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120
제120화
*최후의 1인 – 배도현(한국) 80킬
*조각 완성자 – 한서현(한국) 4킬, 이제형(한국) 3킬
*최다킬
1위, 박성준(한국) 11킬
2위, 고가량(중국) 11킬
3위, 장위룡(중국) 8킬
4위, 등조연(중국) 7킬
5위, 마오위안(중국) 7킬
모두의 예상을 깬 H조 예선이 끝나자 각종 포털 메인에는 관련 기사가 터져 나오고, 커뮤니티에서도 갑론을박이 오갔다.
[최종 예선에 등장한 진정한 포식자 배도현] [랭킹 1위의 차원이 다른 실력] [배도현. 압도적인 실력으로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다.] [쟁투예선 마지막 날 터져 나온 한국 플레이어들의 승전보. 배도현 한국 팀을 이끌다.]여태까지의 예선전도 충분히 흥행을 이끌고 있었지만, H조 예선이 앞선 경기들을 모두 씹어 먹었다.
-그래! 내가 바라던 게 바로 이런 거라고. 머리싸움과 팀전도 좋지만, 이렇게 시원시원하고 압도적인 전투 장면이 필요했단 말이야!
└솔직히 앞서 경기들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지. 정말 개안을 한 느낌이야. 배도현 응원한다!
└진짜 사이다 페트병 째로 원샷한 느낌임. 판타지라면 이런 시원시원한 맛도 있어야지.
└안 그래도 태양 흑점 때문에 이상 기온이다 뭐다 해서 더워 죽겠는데, 간만에 시원했음.
└커넥트 캡슐 속이 그렇게 쾌적하다고 함. 더위 피해서라도 커넥트 접속 ㄱㄱㄱ
-국뽕이 불타오른다! 배도현 있는 이상 우승은 백퍼 한국이지. 빨리 티오 늘어나서 커넥트 접속했으면 좋겠다.
└솔직히 인정. 우승자는 보나 마나 배도현이네. 그럼 문제는 16강에 얼마나 들어가냔데.
└토너먼트에서 국가 안 겹치게 대진 짠다니까 한국 겁나 유리함.
└배도현 형님. 오늘부터 팬입니다! 그러니까 저 좀 뽑아주세요….
-근데 아무리 레벨 1위라지만 실력 차 너무 큰 거 아님? 이정도면 게임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거 같은데. 아니면 혹시…?
└네, 다음 음모론자~
└갓직히 말해서 이건 레벨의 문제가 아니라 배도현 님의 실력이 엄청나게 대단한 거라고 본다. 특수부대 요원이 초등학생과 싸우는 느낌이었음.
└해외 포털에 배도현 전투 분석 자료 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스킬이나 피지컬보다는 전투 센스가 미쳤다는데? 무기를 다루는 숙련도가 각 분야의 최고 수준이래.
└분명 현실에서도 무도가 아니면 특수요원이 분명함. 싸우는 거 보면 한두 번 경험한 솜씨가 아님.
배도현의 플레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그의 실력에 감탄했고, 그가 토너먼트 최종 우승자가 되리란 걸 확신했다.
일부는 지나치게 압도적인 실력에 의구심을 품었지만, 자칭 전문가들이 내놓은 분석들을 보고는 어느 정도 납득하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사람들을 사로잡은 의문은 하나였다.
-배도현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저 정도 실력을 지닌 이가 일반인일 리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무술 유단자, 현역 군인, 특수 부대원, 비밀 첩보 요원 등 다양한 추측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답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 * *
쾅.
“그게 무슨 말이야? 추적이 불가능하다니!”
“말 그대롭니다. 저희 팀의 능력으론 더 이상 조사가 어렵습니다.”
채일환 본부장은 보고서를 책상에 내던지고는 정보팀장을 노려봤다.
하지만 정보팀장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후우. 자세히 설명해봐. 우리 캡슐을 사용하고 있는 플레이어의 정보를 어째서 우리가 파악할 수 없단 말인가?”
“본부장님도 아시다시피 커넥트의 모든 정보는 인공지능 시스템 관리자 D에 의해 관리되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개인정보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저희도 얻을 수가 없습니다.”
