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99
제299화
“저, 전방에 괴생명체 출현! 어떻게 할까요?”
키엑. 크르르.
불길한 붉은빛을 내뿜는 게이트에서 작고 흉측하게 생긴 원숭이 형태의 생명체가 기어 나왔다.
철컥. 타다닥.
임시로 설치된 콘크리트 바리케이드 위에 대기하고 있던 군인들이 놈을 향해 소총을 겨눴고, 부사관은 지휘 장교를 향해 지시를 요청했는데.
“전군 대기! 아직 발포하지 마! 사격 명령 안 내려왔다.”
“네? 기다리라고요?”
웅성웅성.
딱 봐도 불길하기 그지없는 괴생명체.
그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었으니 병사들의 동요도 심해져만 갔다.
“다, 다가옵니다! 어떻게 할까요?”
머릿수를 50마리 이상 채운 괴상한 원숭이 몬스터가 바리케이드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쏘지 마! 살려서 제압하라는 상부의 명령이다!”
“뭐? 제압?”
“저걸 사로잡으라고?”
“미친 거 아냐?”
도대체 무슨 수로 저걸 잡으란 말인가?
“전원 착검!”
‘이런 미친!’
일반 원숭이도 검으로 찔러보지 않은 병사들에게 도대체 뭘 원한단 말인가?
장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명령이다! 즉시 착검하고 근접전 준비해!”
군대란 그런 곳이었다.
옳든 그르든 일단 시키면 하는 시늉이라도 내야 하는 곳.
그리고 이런 일이 벌어진 곳은 이곳뿐만이 아니었다.
근처에 있던 각종 방위선에선 착검하라는 말도 안 되는 명령에 제 귀를 의심하는 병사들이 늘어가고 있었다.
“이건 미친 짓입니다! 동물이 아니고 몬스터라고요! 저 정도면 커넥트에선 최소 20레벨 이상은 찍어야 비벼라도 볼 건데! 정말로 애들을 사지로 밀어 넣을 생각입니까?”
부사관 중에서도 커넥트를 즐기는 이들은 많았다.
당연히 눈앞의 놈들이 어떤 종자인지는 알아채고도 남을 상황.
시스템 보정을 받아도 일반인이 상대하기 힘든 놈들에게 겨우 총검 들고 덤비라고?
다 뒈지라는 거나 다름없는 명령이었다.
곳곳에서 불만 어린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했다.
“제길. 일단 기다려봐. 상부에 계속 건의 중이니까. 도대체 현장 상황을 알고 있긴 한 건지.”
장교들도 바보가 아니었다.
사령부에 재차 명령을 확인하는 무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리케이드 뒤편의 건물과 드론의 카메라가 촬영 중이었다.
* * *
“뭐가 이리 불만이 많은지, 쯧. 사람을 죽이라는 것도 아니고. 우리 때는 명령이 내려오면 불만 같은 거 내뱉을 생각도 못 했건만. 다들 기강이 해이해졌어!”
어깨에 별을 반짝이는 장성 하나가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중얼거렸다.
“이거 참, 못난 꼴을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바쁘신데도 이렇게 격려차 발길 해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의원님들.”
“하하하, 그럴 수도 있지요. 저들이야 편하게 총이나 쏘면 그만이겠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면 생포하는 것만큼 좋은 게 어딨겠습니까? 이게 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렇고말고요. 그러라고 월급까지 줘가며 훈련 시켜준 것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나랏일 하는데 협조해야지요.”
작전 지휘실에는 군 장성과 지휘 장교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찬찬한 금빛 배지가 달린 양복을 입은 이들이 여럿.
그리고 일부 대기업의 임원들까지 한편에 자리를 잡고 있었으니.
-지구의 생명체가 아니니 연구 가치는 정말 무한할 겁니다. 제대로 된 샘플만 나온다면 말 그대로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는 거죠.
