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19
제19화
챙! 터덩!
얼굴을 제외한 전신에 붉은 지렁이 같은 문신이 퍼져나간 제국 기사 넷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칼에 찔려도 상관없다는 듯 공격 일변도로 달려드는 기세가 굉장히 사나워 보였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립의 탄탄한 수비를 뚫어내진 못하고 있었지만 저 필립을 몰아붙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라울에겐 놀라울 따름이었다.
90레벨이 넘는 엑스퍼트 상급기사 필립. 지금은 라울을 호위하고 있지만 필립은 굉장한 실력자였다.
기사단 내부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실력자이기도 했고 은근히 차기 기사단장으로 손꼽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 그가 라울의 호위단장을 맡은 건 라울에게 관심이 생긴 이유도 있었지만 백작의 부탁 때문이기도 했다. 영지를 떠나는 라울의 검술 교육 또한 책임진 것이다.
이후 라울은 매일 저녁이 되면 필립에게 검술 지도를 받으며 대련을 해왔다. 그리고 그 전적은 물론 전패.
아무리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한들 수십 년을 검에 매진한 필립을 이길 순 없었다.
‘염동력과 스킬들을 모두 사용하고 덤벼도 이길 수 없었지.’
아직 레벨도, 스탯도, 숙련도도 한참 부족했다.
그리고 라울과 함께하며 새로운 스킬과 전투방식을 습득한 필립은 영지를 떠나오기 전과는 또 다른 무위를 쌓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세 명이라 해도 그런 필립을 몰아붙이다니.
엑스퍼트 초, 중급밖에 되지 않는 저들의 원래 수준을 생각하면 굉장한 선전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름 : 맥더웰
*레벨 : 71
*직업 : 기사(소드 엑스퍼트 중급)
*소속 : 크라넨 제국, 임페리얼 하운드 미라 지부장
*칭호 : 붉은 사냥개
*스탯 : 잠재능력(B등급)
[근력 72(+5)] [민첩 71(+5)] [체력 73(+5)] [지력 55(-10)] [정신력 68(-5)] [마력 68(+7)] [감각 73(+5)]*고유 특성
맹목적 충성심(B), 공포 내성(C)
‘상승된 추가 스탯들. 아마도 저 붉은 문신의 영향이겠지?’
맥더웰을 비롯한 제국 기사들의 몸을 덮은 문신. 제국의 기사와 병사들을 상대할 때 간혹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건 제국과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될 나중의 일이고 현재로선 저게 뭔지 아는 이들도 드물었다.
“아니, 이것들이 단체로 약을 빨았나? 뭐야 이건, 큭!”
제이크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정신없이 마병들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문신의 영향은 기사들만 받은 게 아니었다. 눈앞의 마병들 또한 몸에서 불그스름한 힘줄이 도드라지며 거칠게 달려들었다.
아까의 헐벗은 마병들과는 달리 갑옷과 무기도 착용하고 있었고 어느 정도 이성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된 합격술을 펼쳐 보였다.
덕분에 제이크는 혹시나 하나라도 뒤로 흘릴까 봐 진땀을 흘리며 수비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공자님, 그냥 대검을 꺼내서 썰어버리면 안 될까요? 요 꼬챙이로는 아무리 찔러도 견적이 잘 안 나오는데…」
제이크가 갑갑하다는 듯 통신을 보내오자 라울이 아쉽다는 듯 말했다.
「필립 경과 피어스 경은 아직 괜찮아 보이는데, 제이크 경은 벅찬가 보군. 정 힘들면 어쩔 수 없지. 제이크 경은 특별히 대검을 사용하도록 해. 경의 실력을 믿고 짠 계획인데 실망이야.」
「예? 힘들다니요?? 이깟 조무래기 상대로 무슨. 필립 경과 피어스 경이 조금 밀리는 거 같아서 그냥 해본 소리였습니다. 저는 필요없으니 저기 활쟁이나 쓰라고 하십쇼, 하하하.」
제이크는 황급히 통신을 보내고는 콧김을 훅훅 내뱉으며 마병들을 노려봤다.
“네놈들 때문에 내가 체면이 말이 아니구나. 다 뒈져라!!”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 제이크의 몸에서 푸른 불꽃이 튀는 것처럼 마나가 격발되며 그의 방패와 레이피어에 몰려들었다.
그리고…!