채일환은 쯧 하고 혀를 찼다. 도대체 상부는 무슨 생각으로 AI에게 모든 정보 관리를 맡겼단 말인가?
심지어 플레이어들의 결제와 수입마저 관리자 D를 거쳐서 본사로 들어오다 보니, 이쪽에서 정확한 자료를 입수하기가 곤란했다.
직원들은 자신들의 업무가 줄어서 편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회사를 관리하는 입장에선 AI를 모시는 것 같아 찜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당연한 얘기 말고. 어쨌든 게임에 접속했다면 캡슐을 받았을 거 아니야! 캡슐 배송까지 망할 AI가 직접 했다고 말할 생각이야?”
캡슐은 공장에서 출하되어 플레이어의 집으로 직배송된다.
캡슐의 가격이 가격인 만큼, 배송업체를 끼지 않고 커넥트의 직원들이 직접 배송을 하고 있으니 그 명단과 주소를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맞습니다. 그런데 그 명단에 ‘배도현’이라는 이름은 없었습니다. 그는 분명 ‘VIP’들과 관련 있는 플레이어입니다.”
“하, X발. 그게 정보팀장 입에서 나올 말이야? 아무리 VIP라고 해도 정보팀이라면 관련 정보를 챙겨 뒀어야지!”
채일환의 다그침에 정보팀장의 안색이 굳어졌다. 그는 약간은 불만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본부장님도 VIP들에 대해 알고 계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어쨌든 저희 팀은 더 이상 이 건에 대해선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원하신다면 개인적으로 조사하십시오. 그럼 이만.”
고개를 숙이고 정보팀장이 본부장실을 떠나갔다.
채일환은 불쾌감에 손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이내 분노를 가라앉혔다.
정보팀장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길, 뭐 이런 엿 같은 회사가 다 있어?’
엄청난 연봉과 보너스를 약속받고 입사했지만, 솔직히 맘에 안 드는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애당초 본사라고 간판을 걸어두긴 했는데, 이곳에서 하는 일이라곤 정말 게임 운영에 관한 것뿐이었다.
그 대단한 캡슐과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어낸 개발팀과 연구팀은 어디에 박혀 있는지 코빼기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줄을 대고 있는 대표이사 목재우는 말 그대로 바지사장이었다.
모든 결정은 상부라 부르는 베일에 가려진 ‘회장님’과 AI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VIP들.
㈜커넥트의 지분은 회장님과 VIP들이 나눠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정체는 놀랍게도 G20이라 불리는 국가 정부들과 전 세계 수위권의 대기업들이었다.
물론 의결권 있는 지분은 모두 회장님 소유고, VIP들의 지분은 무의결권주식이기에 회사 경영에 간섭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익 분배 외에 그들에게 특혜가 몇 가지 주어지는 데 그중 하나가 ‘캡슐 제공’이었다.
플레이어들은 모든 이들이 공정하게 추첨을 통해 캡슐을 제공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진짜 가진 권력자와 기득권층은 그들이 모르게 특별대우를 받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 캡슐은 ‘진짜 본사’에서 직접 공급한다.
‘그래. 진짜 본사 말이지.’
서울에 위치한 ㈜커넥트 본사는 얼굴마담이었다.
진짜 본사가 어디 있고, 구성원이 누구며,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전혀 공개되어 있지 않았다.
채일환은 그게 불만이었다. 좋은 대우와 비전을 보고 입사했는데 알고 봤더니 실권은 없는 쭉정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정말 출세하려면 나도 그 진짜 본사의 일원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지.’
그리고 왠지 그 열쇠를 배도현이 쥐고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배도현. 분명 회장님과 관련이 있을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적인 VIP 루트를 타고 접속한 게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정보팀장을 이용한다는 계획은 틀어졌지만, 채일환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일단 사설 업체를 통해서라도 뒤를 캐봐야겠어. 그리고 퍼스트 길드와 관계가 있는 것 같으니 이벤트를 통해서라도 안면을 터야겠군.’
그의 권한 내에서 편의를 봐주고 생색을 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흘러가는 상황을 보니, 배도현은 어떤 식으로든 커넥트 내에서 거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았다.
‘네 진짜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좋게좋게 가자고.’
야망과 탐욕의 불길이 채일환의 눈동자에서 불타오르고 있었다.
