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130
제130화
쉬이익, 꽝! 꽝!
“아악! 뚜시, 으씨!”
조쉬는 기묘한 소리를 내뱉으며 부들거리는 팔을 억지로 움직이며 창을 휘둘렀다.
하지만 제레미아 동상의 창을 받아내기엔 힘도, 기술도, 속도도 부족했다.
좌르륵, 쿠당탕.
동상의 내려치기를 받아낸 조쉬의 몸이 주르륵 밀리다가 버티지 못하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크하하, 고놈 참 꼴좋구나.”
표정변화 하나 없는 동상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니 기괴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X발. 아직 끝나지, 커헉!”
조쉬가 부들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려 했지만, 날아든 창대가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다시 한번 연무장 끝자락까지 주르륵 밀려난 조쉬의 입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꼬맹아, 기세도 좋고 나이에 비해 임기응변도 좋긴 하지만, 아직 실력이 부족하구나. 네놈은 여기까지다.”
동상의 말이 끝나고 조쉬의 몸이 자연스레 연무장 밖으로 튕겨 나왔다.
그리고 동상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처음의 모습으로 눈을 감았다.
“이런, 씨.”
아쉽다는 듯 조쉬가 성을 냈지만, 그의 몸은 전투를 이어나갈 상황이 아니었다.
“조쉬 경, 고생했어. 이거 마시고 잠시 쉬도록 해.”
라울이 고급 포션을 하나 꺼내서 건네자, 조쉬가 넙죽 무릎을 굽히고는 양손으로 공손히 포션을 받았다.
“변변찮은 모습을 보여 부끄럽습니다. 마스터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 같아 송구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조쉬의 표정이 분해 보였다.
하긴 아무리 오러까지 뽑아내는 괴물 동상이라지만, 사정을 봐주기까지 했는데 10분이 넘도록 얻어터지기만 했으니.
하지만 라울은 실망은커녕 솔직히 조금 놀랐다.
‘10분이나 버티다니. 전생의 나는 1분도 못 버티고 쫓겨났는데…’
물론 그때는 갓 엑스퍼트의 경지에 올랐고 변변찮은 C-등급 공용 창술을 익히고 있긴 했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창을 주무기로 삼는 플레이어 중 5분 이상을 버텼다는 이를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 조쉬의 근성과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슬슬.’
라울이 인벤토리에서 자신의 창을 꺼내 들고 연무장 위로 올라섰다.
제레미아 동상의 눈이 번쩍 떠지며 창에서 오러가 솟구쳐 오른다.
그와 동시에 라울의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
-도전자의 창술과 스킬 숙련도를 확인합니다.
– [리베라 창술(B)], 숙련도 중급 8LV을 확인했습니다.
– 강제 퀘스트 [제레미아의 시험]의 등급이 B로 책정되었습니다.
‘B등급이라. 무난하네.’
전생에 책정된 등급은 무려 S였고, 자격 미달 경고메시지가 연달아 번쩍거렸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도전했지만, 염동력을 총동원하는 꼼수를 썼음에도 겨우 1분을 채우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다.
하지만 이번엔 시작부터가 달랐다.
“호오, 어느 가문의 기사인가? 제법 쓸 만한 기세로구나.”
동상의 대사부터 달랐다. 그때는 말조차 하지 않고 흠씬 두들겨 맞다가 쫓겨났으니까.
척.
라울이 제레미아를 향해 창을 겨누며 외쳤다.
“애쉬튼 백작가의 라울. 선배님께 가르침을 청합니다.”
“클클. 애송이가 기세가 좋구나. 어디 덤벼 보거라!”
쒜애액!
라울의 창이 손안에서 빠르게 회전하며 바람을 꿰뚫고 제레미아를 향해 날아갔다.
텅, 터덩! 텅!
가볍게 한 손으로 창을 움직여 라울의 창을 막아내는 제레미아. 하지만 라울의 연격이 이어지며 창대가 부딪치는 소리가 연무장을 가득 채웠다.
“좋구나! 기본이 튼실한 것이 마음에 든다. 몸이 풀렸으면 제대로 어울려 보자!”
제레미아의 창에서 푸른빛의 마나스피어가 솟아났다.
라울도 이에 질세라 황금빛의 마나스피어를 뽑아냈다.
쾅! 콰광!!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강렬한 파열음이 터져 나오며 부서진 마나 파편들이 연무장을 휩쓸었다.
