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0
제20화
“이건 또 뭐야!!”
맥도웰이 인상을 쓰며 거칠게 외쳤다. 회심의 일격이라 생각했던 그의 주먹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허공에서 가로막혔다.
지지징.
그의 주먹과 라울의 가슴어림 사이에서 반투명한 역장이 맞부딪쳐 스파크를 튀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말인즉.
“이 자식, 파워아머 유저냐!!”
하지만 맥도웰과 달리 라울의 파워아머는 오른팔과 어깨 일부만을 덮고 있을 뿐 몸 전체를 커버하지 못했다.
변형을 완전히 마치지 못한 것인지 경계면에서 황금빛 마나가 일렁이며 커지고 작아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저건 도대체 뭐지? 부분변환이 되는 파워아머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저 볼품없는 외형을 봐선 F등급이 분명한데….’
하지만 맥도웰은 무슨 이유인지 아직 변형을 마치지 못한 라울의 파워아머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채색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거친 질감의 낡아 보이는 파워아머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것이 변형을 끝내면 위험하단 사실을.
맥도웰은 자신의 직감을 무시하지 않았다. 방패조차 집어 던진 그는 멍하니 눈을 감고 서 있는 라울을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죽어!!”
투다다다다, 콰과광!!
* * *
라울은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과 동시에 따뜻한 물속에서 유영하는 것 같은 고양감을 느끼는 기묘한 감각에 빠져 있었다.
맥도웰의 주먹이 다가오는 순간부터 갑자기 시간의 흐름의 느려지기 시작했고 마치 세상과 괴리된 것처럼 멍한 기분도 들었다.
원래 라울은 그의 스킬도감에 수록되어 있던 C랭크 초능력 스킬 [점멸]을 통해 맥도웰의 공격을 흘려낼 생각이었다.
점멸은 순간적으로 공간을 접어 시전자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회피기술.
아무리 강력한 공격이라도 한 번은 피해낼 수 있는 훌륭한 생존기술이었다.
‘그랬는데 갑자기 이런 상황이라니….’
미처 라울이 점멸을 사용하기도 전에 이상한 시스템 메시지가 뜨면서 라울은 육체의 통제권을 상실해 버렸다.
-적대 파워아머와 조우했습니다.
-잠들어 있던 [레그나토르]가 눈을 떴습니다.
-사용자 라울의 자격을 판별 중입니다.
-고유특성 ???(EX)를 소지 중입니다.
-경지 소드엑스퍼트, 중급 염동술사가 확인되었습니다.
-최소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레그나토르]가 기동합니다.
인벤토리에 잠들어 있던 팔찌가 저절로 튀어나와 라울의 오른쪽 손목을 감쌌다. 그리고 그곳을 기점으로 잿빛의 금속이 피부를 뒤덮으며 그의 오른팔을 잠식해 나갔다.
우웅.
도중에 맥도웰의 주먹이 도달했지만 팔찌에서 퍼져나온 역장이 아무렇지도 않게 공격을 막아버렸다. 그리고 금속이 오른쪽 어깨에 도달했을 때 다시금 메시지가 나타났다.
-완전 기동을 위한 마나가 부족합니다.
-대체 에너지를 검색 중입니다. 중급 영력이 검색되었습니다. 우회 기동을 실시합니다.
-영력을 이용한 형태 고착화에 성공했습니다.
-[레그나토르]의 부분 기동이 완료되었습니다.
-불완전 기동으로 인한 페널티가 주어졌습니다.
-잔여 기동시간 5분.
일반적으로 파워아머를 사용하기 위한 최소 기준은 소드엑스퍼트였다.
그 정도는 되어야 구동에 필요한 마나를 공급하고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워아머의 등급이 올라갈수록 요구 수준이 높아진다. 출력이 커질수록 기사의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라울이 기동조차 완전히 하지 못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파워아머.
이런 경우는 둘 중 하나밖에 없었다. 파워아머 자체의 성능이 너무 떨어지거나 반대로 너무 뛰어난 경우.
하지만 라울은 파워아머의 성능이나 페널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것이 파워아머!!’
그는 그저 파워아머에서 전해지는 증폭된 감각과 주체하지 못할 에너지를 마주하며 감격에 겨울뿐이었다.
