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148
제148화
며칠이 지났다.
겉으로 보기에 콘포드 성의 혼란은 잘 수습된 듯했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으니.
“제로드 남작과 관련된 상단원 일부, 용병들을 체포했습니다.”
“동문을 통해 도주하려던 폰테 준남작 일가를 체포했습니다.”
“케이든 상단주가 찾아왔습니다. 이자크 남작과 관련해서 고변할 것이 있다고….”
이번 사태와 관련된 이들을 체포하고 관련자를 추적하는 등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다.
문제는 판결을 내릴 백작과 백작 대리가 모두 부재중이라는 사실.
라울은 관련자들을 체포하기만 할 뿐, 어떤 처분을 내리지는 않고 있었다. 그건 그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었으니.
그 때문에 내성의 유치장이 가득 차서 임시 수용소까지 만들어야 할 상황이었다.
“휘유, 아주 배신자와 쥐새끼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네요.”
“멜빈 백작님이 작위를 승계할 당시 손을 쓰지 않으셨으니까. 불만분자들이 제이든 자작을 따라 영지를 떠났거든. 그 잔재가 이제야 드러나고 있는 거지.”
제이크와 필립이 체포된 이들의 명부를 확인하며 혀를 차고 있었다.
라울은 아주 작정을 했는지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백작가의 재산에 손을 댔거나 비리를 저지르는 등 죄를 저지른 증거가 있다면 다 잡아들이고 있었다.
평소라면 장로회, 가신단, 혈족 모임 등에서 이런저런 태클을 걸어오겠지만, 지금은 모두들 몸을 사리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정말 이렇게 다 잡아들여도 될까요? 나중에 뒷말이 많이 나올 거 같은데. 자존심 센 분들이 많지 않습니까?”
“어차피 판결을 내리는 건 백작님과 백작 대리님이 될 테니까. 그리고 마스터가 백작가에서 중책을 맡을 생각이시라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선을 그으셨잖아? 불만이 있다고 해도 판결 내릴 때쯤이면 우리는 여기 없을걸.”
필립의 말처럼 라울은 뒷일 생각하지 않고 원칙대로 처리하고 있었다.
가주인 멜빈 백작도 평소 손대기 힘든 원로원 어른들도 체포했고, 영지를 좀먹던 대형 상단 소속 브로커, 각종 대형 협회의 간부들까지 가차 없이 잡아들였다.
반란죄라는 건 그만큼 무겁고 무서운 일이었기에 다들 조사에 순순히 협력하고 있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힘들어.’
잘못된 관행, 눈감아 주던 관습,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기에 이보다 좋은 상황은 없었다.
그리고 물론 이런 큰일을 라울 혼자만의 생각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었다.
제이든 자작의 병력을 물리친 뒤 열린 임시 합동 회의.
마법 영상구를 통해 진행된 회의에서 영주 대리인 딜런, 골든베어 기사단장, 총사령관까지 이번 사태를 놓고 회의를 진행한 끝에 결정된 사안이었다.
물론 라울이 총대를 메지 않았다면 쉽게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일은 결국 누군가의 원망을 들을 수밖에 없었으니.
하지만 라울은 상관없었다.
이번 일이 정리되고 나면 라울이 백작가의 일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백작가에 기대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로 퍼스트 길드가 성장했고, 계획대로 일이 흘러간다면 얼마 후엔 아무도 라울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세력을 구축할 수 있을 테니까.
‘백작가는 딜런 형님에게 맡긴다. 그러려면 형님의 발목을 붙잡을 쓰레기들을 이번에 다 정리해 버려야 해.’
그렇게 콘포드 성 내부에서 라울이 배신자들을 정리하는 사이, 백작대리 딜런은 외부를 순회하고 있었다.
콰앙!
“치, 침입자다!”
“침입자는 무슨. 지금 이곳의 책임자가 누구인가?”
척척척.
영주성의 문을 박살내고 금빛 곰의 문양이 새겨진 갑주를 입은 기사들이 보무도 당당하게 진입했다.
“누, 누구십니까?”
“그 눈알이 삔 게 아니라면 이 문장을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겠지. 당장 책임자를 불러와라.”
“히, 히익. 알겠습니다.”