놀랍게도 라울은 제레미아 동상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고 대등한 대결을 펼쳐나가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라울이 점차 우위를 점해가는 모습이었다.
“역시 마스터! 저 괴물을 상대로 저런 막상막하의 대결을 보여주시다니!”
조쉬는 당연하다는 듯 큰 소리로 라울의 솜씨를 칭찬하며 아부를 했고, 켄은 라울의 창술 실력에 감탄하는 한편 제레미아 동상이 펼치는 창술에 눈을 떼지 못했다.
‘확실해. 지금 가문의 창술과는 약간 다르긴 하지만, 분명 우리 가문의 창술이 분명해.’
세월이 흐르며 창술도 변화해 왔지만, 그 근본은 바뀌지 않는 법.
켄은 가문의 창술이 완벽하게 펼쳐지는 모습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렇게 5분 정도 대결이 이어졌을까.
갑자기 라울의 창술이 변했다.
‘어어?’
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라울이 내뻗는 창의 궤적, 흐름, 힘의 전달, 어디서 많이 봤던 창술이었다.
‘저건 우리 가문의 창술이잖아!’
라울이 새롭게 펼치기 시작한 창술은 바로 켄의 가문, 그리어 후작가의 창술인 [퓨리 웨이브]. 일명 분노의 파동창이었다.
* * *
‘후우. 일단 따오기는 했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군.’
라울은 카피캣으로 [초급 퓨리 웨이브(B+)] 창술을 훔쳐냈다.
하지만 고급 창술을 단번에 흉내 내기란 쉽지 않아서 스킬 단계가 몇 단계나 낮은 B+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호오. 너 설마 내 창술을 보고 흉내 내는 것이냐? 그 짧은 시간에 그게 가능했다고?”
제레미아 동상이 흥미롭다는 듯 말하며 창을 찔러왔다.
라울은 훔친 퓨리 웨이브의 방식을 따라 창을 막아냈다.
“큭큭큭. 애송이가 겉멋이 들었구나. 어설프게 창술을 따라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제대로 보여주마!”
동상의 기세가 일변했다. 그리고 라울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제레미아의 시험] 퀘스트 등급이 A등급으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그리고는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 거칠고 파괴적인 창술이 라울을 노려왔다.
‘이게 [퓨리 웨이브]의 정수인가?’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회전하는 창기의 파도가 차례차례 밀려왔다.
라울이 분석안과 카피캣 스킬을 최대치로 가동하며 다가오는 창술을 분석하며 창을 내질렀다.
콰광! 쿠르릉!
단번에 밀릴 것 같았지만, 의외로 라울은 잘 버텨내고 있었다.
창술 자체의 위력과 기술적인 측면은 제레미아 동상이 압도하고 있었지만, 광휘의 아우라와 염동력 강화술까지 동원한 라울의 피지컬이 그 부족함을 메워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라울의 창술은 제레미아의 것을 흡수해가며 성장하고 있었다.
그렇게 십여 분의 대결이 이어지고, 제레미아가 순간적으로 기세를 끌어올려 라울을 밀쳐낸 뒤 크게 웃었다.
“푸하하, 가히 악마의 재능이구나! 정말로 보고 겪는 것만으로 상대방의 기술을 재현해 낼 수 있다니. 같은 시대에 살았다면 좋은 적수가 될 수 있었을 것을…. 좋다. 네놈을 위해서 ‘진짜’ 창술의 정수를 보여주마. 부디 살아남아 이 창술을 네 것으로 만들어 보거라!”
구르릉.
일순 연무장을 감싼 대기 전체가 진동하는 듯했다.
그리고 라울의 눈앞에는 새빨간 시스템 메시지가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
-경고! 경고!
-퀘스트 난이도가 S등급으로 강제 조정되었습니다.
-지극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퀘스트를 포기할 것을 권고합니다.
하지만 라울은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이 상황을 반겼다.
‘지금이 아니면 절대 얻을 수 없는 기횐데, 이제 와서 포기하라고? 그럴 순 없지.’
그리고 대처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라울은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벨트에 마나를 불어넣어 파워아머를 착용하고, 연이어 레그나토르까지 소환했다.
「꽤 위험한 녀석과 상대 중이구나.」
라울의 스승 카르데나스가 제레미아의 동상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시는 분입니까?」
「물론이지. 꽤 친하게 지냈던 후배 녀석이다. 이런 장소를 남겨놓다니, 녀석도 참 미련이 많았던 모양이구나.」
왕국 명문 무가의 무기술 정립에 도움을 줬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듯, 카르데나스는 그리어 가문의 시조를 잘 아는 듯했다.
