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05
제205화
코넬리우스와 애셔는 건물 앞에 서 있었다.
“진짜 여길 들어간다고요?”
“그래. 주민들은 거짓말을 해도 여기는 거짓말을 할 수 없겠지. 그것도 감히 성직자를 상대로 말이야.”
커다랗게 붙어 있는 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제일 정보상 – 무엇이든 알려드립니다.]코넬리우스가 망설이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애셔가 황급히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정보 길드라는 게 이렇게 대놓고 영업하는 곳이던가?’
게다가 바로 옆 건물에는 떡하니 [퍼스트 정보상]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모르는 것 빼고는 모두 알려드리는 ‘제일’ 정보상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인상 좋아 보이는 젊은이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달라붙었다.
“정말로 속이지 않고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거겠지요?”
“물론입니다! 이 정보 거리에서 저희 가게만큼 정직, 신용을 중시하는 곳은 없습니다. 암, 그렇고말고요.”
젊은이가 가슴을 탕탕 치며 자신 있게 말했다.
“좋소. 그러면 이 영지와 영주 라울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가져오시오.”
“영주님과 영지에 관한 정보 말입니까? 그것도 전부 다?”
젊은이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묻자 코넬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도 빼지 말고 싹 다 가져오시오. 숨기는 게 있으면, 그에 응당한 벌을 받을 것이오.”
“아이고, 제가 어떻게 신관님들을 속이겠습니까. 저, 그런데 비용이 좀 많이 나올 텐데 괜찮으십니까?”
텅.
코넬리우스가 품속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 탁상 위에 올렸다.
살짝 풀린 주둥이 사이로 황금빛이 번뜩이자, 젊은이의 허리가 반으로 접혔다.
“최대한 빠르게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크흠.”
코넬리우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이, 주머니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공금인데 이렇게 막 써도 됩니까?”
“조사에 필요한 비용인데 무슨 상관인가? 그리고 부족하면 또 헌금을 받으면 되는 것을….”
애셔의 우려 섞인 말을 뒤로하고 코넬리우스는 표정을 굳혔다.
‘이번에야말로 네놈이 숨기고 있는 모습을 밝혀내고 말겠다!’
* * *
“제일 정보상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뭐? 설마 대로변에 있는 그곳을 말하는 건가?”
“네, 그곳입니다.”
“…이거 참.”
라울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차를 한잔 들이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래도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뭐랄까 긴장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하긴. 원래 그런 이들이었지.’
세상물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갓 우물 밖으로 뛰쳐나온 개구리 같은 이들.
책이나 주워듣는 얘기로 지식은 많이 알고 있을지 몰라도 진짜 세상에 대해선 정말 하나도 모르는 듯했다.
대로변에서 대놓고 정보상 간판을 달고 장사하는 곳에서 ‘숨겨진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애초에 그곳에 있는 정보상들은 라울의 지원과 관리 하에 있었다.
플레이어들이 손쉽게 커넥트에 대한 정보나 소식을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일종의 소통 창구였던 것이다.
‘진짜 정보 길드를 찾을 생각이었으면 파티의 길잡이인 시마르를 대동했었어야지.’
그러라고 교단에서 붙여준 인물 아니었던가.
라울은 이 황당한 보고에 그저 실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케인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했다.
꼭 죽여 버릴 것처럼 살기를 띠던 모습은 어디 가고, 새어 나오려는 비웃음을 참고 있는 듯했으니까.
“크흠. 점주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어디까지 공개하면 되겠냐고….”
“숨길 것도 없는데 뭘. 적당히 알아서 하라고 해. 대신 비용은 확실하게 청구하라고 하고.”
“그건 말 안 해도 알아서 하지 않겠습니까. 원래 그런 데는 전문가니까요.”
“아, 그리고 마지막에는 꼭 ‘이걸’ 전해주라고 해. 서비스라고 하면서.”
“이걸 말입니까?”
케인이 라울이 전해주는 서류를 살짝 확인해보고는 나지막하게 탄성을 내뱉었다.
“과연! 이런 수도 있었군요.”
역시 마스터라는 생각을 하며 품속에 서류를 챙겨 넣은 그가 인벤토리에서 다른 서류를 꺼내들어 라울에게 전했다.
“명령하신 조사 자료입니다. 저들의 출신과 행적에 대해 추려놓은 것들입니다.”
“빠른데? 하루 만에 어떻게?”
“제 일이잖습니까. 저들이 영지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이미 조사 중이었습니다.”
“훌륭하군. 저들이 좀 멍청해 보인다고 해도 만만한 이들은 아니야. 계속해서 감시하고 특별한 일이 생기면 보고하도록.”
“네, 마스터.”
