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139
제139화
챙, 챙!
“너, 누구냐?”
반사적으로 꺼내든 단검으로 추가 공격은 막아냈다. 하지만 이미 6호의 가슴에선 핏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지트 내에선 안전할 거란 생각에 무거운 갑옷을 착용하지 않은 탓이었다.
“쳇, 아쉽네.”
포로가 탈출했다고 보고했던 부하, 아니 그로 변장한 케인이 핏방울이 맺힌 단검을 역수로 잡아 쥐며 반대편 손으로 또 하나의 단검을 꺼내 들었다.
6호와 케인.
둘 다 엑스퍼트 상급을 넘어선 근접전의 스페셜 리스트였고,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암살자와 첩보원이었던 만큼 서로의 존재를 확실하게 인식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6호의 단검에서 검은 마나 블레이드가 튀어나왔고, 그의 수행원들이 재빨리 케인의 주변을 포위하며 도주로를 차단했다.
“큭큭큭.”
하지만 포위당한 케인은 긴장하기는커녕 손으로 얼굴을 짚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놈이!”
수행원 하나가 롱소드를 휘두르며 케인을 베어갔지만, 케인이 손목을 살짝 휘두르자 녹색의 마나 블레이드가 허공을 격하고 수행원의 발목을 베어버렸다.
“크헉.”
수행원이 잘려버린 발목을 붙잡고 신음하는 사이, 웃음을 멈춘 케인이 환한 표정으로 6호에게 말했다.
“그 빌어먹을 황동가면. 내 손으로 직접 벗기게 될 날이 올 줄이야. 처참하게 죽어간 부하들의 복수, 오늘이야말로 제대로 갚아 주마.”
“미친 X끼.”
6호는 더는 들어줄 생각이 없다는 듯 검은 마나 블레이드를 앞세워 케인을 찔러 들어갔다.
위우웅.
어느새 파워아머를 착용한 6호의 마나 블레이드는 한층 흉험한 기세를 피워올리며 단번에 케인을 꿰뚫어 버릴 것만 같았다.
챙! 채쟁! 챙! 챙!
하지만 6호는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상대방의 단검에서도 그의 것 못지않은 강력한 마나 블레이드가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제길. 아머 유저였나?”
어느새 케인의 몸에도 6호와 마찬가지로 파워아머가 장착되어 있었던 것이다.
가진 바 실력은 충분했지만, 파워아머가 없어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억울함을 풀겠다는 듯 케인의 움직임은 6호의 수준을 뛰어넘고 있었다.
촤악, 챙! 푸슉!
6호뿐만 아니라 5명의 수행원들이 마나 블레이드를 빼 들고 케인을 공격했음에도 케인의 움직임엔 빈틈이 없었다.
날렵한 제비가 춤을 추는 것처럼 케인의 몸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두 자루의 단검은 적들의 공격을 가볍게 흘려내며 자연스럽게 적들의 피를 강요했다.
문신의 효과로 검기를 쓰게 된 요원들의 수준으론 케인에게 전혀 위협이 될 수 없었다.
불과 1분도 되지 않는 짧은 교전동안 6호의 수행원 중 셋이 급소에 구멍이 숭숭 뚫린 채 목숨을 잃었고, 케인은 자신보다 많은 숫자의 적을 오히려 밀어붙이고 있었다.
척척척.
하지만 결국 이곳은 임페리얼 하운드의 아지트.
칼소리를 듣고 대기하고 있던 마병과 기사들이 속속 지하 공동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이 새끼.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마라!”
자존심이 구겨진 6호는 분노한 듯 가면 아래의 턱을 부들거리며 케인에게 소리쳤다.
아무리 암살자의 기술이 정면대결에서 약점을 보인다 한들 자신이 밀렸다는 사실은 참을 수 없었다.
심지어 놈은 제대로 된 기사도 아닌 동종업계 종사자가 아닌가?
어쨌든 놈이 어떻게 침입한 것인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절대 놓칠 수 없었다.
어느새 넓은 테라스 위는 수많은 병력들이 들어차 있었고, 놈이 도망칠 곳이라곤 아무 곳도 없었다.
놈도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검을 아래로 향한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다 기어 나온 건가?”
“뭐라고?”
케인의 태연한 혼잣말에 6호는 기가 찼다.
아무리 놈의 실력이 수준급이라고 해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게 분명한데 말이다.
“잡아.”
더는 허세에 어울려 줄 생각이 없었던 6호가 지시하자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제국 기사들이 놈을 포위해 들어갔다.
