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321
제321화
크롸롸롸!
마블리오네스의 입에서 흑마기가 가득한 검은색의 브레스가 날아들었다.
“핫!”
라울이 두 손을 모아 원을 그리자, 인피니트 파츠가 정면을 막아섰고.
텅!
브레스가 파츠의 막에 굴절되어 동굴 천장으로 휘어나갔다.
한편, 그 옆의 허공에선 수많은 마법들이 생성되고 부딪치며 광장을 빛내고 있었다.
목소리에 의지를 담아 마법을 펼치는 용언과 언령을 뛰어넘은 양측의 마법은 끝도 없이 충돌을 이어갔다.
웬만해선 마법전에 밀리지 않는 라벨임에도 쉽게 승기를 잡지 못했으니.
「생각보다 많이 회복된 상태인 것 같아. 이 정도라면 대전쟁 때 봤던 드래곤들보다 한 수 위야!」
「애초에 로드보다도 강했다고 했잖아. 그리고 놈도 무한정 버틸 수는 없을 거야. 이 공간은 마나가 거의 흐르지 않는 곳이니까.」
라울의 말처럼 지금 그들이 전투를 벌이는 장소는 특수했다.
암흑룡 마블리오네스의 회복을 늦추기 위해 설치된 수십 겹의 결계.
그것이 외부의 마나가 내부로 흘러드는 걸 차단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몸에 보유한 마나만으로 전투를 치러야 한다는 말이지.’
그런 의미에서 마블리오네스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축적해놓은 마나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 거체를 움직이며 전투를 치르는 데 소모되는 마나량은 보통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마나가 부족해 오랜 시간 잠들어 있었던 만큼, 제 컨디션도 아닐 테고.
버티기만 해도 이긴다.
그게 라울과 라벨의 판단이었고, 그건 마블리오네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제법이야. 인간이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강하구나. 하지만…!’
그래봤자 인간.
그 몸에 눌러 담을 수 있는 에너지양에는 한계가 있었다.
당장은 그의 공격을 잘 막아내고 있었지만, 조만간 그 한계에 다다를 것이다.
하지만 5분이 지나고 10분에 다가가고 있음에도 라울은 전혀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뭐지?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거지?’
마블리오네스가 커다란 꼬리를 휘둘러 라울을 후려치며 눈을 가늘게 뜨고 라울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눈치챈 듯 괴성을 질렀다.
“보레스타, 이 망할 영감이…! 죽어서까지 내 발목을 잡을 생각이란 말이냐!”
라울의 심장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
그건 분명 드래곤 로드인 보레스타의 마나를 닮아 있었다.
어떻게 일개 인간이 드래곤의 심장을 품고 있는 것인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분명한 건 이대로는 자신의 마나가 고갈되는 것이 빠를 수밖에 없다는 것.
‘최대한 마나를 아껴서 승부를 보려 했건만!’
자칫 시간을 끌면 오히려 자신이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마블리오네스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크와아앙!
그가 쭈그렸던 몸을 활짝 일으켜 세우고 목을 쭉 내밀며 라울을 물어뜯으려 했다.
‘이런…!’
라울이 순간적으로 몸을 뒤로 빼며 간신히 주둥이를 피해냈지만, 육탄 돌격을 해오는 마블리오네스를 상대하기엔 광장이 너무 협소했다.
텅, 탱!
몸이 크다는 건 공격할 면적도 넓다는 걸 의미했지만, 드래곤의 육체는 가히 그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요새와 같았다.
광장을 가득 채운 라울의 무기 군단이 쉴 새 없이 마블리오네스의 전신을 두드렸지만, 그 탄탄한 비늘조차 뚫지 못했다.
하지만 정신없이 공격을 피하는 와중에도 라울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눈치챘나 보군.’
놈이 본격적으로 공격해 오는 건 분명 자신의 기운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바로 라울의 몸에 심어진 ‘드래곤 하트(EX)’의 기운.
처음 배도현이 얻었던 신화급 아이템은 세 가지.
팔찌 형태의 파워아머 ‘레그나토르’.
고서인 ‘스킬도감’.
그리고 나머지 하나의 아이템이 바로 ‘드래곤 로드의 마나 심장(드래곤 하트)’이었다.
앞의 둘은 차원을 넘어오며 레플리카 형태로 인벤토리에 들어 있었지만, 드래곤 하트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실제론 인벤토리가 아닌 라울의 몸속에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 얼마 전 나머지 두 아이템이 합일되는 과정에서 각성하고 말았으니.
라울은 드래곤 하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마나의 힘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마블리오네스에 대항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없었다면, 마나도 없는 이 공간에 발을 디딜 이유가 없었지.’
그리고 이제 라울도 승부를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대결이 길어지면 제국 수도에 있던 마장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몰랐기 때문이다.
