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gone crazy RAW novel - Chapter 47
047화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학업을 권장하는 아카데미이지만 몇몇 필수적으로 참여를 강요하는 과목이 있다.
“다들 모였습니다.”
조교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에 선 인원들에게 시선을 돌리자 모두들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마일스는 그제야 앞으로 나섰다.
“주목.”
오러가 실린 목소리에 웅성거리던 학생들의 시선이 모였다.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시 소개하지. 내 이름은 마일스다. 너희의 선배이기도 하고 실전 훈련 수업을 맞고 있는 교수이기도 하다.”
무수한 전쟁을 거치고, 뛰어난 지휘 능력을 입증한 기사의 등장에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그러한 학생들의 모습이 마음에 든 것인지 마일스가 가볍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너희들도 알겠지만, 아카데미에는 필수적으로 이수해야만 하는 과목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이 실전 훈련이지.”
마일스의 시선이 학생들이 모여 있는 너머의 광대한 숲으로 향했다.
“아카데미에 숲이 조성된 것은 학생들의 휴식을 위한 것도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일례로 너희의 뒤에 있는 숲 내부에는 몬스터들이 돌아다니고 있지.”
도시 한복판에 몬스터를 풀어 놓았다는 소리에 학생들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지만, 마일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물론 적절한 조치는 취하고 있다. 저 숲은 삼중 결계로 감싸여 있고, 숲 주변에는 아카데미 경비 기사단이 항상 대기 중이지.”
쿵!
마일스의 뒤에 서 있던 기사들이 발을 구르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표출했고, 그 강렬한 기세에 학생들이 움찔거렸다.
물론 몇몇의 학생들은 재미있다는 표정이나 도전적인 눈빛을 쏘아 보냈지만, 이어진 마일스의 말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뭐 이렇게 대비를 해도 가끔 사고가 나지. 자신의 실력을 과신한 머저리들이 숲에 들어갔다가 실종된다거나 하는 일들인데 ······ . 아카데미는 그런 사고에는 일절 책임을 지지 않는다.”
마일스가 살벌하게 웃었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녀석들은 언젠가 꼭 사고를 치거든. 미리 솎아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온갖 전쟁터를 전전한 기사의 말에는 힘이 있었고, 학생들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자. 너희 뒤로 보이는 숲은 일명 ‘C숲’이다. 평균적으로 C급에 해당하는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지.”
C급 몬스터라면 익스퍼트 상급정도는 되어야 단독으로 상대가 가능한 몬스터다.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다는 사실에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지만, 마일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너희들의 목표는 서식하는 몬스터를 처치하고 부산물을 습득해서 가져오는 것이다. 개인당 하나씩 가져오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각자 주변을 둘러보며 친분이 있거나 실력이 있어 보이는 학생들을 찾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 파티를 구성하고 서로 협력해서 어떻게든 목표를 완수해라. 실전에서는 변수가 무궁무진하고, 그럴 때는 동료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는 은근히 눈빛을 교환하며 슬며시 뭉치기 시작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마일스가 말했다.
“채점 기준은 다양하다. 부산물을 가져오는 것은 기본이고, 파티 구성과 자기 역할을 제대로 했느냐 등등, 볼 것은 많아.”
몇 십 개의 무리로 학생들이 갈라졌다.
“속일 생각은 말고. 그냥 보면 안다.”
씩 웃으며 눈빛을 번들거리는 마일스의 모습에 학생들이 표정을 굳혔다.
마일스 라인에 대한 소문은 자자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마일스의 안목에 관한 이야기이니만큼, 그를 속인다는 것은 경험이 일천한 학생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아. 마지막으로.”
몸을 돌리던 마일스가 깜빡 잊었다는 듯 이야기를 덧붙였다.
“혹시 신체결손이 일어나면 꼭 결손 된 부위를 챙겨라.”
살벌한 이야기에 몇몇 여학생이 머리를 짚었다.
“그쪽이 치료하기도 편하고 싸게 먹힌다.”
대기하고 있던 신관들이 쓴웃음을 지었지만, 마일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럼 움직여라.”