귀하신 의원님들이 굳이 작전실까지 행차하신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게이트가 등장한 이후부터 각종 기업, 연구소, 학회로부터 어떻게든 연구 샘플을 구하고자 하는 로비가 어마어마하게 밀려들었던 것이다.
“하여튼, 잘 부탁합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시는 만큼, 국가도 섭섭지 않게 보상해 드릴 겁니다.”
“하하하,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작당하는 그들에게 군인과 국민의 안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 * *
쾅.
거칠게 무전기를 내려놓은 중대장 김정환 소령이 콧김을 내뿜었다.
“제길, 다들 사격 준비!”
옆에 있던 부사관이 놀란 얼굴로 중대장을 바라봤다.
“괜찮겠습니까? 명령은 분명….”
“X팔. 안 괜찮으면 뭐? 그렇다고 내 새끼들이 다 죽게 생겼는데 이대로 내버려 두라고? 내가 군복 벗는 한이 있어도 그런 꼴은 못 보지.”
그러자 부사관이 결연한 표정으로 군례를 올렸다.
“그런 일이 생기면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젊은 애들이 이런 곳에서 아까운 목숨을 날릴 필요는 없겠죠.”
“이참에 관두게 되면, 제대로 커넥트나 파봐야겠어. 의외로 적성에 맞았단 말이지. 그리고 이상한 일도 있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정환의 표정은 밝지 않아 보였다.
파지직.
소총을 잡은 그의 손바닥에서 작은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그는 자는 시간에만 접속했음에도 커넥트 랭킹 3천 위에 올라있는 상당한 랭커였던 것이다.
“30m 이내로 접근하면 발포한다!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조준 사격해!”
그리고 중대장 자신도 몬스터들에게 소총을 겨눴다.
하지만 모든 장교가 그런 소신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조종간 안전으로! 발포 명령 전까지 사격하는 새끼는 내 손에 뒤진다!”
사병과 부사관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명령에 따르는 장교가 대다수였으니.
꾸르르.
낯선 환경에 위축된 것인지 무리 지어 있던 몬스터들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은 총알이 아닌 확성기였다.
“아, 아! 괴 생명체에게 경고한다! 너희들은 지금 무단으로 대한민국의 영토에 침입했다. 당장 무장을 해제하고 항복하지 않으면, 공격하겠다. 이는….”
카메라를 의식했던 것일까.
아니면 혹시 외계인 조우에 대한 매뉴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중대장이 확성기를 들고 몬스터를 향해 정중하게 경고 방송을 날렸으니.
커넥트를 즐겼던 사병들의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X됐다. 몬스터를 자극해서 어쩌려고!’
‘미친X. 죽으려면 혼자 죽던가!’
병사들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조심스레 사방으로 흩어지려던 몬스터 무리의 고개가 확성기 쪽으로 휙 돌아갔다.
톱날 같은 이빨을 드러낸 괴물 원숭이들의 귀가 펄럭이더니 이내.
우르르르.
무리 지어 확성기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머, 멈춰라! 경고한다! 더 다가오면… 헉.”
사병들이 떨리는 손으로 잡은 총검을 내지를 새도 없었다.
휘리릭!
바리케이드 근방까지 달려오던 원숭이 무리가 하늘 높이 뛰어올랐고.
촤라락.
푸슛!
서컹.
“아아악!”
“주, 중대장님!”
“뭐해! 찔러!”
족히 20m는 뛰어넘은 원숭이 무리가 확성기를 든 중대장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그리고 시작된 백병전은 처참했다.
병사들이 찌른 총검은 대부분 허공을 가로질렀고, 날렵한 원숭이 몬스터는 진형 사방으로 흩어지며 이곳저곳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휘저었다.
“악! 내 발!”
“의무병! 컥.”
“죽어, 원숭이 새꺄!”
끼기기긱!