쾅! 펑! 퍼벙!!
마나에 휘감긴 타원형의 스파이크 실드(쇠로 된 가시가 부착된 방패)가 마병 하나의 몸을 걸레짝으로 만들어 벽에 처박아 버렸다.
그리고 본래 크기보다 세 배 이상 두꺼운 마나 블레이드에 덧씌워진 레이피어가 마병 둘의 몸에 주먹만 한 구멍을 숭숭 뚫어버렸다.
후아앙.
레이피어가 마치 대검처럼 거칠게 허공을 물어뜯자 마병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벌렸다.
“어떠냐, 이 괴물 자식들아? 겁도 없이 달려든 죄, 그 몸으로 갚아라!!”
이제 역으로 마병들을 공격해 들어가는 제이크를 보며 라울이 피식 웃었다.
성격이 가볍고 입은 더 가벼운 제이크지만 라울이 선택한 기사였다.
서른 초반임에도 엑스퍼트 중급을 넘어 상급에 한 발을 걸치고 있는 진짜배기 실력자임에 틀림없었다.
저렇게 마나를 줄줄 흘리며 힘으로 밀어붙이는 게 그리 좋은 전투방식은 아니었지만 적들이 한정되어 있는 지금 상황에선 괜찮은 선택이었다.
실제로 라울이 전투 시작부터 거의 전력을 쥐어짜 5서클 마법사를 잡아낸 것도 비슷한 이유였으니까.
5분 정도 지나자 현기증도 가라앉았고 몸도 적당히 컨디션이 돌아왔다.
‘슬슬 움직여볼까?’
아무리 후방에 머물기로 약속했다지만 차려진 밥상을 손 놓고 구경하기엔 아까웠다.
그사이 피어스는 마지막 마법사의 목을 따고 기사 하나와 대치 중이었고 필립은 여전히 적의 기사 셋과 어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제이크는 마병 넷을 쓰러뜨리고 여섯과 상대 중이었는데, 남은 마병들도 하나같이 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상태여서 조만간 정리될 것 같아 보였다.
이쪽이 승기를 잡았지만 라울은 조금 더 빨리 상황을 정리하고 싶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라울은 레이피어와 망고슈를 뽑아 들고는 제이크에게 합류했다.
쉬익~ 퍽!
차분하게 제이크의 뒤에서 마병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던 라울.
어느 순간 그의 손에서 빛살처럼 뻗어 나간 레이피어가 마병의 왼쪽 허벅지를 꿰뚫었다.
힘없이 털썩 쓰러지는 마병의 모습을 보며 제이크가 혀를 내둘렀다.
‘거 참, 신기하네. 어떻게 저리 쉽게 괴물 놈들의 급소를 파악하는 걸까?’
자신은 구멍을 다섯 군데나 뚫어도 멀쩡히 일어나는데 라울은 원샷원킬이니 제이크가 놀랄 만도 했다.
라울은 제이크가 놀라거나 말거나 그의 뒤에서 차분하게 하나씩 마병을 노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마병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러자 제국의 기사들이 전투를 멈추고 지부장인 맥더웰의 근처에 모여들었다. 필립과 기사들도 급하게 몰아붙이지 않고 맞은편에 서서 잠시 숨을 골랐다.
라울은 살짝 뒤로 물러서 있었지만 남은 인원은 이제 4대 4. 여태까지의 상황을 고려하면 누가 유리한지는 불을 보듯 뻔해 보였다.
“어디서 온 놈들이냐? 실력으로 보아하니 용병 나부랭이들은 아닐 거 같고…. 레이날도 같은 겁쟁이가 제 밑의 기사들을 도시 밖으로 내보낼 리도 없단 말이지.”
맥더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날카롭게 라울 일행을 노려봤다.
“근방 영지의 기사단이라고 해봐야 고만고만할 테고. 이 정도 실력자들인데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았으니 분명 네놈들은 5대 무가에서 온 놈들이겠구나? 그리고 미라에 머물고 있는 무가 쪽 인물이라면 애쉬튼 백작가나 랜달 백작가인데, 레이피어를 쓰는 걸 보면 랜달 백작가 같기는 한데….”
맥더웰은 말을 끌며 일행의 표정을 관찰했다. 하지만 이미 라울의 언질을 받았기 때문인지 일행에게선 아무런 표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상하게 검술에서 아주 약간 어설픈 느낌이 든단 말이지. 그리고 내 직감이 랜달 백작가는 아니라는 신호를 보낸단 말이야.”
