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제임스 리드가 쓰러져 있다.
“나 죽어! 졸라 아파!”
“엄살 그만 부려.”
치이익!
최준호가 제임스 리드 몸 위로 회복제를 뿌렸다.
눈에 띄게 회복되는 중에도 제임스 리드는 고통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엄살 한번 심하다.
“그니까 왜 뒷담하냐.”
“억울해! 난 욕 안 했어!”
“뒷말은 했다는 거잖아.”
“…….”
“돌아갈 준비나 해.”
최준호가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제임스 리드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사실 고통은 가신 지 오래였다. 최준호가 회복제를 뿌린 순간, 바디 컨트롤로 고통을 완전히 지워 버린 후였다. 극악의 훈련을 견뎌 내고 육체를 개조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조정이 가능해서다.
하지만 진짜 충격받은 것은 육체가 아닌 정신이었다.
“…이게 헤드 브레이커.”
압도적인 강함이었다. 세계 초능력자의 날 행사에서 초인 셋을 압도했을 때 봤던 것과 다른 느낌이었다.
뼈와 살을 분리시키는 강렬한 공격 속에 상대를 말살하겠다는 의지가 전해졌다. 매 공격마다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었다.
최준호의 공격을 마주하면서 머릿속으로 계산을 지워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극한까지 육체를 단련하면서 더 이상 고통에 지배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최준호의 일방적인 공세에 두드려 맞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 순간이 끝나기만을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제임스 리드 옆으로 버서커가 다가왔다.
“네놈도 드디어 최준호 맛을 봤군.”
“다 네놈 때문이잖아.”
“최준호 맛, 각별하지 않나?”
“…….”
미간을 찌푸린 제임스 리드가 버서커를 노려보았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게 다 이놈 탓인데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왜? 오해 풀어 줬잖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말은 맞는데. 흠, 내가 너무 돌려 말했나. 아까 네가 했던 제안에 대한 내 대답이다.”
“뭐?”
자신이 최준호에게 두들겨 맞게 한 게 대답이라고?
버서커가 히죽 웃었다.
“미국에서 나에 대해 조사했을 테지. 내가 초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내 실력을 하찮은 수준으로 설정하면서.”
“…무시는 하지 않았어.”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버서커의 실력은 예상을 아득히 초월했다.
“내가 미국으로 가면 강해질 수 있다고 말하던 건 거짓이었나?”
“초인의 단련은 과학적으로 이뤄져야 해. 체계적인 관리 속에서 단련하면 지금보다 더…….”
“그럼 내 힘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
“짧은 기간 동안 내가 너와 승부가 가능할 정도로 성장했다. 내가 천재라서? 애초에 천재였다면 얼마 전에 초인이 될 일도 없었겠지.”
머릿속에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기분이다.
버서커는 1년 전, 숨기고 있다고 해도 2년 전쯤 초인이 되었다.
그런데 실력은 자신조차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고강해져 있다.
최대 2년 사이 이만한 성장이 가능했다는 의미.
이게 최준호와 만남이라면 1년 사이에 이 정도로 강해졌다는 말이 된다.
“최준호가 그 정도란 말인가…….”
“그래도 네놈은 맞을 이유가 있었지. 하지만 난 아무 이유도 없다. 살아남기 위해 나는 강해져야 할 수밖에 없었지. 너도 한국에 있는 동안 녀석의 옆에 붙어 있어라. 그럼 얻어 가는 게 있을 거다.”
“왜 날 도와주는 거지?”
무슨 이득이 있다고?
모든 각성자는 힘을 추구한다.
그 기회를 양보하는 버서커가 이해되지 않았다.
“이게 도와주는 거라고?”
버서커는 코웃음쳤다.
“헤드 브레이커가 네놈에게 신경이 쏠려 있으면 내가 편해지니 하는 말이다. 네놈에게 신경을 쓰는 만큼 난 관심에서 멀어지겠지. 그건 내게 자유가 주어짐을 의미한다.”
“…….”
“물론 네게도 이건 기회가 될 수 있다. 고통스러운 만큼 강해지는 속도는 빠를 거거든.”
“난 강해질 수 있다면…….”
그리 말하던 제임스 리드는 방금 전 대결을 떠올렸다.
이걸 자주 겪어야 한다고?
저도 모르게 욕을 내뱉을 뻔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지.”
홀로 남은 제임스 리드는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뜨렸다.
한국이라면 안전할 거라 생각해서 왔다. 옆에서 지켜보고 얻어 갈 게 있다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 봤고.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호랑이굴로 쳐들어간 게 아니라 호랑이입으로 뛰어든 격이었다.
