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184
제184화
플레이어들의 이주가 끝나고 며칠 뒤.
라울과 간부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어때?”
“아직까지는 별다른 불만은 없는 듯합니다. 오히려 넉넉한 지원에 만족해하더군요.”
라울이 묻자 케인이 정보원들을 통해 얻은 플레이어들의 반응을 보고했다.
“당연히 그래야지! 세상 어디에 가도 우리 영지처럼 용병을 지원해 주는 곳은 없을 테니까. 안 그렇습니까?”
제이크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하자 필립이 고개를 끄덕였다.
“용병과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제이크의 말도 틀린 건 아닙니다. 용병 왕국이라는 마커스에서도 이런 대우는 해주지 않을 겁니다.”
이번에 플레이어를 받아들이면서 라울이 쏟아부은 자금과 앞으로 들어갈 비용은 어마어마했다.
“솔직히 자금 관리를 맡은 입장에선 지원을 조금 줄이는 것이 어떻냐고 조언하고 싶습니다만… 마스터가 손해 보는 투자를 하신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다만 이제 여유 자금이 많지 않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버나드가 영지의 예산안을 보고하며 말했다.
현재 퍼스트 길드와 영지의 자금 사정은 빡빡했다.
들어오는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라울이 계속해서 자금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각 자유 도시에 대한 추가 투자.
자작령 각 성의 증축 및 시가지 건설 사업.
마탑 인수 및 퍼스트 마탑 창설 비용.
거기에 이번 플레이어 이주에 들어간 비용(각종 이주 지원비 및 보조 비용)까지.
이제는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포션 제조 공장과 자유 도시의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한 각종 매출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아무리 라울이라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절대 손해 보는 투자가 될 리가 없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이미 라울과 플레이어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놓은 달튼이 미소를 지으며 묻자 라울도 동의했다.
“이번에 받아들인 1만의 플레이어는 앞으로 등장할 수많은 플레이어들 가운데서도 두각을 나타낼 거야. 이들의 움직임이 뒤이어 방문할 이들의 이정표가 된단 얘기지.”
라울이 탁자 가운데 놓인 커넥트 지도를 쭉 잡아당겼다.
그러자 지도의 남서쪽에 있는 퍼스트 자작령이 테이블의 한 가운데로 옮겨갔다.
“우리 퍼스트 자작령은 앞으로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반드시 거쳐 가게 되는 일종의 진입 관문 같은 곳으로 성장해야 해. 시작은 자유 도시지만 대륙으로 진출하려면 우리 영지를 통하도록 해야 한다는 거지.”
“그런데 그렇게 한다고 우리에게 이득이 될까요? 어중이떠중이들이 자꾸 흘러들어 오면 치안만 나빠지고, 플레이어들에게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잖습니까. 차라리 기사와 병력을 더 양성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제이크의 질문도 어쩌면 타당해 보였다.
하지만 그건 아직까지 플레이어라는 존재를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평범한 시각이었다.
“이유는 조만간 알게 될 거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는다 해도 부활할 수 있는 병력이란 건 상상 이상으로 무서운 존재니까.”
게다가 플레이어들이 본격적으로 던전과 게이트에 투입되면, 지금 퍼스트 길드가 확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물량의 전리품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마나석이나 코어 등 라울의 주요 수입원이 되는 것들의 가격이 폭락하겠지만.
‘그전에 수입 구조를 바꿔 놓을 생각이니까.’
플레이어들이 던전에 들어갈 때 받는 입장료, 전리품을 판매할 때 거두는 수수료, 그 외 각종 세금을 거두게 된다면 오히려 수입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늘어나는 부산물을 직접 가공하고 처리하기 위해 파워아머를 제조할 수 있는 마탑까지 세우고 있지 않겠는가?
그런 경제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플레이어를 주민으로 받아들이는 이득은 충분했다.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결국 그들이 내 영지민이 되었다는 뜻이니까.’
비록 계약으로 묶인 사이이긴 하지만, 운명 공동체가 되었다는 것은 중요했다.
만약 누군가가 라울의 영지를 노린다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플레이어 군단 또한 적으로 돌리게 되는 셈이었으니.
물론 라울은 플레이어들을 그런 방어적인 용도로만 이용할 생각은 없었다.
“퍼스트 플레이어 협회 창설 준비는?”
“퍼플 길드를 중심으로 잘 조율하고 있습니다. 내일 협력 길드 총회가 끝나고 나면 정식으로 발족할 수 있을 겁니다.”