「라벨! 견제를 부탁해!」
「그걸 쓰려고?」
「그래. 마법과 결계 유지는 맡기겠어!」
「알았어! 얼른 저 저주받은 늙은 드래곤을 끝장내자고!」
라울이 내리꽂히는 마블리오네스의 앞발을 인피니트 파츠로 튕겨내고는 레그나토르를 향해 힘을 불어넣었다.
‘그간 숨겨왔던 진짜 모습을 보여줄 때다. 레그나토르 각성!’
라울의 가슴에서 정순한 황금빛 마나가 레그나토르를 향해 흘러들어 갔다.
쩡, 쩌정.
마치 잠겨 있던 자물쇠가 풀리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레그나토르의 마지막 비기가 발동되었다.
쿠르르르릉.
라울을 감싸고 보호하던 황금빛 갑주 레그나토르.
그것이 우레와 같은 굉음을 내며 순식간에 크기를 키워갔다.
3m, 5m, 10m….
마침내 50m까지 몸집을 키운 레그나토르의 눈이 광채로 빛나는 순간.
대전쟁 당시 마족, 드래곤, 천족의 횡포에 맞서던 인류 최후의 병기가 다시금 이 자리에 현신했다.
“어, 어떻게 그 빌어먹을 병기가 지금! 분명 소멸했다고 들었거늘…!”
갑작스런 레그나토르의 등장에 놀란 마블리오네스가 살짝 뒷걸음질 쳤다.
대전쟁 초기, 유일하게 상위 종족들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었던 병기.
인간이 다루기엔 너무나도 버거운 물건이었기에 라이더의 생명을 담보로 작동했다.
수십 명의 마스터가 조종석에서 목숨을 잃었고, 대신 그 숫자 이상의 마족들을 쓰러뜨렸으니.
더 이상 다룰 수 있는 라이더가 없어서 봉인되어야만 했던 비운의 병기가 바로 레그나토르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레그나토르의 본 모습을 일깨웠음에도 라울은 전혀 힘들어하지 않았다.
심장에 각인된 드래곤 하트와 레그나토르의 코어가 공명하며 마치 하나의 생명처럼 이어졌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진 두 개의 심장을 흐르는 마나는 증폭에 증폭을 거치며 라울에게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었다.
“이제야 체급이 맞춰진 것 같네. 덤벼라, 도마뱀!”
산처럼 거대해 보였던 드래곤이 그의 눈 아래로 내려다보였으니.
라울이 격투 자세를 취하고 도발하자, 마블리오네스가 콧김을 내뿜으며 소리쳤다.
“고작 덩치가 좀 커졌다고, 뭐가 달라질 줄…!”
뻑!
라울이 내뻗은 주먹이 마블리오네스의 턱주가리를 날려버렸다.
“타격감 좋은데?”
크롸롸롸!
머리가 튕겨 나갔던 마블리오네스가 브레스를 내뿜으며 꼬리를 휘둘러왔다.
하지만 라울은 왼손바닥을 펴는 것만으로 브레스를 막아버렸고, 날아오는 꼬리는 오른손으로 붙잡았다.
“하앗!”
쾅! 쾅! 콰광!
붙잡은 꼬리를 휘둘러 광장 벽과 천장에 놈을 후려친 라울.
푸다다닥.
하지만 놈이 날개를 펼치고 날린 발차기에 맞아 그만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이놈! 어디 끝까지 가보자!”
촤라락! 휘우우웅!
날개를 쭉 편 마블리오네스의 뒤편으로 순식간에 수백 개가 넘는 마법진이 열리며 마법들을 쏟아냈고, 놈이 다시 라울을 향해 이빨을 들이밀었다.
“누가 할 소릴! 여기가 네 무덤이다!”
거인화한 라울의 손에 인피니트 파츠로 만들어진 투명한 검이 쥐어졌고, 어깨 너머로 다섯 자루의 검이 생겨났다.
그리고 찬란한 황금빛 빛무리가 광장을 뒤덮었다.
* * *
“믿을 수 없군. 정말로 암흑룡 마블리오네스를 쓰러뜨리다니.”
“항상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는군.”
“이제 정말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어.”
3현자가 시선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인 뒤 복장을 단정히 했다.
세 사람은 동시에 라울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숙였다.
“라울 드 퍼스트 백작님. 당신을 커넥트 시스템의 진정한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조정자로서 이 세상을 평화와 번영의 길로 이끌어 주시길 바랍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해 새로운 조정자 라울님을 보필하겠습니다. 저희의 충성을 받아 주십시오.”
갑작스런 충성 맹세에 놀란 라울이 슬쩍 손사래를 쳤다.
“왜들 이러십니까. 명성 높으신 분들이 갑자기 이러시니 당황스럽네요.”
하지만 그들은 태도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였다.
“부디 조정자가 되어 혼란스런 커넥트의 길잡이가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라울님이라면 커넥트 시스템을 올바르게 사용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것 참….’