총검에 한두 번 찔려도 멀쩡하게 움직이는 원숭이 몬스터에 비해, 인간 병사들은 약했다.
발목, 등, 팔 등 급소가 아닌 곳을 베여도 전투 속행이 불가능했고.
“끄르륵, 살려….”
목이나 배, 가슴 등 급소를 공격당한 이들은 피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그때.
탕! 타다당! 투투투투!
저 멀리 어디선가 소총이 발사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X발. 쏴! 다 죽여버려!”
그제야 자신들이 총을 들고 있다는 걸 깨달은 병사들이 황급히 총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안전으로 바꿔둔 조종간조차 제 위치로 바꾸지 못하고 얼빠진 이가 절반.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탕!
“악!”
“쏘지 마! 쏘지 말라고!”
“죽어, 새끼들아!”
타다당.
진내 사격의 위험성을 실제로 보여주었다.
근접 거리에서 노리고 쐈음에도 잽싼 몬스터들이 대부분 피해버렸고, 그 총알은 아군 병사의 몸에 틀어박혔다.
그렇게 중대 하나가 무력화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 * *
쾅!
“이런 멍청한! 고작 원숭이 따위에게 당한다고?”
작전 지휘실에 비치는 각 전장의 영상.
김정환 소령처럼 소신을 지닌 몇몇 중대장이 지휘한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대가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고 있었다.
애초에 총검으로 몬스터를 상대한다는 무모한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었지만, 이곳에 있는 똥별들은 그 사실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어, 어떻게 할까요?”
부하 장교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묻자, 지휘실의 장성이 화를 내며 외쳤다.
“뭘 어째? 알아서 수습하라고! 그것까지 내가 일일이 명령해야 하나!”
‘이런 X발.’
벌써부터 책임 회피가 시작되었다.
이래놓고 나중에 자기는 그런 명령 내린 적 없다고 발뺌이나 하겠지.
그래도 장교들은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잘되었지. 어차피 벌어진 일.’
무능하면 가만히 있어 주는 게 도움이 되기도 했다.
젊은 작전 참모들이 황급히 군에 명령을 전달하기 시작했으니.
뒤늦게 사격 명령이 내려가고, 지원 화기들이 불을 뿜었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던 부대들이 피해 수습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흠. 우리는 오늘 여기 온 적이 없었던 겁니다.”
황급히 금배지들이 작전실을 도망치듯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알고 있을까?
이미 작전실의 장교들이 그들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쾅!
“이런 제길. 이런 X망신이! 도대체 훈련을 어떻게 시킨 거야!”
여전히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는 똥별들은 둘째 치고, 상황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헛! 주황색 게이트! 주황색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합니다!”
“노란색 게이트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장교들의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 * *
쾅! 퍼벙!
다다다다, 드르륵!
탕, 타다당!
“쏴! 쉬지 말고 사격해!”
“포병대는 아직인가!”
“의무병! 여기 부상자가!”
도심 한복판.
이곳이 정말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맞나 싶었다.
사방에서 들리는 소총의 사격 소리와 더불어 지원 화기들의 거친 파열음이 사방을 휩쓸었다.
게다가 도로 위에 배치된 전차들에서 포격까지 해댔으니.
이곳은 전쟁터가 된 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들이 형성한 방어선 뒤쪽으로는 경찰과 예비군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빨리 피하세요! 사당역 방면에 쉘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위험합니다! 어린이와 노약자는 준비된 버스에 탑승해주세요.”
몬스터가 등장한 뒤, 황급히 투입된 이들이 시민들을 안전 구역으로 대피시키기에 바빴다.
하지만 그들의 무전기에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소리가 그들을 절망케 했으니.
‘지직. 사당 제1에서 제3 쉘터는 이미 포화. 다른 곳으로 유도 바란다.’
‘낙성대 근처도 이미 꽉 찼습니다. 다른 곳은 없습니까?’