* * *
따각따각.
‘거의 육 개월 만인가?’
라울은 천천히 말을 몰며 애쉬튼 백작가의 수도인 콘포드 성을 둘러보았다.
높은 성벽, 넓은 거리, 잘 정비된 건물들.
모두 예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성을 활보하는 사람의 수와 활기는 예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이트 사태가 터지면서 외진 곳의 마을 주민들은 성으로 거주지를 옮겼고, 일거리가 많아진 용병들은 끊임없이 이곳을 찾고 있었으니까.
지금도 무리 지은 대형 용병단이 몬스터 사냥을 위해서 성문 밖을 나가거나, 사냥을 마친 이들이 수레가득 몬스터 사체를 쌓아 귀환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장거리 원정이든 근거리 상행이든 백작령의 중심지인 이곳 콘포드 성을 거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성문 근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게이트 사태라는 재해를 겪는 와중에도 주민들의 표정이 밝고 도시가 활기차다는 건 백작가가 얼마나 훌륭하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했다.
‘흐음. 저곳도 오랜만이네.’
외성문 두 개를 지나 내성으로 향하는 길목.
기사단과 병사들의 훈련장이자 성인식 토너먼트가 열리곤 하는 커다란 경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라울로 깨어난 뒤 부실한 육체로 힘겹게 토너먼트를 치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지금에 와선 그저 작은 추억거리에 불과했다.
‘너무 많은 일을 겪고 많은 것들이 변했는데, 이곳은 여전하구나.’
제대로 검술을 펼치지도 못했던 허약한 백작가의 막내는 어느새 엑스퍼트 상급의 검사가 되었다.
갓 성인이 되었던 소년은 수백 기사의 주인이 되었으며 네 개의 영지를 소유한 자작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변함없이 그대로 자신을 맞이하는 이곳을 바라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고향에 돌아온다는 느낌이 이런 거였구나.’
자신의 새로운 시작점이자 마음의 안식처를 바라보는 라울의 얼굴에는 어느새 따뜻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이럇.”
어느새 느릿느릿 떨어져가는 빨간 해를 바라보며 라울이 저택을 향해 말을 달렸다.
감상에 빠져 성을 돌아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이다.
“어서 오십시오, 라울 자작님.”
“이반! 잘 지냈어? 어디 아픈 데는 없지?”
라울은 양팔을 벌려 집사 이반을 꽉 끌어안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 늙은이야 변함없이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보다 이제 그만 놓아주시지요.”
“아, 미안. 너무 반가워서.”
처음에는 굉장히 서먹하고 어색했지만, 사실 라울의 기억에서 가장 친근했던 인물은 바로 이반이었다.
오늘따라 감성이 폭발해서 그런지 라울은 자신도 모르게 이반을 끌어안아 버린 것이다.
이반은 당황할 법도 했지만, 그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멀리서나마 자작님의 소식을 들으며 제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실 겁니다. 돌아가신 백작 부인께서도 장성한 라울 자작님의 모습을 보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요.”
‘어머니라…’
비록 라울의 몸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전생에도 지금도 가져보지 못한 어머니란 존재가 괜스레 그의 마음을 적셨다.
“이런, 제가 쓸데없는 말을. 백작님이 아까부터 기다리고 계십니다. 바로 집무실로 가시겠습니까?”
“그래야겠지? 안내해줘.”
오늘 집으로 돌아온 것은 아버지 멜빈 백작이 그를 불렀기 때문이다.
말은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식사를 하자고 하셨지만,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똑똑.
“들어와.”
집무실에 들어서자 멜빈 백작이 책상에 놓인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곰 발바닥 같은 커다란 손으로 얇은 종이들을 척척 집어서 옮기는 게 신기해 보였다.
“라울은 거기 잠시 앉아 있고, 집사는 이만 나가보게.”
그런데 왠지 백작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네, 백작님. 좋은 시간 보내시길.”
이반이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방문을 닫고 나가자, 백작이 서류를 한쪽에 밀어두고는 소파에 앉은 라울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왠지 모를 압박감에 라울이 움찔하는데 어느새 다가온 백작이 큰소리로 외쳤다.
“라울!”
“네, 넷!”
깜짝 놀란 라울이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라울의 이마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