케인이 물러가고 라울이 보고서를 확인했다.
‘흠. 과연.’
용사 파티 구성원은 라울이 예상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키에라가 성녀라는 건 보자마자 알았고, 마법사 레건이 용병 마법사일 거라는 건 추측하기 어렵지 않았다.
‘마탑 소속이 신전의 일에 순순히 참가할 리가 없지. 그나저나 용병 일을 하면서 5서클이면 확실히 천재 과에 속하는군.’
나이도 이십 대이니 확실히 용사 파티에 들어갈 만한 인재였다.
그리고 시마르.
‘그 장벽에서 10년을 버틴 A급 용병이라.’
왠지 신경이 쓰였다. 하필이면 장벽이라니.
다음은 애셔.
‘평민 출신에 게이트 사태로 가족과 마을을 잃었다. 그리고 뜬금없이 각성. 전형적이네.’
몬스터에 가족을 잃고 분노와 함께 모르고 있던 힘을 각성하는 건, 용사 스토리의 가장 흔한 케이스 아니었던가.
게다가 나이는 18살.
때 묻지 않고 순수하게 분노를 태울 수 있는 적절한 시기였다.
‘그만큼 잘 휘둘리겠지. 본인은 깨닫지 못할 테지만.’
마지막으로 문제의 인물.
성기사 코넬리우스.
출신을 보는 순간 딱 감이 왔다.
‘그래. 이유가 없을 리가 없지.’
아무리 순수하고 사고뭉치인 용사 파티라 해도, 이렇게까지 라울을 적대할 이유가 없었다.
애초에 이제 겨우 활동을 시작한 이들이 어디서 정보를 얻고, 라울의 허물을 캔단 말인가?
‘브레넌 공화국의 델라미안 가문이라.’
라울의 큰아버지인 제이든 자작이 몸을 의탁했던 곳이고, 애쉬튼 백작가의 내전에 숟가락을 얹었던 가문.
제이든 자작이 패하면서 상당한 손해를 봤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현재 제이든 자작의 유산을 놓고 애쉬튼 가문과 법률 분쟁 중이기도 했으니.
‘이런 식으로 내 뒤통수를 치려했단 말이지?’
코넬리우스는 바로 델라미안 가문의 수도에 있는 바타르 교단 지부에 소속되어 있던 성기사였다.
아마도 델라미안 가문의 입김을 통해 용사 파티에 합류했을 것이다.
‘델라미안 가문과 코넬리우스라.’
라울의 생각이 깊어져갔다.
* * *
쾅!
“제길. 이딴 걸 정보라고! 이거 말고 다른 거, 진짜 정보를 내오시오!”
“호, 아니 고객님. 이게 저희가 가진 정보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이만하면 충분한 것 아닙니까.”
접대했던 젊은이의 말처럼, 코넬리우스와 애셔가 안내받은 방 안에는 각종 자료가 말 그대로 산더미처럼 가득 쌓여 있었다.
-라울 자작령 소속 도시, 성, 마을 총람
-퍼스트 길드 지부
-퍼스트 기사단 명부
-퍼스트 길드 활약상
-라울 드 애쉬튼 자작의 행보 및 관련 자료
말 그대로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표면상의 자료’는 거의 다 나와 있었다.
하지만 코넬리우스가 원했던 자료는 단 하나도 없었다.
“이런 수박 겉핥기 같은 자료 말고 진짜 자료는 없냔 말이오! 예를 들면….”
“네. 예를 들면 어떤 것 말입니까?”
젊은 점원이 싱글거리며 되묻자 코넬리우스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 있잖소? 그래, 뒷 정보! 자작이 숨기고 있는 비밀 정보 같은 거!”
웃고 있던 직원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저희 정보상은 ‘불법적인 정보’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설마 고객님께서 말씀하시는 비밀 정보가 그런 ‘불법적’이고 ‘지저분한’ 것들은 아니시겠죠?”
설마 신관이 그런 정보를 요구하겠냐는 직원의 표정에 코넬리우스는 차마 대놓고 말할 수가 없었다.
“…크윽. 됐소! 이만 가자, 애셔.”
“…네.”
화가 잔뜩 차오른 코넬리우스와 달리 애셔는 뭔가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그리고 방을 빠져나가려는 둘을 갑자기 직원이 불러 세웠다.
“잠시만요. 이건 저희 점주님께서 ‘서비스’로 드리는 정보입니다. 아마 일행분들께 꽤 도움이 될 만한 정보일 겁니다. 나중에 같이 열어 보십시오.”
“됐소. 이제 와서 무슨….”
코넬리우스는 코웃음을 치며 직원을 무시하고 나갔지만, 애셔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시하고는 자료를 챙겼다.
