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310
제310화
“호오, 그게 정말인가?”
“물론입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신관이 직접 귀띔해 주더군요.”
“하하하, 라울 백작이 뭐 때문에 그렇게 게이트에 열을 올리고 있었는지 알 것 같군. 우리도 이대로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전군 소집해!”
“네, 각하.”
내전 이후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각 왕국의 세력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유는 어디서부턴가 시작된 소문에서 비롯했다.
-새롭게 등장하는 변종 게이트에 어마어마한 보물이 숨겨져 있다.
-게이트 가디언이 신의 권능을 감춰두고 있다.
-커넥트의 패권을 좌우할 거대한 힘이 게이트 내부에 잠들어 있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을지언정, 내용 자체는 대동소이했다.
변종 게이트에 무언가 숨겨져 있다는 것.
그리고 한동안 잠잠했던 퍼스트 백작가의 움직임이 소문에 더 힘을 불어넣어 줬으니.
“금역 개척에 몰두하던 퍼스트 길드가 갑자기 게이트를 찾는다고?”
“라울 백작님이 현상금까지 걸었다는데, 정말 뭔가 있는 것 아닐까?”
“이런 건수까지 이방인들에게 빼앗길 수는 없지.”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되었고, 귀족가뿐만 아니라 용병 단체나 모험가들마저 새로운 게이트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으니.
소식을 들은 라울은 오히려 지금 상황을 반겼다.
“누군지 몰라도 일을 아주 잘하는데? 이렇게 다들 제 발로 나서준다면, 우리야 나쁠 것 없지.”
사실 라울은 물론이고 영지의 간부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한꺼번에 2억이 넘는 새로운 주민을 받아들였다.
그들을 불만 없이 정착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금역의 개척지를 계획에 따라 개발하는 데도 엄청난 심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언제 도발할지 모르는 제국이나 오크족과의 국경도 지켜야 했고, 다가올 시나리오에 대비해 수련도 등한시할 수 없었으니.
그 의도나 과정이 어떻든 라울은 딱히 불만이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게이트에서 완전히 손을 놓은 것도 아니었다.
얼마 전 교단의 영웅 파티에게 선수를 빼앗기긴 했지만, 그 다음에 등장한 변종 게이트는 라울이 직접 방문해 처리했다.
‘생각보다는 별것 아니었어. 마치 미완성의 던전처럼 보였으니까.’
게이트를 확인한 라울의 느낌은 그랬다.
시나리오의 경고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게이트에 진입했지만, 실제 등장한 몬스터나 게이트 가디언의 수준은 예상 이하였다.
급으로 따진다면 금역의 A랭크와 S랭크 게이트의 중간 정도.
물론 그렇다고 만만하단 얘기는 아니었다.
등장하는 몬스터 계열은 당연하게도 마계의 마물들.
게이트 가디언은 작위 없는 마족들이었으니.
‘하지만 결코 시나리오가 경고할 만큼 위험한 느낌은 아니었지.’
뭐랄까.
일종의 정찰 부대, 혹은 간 보기 정도.
그러니 굳이 라울이 직접 게이트를 처리하기 위해 동분서주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때 만났던 노엘이라는 용사도 상당한 실력자인 듯했고, 숨죽이고 있던 각 왕국의 실력자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다만 겁 없이 달려든 이들 가운데 피해자가 나오기는 할 터였지만.
‘책임은 본인이 져야지.’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르는 법.
게이트의 보물이라는 소문에 혹해 달려들었다면,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도 스스로 감당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소문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었다.
변종 게이트에서는 일반 게이트와 달리 마계의 값비싼 물건들이 드랍되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어쨌든 다들 분발해 줬으면 좋겠군.”
라울은 이렇게 소문을 부풀려준 누군가에게 마음속으로 감사하며 미소를 지었다.
* * *
“스펜서 대장 일행은?”
“무사히 토벌을 마치고 복귀 중이라고 합니다.”
“다행이군.”
말투와 달리 허틀리 마일즈 연합 정부 대통령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제길, 도대체 어디서 정보가 샌 거야?’
얼마 전부터 항간을 휩쓸고 있는 각종 소문.
그것이 마일즈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조정자를 선발하는 최종 시나리오.
