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308
제308화
“개척지 인구 걱정은 이제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버나드의 보고에 라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커넥트에 편입된 5억의 지구인들.
그 가운데 절반가량이 퍼스트 자치령을 선택했다.
어찌 보면 예견된 결과였다.
커넥트가 서비스를 시작하고 6년.
라울은 퍼스트 길드를 통해 끊임없이 플레이어 친화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누구보다 많은 지원을 해왔고, 퍼플 협회를 만들어 다른 영주들의 횡포에서 플레이어들을 보호했다.
또한 퍼플 길드의 랭커들은 개인 방송에서 끊임없이 퍼스트 길드를 홍보했고, 자체 채널을 통해서도 퍼스트 길드의 활약상을 지속적으로 알려왔다.
덕분에 커넥트의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도 퍼스트 길드에 대한 확고한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단일 세력으론 커넥트 최강.
플레이어에 가장 호의적인 세력.
또한 가장 재정적으로도 풍족하고 확보한 땅도 넓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라울이 내세운 자치령의 통치 방식도 지구인들의 마음에 들었다.
라울은 수백 개 이상으로 쪼개진 각 개척지의 통치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을 것을 보장했다.
대신 각 개척지는 대표를 한 명씩 뽑아야 하고, 그 대표자들이 모인 협의회를 통해 자치령의 각종 사안들을 결정하기로 했으니.
개척지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표자를 선출하고 영지를 운영하는지는 그 주민들이 전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물론 한계는 분명했다.
외교나 국방에 대한 모든 권한은 모든 영지의 주인인 라울이 가지고 있었다.
또한 각 개척지는 매 분기 일정량의 세금을 퍼스트 백작가에 지급해야 했다.
간단히 말해서 내치는 알아서 하고 외부 일은 퍼스트 백작가가 대표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론 종속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긴 하지.’
어차피 개발에 필요한 자원이나 자금은 백작가의 지원에 의존해야 했다.
그리고 왕국과의 교역을 위해선 퍼스트 백작령을 통해야 했으니, 경제적으로도 자립하긴 어려웠다.
물론 언젠가는 스스로 버틸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겠지만, 그러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었다.
“지원자들은 길드원들을 붙여서 잘 성장하도록 도와주고, 나머지 주민들도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잘 관리해.”
“네, 불편하지 않도록 잘 챙기겠습니다.”
어차피 대부분의 일자리는 농사나 건설 쪽에 치중되어 있었다.
서류 업무를 해오던 이들이 상당했던 만큼, 적응에 어려움이 있을지도 몰랐지만.
‘어쩔 수 없지. 이제 스스로 이곳의 생활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다행이라면 지구에서의 육체보다 이곳에서 제공받은 새로운 육체가 월등히 좋다는 것.
마나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조금이라도 레벨업을 한다면, 육체노동도 그리 어렵지만은 않으리라.
가장 좋은 것은 기존의 플레이어처럼 동물이나 몬스터를 사냥하는 전투조가 되는 것이겠지만….
‘지원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게 당연하지.’
이제 부활 권능 같은 것도 없고, 초보자 보호도 없으니 쉽게 무기를 들기는 어려울 터였다.
하지만 결국 커넥트에서 살아가려면 무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주민들도 조만간 그 사실을 깨닫게 되리라.
어쨌든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자리 잡음으로써 금역 개발에 속도가 붙게 되었다.
개척지가 온전히 개발이 끝난다면, 이제 실질적으로도 여느 왕국에 못지않은 곳으로 거듭날 것이니.
라울뿐만 아니라 자신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해야 할 터였다.
* * *
“별다른 소식은 없나?”
“아직까지는 이상한 점은 없다고 합니다.”
버나드가 이주민의 정착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 케인은 또 다른 문제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상하군. 분명 뭔가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라울이 조금은 긴장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유는 바로 그에게만 떠오른 시스템 창 때문이었다.
커넥트 정식 서비스와 동시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는 분명 최종 시나리오를 가리키고 있었다.
