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314
제314화
“의도가 너무 적나라하군.”
어느새 상황실로 돌아온 라울이 올라오는 보고들을 확인하며 작게 읊조렸다.
-각 전선에 제국의 초인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냄.
-직접 공세에 참가하기보단 무력시위를 하듯 방어선 주변에서 활동 중.
마신전에 대한 보고보다 먼저 받아들게 된 소식.
그건 제국 측의 공세 강화였다.
여태까지는 마수병과 마병들을 통한 소모전이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주전력을 투입할 것처럼 보였다.
‘아주 타이밍을 딱 맞춰서 말이지.’
마계의 탑과 마신전이 등장하자마자 초인들이 전장에 발을 들인 것.
그건 이쪽의 초인들을 전장에 묶어두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마계의 통로가 열릴 때까지 시간을 벌어 보겠다는 건가?”
확실히 국경에 제국 초인들이 어슬렁거린다면, 국가 소속 초인들은 자유롭게 움직이기 쉽지 않을 터였다.
게다가 상급 게이트 웨이브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들을 정리하는 데도 초인들의 손이 필요하니.
‘말 그대로 총공세군.’
시간제한이 없다면 모를까, 한정된 인원으로 대처하기는 빡빡해 보이긴 했다.
“마장들의 움직임은?”
“아직까진 보고된 바 없습니다.”
케인의 대답에 라울이 손바닥으로 책상을 툭툭 두드렸다.
“냄새가 나는군.”
초인들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정작 마장들은 보이지 않는다.
‘놈들도 최후의 패는 숨겨두겠단 뜻인가?’
일반적인 초인들도 당연히 무시할만한 전력은 아니지만, 솔직히 예전에 비하면 그 이름값이 떨어졌다.
당장 라울 휘하의 마스터급 기사들만 해도 그 수가 백 단위를 넘어선 지 오래.
라울에게 귀의한 플레이어 초인들까지 합한다면 그 수가 결코 적지 않았다.
라울이나 최고 간부들이 굳이 전선에 나서지 않는 이유도 초인 전력에 여유가 있기 때문.
당장 제국 초인들의 소식을 들었음에도 라울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초인 중의 초인이라는 제국의 마장이 직접 참전하지 않는 한 방어선은 무너지지 않을 테니까.
“일단 현 방어 태세를 유지하고, 비상 대기조는 마장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도록. 혹시 타국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오면 적절하게 파견하도록 하고.”
“네, 마스터. 잘 조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버나드가 믿음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라울이 자리를 비운 사이 군의 통제는 버나드와 필립의 몫이었다.
그리고 필립은 주로 현장에 나가는 경우가 많았으니, 후방 지휘는 결국 버나드의 책임이었다.
이미 몇 년간 이어져 온 지휘 체계였기에 라울은 걱정하지 않았다.
만약의 경우엔 길드 통신을 통해 직접 지시를 내릴 수도 있었으니.
“마신전의 상황은?”
“공략이 끝난 곳은 두 곳입니다. 우리가 정리한 곳과 동북 방향에 있는 마신전인데, 아마도 신성제국의 용사 파티가 처리한 듯합니다.”
“호오. 제법인데?”
라울은 감탄했다는 듯 말했다.
사실 노엘을 직접 만나보긴 했지만, 겉으로 느껴지던 기세는 마스터 상급 수준.
하지만 마신전에 등장한 마족들의 수준은 상당했으니.
‘한번 상대해봤던 녀석이라 비교적 쉽게 정리하긴 했지만.’
마계 백작.
적어도 마스터 최상급에 준하는 힘을 발휘하는 강자.
그런 이들이 마신전에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다른 공략팀들은 고전하리라 예상했다.
만약 공략에 성공한다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신의 권능을 부여받은 자는 다르다 이건가?’
어쨌든 상황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현재 마신전을 공략 중인 곳은 다섯 곳입니다. 루벤 왕국을 비롯한 각 왕국과 드워프족이 마신전 공략을 시작했다고 통보해왔습니다.”
“그런가? 원소 정글 쪽은 어떻게 되고 있지?”
“아직까지 변종 게이트를 정리하고 있는 듯합니다. 게이트 정리가 끝나고 직접 마신전을 공략할지는….”
긴밀히 정보를 주고받는 각 왕국과 드워프족 쪽은 걱정이 덜했다.
마신전에 출몰하는 마족의 수준에 대해 이미 전달한 후였기 때문에, 그들도 충분히 준비했을 테니.
퍼스트 길드가 너무 눈에 띄게 활약해서 그렇지, 다른 왕국들도 강력한 초인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루벤 왕국에 검공이 있듯 각 국가를 대표하는 초인들이 있게 마련.