‘금제만 아니었다면, 커넥트의 과거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스승인 카르데나스는 루벤 왕국이 개국하기 전부터 살아왔던 인물.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과 달리, 그에게 들을 수 있는 것은 보편적으로 알려진 정보들뿐이었다.
그 외에는 카르데나스가 말해주고 싶어도 금제로 인해 말할 수 없었다.
「네 녀석도 참 재주가 많구나. 다양한 무술을 접하는 것도 경지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것이니 긴 말은 하지 않겠다만, 과욕은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은 항상 염두에 두길 바라마.」
라울이 자세를 잡고 창에 마나를 불어넣자, 제레미아 동상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면으로 부딪치는 건 너에겐 아직 무리다. 파워아머로 증폭된 마나 스피어로 녀석의 창을 견제하며 최대한 회피에 주력해!」
마나 스피어로는 마스터의 오러 스피어를 막아낼 수 없는 게 당연했다.
라울은 카르데나스의 조언을 받으며 최대한 수비적으로 움직였다.
다행히 오러의 위력은 어마어마했지만, 제레미아 동상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민첩하지 못했다.
‘역시, 인형으로는 마스터의 움직임을 완벽히 담아낼 수 없는 것이군.’
진짜 마스터였다면 육체의 위력 또한 증폭되었을 것이고, 아무리 라울이라 해도 제대로 피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피지컬적인 측면에선 파워아머와 염동력, 버프까지 두른 라울이 어떻게든 제레미아 동상에 비벼볼 만한 상황이었고, 카르데나스의 조언까지 더해지니 전투는 쉽게 결착이 나지 않았다.
“헉. 헉.”
라울은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제레미아 동상을 바라봤다.
동상에서 뻗어 나오던 오러 스피어가 어느덧 모습을 감추었고, 동상은 창을 바닥에 찍은 채 움직임을 멈춘 상태였다.
“그대의 무위에 경의를 표한다. 이 몸으로는 더 이상 그대를 상대할 수 없겠구나. 오늘 나와의 대결에서 얻은 것들이 앞으로 그대의 행보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라울을 인정했는지 한결 진중한 말투로 이야기한 제레미아 동상은 가볍게 주먹으로 경의를 표한 뒤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눈을 감았다.
-강제 퀘스트 [제레미아의 시험]이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으로 [저택창고열쇠A], [칭호 – 제레미아의 인정을 받은 자(S)], 50000 플레이어 코인, 대량의 경험치가 지급됩니다.
-레벨업! 85=>87LV
‘후, 해냈구나.’
반쪽짜리긴 해도 마스터급 실력자를 상대로 버텨내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두둑한 보상을 받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원래 목적이었던 그리어 후작가의 창술도 얻을 수 있었다.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카피캣을 지속한 결과 최종적으로 얻은 것은 [퓨리 웨이브(A+)]. 중급 3LV의 숙련도는 보너스였다.
그리고 공지엔 없었지만, 오픈 베타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활성화된 ‘칭호’ 보상을 처음으로 얻을 수 있었다.
[칭호 – 제레미아의 인정을 받은 자]등급 : S
효과 : 창 관련 스킬의 위력+20%, 창 관련 스킬 숙련도 상승치+20%, 마스터 경지 이전까지 모든 스킬 숙련도 상승치+10%
고대 던전이나 특별한 퀘스트 등에서 얻을 수 있는 각종 칭호는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자동 적용되는 패시브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얻기도 어렵고 개수도 한정되어 있는 대신 굉장한 부가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보상을 받아 기분이 좋아졌지만, 아직 만족할 때가 아니었다.
애초에 라울의 목적은 제레미아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켄 경. 이제 경의 차례야. 가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얻어오길 바라겠어.”
라울의 전투장면에 넋이 나갔던 켄이 그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마스터는 정말 천재야. 그 짧은 시간에 우리 가문의 창술을 그렇게 완벽하게 재현하다니.’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그런 결과를 직접 확인했으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질 수 없어.’
생판 외부인인 라울도 가문의 창술을 저렇게 배워 나왔는데, 평생 단련해 온 자신이 그보다 못하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각오를 다진 켄이 연무장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라울은 잠시 호흡을 고른 뒤 또 다른 연무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이낙.
초능력의 마스터가 라울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