당연하게도 연합 정부의 수뇌부는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
후보자로 선정된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적다고는 하지만, 그 모두가 퍼플 길드나 그 협력 길드원인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정부 측 플레이어들 가운데도 그 후보가 있었고, 최종 후보까지 오른 이가 있었다.
스펜서 마일즈.
퍼플 길드원을 제외하고 종합 랭킹 10위권에 항상 이름을 올리고 있던 플레이어.
하지만 아무도 그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는 개인 방송은커녕 공개적인 활동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실제 정체는 전직 미군 특수부대 출신의 인간 병기.
작전 도중 입은 부상이 장애로 이어져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정부의 후원으로 훈련소의 교관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만난 것이 커넥트.
커넥트 내부에선 지구의 장애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고, 그는 제2의 인생을 살게 되었으니.
미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후원에 힘입어 커넥트의 최상위 랭커로 성장해왔던 것이다.
‘조용히 게이트를 몰아주며 공적치를 쌓아주려 했건만.’
어디서 정보가 샜는지 몰라도, 대륙 전체가 게이트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덕분에 그들의 계획이 틀어지게 되었으니.
연합 정부는 욕심이 많을지언정 무능하지 않았다.
당연히 커넥트에 정착하고 대륙의 주도권을 찾아오기 위한 방안을 여럿 준비해오고 있었고, [스펜서 프로젝트]는 그 가운데 핵심이기도 했다.
커넥트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고 퍼플 길드 플레이어 명단을 확인한 그들은 확신했다.
‘이건 기회다!’
랭킹 10위 이내의 퍼플 길드원 가운데 루이스 블레이크를 제외한 모두가(라울이 배도현의 가짜 계정도 삭제했다.) 지구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기에 스펜서는 루이스보다 강했다.
여태까지 측정된 랭킹에서 단 한 번도 루이스보다 뒤처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스펜서를 최종 시나리오의 우승자로 만들자는 의견에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퍼스트 길드가 쥐고 있는 커넥트의 주도권을 빼앗아 오려면 그게 최선이니까.’
게다가 퍼스트 길드를 견제하고자 하는 건 그들뿐만이 아니었으니.
알게 모르게 많은 조력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게이트 토벌을 위한 지원을 해주고 있었다.
그랬는데 이상한 소문이 도는 바람에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본 시나리오가 시작되기 전에 최대한 점수를 벌어두려 했거늘.’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스펜서가 경쟁해야 할 대상이 루이스 블레이크가 아닌 라울 백작이라는 사실을.
그걸 알았다면, 조금은 다른 판단을 내렸을지도.
골치 아픈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당장 보름 정도만 지나면, 퍼스트 길드가 약속한 보호 기간이 끝나게 된다.
“그쪽의 생각에는 변화가 없답니까?”
“네, 아쉽게도. 기한이 지나면 병력을 철수하겠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지요. 왕국과의 협상에 더 힘을 써 주세요.”
“알겠습니다, 각하.”
6개월간 커넥트에 머물면서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퍼스트 길드의 힘이 그들이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대단하다는 사실을.
어째서 한낱 백작가가 금역 개척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었는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힘도 이제는 많이 빠졌지.’
죽지 않는 플레이어들의 힘.
왕국에는 없고, 퍼스트 길드만이 지니고 있던 그 힘이 이제는 없어졌다.
기존의 플레이어들이 남아 있다지만, 부활 권능을 잃은 이들이 전처럼 활약할지는 미지수.
기한이 끝나면 병력을 철수하겠다는 것도 퍼스트 길드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어쨌든 연합 정부 입장에선 아쉽긴 해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적절한 비용만 지불하면 병력을 지원하겠다는 왕국과 용병 단체들이 줄을 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합 정부에 소속된 플레이어 전력도 만만치 않았으니, 퍼스트 길드가 떠난다 해도 영토를 지켜내는 데는 문제가 없으리라.
하지만 진짜 제국과 국경을 맞댄 이후에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 *
커넥트 시스템이 공지한 기간이 만료되었다.
시나리오 [정착]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각 왕국들의 성명 발표가 이어졌다.
그로 인해 정식 세력으로 인정된 곳은 세 곳.
퍼스트 백작가 휘하의 ‘퍼스트 자치령’.