와그작 씹혀 버리는 신세가 되었고.
“졸라 짱나네.”
머리를 굴리다 되레 그물에 걸려든 꼴이 된 제임스 리드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 * *
고뇌하는 제임스 리드의 모습을 멀리 지켜보던 버서커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물 건너 온 희생양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왔다.
매우 튼튼하면서 쉽게 꺾이지 않을 샌드백이다.
“드디어 나도 한숨 돌리게 되었군.”
해외로 휴가나 다녀올까.
잠시나마 최준호의 레이더망에 해방되었다는 사실에 버서커는 행복을 느꼈다.
* * *
조사해 본 자료를 살펴보면 졸라맨은 굉장히 똑똑한 인재였다.
두뇌는 웬만한 천재급에다가 각성자로서도 초인의 반열에 올랐다.
연구소의 이론과 현장의 경험을 동시에 갖춘 인재다.
내가 원하는 걸 얻어내기 딱 좋았다.
이런 인재가 굴러들어 왔는데 쉽게 놓아줄 수 없지.
무엇보다.
자기 몸을 스스로 개조해서 초인의 경지에 올랐다는 거 자체가 정상의 범주에서 한참 이탈했다는 의미였다.
제임스 리드도 미친놈이란 뜻이다.
나는 녀석에게 연구 중인 몇 가지를 공유했다.
하나는 신체 절단 회복제였고, 다른 하나는 펜타 개량형이었다.
“이건 미쳤어!”
신체 절단 회복은 제한적인 환경에서 가능한데, 회복제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에 제임스 리드는 흥분했다.
그리고 펜타 개량형.
처음에는 마약이라는 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다가, 각성 상태만 유지하는 성분을 추출하면 기프트 개방에 도움이 될 거란 말을 듣고 눈이 뒤집혔다.
“이건 졸라 좋아!”
“완성만 해. 미국에 저렴하게 수출할 테니.”
“약속하는 거야!”
“연구는 적당히 하고. 그러다 중독된다.”
이 헬창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자기 몸에 마약을 투여하고도 남을 놈이라 적당한 선에서 말렸다.
이건 내 연구에 도움을 요청한 부분이고.
그 다음 요구를 들은 제임스 리드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가장 작은 단위로 신체를 괴롭히는 법?”
“네가 그렇게 해서 강해졌던데.”
“그건 단련이야! 미세 단련! 나노 단련!”
“그래, 단련.”
날 보는 녀석의 눈이 떨떠름했다. 내가 왜 그걸 궁금하게 여기나 싶나 보다.
실제로 제임스 리드의 기프트인 바디 컨트롤은 굉장히 유용한 기프트였다. 신체 능력을 극한으로 활용하게 만들어 인간이 펼치는 거라 믿기 힘든 기괴한 궤적으로 적을 압박할 수 있었다.
이 위력이 극대화 된 건 녀석이 머리가 좋기 때문이겠지.
나라면 절대 생각해 내지 못했을 거다. 그럼 좋은 머리를 이용하면 된다.
그중 내가 주목한 건 극한의 작업을 통해 개조를 완성해 낸 방식이다.
“내가 지정한 사람을 지도해 줬으면 좋겠어.”
“누구?”
“내 동생.”
“헤드 브레이커 시스터! 졸라 잘 알지! 레그 브레이커로 불린다며?”
레그 브레이커(Leg Breaker).
내 친동생 윤희의 이명이었다.
사냥 도중 습격해 온 빌런의 다리를 샷 시리즈로 모조리 잘라 버리면서 붙은 이명이다.
내가 가르치긴 했는데 현장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잘라 버렸다더라.
그 장면이 워낙 임팩트가 강하다 보니 윤희의 이명은 어느 순간 레그 브레이커로 굳어져 버렸다.
나도 최근에 안 거다.
이러다 브레이커 남매라 불리겠군.
아니, 이미 그렇게 불리고 있을지도.
오빠는 헤드고 동생은 레그인가.
그래도 내가 더 낫군.
“근데 그냥 도와주기 좀 그런데…….”
“공짜로 도와 달라는 건 아냐.”
“그럼?”
“네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주고 여기에 온 목적도 이뤄 주게 해 주지.”
한번 쥐어박으면서 녀석이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파악을 끝냈다.
정작 당사자는 아무것도 없는 척 잡아떼기에 여념이 없다.
“나 아무 문제없어! 졸라 무난해! 그리고 목적도 없어!”
진짜 없다고?