성문지기가 말에 올라 황급히 영주 관저로 달려가는 사이 딜런이 연이어 명령을 내렸다.
“각 성문을 봉쇄하고, 영지의 유력자들은 가택을 벗어나지 않게 권고하도록. 1소대는 나를 따라 영주 관저로 향하고, 2소대는 병영으로 향해 지휘권을 넘겨받는다. 움직여!”
그렇게 작은 남작성은 들이닥친 골든베어 기사단과 기마대에 순식간에 점령당했다.
저항이 적었던 것은 영주가 병력과 기사들을 이끌고 성을 비웠기 때문이었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아무리 백작 대리라 한들 이렇게 무도한 짓을 벌이다니요!”
전대 남작으로 보이는 이와 일족들이 관사 앞마당으로 끌려 나와 무릎을 꿇고 있었다.
“무도한 짓? 그럼 묻지. 지금 영주는 어디 있는가? 병사들은? 기사들은?”
주름이 가득한 전대 남작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대답했다.
“여, 영주는 몬스터를 토벌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을 뿐입니다.”
“허, 그것참 이상하군. 언제부터 키안 남작가가 콘포드 성의 몬스터까지 토벌을 하게 되었지? 요즘 남작들은 보고도 없이 백작성에 병력을 이끌고 오는 게 당연한 모양이군.”
전대 남작은 눈을 질끈 감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이미 상황이 끝났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무슨 생각으로 병력을 움직인 것인지는 조만간 내가 직접 확인하겠다. 하지만 그때까지 키안 남작령은 백작가의 관리하에 들어갈 것이다.”
딜런이 부하를 불러 지시했다.
“이들은 모두 본가로 이송하도록. 관련자들은 모두 포박해 감옥에 가두고, 관저는 폐쇄한다. 병영에 임시 사령부를 두어 남작령을 관리하도록 하고, 추가 병력이 도착할 때까지 성의 출입도 통제하도록.”
“맡겨 주십시오.”
제이든 자작에게 합류한 영주들은 딜런이 이렇게 바로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원 역사에선 제이든 자작이 콘포드 성에 무사히 입성했고, 딜런과 최고 간부들은 가족들이 볼모로 잡혀 병력을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하지만 라울이 등장함으로써 제이든 자작 측 계획은 완전히 무산되었고, 라울을 믿은 딜런이 바삐 움직이는 바람에 배신한 영주들의 영지를 거의 무혈로 점령해 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야히르 남작령 하나인가?’
그곳만 처리하면 백작령 북동부 배신자들의 영지는 모두 정리가 된다.
그러면 남는 것은 현재 제이든 자작과 병력들이 주둔하고 있는 콘포드 성 동쪽의 남작령 세 개.
그쪽은 중앙군과 합류한 뒤 천천히 압박해 나가면 될 것이다.
“서둘러라. 내일까지 야히르 남작령을 점령해야 한다!”
딜런과 골든베어 기사단이 다시 질주하기 시작했다.
* * *
“급보입니다! 야히르 남작성도 골든베어 기사단의 손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남작의 가솔들은?”
“다행히 우리 측 대원들이 먼저 탈출시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후우. 그나마 다행인가?”
“다행… 이겠지요.”
제이든 자작과 동조 세력이 머물고 있는 게리엇 남작성의 회의실.
회의 중인 이들의 얼굴에 수심이 드리워져 있는 건 당연했다.
출정하기 전에 비해 참석자의 수가 1/3은 줄어들었고, 계속해서 좋지 않은 소식만 들려오고 있었다.
쾅!
“제길,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인지. 제이든 자작님은 지금 어디 계신가?”
“협력자를 만나신다고 아까 내성을 나가셨습니다만.”
“협력자! 그래, 그 썩을 협력자들은 언제 다시 지원해준다는 건가? 얼굴도 모르고 누군지도 모르는 그놈들이 도대체 도움이 되긴 하는 게 맞는 거요?”
“그러게 말입니다. 자작님 말만 믿고 일을 벌였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믿을 만한 자들인지 모르겠습니다.”
제이든 자작이 자리를 비운 사이 회의장에 모인 귀족들은 불안감, 불신에 가득 차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콘포드 성에서 후퇴하면서 상당수의 귀족들이 떨어져 나갔다.