묵직한 긴장감과 함께 학생들이 숲을 바라보았다.
* * *
“우리는 따로 움직이지.”
아렌의 시선이 트리안에게 향했다.
“너랑 같이 다닌다면 수업은 간단하겠지. 하지만 타인에게 의지하려고 들어온 아카데미가 아니다.”
굳건한 의지가 묻어나오는 말에 아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네요.”
어느새 다가온 레티시아가 말을 이었다.
“저도 같이 다닐 수 있을까요? 그래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 편할 거 같은데.”
“레티시아양 정도의 실력이면 환영이지.”
트리안의 환대에 네이던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 순간 레티시아의 뒤에 숨어 있던 콜레트가 얼굴을 내밀었다.
“저.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조마조마한 기운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트리안과 네이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신관을 마다하는 머저리는 없을 거요. 거기다가 솜씨 좋은 암살자까지 따라온다면 바랄 게 없지.”
희미하게 일렁이는 콜레트의 그림자를 흘긋 바라본 트리안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자 콜레트의 얼굴에 환한 빛이 떠올랐다.
“그럼 가보도록 할까.”
이미 한번 손을 맞춰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을 한 일행이 걸음을 옮겼다.
“너무 심하게 하지는 마라. 다른 학생들도 수업을 해야 하니까.”
장난스런 어투로 말을 남긴 네이던을 마지막으로 일행이 숲으로 사라졌고, 아렌은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각자 파티를 꾸려서 숲으로 들어서는 학생들과 자신감인지 자만심인지 홀로 숲으로 향하는 학생들도 제법 보였다.
그중에는 아렌에게 도전적인 눈빛을 쏘아 보내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아렌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모두가 숲으로 사라지고 아렌 혼자만이 남았을 때, 그제야 아렌은 느릿하게 걷기 시작했다.
“다 들어갔군.”
숲으로 사라진 아렌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마일스가 조교를 향해 물었다.
“안전요원들은 자리를 잡았나?”
“예. 각자의 위치에서 대기 중입니다.”
“원래 사고는 처음에서 나기 마련이지. 긴장을 풀지 말라고 해.”
“옛!”
교수라기보다는 군인에 가까운 태도였지만, 지금 마일스의 태도를 지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살벌하게 학생들에게 겁을 주었지만, 아카데미는 명색이 교육기관이고 당연히 학생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려고 노력한다.
C숲의 곳곳에는 비번인 교수들과 경비기사단의 인원들이 대기 중이고, 학생들에게 위기가 닥치면 그들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할 것이다.
좋은 점수는 받지 못하겠지만, 죽는 것 보다는 낳지 않은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만전의 대비를 해두었지만 마일스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예감이 별로야.”
올해의 아카데미는 유독 일이 많다고 생각하며 마일스는 숲을 응시했다.
* * *
“놀랍군.”
아렌은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흡사 정글을 연상케 하는 무성한 숲의 모습에 아렌은 지금까지 거쳐 온 숲의 모습을 떠올렸다.
방금 전까지는 일반적인 초록의 숲이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남만이 무색해 보이는 정글이 나타났으니, 어지간한 아렌이어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법으로 조정을 한 건가.”
숲 전체에서 은근하게 느껴지는 마나의 움직임과 조금 부자연스럽기는 해도 식생이 완전히 달라 보이는 나무들이 한자리에 있었으니 그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무학으로는 불가능한 일.
이런 것들을 가능케 하는 마법에 더욱 더 관심이 쏠리는 것을 느끼며 아렌의 눈이 전방을 향했다.
“크워어어어!”
숲 전체가 울릴 것 같은 포효소리와 함께 거대한 형체가 정글을 헤치고 나타났다.
삼 미터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키에 불룩하게 나온 배, 근육이 가득 들어찬 팔다리와 우둘투둘한 피부로 덮인 온 몸은 혐오감을 절로 일으켰다.
“크르르르!”
커다란 매부리코와 귀 밑까지 찢어진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침을 흘려 내리는 모습은 괴물 그 자체였지만 아렌은 묵묵히 그 모습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네가 트롤이구나.”