[개별 공지]-[최종 시나리오 : 조정자 – 탐색]이 시작되었습니다.
-최종 후보로 선정된 분들은 앞으로 등장할 강대한 적과 맞서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후보자가 [조정자]의 권능을 물려받게 됩니다.
-첫 번째 과제는 적의 위치와 정체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본인이 가진 모든 힘을 동원해서 적의 등장을 저지 혹은 지연시키시길 바랍니다.
-남은 시간 : 150일
-주의 : 탐색 과정에서의 성과에 따라 다음 시나리오의 난이도가 변할 수 있습니다.
-주의 : 후보자들 간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최우선 목표는 적의 퇴치임을 명심하십시오. 만약 정해진 시간 내에 적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커넥트는 파멸적인 결말을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에겐 시나리오 [정착]이 제시되었지만, 라울에게는 추가로 최종 시나리오가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약속했던 대로 라울에게는 추가 단서도 지급되었다.
-최고 점수 특전으로 추가 단서를 지급합니다.
-키워드 : 제국, 게이트, 마계
-장소 : 인적이 드문 곳.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게이트.
-추신 : 최종 후보자에는 플레이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짐작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다.
‘어찌 보면 너무 뻔해 보이기도 하고.’
처음 게이트 등장에 맞춰 움직임을 시작한 제국.
거기에 마계와 통하는 고대 봉인이 풀리면서 게이트 침식이 가속화되었다.
문제는 봉인이 풀리며 마계와 연결된 게이트가 어딘가로 사라진 것.
이미 몇년이 지났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지만, 그게 소멸을 뜻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했다.
결국 제국이 마계와 연결된 게이트를 통해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얘기였는데.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만약 제국의 영토 안에 게이트가 열려 있는 것이라면 당장은 답이 없겠지만, 왠지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
‘제국과 마족 간에 뭔가 커넥션이 있는 건 분명해. 하지만 같은 편이라고 보기엔 애매했단 말이지.’
마족이나 제국이나 서로를 이용하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자국의 영토 안에 마계와의 통로를 만든다?
제국이 굳이 그런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그 말은 어딘가에 존재하긴 한다는 뜻이었으니까.
지난 한 달간.
라울은 최대한 많은 길드원과 플레이어들까지 동원하여 인적이 드문 지역을 훑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이런 식으로 찾아낸다는 건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마찬가지였다.
커넥트 대륙은 보통 넓은 것이 아니었다.
당장 마을이나 도시 주변, 관도를 조금만 벗어나도, 자잘한 동물과 몬스터들이 서식하는 야산을 찾아보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제국군의 동태를 주목하고 있었는데, 여전히 특별한 변화는 없어 보였다.
‘초인이나 마장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외에는 말이지.’
그렇다고 섣불리 제국군을 건드릴 수도 없는 게, 당장은 지구 이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최종 후보자에 플레이어만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지.’
어쩌면 플레이어면서 주민이기도 한 라울을 두고 한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라울은 어쩐지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플레이어 가운데 라울과 견줄 만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특히나 일우를 비롯한 퍼플 길드 랭커들이 지구를 선택한 이후에는.
“혹시 ‘조정자 후보’에 대해 들어봤어?”
금역 시나리오가 끝나고 찾아온 일우가 한 말이었다.
즉, 일우 또한 시나리오가 말한 최종 후보자 중 하나였단 뜻.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긴 했다.
라울을 제외한다면 플레이어 가운데 가장 강하고, 세력을 갖추고 있으며, 많은 업적을 세운 이가 바로 일우일 테니.
하지만 일우는 라울 또한 후보자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바로 결정했다.
“최종 시나리오가 뭔지 모르겠지만, 후보자 경쟁 포기할게. 어차피 이 자리는 네가 도와줘서 오른 건데, 너와 다투라고? 말도 안 되는 얘기잖아.”
라울이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해도 일우는 피식 웃어넘겼다.
“솔직히 경쟁이 될 거라 생각해? 이미 뻔히 정해진 결과를 두고 헛심을 뺄 만큼 내가 한가해 보여? 차라리 포기하고 널 돕는 편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지.”