미끼를 풀어봤다.
“전투 지연.”
“……!”
“진짜 해결할 생각 없어? 난 해결 방법을 알고 있는데.”
“…어떻게 알았어?”
제임스 리드가 우스꽝스러운 컨셉을 버린 채 눈을 크게 떴다.
“내 말에 대답이나 해. 그 부분에 문제가 있어, 없어.”
“있어. 대체 어떻게 안 거야.”
순순히 인정하는군.
녀석도 결국 각성자다. 강해지고 싶은 욕망에 헬스 중독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되었으니 그냥 넘어갈 수 없겠지.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부터 해.”
“할게! 그러니 알려 줘! 제발!”
제임스 리드에게는 오래 전부터 가로막아 왔던 벽인가 보다.
의외로 해결하기 쉬운 문제인데.
뜸 들이며 괴롭힐 일도 아니어서 바로 말해 줬다.
“네가 머릿속으로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여서 그래.”
“왓?”
제임스 리드가 겪는 현상은 정다현과 비슷하면서 달랐다. 정다현은 아직 완급조절 요령이 부족하다면 제임스 리드는 요령이 완숙의 경지에 도달하여 흡수되는 대로 받아들이다 보니 과잉 현상으로 흘러가 버렸다.
일종의 과도기인데 문제라면 그 과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겠지.
오히려 나이가 먹어 두뇌 능력이 떨어지면 급격하게 약해질 수 있다.
“…….”
내 말을 듣고 표정이 짧은 순간 여러 번 바뀌었다.
너무 갈궜나?
꿈과 희망이 없어 보여서 미끼를 투척했다.
“이걸 극복하면 12궁은 잡을 수 있을걸?”
“진짜?”
“어.”
“할게! 동생을 사이보그로 개조시켜 줄게! 하게 해 줘!”
“좋아.”
이걸로 윤희가 제 몫을 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되었군.
근데 사이보그까지는 좀 아닌 거 같고.
내가 볼 때 제임스 리드의 기프트는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하는 종류인 거 같은데 어떻게 작용하는 건지 지켜봐야겠다.
“근데 어떤 방법인데?”
“과할 때는 항상 덜어 내는 과정이 필요하지.”
“알아.”
“넌 정보를 과하게 받아들여. 그 안에서 최적의 결과를 찾아내려고 하니 시간이 걸리는 거지.”
그나마 제임스 리드가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어서 시간이 적게 걸리는 거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으면 최적의 결과가 그려지지 않아.”
“모든 걸 계산으로 해서 생기는 문제야. 정보를 받아들이되 거기에 본능을 가미하면 해결 돼.”
“본능?”
“생존본능.”
“…….”
제임스 리드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갔다. 이제야 이해가 되고 있는 건가.
“준호! 나 뭔가 졸라 불안해지고 있어.”
“살고자 하는 의지가 최적의 결과를 알려 줄 거야. 필요한 정보는 취하고 필요없는 건 버리지. 극한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어. 이제부터 그 본능을 새겨 보자.”
“왓더 졸라 퍽!”
누가 보면 내가 두들겨 패고 싶어서 이런 제안을 한 줄 알겠다.
일단 맛보기를 보여 줘야겠다.
그럼 한국에 좀 더 붙어 있겠지.
한국에 있는 이상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손을 보탤 테고.
이게 다 내가 편안하게 볼일을 보기 위한 안배였다.
* * *
당연한 이야기지만 난 제임스 리드를 적당한 선에서 어루어 만져 줬다.
거동도 힘들게 만들면 다음 스케줄 소화에 문제가 생기거든.
녀석을 훈련장에 넣어 두고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윤희는 제임스 리드의 지도를 받겠냐는 제안을 냉큼 수락했다.
나는 잘 몰랐지만 마초맨 제임스 리드는 뛰어난 지적 매력과 폭발적인 남성적인 매력으로 여성 각성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단다.
그에 비해 나는 비리비리하다나 뭐라나.
이것이…….
본인이 선 넘은 것도 모른 채 단꿈에 부풀어 있었다.
“내가 초인의 지도를 받을 수 있다니…….”
네 오빠는 초인 아니냐.
웬수라고 말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젠 초인 취급조차 안 해 주는군.
좋아하는 걸 보면 감동을 깨 주고 싶은 충동이 든다.
참아야겠지?
어차피 곧 현실을 깨닫게 될 테니까.
윤희를 데리고 훈련장에 도착하니 그 사이 멀끔해진 제임스 리드가 운동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 나와 윤희를 발견하고는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다가왔다.