달튼이 시원하게 대답하자 라울이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결국 라울이 최종적으로 노리는 것은 커넥트에 접속하는 플레이어들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
[퍼스트 플레이어 협회]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걸음이나 마찬가지였다.* * *
“그러니까 지금 저보고 협회장을 맡아달란 얘깁니까?”
김일우가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래. 플레이어 김일우. 네가 이번에 창설되는 [퍼스트 플레이어 협회]의 초대 협회장을 맡아줬으면 해.”
라울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김일우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 아니. 저는 솔직히 퍼플 길드 일만 해도 벅찹니다. 협회장이라니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퍼플 길드 업무의 연장선이나 마찬가지니까. 나도 도와줄 거고, 협회에 유능한 행정 인력들을 붙여줄게.”
옆에 있던 달튼마저 그가 협회장을 맡길 종용하자 일우가 한숨을 푹 내쉬며 물었다.
“왜 전가요? 솔직히 제가 배운 게 많은 사람도 아니고, 남들에 비해 엄청 뛰어난 것도 아니잖습니까. 그냥 어쩌다 보니 운이 좋아서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퍼플 길드에 들어오기까지 했지만…”
왠지 그냥 놔두면 계속 자기 비하를 들어갈 것 같은 느낌에 라울이 빨리 말을 끊었다.
“그건 내 생각하고 많이 다르군. 나는 정말 최고 중에 최고만 선발해서 퍼플 길드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그, 그건….”
“애초에 네가 특별하지 않다고? 커넥트 플레이어 전체 랭킹 2위가 특별하지 않다면 도대체 누가 특별한 거지?”
라울의 말에 일우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현실에서의 그는 고아에 변변찮은 대학도 나오지 못한 말단 회사원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운이 좋아 커넥트 초기 플레이어로 당첨되었고, 약간의 재능과 좋은 특성 덕분에 퍼플 길드 부마스터까지 맡게 되었다.
‘전체 2위….’
솔직히 랭킹에는 신경 쓰지도 못했다.
거의 항상 자리를 비우고 있는 배도현을 대신해 길드를 관리하고, 개성 넘치는 길드원들을 어떻게든 다독이느라 정신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퍼스트 길드에서 제공하는 각종 의뢰와 길드원들과의 협동 사냥, 퀘스트를 해결하다 보니 어느새 저절로 랭킹이 올랐을 뿐.
그때 쐐기를 박듯 라울이 말했다.
“솔직히 네가 이계에서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몰라. 하지만 여기 커넥트에서 내가, 우리가 지켜본 김일우는 충분히 대접받을 만한 능력이 있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특별한 사람이야.”
“나도 마스터의 말에 동의한다. 일우 너는 우리가 선택한 최고의 플레이어이자, 기대주야. 퍼플 길드, 넓게는 플레이어 전체를 대표하는 랭커인 만큼 조금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
라울과 달튼의 말을 들은 일우는 조금 감격한 모양이었다.
잠시 상기된 표정을 짓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믿어주시니 더 거절하기가 어렵네요. 하겠습니다, 협회장.”
“잘 생각했어! 앞으로 조금 더 바빠지긴 하겠지만, 영지 차원에서 최대한 도와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렇게 김일우를 다독인 달튼이 본격적으로 협회와 협회장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설명을 듣던 일우의 머릿속에 문득 의문 하나가 떠올랐다.
‘근데 도현이는 어쩌고 나를 협회장에 올린 거지? 생각해보면 최고의 플레이어는 도현이잖아.’
때로는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나을 때도 있는 법이었다.
* * *
와글와글.
이십여 개의 원형 테이블이 놓인 연회장.
백여 명에 가까운 플레이어들이 한자리에 모여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이번에 라울의 영지로 이주한 협력 길드의 마스터 및 간부들과 일부 무소속 랭커들이었다.
이번 모집으로 이주한 30인 이상의 길드 수는 대략 백여 곳.
하지만 그 모든 길드의 마스터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을 수는 없었다.
아니 모을 수는 있겠지만, 라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것은 그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공적치가 높은 30위 이내의 길드뿐이었다.
앞으로 협회에서 결정할 여러 사안들에 대한 의결권을 지닌 이들만 초청한 것이다.
단상 위에는 라울을 비롯한 퍼스트 길드의 간부들이 따로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반대쪽에는 김일우와 퍼플 길드의 랭커 일부가 자리 잡은 가운데, 회의 진행자가 외쳤다.
“…하여 만장일치로 김일우 플레이어가 [퍼스트 플레이어 협회]의 초대 협회장으로 당선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짝짝짝.
