똥을 굴리듯 빈델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말려들어간 학생들의 몸이 휘고, 부러지면서 서로의 몸이 얽혀 들어갔다.
“크아아악!”
“차라리 죽여! 아아악!”
“꺼어어!”
아렌은 섬세하게 손을 놀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지가 결손되거나 목숨을 잃는 이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니까.
그렇게 비명과 끔찍한 소리가 한동안 올리더니만 이내 그 결과물이 드러났고, 그제야 아렌은 손을 내렸다.
쿵!
열다섯의 체중이 합쳐진 덩어리니만큼, 그 무게도 상당했기에 큰 소리가 나는 것은 당연했지만, 지켜보던 모두의 가슴속에 내려앉은 것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닌 것이었다.
“허. 허어어 ······.”
둥글게 말린 육괴 덩어리에 열다섯의 얼굴이 튀어나와 있었고, 기절하거나 비명을 지를지언정 죽은 사람은 없었다.
“음.”
그런 모습에 만족한 것인지 아렌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모두가 화들짝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이제 그들도 아렌이라는 괴물을 알게 된 것이다.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가 장내에 감돌고, 아렌이 느릿하게 발을 옮기려는 그 순간.
“이게 무슨 짓이냐!”
어디선가 나타난 교수 타린이 아렌을 향해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