파워아머.
그것은 커넥트를 플레이하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마주한 벽이자 누구나 탐내던 꿈의 장비였다.
마나 블레이드 미만의 모든 물리공격을 막아내는 역장과 최소 3서클 이하 마법을 무효화시키는 방어 술식.
착용자의 신체능력과 마나를 증폭시키는 신비로운 코어.
평소에는 간단한 액세서리 형태로 축소되어 있다가 마나를 주입하면 자동으로 장착되는 편의성과 휴대성.
이런 점들이 있었기에 소드엑스퍼트 이상의 기사, 5서클 이상의 마법사 정도 수준이 되지 않으면 착용조차 할 수 없는 까다로운 요구조건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파워아머를 욕심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파워아머를 사용하지 못했다.
파워아머는 NPC 전용템, 즉 커넥트의 주민이 아니면 착용할 수 없는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라울도 배도현이었던 시절 파워아머를 구경만 해봤지 실제로 착용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파워아머의 존재는 배도현을 비롯한 랭커들에게는 하나의 커다란 산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이 아무리 레벨을 올리고 숙련도를 쌓아도 동급의 파워아머 유저를 뛰어넘는 건 불가능했으니.
결국 폭주할 수 있는 플레이어 길드와 랭커들에게서 커넥트의 왕국과 주민들을 보호한 것이 바로 파워아머라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 파워아머를 직접 착용하게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감격스런 일인지 라울 본인이 아니고서야 누구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느낌이구나!’
방금까지 상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맥도웰이 왠지 만만하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격이 한 단계 높아진 것 같은 충족감이 넘쳐흘렀다.
그리고 라울이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쉬익~쾅!!
맥도웰의 연격에서 라울을 보호해주던 역장이 사라지는 동시에 한줄기 뇌광이 둘 사이를 가로질렀다.
뒤로 네댓 걸음 밀려난 맥도웰이 자신의 가슴 근처에 새겨진 손가락 크기만 한 자국을 내려다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잘못하면 아머가 한방에 뚫릴 뻔했어. 도대체 출력이 얼마야?’
소드 마스터의 오러블레이드가 아니라면 역장과 아머를 한 번에 꿰뚫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엑스퍼트간에 실력차가 있다고 해도 검기(마나블레이드) 자체의 파괴력은 큰 차이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맥도웰에게는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라울이 레이피어와 망고슈를 들어 올리며 본격적으로 슈팅스타를 펼치려 했고 어느새 필립이 무서운 표정으로 그의 뒤를 노려왔던 것이다.
분명 실력은 필립쪽이 뛰어나다는 걸 알고 있지만 맥도웰은 도저히 라울에게서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그리고 눈앞에서 작은 별똥별들이 피어났을 때 맥도웰은 직감했다.
‘젠장!’
맥도웰의 검은 망고슈의 가드에 걸려 경로가 틀어졌고 라울의 레이피어는 번개처럼 네 개의 별똥별을 피워내 맥도웰의 파워아머를 가격했다.
첫 번째 별과 두 번째 별이 동시에 도착하며 역장을 깨부쉈고 뒤이어 도착한 세 번째 별이 아머를 파고들어 금을 냈으며 최후의 별이 금이 간 아머를 완전히 관통하며 맥도웰의 복부를 꿰뚫었다.
‘쿨럭. 여기까지인가? 하지만 혼자 가지는 않는다!’
투구 안쪽에 피를 토해낸 맥도웰이 자신의 복부를 헤집어 놓은 라울의 레이피어를 손으로 꽉 붙들고는 외쳤다.
“제국에 영광 있으리!”
그의 전신에서 검은 마력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에 동조하듯 파워아머 자체에서도 불길한 검은 불꽃이 피어오르며 끔찍할 정도의 마력이 장내를 뒤덮었다.
라울은 어느새 레이피어를 놓고 뒤로 물러서며 고요한 눈빛으로 그 장면을 지켜봤다.
‘이제 마지막 페이즈인가?’
과거에도 토벌 퀘스트 마지막 단계는 파워아머를 입고 폭주하는 보스를 상대해야 했다.