어차피 저들의 설득이 아니더라도 라울은 조정자의 힘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이제 와서 커넥트 시스템을 다른 사람의 손에 넘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앞으로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모두 일어나세요.”
라울이 승낙하자 그들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는 공손하게 라울의 앞에 섰다.
그리고 라울의 눈앞에는 팝업창이 떠올랐다.
-축하드립니다! 플레이어 라울님은 조정자로 선택되셨습니다.
-조정자는 커넥트 시스템의 통제권을 부여받습니다.
-조정자는 커넥트 시스템의 제한 구역에 입장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집니다.
-주의 : 조정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하려면 마스터키가 필요합니다.
“마스터키?”
라울이 중얼거리자 블랙이 다가와 품속에서 무언가를 전해주었다.
“이게 바로 커넥트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마스터키입니다.”
“……! 이게 정말 마스터키라고요?”
라울이 놀란 이유.
그건 블랙이 넘겨준 것은 바로 ‘게임 카트리지’였기 때문이다.
전생의 배도현이 3신기를 얻은 비밀 석실에서 우연찮게 발견했던 카트리지와도 너무나 유사한 물건.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블랙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 마스터키는 원래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점이지요. 지구에서 넘어온 시스템 제작자가 나머지 하나를 가지고 있었지만,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스터키가 두 개?”
“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스터키 하나만 있어도 시스템을 통제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니까요. 따라오십시오.”
3현자가 앞장서서 라울을 어딘가로 이끌었다.
3신기가 놓여 있던 석실을 지나 캡슐 프로토타입이 있는 방에 도착했다.
방의 끝에는 뭔가를 꽂아 넣을 수 있는 두 개의 구멍이 숨겨져 있었으니.
“이곳에 마스터키를 넣어 주십시오.”
라울이 왼쪽의 구멍에 카트리지를 삽입하자, 구르릉 소리가 나며 석실 문 반쪽이 열렸다.
‘이곳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공간.
발을 디딘 곳은 분명 영화에나 나올 법한 콘솔룸을 닮아 있었다.
각종 패널과 마법 스크린, 마법진들이 혼재해 있는 기계적인 느낌의 통제실.
라울이 발을 디디는 순간, 마법확성기를 통해 음성이 들려왔다.
-새로운 조정자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정식 조정자로 등록을 원하십니까?
아마도 현재 커넥트의 관리를 맡고 있다는 인공 지능의 음성인 듯했다.
“등록해줘.”
-카트리지를 콘솔에 삽입해 주십시오.
통제실 전면의 패널에 콘솔 삽입구가 열렸다.
그곳에 카트리지를 꽂아 넣자 허공에 마법진 수십 개가 생성되어 라울의 전신을 스캔했다.
-새로운 조정자님을 정식 등록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마법진들이 하나둘 라울의 몸으로 스며들어 그의 몸에 시스템 통제권을 각인했다.
그렇게 순조롭게 등록 절차가 진행 되는가 했는데, 마법진이 몇 개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가 생겼다.
-조정자님의 몸속에서 정의되지 않은 엑세스키를 발견했습니다. 분석 중입니다.
-상위 권한을 지닌 프로토콜이 작동합니다. 잠겨 있던 데이터가 해금되었습니다.
-데이터 손상을 발견했습니다. 라이브러리에서 백업 데이터를 확인했습니다. 복구를 원하십니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라울의 눈앞에는 복구하시겠냐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이건 설마?’
라울이 문득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갸웃하고는 복구 버튼을 눌렀다.
-복구를 진행합니다.
-……무사히 복구를 마쳤습니다. 인벤토리를 확인해 주십시오.
인공지능의 음성에 따라 라울이 인벤토리를 열었다.
“이, 이건!”
라울이 인벤토리에서 꺼낸 물건.
그건 바로 배도현이 전생에 얻었던 바로 그 게임 카트리지였다.
“그건 분명 또 하나의 마스터키!”
“어떻게 라울님이 그것을…?”
라울뿐만 아니라 3현자들도 놀랐는지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숨겨져 있던 라울의 마지막 특성이 개방되었으니.
[커넥트의 진정한 전승자(EX)]라는 항목이 상태창에 표시되어 있었다.-라울님의 정식 조정자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라울님의 두 번째 마스터키가 자동으로 등록되었습니다.
-두 개의 마스터키가 확인되었습니다. 조정자 라울님께 ‘핵심 통제실’에 대한 접근 권한이 생성되었습니다.
-커넥트 시스템의 완전한 소유권 이양을 위해 라울님을 시스템 코어룸으로 전송합니다.
피빗.
라울이 마법진에 휩싸여 간이 통제실에서 사라졌다.
“코어룸이라고?”
“그건 로드께서도 들어가지 못하신 곳이라고 들었거늘.”
블랙과 그레이가 그저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설마…?’
화이트는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지구에서 넘어왔던 제작자의 얼굴이 맴돌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