박수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조금은 자신감이 얼굴에 붙은 일우가 씩씩하게 걸음을 옮겨 단상 가운데 있는 강연대 앞으로 향했다.
“협회장이라는 과분한 직책을….”
일우는 당선 소감과 앞으로의 포부를 간략하게 발표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이로써 공식적인 식순을 모두 마치고 마지막으로 퍼스트 길드의 마스터, 퍼스트 영지의 주인, 그리고 퍼스트 플레이어 협회의 고문이자 최고 후원자이신 라울 자작님의 말씀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조금씩 소곤거리는 소리가 나던 연회장이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마치 이 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모든 플레이어의 시선이 라울에게 향했다.
펄럭.
라울이 수십 페이지 분량의 작은 책자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모두 이 책자를 받았을 것이다. 협회를 만든 목적과 협회가 수행하게 될 역할에 대해선 여기에 기록되어 있다.”
라울은 책을 휙 강연대에 던졌다.
“하지만 그대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건 그게 아니겠지. 어째서 플레이어가 아닌 커넥트의 주민이 ‘플레이어 협회’ 같은 걸 만들었을까? 우리를 이용하려는 것은 아닐까?”
라울은 고개를 천천히 돌리며 플레이어들 하나하나와 눈을 맞췄다.
“솔직히 말하지. 그대들이 의심하는 대로다. 나는 그대들 ‘플레이어’를 이용하기 위해서 이 협회를 만들었다!”
순간 연회장의 분위기가 서늘해졌다.
플레이어들은 라울이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는지, 살짝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퍼스트 길드의 마스터, 퍼스트 영지의 영주로서 그들을 보살피고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그래서 플레이어인 그대들을 이 영지로 불러들였다. 바로 이 영지, 나아가 주민이 된 그대들까지 지켜내기 위해서.”
라울이 손으로 플레이어들을 가리켰다.
“그대들은 왜 이곳에 왔는가?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무언가를 이루고자 이곳에 왔을 것이다. 헌데, 과연 이 커넥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라울이 자신의 가슴을 툭 치며 말했다.
“내가 그대들을 보호하는 그늘이자 인도자가 되어 주겠다. 그대들이 원하는 길을 찾을 때까지 내가 앞장서겠다. 이 협회는 그를 위해서 존재한다.”
라울이 손을 들어 올리자, 마법 스크린이 연회장 정면에 펼쳐지며 대륙 전도를 표시했다.
각 왕국과 제국이 그려진 가운데 곳곳에 붉은 점들이 찍혀 있었고, 지도 상단 구석에는 도표가 새겨져 있었다.
붉은 점은 게이트 사태로 인해 몬스터에게 빼앗긴 영역이었고, 도표에는 추정되는 던전 개수와 매일 새로이 생성되는 게이트의 수치가 대략적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보다시피 대륙은 아직도 혼란과 위협에 휩싸여 있다. 나는 이 영지의 안정, 나아가 대륙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그대들의 힘을 이용할 생각이다. 그대들 또한!”
라울이 다시 한번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나와 퍼스트 길드를 이용하라. 그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말고, 성장하고, 성장해서 마침내 그대들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라! 나는 그것이야말로 나와 그대들, 바로 우리가 함께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믿는다.”
라울의 이야기는 거기까지였다.
이후 간소한 식사와 연회가 이어지고, 협력 길드 총회이자 퍼스트 플레이어 협회 창설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 대놓고 얘기하는 게 괜찮았을까요?”
버나드가 조심스레 묻자 라울이 피식 웃었다.
“얘기 안 한다고 저들이 모를까? 어차피 다 알게 될 일이라면 굳이 가식적으로 대할 필요가 없지.”
겉으로 보기엔 만 명밖에 안 되는 플레이어지만, 실제로 저들 뒤에는 수십억 지구인이 버티고 있었다.
어쭙잖은 수를 써봤자 다 들통 나게 마련이란 뜻이었다.
게다가 라울이 그들에게 바라는 것은 충성이나 절대적인 협력 같은 것이 아니었다.
‘21세기 지구인에게 충성이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기대보다는.’
합리적인 거래를 하는 쪽이 더 현실적이지 않겠는가.
물론 거래라고 한들 지금 당장은 라울에게 힘의 균형이 쏠려 있긴 하지만 말이다.
“자, 이제 협회 설립까지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움직여 보자고. 회의 소집해.”
플레이어라는 날카로운 검을 손에 쥔 라울이 다음으로 노리는 것은 과연.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