라울과 딱히 접점이 없었을 뿐, 그들도 하나하나가 마장에 맞먹는 강자들이었으니 당장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전생에 왕국들이 제국을 상대로 10년 넘게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을 테니까.’
제국의 공세가 진심이었든 아니든, 제국 마장의 공격을 막아내고 금역을 공략했던 NPC 초인들은 항상 존재해왔다.
그리고 드워프족 쪽도 크게 걱정되진 않았다.
적어도 각 드워프 부족을 이끄는 족장들은 마스터 상급 이상의 강자들.
그들이 보유한 각종 기술과 타이탄이 있다면, 마신전의 마족들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대륙 동쪽의 원소 정글.
엘프족과 지구 출신의 두 정부가 존재하는 그곳은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았다.
‘결계를 친 엘프들이 끝까지 안에서 버틸지 알 수 없는 일이고, 플레이어들의 경우엔….’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레벨로 따진다면 일우도 130LV을 넘어 마스터 상급이라는 간판을 달긴 했었다.
그리고 일우가 없는 지금,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연합 정부의 스펜서 마일즈가 132LV.
프런티어 연합의 중국 랭커 왕치앙이 131LV로 4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벨과 실력이 비례한다는 보장은 없었으니.
‘가능하면 현명한 선택을 하길.’
딱히 좋은 관계라 할 순 없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보호할 정도의 힘은 남아 있길 바랐다.
그렇지 않다면 최종 시나리오 이후의 세상을 헤쳐 나가기란 쉽지 않을 테니.
어쨌든 대략적인 상황 파악은 끝났다.
“현재 우리 공략팀의 위치는?”
“브레넌 공화국 남부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우리도 출발하지.”
“네, 마스터.”
제한 시간 내에 마신전을 모두 공략하고 마계의 탑에 들어가려면 서둘러야 했다.
라울과 케인의 모습이 포탈 너머로 사라졌다.
* * *
지구 연합 정부 수도 뉴에덴.
정부 청사 안에는 각 국가의 수뇌부와 몇몇 플레이어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마신전 공략이 불가능하다는 말입니까?”
회의라고 했지만, 실상은 청문회 같은 분위기였다.
원형으로 배치된 테이블에 앉은 각국 수뇌와 정치인들.
그리고 그 가운데 있는 낮은 단상에 서 있는 것은 강인한 인상을 지닌 금발의 사내였다.
스펜서 마일즈.
연합 정부의 최고 랭커이자, 최강의 공략팀을 이끌고 있는 대장이기도 했다.
“네. 우리 힘으로 마신전 공략은 불가능합니다.”
단호하게 말하는 그의 음성에 배석해 있는 정치인들이 술렁였다.
“스펜서 대장.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 겁니까? 우리 영토에 등장한 마신전을 직접 해결하지 못한다는 건, 우리 정부의 힘이 타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걸 인정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장위치엔 전 중국 주석이 외치자 동조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미 타국은 각자의 토벌 팀으로 마신전 소탕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 우리만 발을 빼겠다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당신을 영웅으로 추앙하고 있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릴 생각입니까?”
“실망이군요.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포기하다니. 스펜서 대장은 플레이어 랭킹 1위의 의미를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각종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스펜서와 공략팀의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졌다.
“자자, 그만! 스펜서 대장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봅시다.”
연합 정부 대표, 허틀리 마일즈 전 미국 대통령이 소리치고 나서야 좌중의 소란이 가라앉았다.
스펜서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퍼스트 백작령에서 공유한 자료를 확인했습니다. 마신전에 등장하는 마족의 수준은 낮아도 마스터 상급에서 최상급. 그리고 중급 이상의 마족도 열 이상. 확실히 말씀드리지만, 지금 우리의 전력으론 전혀 상대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는 입을 다물고 눈까지 감아버렸다.
“우리도 그 정보는 받긴 했습니다. 하지만 스펜서 대장도 마스터 상급을 넘어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우리에겐 100명이 넘는 마스터가 있습니다. 정부의 분석가들은 충분히 공략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단 말입니다!”
“그래요. 지금 우리 정부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는 얘깁니까?”
“하아. 우리가 그동안 투자한 게 얼만데, 이제 와서 목숨이 아깝다고 명령을 거부하다니! 계속 그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대장에게 준 권한을 회수할 수밖에 없소!”
숫제 자리에서 일어나 손가락질까지 하며 외치는 이들.
스펜서는 눈을 번쩍 뜨고는 외쳤다.
