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71
제271화
A-07 개척지 전투는 배도현의 압승으로 끝났다.
길드장 리우밍하오가 사망한 후에도 수뇌부를 중심으로 저항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들은 본 실력을 절반도 드러내지 않은 배도현조차 감당하지 못했다.
무의미한 학살을 원치 않았던 배도현은 랭커와 수뇌부를 중점적으로 처리했고, 구심점을 잃은 길드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주했다.
수호상인 세계수의 가지를 조각상 빈자리에 꽂자.
우우우웅.
세계수의 가지가 타운트리와 결합하며 고목처럼 말라 있던 타운트리가 생기를 되찾았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공터가 확장되며 경계 부근에 목책이 들어섰다.
변화가 마무리되고, 배도현이 가볍게 ‘추방’이라고 외치는 순간.
개척지 내부에 숨어 있던 다른 플레이어들이 전원 외부로 추방되었다.
“이제 정리됐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그리고 라벨이 만들어낸 포털을 통해 하마르트 후작가의 인원들이 개척지로 진입했다.
배도현을 대신해 개척지를 관리할 협력 길드원들도 속속 도착하여 본격적인 개척이 시작되었다.
개척지 주변에 서성이던 플레이어나 타 길드원들은 그저 아쉬운 눈길로 높은 목책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플레이어 최초의 ‘초인’ 탄생. 랭킹 1위 배도현, 초패왕 길드와의 분쟁에서 오러 블레이드 선보여.
-일인 군단 등장. 배도현, 초패왕 길드 혈맹 홀로 격파!
-원소 정글에 드디어 개척지 확보! 진입로라 하기엔 조금 깊숙한 위치.
-원소 정글 공략 길드들 우려의 목소리. “퍼플 길드의 독점 폐해가 우려된다.”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커뮤니티에 다양한 반응들이 올라왔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동쪽 길드들은 퍼스트 길드가 서쪽 금역 초입을 완전히 개척할 때까지 도대체 뭐 한 거냐? 퍼스트 길드, 퍼플 길드 독점이네 뭐네 떠들 시간에 X잡고 반성해라.
└솔직히 두 달이면, 퍼플 길드 입장에선 충분히 양보해준 거 아님? 내가 배도현 님이었으면 4대 금역 입구 전부 독점하고 입장료 받았을 듯.
└응. 그게 너와 배도현 님의 차이겠지.
-근데 아무리 랭킹 1위라도 배도현 너무 센 거 아님? 혼자서 2천 명을 썰어 버렸다면서? 개중에 랭커들도 상당했다는데. 최상위 랭커는 정말 넘사벽인 건가?
└그걸 이제 알았다니…. 혹시 커린이분이신가요?
└내전 거치면서 거의 검증 끝난 거 아니었어? 같은 랭커라도 퍼플 길드 > 협력 길드 > 일반 길드 순으로 실력 차 엄청나게 남. 하물며 마스터가 되면서 오러 블레이드까지 쓰게 됐으니 이제 상대할 자가 없음.
└난 솔직히 99LV이 만렙인 줄 알았다. 퍼플 길드 랭커들 99레벨에서 정체된 지 상당히 오래됐으니까. 어쨌든 3차 전직 가능한 거 인증되었으니 다들 달리자.
└듣기로 100렙 찍으려면 단순히 레벨업, 숙련도 채우는 걸로 안 된다던데? 무협게임처럼 무슨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고….
└윗님, 카더라는 자제 좀.
-그나저나 이제 길드 소속 아니더라도 동쪽 원소 정글 들어갈 수 있으려나? 듣기로 경험치나 보상은 원소 정글 쪽이 훨씬 후하다던데.
└개인 플레이 비추합니다. 최소한 파티 단위 이상. 필요하면 파티끼리 연합해서 진입하세요. 원소 정글은 몬스터 숲처럼 만만치 않습니다. 자세한 공략은 블로그 ****에….
└개척지 얻었다고 공개한다는 보장은 어딨음? 퍼플 길드랑 협력 길드가 다 해 처먹겠지. 설레발치지 마라.
└설마? 다른 대형 길드들처럼 독점하고 출입 제한하고 이러면 실망인데.
└쯧쯧, 아직도 믿음이 부족한 놈들이 생존해 있구나. 라울 님과 배도현 님이 다른 길마들이랑 같을 거 같냐?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뒤.
퍼플 협회의 공식발표가 있었다.
동쪽 금역의 첫 번째 개척지 [아르메다]를 제한 없이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는 것이었다.