‘일단 비어 있는 상가, 빌딩으로라도 인도해! 지금으로선 게이트에서 최대한 멀어지는 게 우선이야.’
인구 밀집 지역.
그 최고봉이라 불리는 서울 한복판에 나타난 몬스터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준비되지 않은 대피령은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시민들을 대피시킬 장소도 부족했고, 아무런 물자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을 수는 없었으니, 이미 몇 곳의 방어선이 뚫려 시민들의 직접적인 피해도 나왔기 때문이다.
타다다당!
“제길, 어째서 안 죽는 거냐!”
“대장님, 포탄이 먹히질 않습니다!”
“우린 끝났어! 저건 역장이라고!”
최하급이라 불리는 F, E등급 게이트까지는 그래도 대응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사납긴 해도 총알이 통했으니까.
하지만 D등급부터는 달랐다.
놈들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희미한 장막.
그건 바로 물리 공격을 무력화하는 방어 역장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총알은 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냉병기라는 검, 창, 화살 등은 사실 물리적인 파괴력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화약을 사용하는 총, 포부터는 그 물리력 자체가 달랐으니.
소위 전문가라 불리는 이들은 연일 방송에 나와 커넥트의 몬스터들이 등장하더라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마나가 비틀어버린 물리 법칙은 지구의 현대 병기를 무력화했다.
총탄과 포탄은 역장을 상대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헛소리하지 말고 쏴! 쏘다 보면 뚫린다!”
물론 완전히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역장 또한 마나의 작용으로 만들어진 현상.
마나가 고갈되어 역장이 사라진 몬스터들에겐 총탄이 먹혀들었다.
문제는 그렇게 만들기까지 한 놈에게 수백 발의 총탄을 쏟아부어야 했다는 것이지만.
“죽이진 못해도 저지할 순 있다! 절대 다가오지 못하게 계속 쏟아부어!”
타격은 주지 못했지만, 접근하지 못하도록 밀어낼 수는 있었다.
아직까지 부대가 방어망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는데.
“전방, 중형 몬스터 출몰!”
“제길, 화력 집중해!”
“안 됩니다! 저지 불가. 계속해서 다가옵니다!”
펑! 퍼벙!
탱크의 포탄을 몸으로 받아내며 다가오는 몬스터의 정체는 바로 신장 3m에 가까운 리자드맨 전사였다.
도마뱀 얼굴을 한 리자드맨 전사는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다가 들고 있던 삼지창을 어깨 위로 들어 올렸다.
쉬이익, 쾅!
놈이 던진 창은 부대원들의 머리 너머 탱크의 전면에 명중했고.
마나가 어려 있던 삼지창은 어마어마한 두께의 장갑을 관통하고 엔진까지 파고들어 탱크를 침묵시켰다.
크화악!
리자드맨 전사가 주먹을 치켜들며 환호성을 질렀고, 그 등 뒤로 조금 작은 리자드맨들이 기세등등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화, 화력이 부족합니다! 저지 불가. 제기랄!”
‘아아, 이대로 끝인가?’
어느새 리자드맨 무리는 부대 정면까지 다가와 있었다.
크르르.
이제 놈들의 썩은 비린내가 바로 맡아지던 그 순간.
“물러나세요!”
“사격을 멈춰주십시오!”
쉬이익, 퍽!
뾰족한 쇠파이프 하나가 앞장서 있던 리자드맨의 대가리를 관통했다.
퍼버버버벙!
사람 머리통만 한 화염구들이 놈들과 부딪치며 폭발했고.
피융, 퍽!
어디선가 날아든 화살 세례가 놈들의 몸을 꿰뚫었다.
“사, 사격 중지.”
갑작스런 변화에 놀란 중대장이 사격을 멈춘 사이.
휘리릭.
검은 그림자 하나가 솟구치듯 생겨나 리자드맨 전사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딜 가려고?”
김일우와 퍼플 길드원들이 서울의 C등급 게이트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