몬스터의 모습을 그려 놓았던 삽화를 기억해 낸 아렌이 중얼 거렸다.
아인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고, 식인을 즐기는 식성 때문에 몬스터로 분류된 종족이다.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는 신체능력과 초월적인 재생력을 지니고 있어서, 지방은 작은 영지에라도 나타난다면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는 괴물.
그런 괴물이 아렌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더니만 오른손에 든 커다란 몽둥이를 다짜고짜 내려쳤다.
뻐엉!
그 순간 아렌의 손이 슬쩍 움직였고 커다란 북을 찢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트롤의 복부가 없어져 버렸다.
“크어어?”
쿠쿵!
거짓말처럼 위 아래로 나뉘어버린 트롤의 몸뚱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땅에 떨어진 트롤의 몸이 기묘한 움직임을 보이며 재생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제 아무리 트롤이라고 하더라도 신체의 삼분의 일이 날아간 상황이니 재생은 쉽지 않았다.
“······커.”
잠시 후 생명의 빛이 완전히 꺼져버린 트롤을 내려다보던 아렌이 손을 내밀어 트롤의 어금니를 하나 뽑았다.
“C급은 이 정도인가.”
아렌 자신의 팔뚝만한 어금니를 손에 든 아렌의 시선이 숲의 한 곳으로 향했다.
“그럼 저건 어느 정도지?”
방금 전부터 숲 전체에 넘실거리는 음습한 마나를 느낀 아렌이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 * *
“트리안 공자에게 보조 마법을!”
“예. 옛!”
레티시아의 외침에 콜레트가 양 손을 모으고 온 몸에서 성광을 뿜어내는가 싶더니 이내 트리안의 몸에 휘황한 빛이 어렸다.
“흐합!”
가슴속에서 용기가 샘솟고, 온몸에 들어서는 힘을 느끼며 트리안이 용감하게 앞으로 뛰쳐나갔다.
콰쾅!
“커헙!”
비명인지 기합인지 모를 소리가 트리안의 입에서 터져 나왔고, 막대한 충격량에 전신이 떨렸지만, 트리안은 방패에 몸을 붙이며 물러서지 않았다.
“잘 했다.”
트리안을 격려한 네이던의 손에서 바람의 칼날이 생성되더니만 전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크학!”
보기만 해도 시퍼런 기운이 넘실거리는 바람의 칼날은 무엇이든 잘라 버릴 것만 같았고, 실제로 바람의 칼날은 트롤의 어깨살을 뭉텅이로 잘라내었다.
“젠장.”
하지만 네이던은 이를 갈며 다음 주문을 준비했다.
원래대로라면 트롤의 한쪽 팔정도는 잘라 버리려 했었지만, 마나의 유동을 느낀 트롤이 몸을 움츠렸고, 어깨 정도로 피해를 줄인 것이다.
부글부글.
그리고 그 정도 상처는 트롤에게는 큰 타격이 아니었고, 실제로 상처 부위에 기포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실시간으로 재생되는 모습을 보였다.
쾅쾅!
“크합!”
상처를 입은 것에 대한 분함인지 커다란 몽둥이를 연신 내려쳤고, 트리안은 오러를 집중하며 타격을 흘려내는데 주력했다.
훌륭한 솜씨지만 이대로라면 말라죽을게 뻔한 상황.
“크아아······ 아?”
거칠게 포효하면 몽둥이를 내리치던 트롤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오래 못 갑니다!”
은밀하게 다가선 코린이 트롤의 뒷목에 단검을 박아 넣었고, 정확하게 경추에 찔러 넣은 단검이 신경을 끊고 몸의 자유를 뺏은 것이다.
하지만 가공할 재생력은 박혀 버린 단검을 밀어내며 신경을 재생하고 있었고, 밀어 넣은 단검을 잡고 있던 코린이 다급한 상황을 이야기한 것이다.
“충분해요!”
레티시아의 외침과 함께 두 마법사의 주문이 완성되었고, 코린의 이탈과 함께 목표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