그때 제이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곧 죽을 놈이 우리 정체는 알아서 뭐 하게? 할 말 다 했으면 다시 시작하자, 제국의 똥개들아!”
그러고는 지체없이 레이피어를 찔러가는 제이크. 그와 보조를 맞춰 필립과 피어스도 다시 전투에 돌입했다.
‘아쉽군. 하지만 덕분에 살 길을 찾을 수도 있겠어. 놈들의 정체를 캐는 건 밖에서도 충분하니까.’
맥더웰이 묘한 눈길로 혼자 뒤쪽에 빠져 있는 라울을 슬쩍 바라봤다.
후방 지원을 위해 뒤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앞선 세 기사의 배치는 명백히 저 한 명을 보호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추측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맥더웰은 최후의 명령을 내렸다.
“폐하를 위해 피를 바쳐라!!”
“황제 폐하의 영광을 위하여!”
복명한 제국 기사들의 기세가 다시 한번 변했다.
검은 마력의 불길이 피어올라 그들의 몸을 휘감았고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덩치가 1.5배 정도 커졌다. 그리고 동공이 확장되며 눈 전체가 검붉게 변해버렸다.
“크와악!!”
마치 짐승이나 낼법한 소리를 내며 제국 기사 셋이 달려들었고 제이크와 피어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연신 뒤로 밀려났다.
“무슨 힘이!!”
“제국 놈들 도대체 무슨 괴물을 만들어낸 거야!?”
처음에는 엑스퍼트 초급 수준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거의 상급 기사 수준에 가까운 육체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이 당황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라울은 저 현상이 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검은 희생]이라 불리게 되는 제국 군인들의 마지막 발버둥. 자신의 생명력을 마나와 함께 불태워 아주 짧은 시간 경지를 초월하는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기희생 기술이었다.지속시간은 짧으면 30초에서 길어야 1분 남짓. 이후에는 고열에 불타오른 것처럼 온몸이 녹아내리며 목숨을 잃게 된다.
그런 자폭기를 썼다는 건 뭔가 노림수가 있다는 것이다.
기사 셋이 검은 희생을 발동했지만 라울의 기사들은 어떻게든 막아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목표는??
「공자님 조심하십시오!!」
필립의 통신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어느새 둔중한 장갑 강철 갑주를 장착한 맥더웰이 라울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워아머!!”
화들짝 놀란 제이크와 피어스가 맥더웰을 막아서려 했지만 제국 기사들의 마크를 뚫지 못했다.
오직 필립만이 푸른 마나 블레이드를 앞세워 파워아머의 옆구리를 베었으나.
츠즈즛!
새까만 파워아머의 장갑 위에 나타난 반투명한 역장이 마나 블레이드를 상쇄시켰고 필립의 검은 작은 흠집을 내는데 그쳤다.
2m 크기의 육중한 파워아머가 부스터까지 뿜어내며 달려오는 모습은 굉장히 위압적이었다.
아무리 엑스퍼트급의 기사라도 맨몸으로 저 앞을 가로막았다간 무사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라울은 그다지 긴장한 표정이 아니었다. 그저 담담하게 황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다가오는 파워아머를 관찰했다.
[제국 K-E타입 보급형 파워아머]*등급 : E
*출력 : 0.8 CP(Core Power)
*가동시간 : 2h/max
*가동형태 : 마나석 소모형
*방어술식 : 3서클
전생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던 제국의 보급형 파워아머였다.
둔탁해 보이는 외형에 비해 굉장히 기능에 충실한 모델이었다. E등급 기준에 정확히 부합하는 성능을 자랑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다.
기본적으로 3서클 이하 마법을 무효화하고 마나 블레이드가 아니면 흠집조차 낼 수 없는 물리역장을 장착하고 있어서 걸어다니는 탱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충전형이 아닌 소모형 코어기관 때문에 유지비가 굉장히 비쌌고 가동시간도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면 10분을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전장에서 크게 활약하진 못했다.
그럼에도 파워아머는 파워아머. 이제 막 엑스퍼트에 올라선 라울이 막아설 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맥도웰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통로 앞에 버티고 선 라울을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끝이다!”
쾅!!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