“그렇게 하시지요. 이런 껍데기뿐인 대장 자리에 목멜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사태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탁상공론만 하는 지도부에 내 목숨을 맡길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의장을 떠났다.
“이보시오! 스펜서 대장!”
“멈춰! 정말 정부와 연을 끊을 생각인가!”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더 이상 그의 발걸음을 붙잡지 못했다.
회의장을 경비하던 위병들이 잠시 그의 앞을 막아보려 했지만, 그를 호위하며 다가서는 플레이어들의 기세에 밀려 뒷걸음질 쳤다.
‘하, 역시 연락해보는 수밖에 없는가?’
스펜서의 머릿속엔 어제 그를 찾아온 누군가와의 만남이 떠올랐다.
-여기는 지구가 아닙니다. 의리를 지키는 것도 좋지만, 멋모르는 자들의 입바른 소리에 목숨을 헛되이 버릴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십시오. 라울 백작님은 그 누구보다 지구인들을 잘 이해하고 계신 분입니다.
분명 퍼스트 백작가의 첩보원일 터였다.
놀라운 건, 그가 스펜서의 침실에 들어올 때까지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일개 첩보원의 능력조차 그렇게 뛰어난데, 진짜 실력자들이야 얼마나 대단할까.’
의리를 지키고 나름의 야망도 쟁취하기 위해 연합 정부를 선택했지만, 그것도 살아 있을 때의 얘기.
걸어가는 스펜서의 뒷모습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한편 그와는 다른 선택을 한 이도 있었다.
“이미 예상했던 일 아닙니까? 또다시 라울 백작의 간사한 계략에 넘어갈 수는 없지요.”
“물론입니다. 제가 직접 상대해보니 마족이란 이름은 그저 허명에 불과했습니다. 충분한 지원과 보상만 약속해 주신다면, 마신전을 확실히 공략해 보겠습니다!”
파이오니어 연합의 최고 랭커 왕치앙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외쳤다.
연합 수뇌부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이미 영토 내에 등장한 변종 게이트 수십 개를 처리하며 마족의 수준을 파악한 상태.
아무리 마신전에 고위 마족이 등장한다 한들, 백이 넘는 초인 플레이어라면 충분히 공략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흥. 우리를 겁줘서 조정자 자리를 루이스에게 넘겨주겠단 생각이겠지? 미안하지만 그런 얕은수에는 넘어가지 않는다. 조정자는 반드시 내가 차지할 테니까!’
퍼스트 백작가 또한 조정자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 터.
경쟁자나 마찬가지인 파이오니어 연합에 제대로 된 정보를 넘길 리가 없었다.
아마도 퍼플 길드의 루이스 블레이크에게 기회를 주려는 게 분명했다.
“제국과의 경계에 배치된 지휘관들을 제외한 모든 초인을 마신전에 투입하겠습니다. 그리고 토벌을 마치고 나면 왕치앙 경에게 제피드 마을의 징수권을 넘기도록 하지요.”
“하하하, 맡겨 주십시오!”
짭짤한 보상에 기분이 좋아진 왕치앙이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큰소리쳤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왕치앙을 비롯한 파이오니어 연합 소속 100여 명의 초인들이 마신전 안으로 진입했다.
연합 수뇌부는 그들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꽈지지직.
커다란 세 개의 뿔을 지닌 마족의 몸이 허공에서 비틀렸다.
종이 인형처럼 사지가 기괴하게 뒤틀린 마족의 몸은 이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더니 검은 핏물만 흩뿌린 채 소멸했다.
휘릭, 사사사사삭.
라울이 손짓하자 반투명한 무언가가 조용하게 그의 인벤토리 안으로 회수되었다.
‘흠. 생각보다 편한 상대였군.’
이번 신전에서 만난 마족도 마계 백작 중 하나였다.
서열이야 알 수 없었지만, 육체 강화 계열 특성을 지닌 녀석이었기에 상대하기엔 수월했다.
검술에서도, 절대적인 힘의 크기에서도 라울이 녀석을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아앗.
공략이 끝난 신전이 라울 일행을 밖으로 내보내고 허공으로 사라져갔다.
‘자, 그러면 이제 어디로… 응?’
라울이 다음 행선지를 정하려 할 때 긴급한 길드 통신이 들어왔다.
「마스터, 급전입니다. 파이오니어 연합 토벌대, 마신전 공략 실패. 생존자는 극소수. 그리고 연합 측에서 제국으로 사절단을 파견한 모양입니다.」
“이런 미친X들이!”
라울이 자신도 모르게 욕을 내뱉었다.
다음 행선지는 굳이 고민할 필요도 없어 보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