개척지 유지를 위해 필요한 소정의 사용료만 내면 누구든 출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 배도현과 싸우기까지 했던 초패왕 길드까지 출입을 허가했으니.
배도현의 배포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물론 다른 이들과 같은 조건은 아니었다.
과거 반 퍼스트 길드에서 활동한 이들은 페널티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추가 비용이 붙어도 금역 입구 임시 캠프의 입장료보다 저렴했다.
그만큼 대형 길드들의 폭리가 심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정말 그 정도로 용서해 줄 생각이야? 놈들이 한 짓을 생각하면 너무 너그러운 것 아닐까?”
이번만큼은 라벨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물었지만, 라울의 반응은 그녀가 생각하던 것과는 달랐다.
“용서? 누가? 내가 지금 놈들을 용서해줬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었어? 차라리 아예 출입을 막고 개척을 방해하는 게 나은 거 같은데.”
“글쎄. 과연 그럴까?”
라울이 빙긋 웃으며 라벨에게 다시 물었다.
“라벨. 솔직히 지금 동부 길드들의 실력으로 원소 정글 개척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음. 쉽진 않겠지. 하지만 라울이 마련해 준 [아르메다]를 거점으로 활용하면,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은데. 플레이어들의 성장 속도는 무시무시하니까.”
“물론 그렇지. 아마 B등급 타운트리까지는 어떻게든 확보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과연 그들이 그걸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무슨 소리야? 어, 설마?”
라벨이 무언가를 눈치챈 듯 눈을 크게 치켜떴다.
“라울,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너도 생각보다 독한 면이 있는 것 같아.”
“흠. 그럴지도. 이미 크게 데인 적이 많았으니까. 적이라면 철저하게 무너뜨려야지.”
전생에서 배운 교훈을 잊어버린다면, 결국 똑같은 길을 걸어가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처음에야 개척의 열매가 달게 느껴지겠지만, 조만간 그게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깨닫게 될 거다.’
플레이어 길드를 상대할 때는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커넥트에 기반을 가진 라울과 달리 그들의 근본은 지구였다.
단순히 목숨을 빼앗는 것으론 큰 타격이 될 수 없었다.
‘지구에 있는 저들의 자금력을 소모시켜야 해.’
가장 좋은 건 지구에서 저들의 모기업이나 단체를 직접 압박하는 것이겠지만, 그러기엔 아직 제약이 많았다.
그러니 놈들의 자금을 커넥트로 끌어들이고, 태워버려야 했다.
그러기엔 이번 금역 개발이 매우 적절한 기회였다.
개척지는 단순히 얻기만 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투자를 통해 개발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끊임없는 공세를 막아내야 했다.
그에 필요한 자금은 일개 길드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후원자를 끌어들여 대규모 환금(현질)을 할 수밖에 없단 말이지.’
특히 주인 없는 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렇게 열심히 자금을 투자해서 개발한 개척지가 만약 한순간에 날아간다면?
아무리 잘 나가는 길드라도 타격이 없을 수 없었다.
라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이미 놈들은 그가 깔아놓은 올가미에 발을 들이밀고 있었다.
* * *
-초인이 된 배도현. 거침없는 공략을 이어나가.
-북부 금역 얼음 산맥에도 A등급의 거점을 확보한 퍼플 길드의 배도현!
-“많은 플레이어가 개척 시나리오의 즐거움을 함께했으면 좋겠다.” 인성도 랭킹 1위, 배도현 단독 인터뷰 공개!
-남쪽 악마의 해역도 뚫었다! 소형 전투선 한 척으로 개척섬을 공략한 배도현.
-범선에 로망을 가진 바다 사나이들이 남부 해역으로 몰려들어….
-황금 개척 시대! 중소 길드부터 대형 길드까지, 영지를 확보하기 위한 개척 열풍이 커넥트를 휩쓸다.
-본격적인 영지전 발발! 금역은 지금 춘추 전국 시대.
6개월이 흘렀다.
배도현이 뚫어놓은 개척의 물결은 파도가 되어 금역을 휩쓸었다.
지지부진했던 개척 속도는 핵심 거점을 확보한 이후론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
길드들은 동맹, 연합, 배신을 오가며 세력을 형성했다.
소규모 개척지를 혼자 힘으로 지켜내기 힘들었던 소형 길드들은 보호자를 필요로 했다.
중형 길드는 대형 길드를 밟고 올라서기 위해 그들끼리 연합했다.
대형 길드는 지역의 패권을 두고 그들끼리 영지전을 벌이기 일쑤였다.
좋게 말하면 난세였고, 달리 말하면 난장판이었다.