“멍청한 것들. 겨우 이런 놈들에게 당하다니….”
케인은 탄식을 내뱉으며 다시 검에 녹색의 마나 블레이드를 피워 올렸다.
그리고 제국 기사들의 검과 케인의 검이 부딪치는 그 순간.
콰앙!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쓸어버려라!”
“와아아!”
지하 공동으로 들어오는 커다란 철문이 박살나며 수많은 기사들이 마나 블레이드를 뽑아 들고 임페리얼 하운드의 병력을 썰어버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어떻게 이곳에?”
6호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저택 입구부터 이곳까지 배치된 경비병, 각종 마법진, 함정, 기관들은 어떻게 된 것인가?
특히 통로 곳곳에 설치된 알람 마법은 적이 침입하는 즉시 그에게 신호를 보내게 되어 있었다.
어떻게 저 많은 인원이 들키지 않고 여기까지 들어 올 수 있었단 말인가?
쒜액! 써컹! 후두둑.
일순간 황금빛 물결이 지나간다 싶더니 제국 병력이 뭉텅이로 썰려 나가며 공간을 내주었다.
“거 참. 좀 기다리라니까 벌써 판을 벌였어?”
“오셨습니까?”
케인이 상대하고 있던 제국 기사의 목덜미에 검을 꽂아 넣고는 라울에게 고개를 숙였다.
라울은 눈짓으로 그의 인사를 받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6호의 앞으로 다가갔다.
“너, 너는!”
“네가 이 땅굴의 책임자겠지?”
“라울! 어째서 네놈이 여기에?”
6호의 물음을 귓등으로 흘려넘긴 라울이 지하 공동을 한번 쓰윽 살펴보고는 피식 웃었다.
“제국에는 두더지 부대라도 따로 있는 건가? 어떻게 이렇게 매번 땅속에 굴을 파놓는지 참 신기하단 말이지.”
“너….”
6호는 뭔가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이미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아악!”
“끄르륵.”
그가 십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공들여 만들었던 그만의 왕국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었다.
수백의 마병, 백여 명의 강화 요원들, 이십여 명의 제국 기사들.
그들이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말 그대로 쓸려 나가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어디서 이렇게 많은 기사들이… 설마 우리가 속고 있었던 건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퍼스트 기사단의 수는 수련기사를 포함해도 100여 명 정도 수준이었다.
아무리 백작가의 자제라 해도 백 명 완편 기사단을 소유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그 정도만 해도 백작가가 무리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돌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6호가 보고 있는 광경은 무엇이란 말인가?
퍼스트 기사단을 상징하는 황금빛 매가 새겨진 새하얀 갑주를 입은 기사가 무려 300명이 넘었다.
그것도 모두가 마나 블레이드를 뿜어내고 있는 진짜 기사가!
‘이, 이게 도대체?’
6호는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엑스퍼트 급 기사를 양성하려면 적어도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것도 100명이 검을 수련하면 한두 명 정도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엑스퍼트의 경지였다.
물론 명문가의 수련법과 재능있는 이들만 모아서 가르친다면 훨씬 나은 결과가 나오겠지만, 정도가 있는 법이다.
매년 열리는 협회의 기사 서임식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많아도 일 년에 삼십 명, 적으면 그 반도 안 되는 이들밖에 공인받지 못하는데.
‘어떻게 저 많은 기사들을 모았단 말인가? 숨겨놨던 기사? 아니 우리 눈을 속였을 리가… 아니면 다른 가문에서 영입을? 타국에서?’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을 찾을 수 없는 게 당연했다.
라울의 [개발자의 분석안]으로 끌어모은 인재들이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커넥트 시스템]의 보조를 받으며 게이트를 공략하고 수련에 매진한 결과임을 과연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어쨌든 지난 6개월간 라울이 준비해왔던 검들이 마침내 제국 사냥개의 목을 베어내고 있었다.
검기를 사용하는 2식 제국 마병 백여 마리가 발악을 해봤지만, 진짜 기사들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흠. 과연 그 가면 뒤에서 나오는 얼굴이 누구일지 굉장히 궁금하네. 왠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일 것 같기도 하고.”
라울의 황금빛 눈동자가 6호를 훔쳐보고 있었다.
‘다 끝났구나. 아니 이대로 포기할 순 없지. 적어도….’
6호는 입술을 깨물고는 갑자기 기세를 끌어올렸다.
‘검은 희생인가?’
하지만 라울은 굳이 손을 쓰지 않고 케인에게 물었다.
“어때? 케인 경이 직접 상대해 보겠어?”