“하이, 반가워요. 최윤희 씨. 제임스 리드입니다.”
“와! 완전 멋져. 한국말도 완전 잘해. 진짜 마초 지니어스구나.”
윤희의 중얼거림에 제임스 리드가 느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최준호 초인에게 배우려고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 말투가 완전 바뀌었다.
졸라거리던 졸라맨 어디 갔지?
버서커가 말투가 바뀌었다고 하더니 진짜 나란 사람 한정으로 바뀌고 있던 거였군.
그러건 말건 날 빼놓고 둘은 빠르게 친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떤 방식으로 훈련이 진행될지 전해 들은 윤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이거, 진짜 아니지?”
“뭘 들었는지 몰라도 맞을 거야.”
“자, 잠깐! 이런 얘기는 못 들었다고!”
“지금 들었잖아.”
“장난해?”
윤희의 눈이 빠르게 좌우로 굴러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제임스 리드가 웃었다.
“하하! 실제로 나노 단위로 단련하는 게 아니니 너무 겁먹지 않아도 돼요. 최소 단위로 확실하게 단련하면 됩니다. 사람의 몸은 참 신비해서 죽을 것 같은 고통도 견뎌 내거든. 열심히 하면 윤희도 나처럼 완벽한 육체를 가질 수 있어! 이 선명한 근육을 봐!”
“시, 싫어! 오빠! 살려 줘!”
좋다고 행복할 땐 언제고?
비명을 지르는 윤희를 향해 난 손을 뻗어 주먹을 쥐어 보였다.
내 동생 파이팅!
* * *
“제임스 리드가 한국에 머무는 것은 초인님을 살펴보기 위함일 확률이 높습니다.”
천명국은 내게 걱정이 담긴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부쩍 데리고 다니니 불안했나 보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왜…….”
“제임스 리드가 생각보다 활용할 구석이 많더군요. 서로 만족스러운 거래 중이라고 보면 됩니다.”
실제로 신성그룹에 데려가서 며칠 동안 아이디어를 뽑아내기도 하고, 윤희를 새로운 방향으로 굴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알차게 써먹고 있었다.
특히 근육을 최소 단위로 단련하는 것은 내게 새로운 영감을 가져다주었다.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어서 특별히 더 강해지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게다가 아는 것도 많아 뭐든 척척 말하니 휴대용 백과사전 느낌이었다.
제임스 리드가 내게 가장 많이 말한 건 세계 정세였다. 나날이 강해지는 마물 속에서 국가의 역할, 초인의 역할, 시민의 역할과 기술의 발전 방향 등을 풀어서 얘기하고 자기가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서 얘기하기도 하는데, 인상이 깊었다.
“지금 고분고분하니 이용가치가 높으니 문제는 없을 겁니다. 여차하면 그때 치워 버리면 되겠죠.”
“치운다는 게 혹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거죠.”
유해 8단계 마물을 사냥하다 초인도 종종 목숨을 잃으니까.
제임스 리드가 날 지켜보기 위해서라면 내가 사냥 간다고 할 때 따라오지 않을까?
초인이라고 마물 사냥에서 사고가 피해 가는 건 아니다.
“아…….”
탄식을 터뜨린 천명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안심하겠지.
물론 난 효용 높은 제임스 리드를 최대한 부려 먹을 생각이었다.
곧 벌어질 사건에 대비해서 잠깐 한국을 떠날 생각인데 버서커와 제임스 리드를 두면 임시 땜빵 정도는 될 테니까.
“아, 그리고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말씀하십시오.”
그렇게 긴장한 표정을 지을 거 없는데.
그냥 간단한 소비자 조사였다.
“천 실장님도 기프트를 개방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습니까?”
“기프트요? 당연히 개방하고 싶습니다.”
음, 더 이상 성장을 포기한 각성자도 기프트는 꼭 갖고 싶은 건가.
그렇다면 펜타 개량형이 완성되었을 때 상품성은 충분하겠다.
다만 이건 각성 상태를 유지해줄 뿐, 나처럼 잠재된 기프트가 어떤 건지 알지 못하는 상태니까.
하지만 천명국은 뭔가 냄새를 맡았나 보다.
“초인님, 혹시?”
“일단 연구 중입니다.”
“완성되면 제게 꼭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1차로 하고 싶습니다.”
“좀 위험할 수 있는데요.”
“그래도 하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팔딱팔딱 뛰는 심장을 움켜쥐어야 하는 건데.
나중에 알고 졸도하지 않겠지.
난 분명 위험하다고 말했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감당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