플레이어들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공략법을 찾아냈다.
답은 무조건적인 도주.
소드 마스터라도 오지 않는 한 파워아머를 입고 폭주하는 보스에겐 상처 하나 입힐 수 없었다.
그저 [검은희생]의 지속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려 마무리짓는 게 답이었다.
라울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예측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비도 충분히 하고 왔다.
과거 플레이어 토벌대에겐 없었지만 라울에게는 있는 것.
그건 바로 든든한 부하 기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단순한 기사가 아니었다.
「공자님, 기동할까요?」
필립이 자신의 목에 걸린 은색 목걸이를 쥐며 묻자 제이크는 자신의 반지를, 피어스는 벨트에 손을 얹으며 라울을 바라봤다.
이제 마지막 페이즈.
더 이상 변수가 될 만한 것이 없었기에 라울은 계획대로 기사들의 파워아머를 동원하려 했다.
만약 또 한 번 시스템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면 말이다.
-[레그나토르]가 금지된 힘의 조각을 감지했습니다.
-맹약에 따라 봉인의 일부가 해제됩니다.
-[레그나토르]가 일시적으로 본래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Warning!! Warning!! 사용자의 격이 지나치게 낮습니다. 가동시간이 지나면 사용자의 신체에 큰 부담이 가해집니다.
-시간제한 : 10초
라울의 몸에서 눈부신 황금빛의 광채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어깨까지 확장되고 멈췄던 파워아머가 챠르륵 소리를 내며 라울의 전신을 뒤덮어 버렸다.
번뜩.
휘황찬란한 기하학적 문양들이 새겨진 황금빛의 갑주 속에서 라울이 눈을 떴다.
그와 동시에 거대하고 따스한 황금빛 파장이 돌풍처럼 주변을 휩쓸고 지나갔다.
“크롸롸!!”
황금빛 파장에 접한 맥도웰은 미친것처럼 포효하며 라울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제는 완전히 이성을 놓은 그는 파워아머와 완전히 융합되어 괴물처럼 변해버렸다.
파워아머의 겉면은 울룩불룩한 힘줄이 꿈틀거리고 있었고 투구에는 핏줄이 불거진 맥도웰의 얼굴 모양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를 둘러싼 검은 마력은 라울에게서 퍼져나오는 황금빛 파장과 마주치자 연신 불똥을 튀기며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그 기세가 무시무시하여 제이크와 피어스는 방패로 몸을 가린 채 이를 악물고 버텼다.
하지만 라울에게선 조금도 긴장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느긋하게 왼손을 들어 올려 맥도웰에게 향한 라울이 혼잣말을 뱉었다.
“역겹군.”
그리고 활짝 핀 왼손으로 허공을 꽉 움켜쥐자.
투웅.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던 맥도웰의 몸이 무언가에 붙들린 것처럼 한순간에 멈춰섰다.
그리고 라울의 손짓에 따라 서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크라락!! 크롸롸롸!!”
맥도웰이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괴성을 질러댔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몸이 더 옥죄어지며 검은 불꽃이 기세를 잃어갔다.
라울은 무심한 눈빛으로 맥도웰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꺼져라.”
그리고 움켜진 왼 주먹 위에서 병뚜껑을 따듯 오른손의 손가락을 슬슬 돌리자.
꾸드드득!!
맥도웰의 머리가 몇 바퀴나 돌아가며 목뼈가 바스라졌고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검은 불길은 삽시간에 사라져버렸다.
털썩.
허공에 들려 있던 맥도웰의 몸이 맥없이 떨어져 내리는 것과 동시에 라울도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으며 비틀거렸다.
“우웨엑!”
어느새 파워아머가 해제된 라울이 약간의 핏물을 게워냈다.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뒤늦게 기사들이 달려오며 물었지만 라울은 조용히 손을 들어 올리며 그들을 제지했다.
‘이것이 초월자가 느끼는 감각인가?’
전생에 도저히 넘볼 수 없었던 절대 강자들의 세상을 살짝 엿본 라울은 그 감각을 복기하며 다짐했다.
‘오늘은 아이템의 힘을 빌렸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스스로의 힘으로 그곳에 다다르겠다고.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