“맡겨주신다니 영광입니다!”
엑스퍼트 상급의 실력자가 황제의 문신을 활성화하고 폭주까지 하면 얼마나 위험한 상대가 되는지 라울도, 케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의 라울은 굉장히 여유가 넘쳐 흘렀다.
고대 유적에서 마스터의 유산까지 차지한 라울 입장에서 저 정도 적은 이제 위협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 한 번 제대로 붙어보자!”
어느새 검은 마력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한 6호, 검은 괴수를 상대로 케인 또한 기세를 끌어올렸다.
꽈앙! 채재재쟁!
검은 괴수와 녹색 검기가 부딪치며 파공음을 쏟아냈다.
폭주한 검은 괴수 쪽이 우세한 건 당연해 보였지만, 생각 외로 케인은 잘 버티고 있었다.
“레이디 케인! 이 백기사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말씀하시지요.”
제국 기사들을 정리해버린 제이크가 대검을 어깨에 짊어지고 나타나 외치자, 케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필요 없습니다!”
케인의 파워아머가 녹색 기류에 휩싸이며 살짝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조금 전보다 훨씬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검은 괴수를 속도로 압도해 버렸다.
휘리릭, 타닷.
검은 괴수를 중심에 두고 날렵한 새처럼 주변을 뱅글뱅글 도는 케인.
푹, 푹, 푸슛!
마치 부리로 쪼듯 한 번씩 뻗어나가는 날카로운 단검이 검은 괴수의 갑주 틈새를 파고들며 조금씩 상처를 입혀나갔다.
“구오오오!”
분노한 검은 괴수의 외침이 지하공동에 울려 퍼졌지만, 공허한 메아리일 뿐.
광포한 움직임은 날렵한 케인을 전혀 잡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쿵.
검은 불꽃이 사그라들며 6호의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그리고 바로 턱밑에 녹색으로 물든 케인의 단검이 살짝 파고들어 있었다.
짝짝짝.
“훌륭한 승부였어.”
라울의 칭찬과 더불어 주변에서 구경하던 기사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부끄러운 실력을 보였습니다.”
케인이 겸손하게 말을 내뱉고 뒤로 물러서자 라울이 그의 어깨를 툭 쳐주고는 6호의 앞에 다가섰다.
“이대로 끝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지.”
라울의 품속에서 나온 6개의 비도가 황금빛을 머금고는 6호의 주변을 둘러쌌다.
‘광휘의 아우라 발동.’
라울의 몸에서 신성한 기운이 흘러나와 비도에 스며들었다.
휘리릭!
라울의 손짓에 비도가 괴수로 변해버린 6호의 몸을 파고들었다.
덜그럭, 털썩.
비도는 6호의 몸을 잠식하고 있던 마기를 끊어내 버렸고, 그가 입고 있던 변형된 파워아머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끌고 가.”
화상에 온몸이 녹아내린 것 같은 6호였지만, 숨은 붙어 있었다.
케인의 부하들이 6호를 끌고 가고 라울은 남아 있는 변형된 파워아머를 주워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촤르륵.
저절로 발동된 레그나토르가 오른 손바닥으로 검은 파워아머를 흡수해버렸다.
「확실하네. 레그나토르를 다음 단계로 진화시키려면 마기에 오염된 파워아머를 흡수해야 해.」
라벨이 레그나토르의 변화를 체크하며 머릿속으로 라울에게 말했다.
「왠지 그럴 거라고 생각하긴 했어. 다른 변화는 없어?」
「음, 그건 소화가 끝나봐야 알 것 같은데? 어쨌든 이거 하나로는 택도 없다는 거 알지?」
「물론. 걱정 안 해도 앞으로 손에 넣을 기회가 많을 거야.」
아직 제국 놈들과의 싸움은 제대로 시작도 되지 않았으니까.
“자, 빨리 정리하고 돌아가자. 아직 정리해야 할 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네, 마스터.”
기사들이 서둘러 전장을 정리하며 전리품을 수거했다.
라울은 고생한 케인의 곁에 다가서며 말했다.
“수고스럽지만 케인은 한 번 더 부탁할게.”
“맡겨주십시오. 이게 제 전공이니까요.”
어느새 케인의 모습은 6호의 그것을 닮아 있었다. 황동 가면을 착 눌러쓴 케인이 검은 망토를 두르자 진짜 6호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이제 성안에 숨어 있는 벌레들을 솎아낼 차례군.’
지하 공동의 어둠 속에서 라울의 차가운 눈빛이 서늘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