“…반면 서쪽 금역 몬스터 숲의 개척은 우리의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요 거점을 중심으로 개척도시 간에 연계를 이어가며 견고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정면의 마법 스크린에 몬스터 숲의 지도가 펼쳐지며 개척 상황이 일목요연하게 표시되었다.
몬스터 숲 남동쪽 진입로(퍼스트 백작령)를 중심으로 진행된 개척은 반구형의 라인을 형성하며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애쉬튼 후작령 쪽의 접경은 북에서 남으로 길게 형성된 방어선을 기준으로 개척이 멈춰 있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호리병의 반쪽을 닮은 형태였다.
“다행히 협력 길드들이 우리의 조언을 무시하지 않은 모양이군.”
라울의 말에 케인이 슬쩍 웃으며 대답했다.
“그들만의 힘으로 더 깊숙이 진입하긴 무리일 테니까요. 협력 길드들은 애쉬튼 후작가와의 연계도 마음에 들어하는 듯했습니다.”
“그럴 테지. 어차피 후작가의 후원 없이는 개발 속도가 한없이 느려질 테니까.”
어느새 금역 시나리오가 개시된 지도 9개월째였다.
회의실 너머 창으로 보이는 도시 밖 들판은 황금빛 곡물로 물결치고 있었으니.
어느새 수확의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아직까지는 결계가 열리지 않았다는 퍼플 길드의 보고입니다. 다만 결계의 강도가 약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 슬슬 시작될 때가 되긴 했지.”
금역이 개방되었다고 하지만, 내부가 전부 열린 건 아니었다.
처음 플레이어 라인이 있었던 것처럼 금역 초입을 지난 부분은 또 다른 결계로 막혀 있었다.
이유는 아마도.
‘지금의 플레이어들의 수준으론 그 안에 숨어 있는 놈들을 막아낼 수 없다는 거겠지.’
판단 기준은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생에서 얻은 대략적인 정보가 있었으니.
플레이어 평균 레벨.
커넥트에 접속한 플레이어의 숫자.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확보한 금역 내부 개척지의 ‘크기’.
이 세 가지 조건이 결계가 열리는 다음 시나리오의 가장 큰 판단 기준임은 분명했다.
그 말은 즉.
‘내가 다음 시나리오 개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지.’
전생에는 금역 개척지 확보 속도가 엄청나게 느렸다.
그래서 플레이어들의 레벨과 숫자가 충분히 늘어날 때까지 다음 시나리오가 전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생에는 퍼스트 길드와 라울이 있었다.
‘부족한 레벨과 숫자를 넘어설 만큼 금역 개척의 속도를 올린 거지.’
다음 시나리오가 언제 시작되느냐의 유불리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너무 늦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
성장을 위해선 더 강한 적과 실전 경험이 필요하고, 금역은 그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퍼스트 길드 부하들의 성장을 위해서도 더 강한 적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금역 개척의 실질적인 경쟁자는 플레이어 길드 따위가 아니라 ‘제국’이었기 때문이다.
결계가 늦게 열리는 만큼, 제국이 더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을 수 있단 얘기였으니.
전생에 대형 길드 연합이 왕국들을 배신하고 제국에 붙어먹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절대 그런 꼴을 볼 수 없지.’
다른 금역은 몰라도 몬스터 숲만큼은 절대 제국에게 밀릴 수 없었다.
물론 그보다 앞서 넘어야 할 산이 존재하긴 했지만.
“결계가 열리면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가 없어. 그러니 최선을 다해 방어선 구축에 힘쓰고, 플레이어들을 통한 정찰 활동에 계속 힘쓰도록.”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금역들의 개척 상황 파악도 놓쳐선 안 돼. 그쪽도 협력 길드들을 중심으로 최종 방어선을 형성하는 걸 잊지 말고.”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지나친 독주는 견제와 질시를 불러올 뿐이었다.
그래서 퍼스트 길드는 몬스터 숲의 개척에 전념해왔다.
그렇다고 다른 곳에 완전히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었으니.
각국의 자유 도시 지부를 통해 구성된 협력 길드 연합이 암암리에 금역 초입의 개척지를 확보 중이었다.
실제로 돈이 되는 요지보다는 약간 외진 곳을 중심으로.
‘만약의 경우, 왕국까지 전쟁의 여파가 미치는 건 피해야 하니까.’
그렇게 최종 점검 회의를 마치고 며칠 뒤.
커넥트에 접속한 모든 플레이어들의 눈앞에 팝업창이 떠올랐다.
[공지 사항]플레이어분들의 노력에 힘입어 금역이 인간의 땅으로…
새로운 시나리오가 시작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