원소정글 남쪽을 차지한 ‘지구 연합 정부’.
원소 정글 중간에 자리 잡은 ‘파이어니어 연합’.
그 외에 자잘하게 각자 독립을 표방했던 세력들은 인정받지 못했다.
그리고 세 세력 가운데서도 왕국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파이어니어 연합은 각 왕국에 대한 끊임없는 로비와 교섭 끝에 국경 개방을 이끌어냈다.
물론 그 결정은 라울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좀 더 괴롭혀주고 싶긴 하지만 큰 시나리오를 앞두고 감정만 앞세울 순 없지.’
딱히 제국을 막아주길 기대하는 건 아니었지만, 괜히 더 고립시키려다 대놓고 제국 측에 붙어버리면 곤란했다.
지구 연합 정부는 퍼스트 길드의 원조가 끝나자 본격적인 독자 행보를 시작했다.
퍼스트 길드가 지키던 국경 지역은 그들이 직접 고용한 용병들과 마커스왕국의 파병군이 대신 메꿨다.
물론 연합 정부 소속 정부군이 주축을 이룬 것은 당연했다.
당장 집도 절도 없던 이주민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의식주 지원을 받는 대신 가구당 1인 이상을 입대시켜야 했다.
징병에 대한 불만이 없을 수는 없었지만, 당장 보호벽 밖에 싸돌아다니는 몬스터를 비롯해 외부의 침략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가장 잡음 없이 이주민이 정착한 곳은 당연히 퍼스트 자치령이었다.
자치령의 자치의회가 자리 잡기 전까지 모든 정책을 주도한 건 퍼스트 길드의 수뇌부였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에 이주민들은 두말할 것 없이 잘 따라주었다.
게다가 이미 기본적인 인프라는 구축되어 있었기에, 이주민들은 큰 불편함을 겪을 일도 없었다.
무엇보다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의무 교육을 통해 그들의 레벨을 올리고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준 것이 가장 빛을 발했다.
커넥트 시스템이 지원하는 직업(클래스)에는 비전투 직군도 있었기에, 그 효과가 컸다.
6개월에 불과했지만, 사람들은 커넥트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새로운 방식에 충분히 적응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칼립스 성의 회의실.
백작령의 수뇌부뿐만 아니라 퍼플 길드, 자치령의 대표들까지 모두 모여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커넥트 시스템이 제공한 다음 시나리오는 명백히 전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부터 전시 체제로 전환하려 합니다.”
여전히 영지의 실무 최고 책임자를 맡고 있는 버나드가 단상에서 회의를 주도하고 있었다.
굳이 퍼플 길드와 이주민의 대표까지 회의에 참석시킨 것은 바로 다음 시나리오 때문이었다.
[공지 사항]…….
-하여 시나리오 [정착]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제부터 플레이어 분들은 커넥트의 정식 주민으로서 기존의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커넥트의 법칙에 따라 살아가게 됩니다.
-커넥트를 고향으로 선택하신 플레이어 분들에게 새로운 과제가 도착했습니다.
-커넥트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적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분들은 기존의 주민들과 합심하여 다가올 위기에서 커넥트 세상을 지켜내야 합니다.
-[최종 시나리오 : 커넥트의 주인]이 시작됩니다.
-이 시나리오는 기한이 없습니다.
-최종 시나리오가 마무리될 때까지 플레이어분들은 커넥트 시스템의 모든 기능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새로운 고향 커넥트를 지켜냄으로써 여러분이 커넥트의 진짜 주인임을 증명하십시오.
기존의 공지 사항과는 느낌이 달랐다.
정식 서비스 이후 두 번째 시나리오가 바로 최종 시나리오라는 사실.
플레이어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기색이었지만, 이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커넥트는 단순히 게임이 아닌 또 하나의 세상.
그 속에 살아가게 된 플레이어 하나하나의 인생 자체가 새로운 시나리오였다.
굳이 커넥트 시스템이 길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이제는 각자의 시나리오에 따라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커다란 마지막 관문을 넘어야 했다.
그날 회의에서 플레이어들은 만장일치로 퍼스트 백작가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그리하여 퍼스트 자치령을 기반으로 한 플레이어 지원군이 정식으로 편제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