잠시 후, 그들이 머무는 숙소.
커다란 별채형 방을 빌렸기에 일행들 모두 거실에 모여 있었다.
“어떻게, 성과는 좀 있었습니까?”
시마르가 살짝 비꼬는 듯한 말투로 묻자 코넬리우스가 콧방귀를 끼고는 침묵했다.
그때 애셔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이번 일은 제가 잘못 판단한 것 같습니다. 라울 자작님은 제가 생각했던 부패한 귀족이 아니었습니다. 여러분께 피해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이, 이봐 애셔! 지금 그게 무슨….”
갑작스런 애셔의 행동에 당황한 코넬리우스가 따지려 했지만, 다른 이들이 빨랐다.
“괜찮습니다.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는 법이지요.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지. 도시 전체가 활기차고 주민들 생활 수준이 이렇게 높은데 영주가 부패했다고? 눈깔이 삐지 않고서야 그런 소리가 나오겠나.”
성녀 키에라가 기특하다는 듯 애셔의 어깨를 토닥여 줬고, 마법사 레건은 것 보라는 듯 툴툴거렸다.
“이방인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늘 만난 이들은 한결같이 영주를 칭송하더군요. 혹시 강제로 이주했다거나 영주에게 부당한 대우를 당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미친 사람 보는 것처럼 무시를 당했습니다.”
시마르는 일부 과격한 이방인에게 스파이가 아니냐며 멱살을 잡히거나 신고까지 당했던 건 굳이 언급하지도 않았다.
그 수많은 이들을 모두 세뇌시킨 것이 아니라면, 계속 라울 자작을 의심하는 건 도리에 맞지 않는 억지에 불과했다.
“하, 다들 제정신이 아니군. 정말 정상적인 방식으로 이런 도시를 만들었다고? 한낱 17살짜리 꼬맹이가?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코넬리우스였지만, 이번에는 키에라 성녀도 참지 않았다.
“그만하시죠. 아무런 죄도 없는 훌륭한 영주를 모함하는 건 이제 제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죄가 없다니! 무슨 근거로….”
“설사! 죄가 있다 해도 그걸 조사하는 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닙니다. 더 이상 본래의 목적을 흐트러뜨린다면, 코넬리우스 경을 이 조사단에서 내보내겠습니다!”
성녀의 깜짝 발언에 파티원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 당신이 무슨 권한으로? 교단에서 그걸 허락할 것 같은가?”
“네, 충분히요. 제가 경과 같이 일하길 거부한다면 과연 누구 손을 들어줄 것 같습니까?”
각 교단에 많아야 한두 명밖에 없는 성녀와 백 단위가 넘어가는 성기사.
물론 실력 있는 성기사는 그 수가 줄어들지만, 그렇다 해도 결과는 뻔했다.
그간 키에라가 입을 다물고 있던 것은 연장자에 대한 배려와 타 교단을 존중하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녀가 생각하기에 이 이상 코넬리우스를 방치한다면 그들의 목적 자체가 흔들릴 수 있었으니.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나가겠습니까? 아니면 원래 목적대로 움직이겠습니까?”
큰 소리를 내고 있지만, 탁자 아래 모아쥔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일행이 분열되는 건 그녀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알겠소. 성녀의 말에 따르지.”
코넬리우스가 백기를 들었다.
아무리 다른 생각이 있다 한들, 조사단 자체에서 쫓겨나면 무슨 소용인가.
다시 신전의 냄새나는 낡은 연무장에 틀어박혀 수행이나 하는 건 사양이었다.
“좋아요. 그럼 본래 목적대로 이방인들의 영입을 진행해야 하는데… 솔직히 어려울 것 같네요.”
“오늘 하루 동안 도시에 있는 이름있는 이방인 길드를 모조리 방문했습니다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영주, 퍼스트 길드, 그리고 자신들마저 모욕한 이들과는 같이 일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누구 덕분에 아주 일이 꼬여버렸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시마르가 코넬리우스를 노려보자, 그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슬쩍 돌려버렸다.
“…이대로라면 시간에 맞춰 목적지에 가는 게 불가능할 거예요.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그때 애셔가 품속에서 어떤 서류를 꺼내 들며 말했다.
“여기 방법이 있습니다!”
아까 정보상에게 전해 받은 자료였다.
내용을 확인한 성녀 키에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키에라를 포함한 용사 파티 일행은 포털을 타고 라울 자작령을 떠나갔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버나드가 궁금하다는 듯 라울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리신 겁니까? 목적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절대 떠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뭐, 어렵지 않은 일이지. 간단하게 말해서 ‘폭탄 돌리기’라고 할까나?”
버나드는 그 ‘폭탄’이 과연 어디로 갔을지 내심 궁금해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