개중에는 영주도 몇몇 있었기에 전력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영지를 점령당한 영주들은 가솔들이 백작가에 볼모로 잡힌 탓에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키기엔 상황이 너무 꼬여버렸다.
웬만하면 타협할 법도 한데 딜런과 라울은 내전도 불사하겠다는 듯 거침없이 몰아붙이고 있으니, 이쪽도 죽기 싫다면 어떻게든 발버둥을 쳐야 할 상황이었다.
철컥.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며 제이든 자작과 테이트 남작이 들어섰다.
“다들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군. 왜, 후회되나?”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그가 자리를 비웠을 땐 목청을 높이던 이들이 자작과는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숨을 죽였다.
“백작가의 가주를 바꾸는 일이다. 이 정도 위험은 당연히 예상했던 것 아닌가? 설마 그럴 각오도 없이 나를 따르겠다고 했다면 지금이라도 떠나라. 붙잡지 않겠다.”
하지만 아무도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미 전 재산을 배팅했는데, 카드를 오픈하지도 않고 게임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이제는 떠나라고 해도 제발 버리지 말라고 부탁해야 할 지경이었다.
만약의 경우 결국 기댈 곳은 제이든 자작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뭐, 경들이 걱정하는 바를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지금이야 멜빈 놈의 숨통이 붙어 있으니 그 자식 놈들이 설치고 있을 뿐. 멜빈이 죽었다는 소식이 알려지고도 과연 지금처럼 영주들을 압박할 수 있을까?”
자작의 말에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딜런이 아무리 후계자로 확정되었다고 하지만, 제이든 자작이 작위 계승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분명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다른 선택지가 생긴다면 영주들 또한 계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아직 합류하지 않고 숨죽이고 있는 포섭자들도 움직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다. 판을 뒤집으려면 무언가 반전의 계기가 필요해 보였다.
그런 귀족들의 생각을 읽고 있다는 듯 제이든 자작이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일단은 당분간 이곳에서 백작가의 병력을 견제하며 시간을 번다. 그러는 동시에 병력을 일부 돌려 이곳의 공략을 돕는다.”
제이든 자작이 단검을 꺼내 작전 지도 위를 콱 내리찍었다.
“그곳은…!”
지도 위의 지명은 칼립스.
바로 라울의 영지였다.
* * *
타다닥!
빠르게 복도를 달려 방 안으로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나키아가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마스터.”
“그래, 차도가 있으시다고?”
“네, 이쪽으로.”
침대에 다가서자 살짝 핼쑥해진 멜빈 백작이 쌕쌕 숨을 내뱉으며 눈을 감고 있었다.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겉모습만 봐도 처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부어올랐던 몸이 정상으로 돌아갔고, 열도 내려 혈색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외적인 치료는 모두 끝난 상태입니다. 물론 근육과 혈관 일부가 파손되긴 했지만,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 상태고요.”
“그럼 마나 쪽은?”
“마나를 역류시켰던 ‘마나 필라리아’도 진정된 상태입니다. 마나 충돌이 멈췄으니 이제 생명에는 전혀 지장이 없으실 겁니다. 다만….”
“…무슨 문제라도?”
“백작님의 마나가 움직이질 않습니다. 마나는 마치 혈액과 같아서 끊임없이 몸을 순환해야 하는데, 그러질 않고 있으니 문제죠. 이상한 점은 보통 이럴 경우 신체의 다른 부분에도 이상이 생기게 마련인데, 그런 증상이 보이질 않아요.”
“그래서 결론은?”
“백작님의 몸은 회복되실 겁니다. 하지만 마나 쪽은 저도 확신할 수가 없어요. 일단은 백작님이 정신을 차리셔야 차후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울이 슬쩍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큰 고비는 넘긴 셈이니까.
그리고 백작의 마나가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그럼 언제 정신을 차리실까?”
“사실 언제 깨어나셔도 이상하지 않은 상탭니다. 늦어도 오늘 중엔 정신을 차리실 거예요.”
그리고 그녀의 진단은 틀리지 않았다.
“…라울이냐?”
“네, 아버지. 정신이 좀 드세요?”
그날 해가 지기 전, 멜빈 백작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그가 쓰러지고 정확히 보름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