그리고 그건 일우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퍼플 길드원 가운데 무려 넷이나 최종 후보자로 선정되었으니.
그들이 모두 라울을 찾아와 같은 의견을 전했던 것이다.
그렇게 퍼플 길드와 협력 길드 랭커들을 제외하면 후보가 될 만한 플레이어는 많아야 둘이나 될까.
그래서야 라울 혼자 최종 시나리오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랬는데 ‘플레이어 외의 후보자’란 말을 들었으니.
‘이래야 말이 되지.’
조정자.
딱 봐도 커넥트와 관련해서 뭔가 엄청나게 중요한 자리.
그런데 그런 중요한 자리를 커넥트 주민들을 배제하고 플레이어 가운데서 선정한다는 건 솔직히 적절하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면 남은 건 누가 그 최종 후보자일 것인가 하는 점이었는데.
똑똑.
“백작님, 신전에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신전?”
순간 라울의 머릿속이 번뜩였다.
* * *
“그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대륙의 위기를 앞두고 당연히 협조해야지요.”
“감사합니다. 귀족들이 모두 백작님과 같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런 암울한 시기에도 제 속만 차리는 이들이 많으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렇게 우려 섞인 탄식을 내뱉으며 노신관이 집무실을 떠나갔다.
‘이런 식이었군.’
커넥트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신전이 정보를 전달하는 모양이었다.
신탁이라는 이름을 앞세워서 말이다.
물론 커넥트 시스템처럼 확실한 정보나 보상을 언급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조만간 닥쳐올 위기에 대해 경고하고, 어떤 식으로 움직이면 좋을지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정도였으니.
‘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
오히려 보상이나 목적을 모르는 편이 판단하는 입장에선 더 나을지도 몰랐다.
적어도 인성이나 책임감 같은 측면은 확실하게 체크할 수 있을 테니.
‘문제는 이걸로도 다른 후보를 짐작하긴 쉽지 않단 얘긴데.’
케인이 찾아온 정보에 의하면, 신전에서 개인적으로 사신을 보낸 이들은 적어도 백 단위가 넘어갔다.
개중에는 고위 귀족도 있었고, 뛰어난 무력을 지닌 이도 있었으며, 당연히 각 왕실도 해당되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굳이 신경 쓰지 않는 게 더 낫겠어.’
생각해보면 굳이 경쟁자의 정체를 알아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자리가 하나라면 그 누구보다 뛰어난 활약을 하면 그만이니까.
* * *
“찾았습니다!”
“어디야? 일단 가면서 얘기하지.”
4개월이 더 지났다.
이제 두 시나리오 공히 남은 시간은 고작 한 달여에 불과했다.
라울뿐만 아니라 협력을 약속한 각 왕실과 유력 가문들이 대륙을 샅샅이 살핀 가운데, 여전히 의심스러운 게이트는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니, 라울이 부리나케 움직이는 건 당연했다.
“우리가 속았습니다. 발견되지 않은 게 아니라, 아직 변하지 않은 것이란 말이 정확할 겁니다.”
찾아낸 게이트는 옅은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그간 찾아온 게이트는 검은색 게이트, 즉 S급 게이트였다.
그 이상의 게이트는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기에 가장 높은 등급의 게이트 위주로 수색을 벌인 것이다.
문제는 이번에 찾아낸 게이트의 원래 색이 회색은 아니었다는 것.
“찾아낸 이의 말에 따르면,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주황색의 게이트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색이 좀 변하는 느낌이 들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세 번째로 방문해보니 회색빛을 띠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골치 아프게 됐는데.”
게이트 등급 변이.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도 했고, 변하는 등급이 한두 단계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주황색(E등급) 게이트가 회색(???등급)으로 변했다는 건, 앞으로 모든 등급의 게이트를 모니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즉, 운이 좋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어차피 그렇게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니까.’
일단 급선무는 발견한 게이트의 정체를 확인하고 처리하는 것.
게이트로 향하는 라울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