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제가, 실수를. 실례했습니다. 평생 기프트를 갖는 게 소원이어서. 지금은 포기했지만 초인님에게 들으니 의미가 남다르게 들리네요.”
“괜찮습니다.”
잔뜩 흥분해 있던 천명국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저러니까 나도 마음이 편해진다.
천명국 정도 되면 공짜로 얻어지는 기프트는 없다는 걸 잘 알 테니까.
펜타 개량형이 완성되면 말해 줘야겠다.
날 많이 도와주는데 기프트 개방 정도는 도와줘야겠지.
심장의 피가 필요하다고 하면 오해하지 않겠지?
“하지만 획기적인 것임이 분명합니다. 분명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이 일어날 겁니다.”
천명국이 말하길, 전 세계적으로 기프트를 탐지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란다. 내가 과거로 돌아오기 전까지 개발이 완료되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으니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개발이 끝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난 슬슬 본론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중국에서 협력 요청이 들어왔다고 들었는데요.”
“아, 예. 외교적 사안이라 초인님과 크게 연관이 없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예.”
고개를 끄덕인 천명국은 중국에서 온 요청에 대해 말해 주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남부 바다에 판을 치고 있는 해적 토벌 협력에 관한 내용이었다.
마물에 의해 바다를 장악당하고, 제공권에 제약이 가해지면서 해적들이 활보하는 시대가 되었다.
거점을 미사일로 타격도 해 봤지만 오히려 비행 마물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아 자제하고 있었다.
결국 해적을 소탕하려면 군함을 동원해야 하는데 목숨을 걸고 해로를 개척하는 해적을 쫓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오히려 함정에 빠져 군함이 해양 마물의 제물이 되곤 했다.
한반도는 해적 침입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제주도에서 종종 목격되곤 했다.
“다른 의도가 있는 거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저희는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이런 제안을 해 온 이유는 첫째가 내용 그대로 해적 소탕이고, 둘째가 한국과 관계 개선, 마지막이 북쪽이 아닌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것이다.
“특히 영토 수복에 대해 중국이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강해질수록 중국의 영향력이 축소된다. 이것만이 아니라 영토 수복 과정에서 마물들이 북쪽으로 밀려나면 중국으로 넘어가는 마물이 늘어난다.
즉, 한국이 영토를 수복할수록 중국으로 마물이 몰려간다는 이야기다.
한국은 강해지고 중국은 피해를 입고.
중국이 난리 치는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런다고 중국이 일방적인 피해자냐, 그것도 아니다.
자기들도 장쯔둥이 있을 때 남하 정책이라면서 각성자 전력을 투입해서 북한 지역을 꿀꺽하려고 했다.
결과는 실패였고. 이쪽이 해낼 거 같으니 좋게 지내자고 한다. 어이가 없는 제안이다.
어차피 정부가 영토 수복을 포기할 리도 없기에 말리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나는 해적 이야기를 짚고 넘어갔다.
“해적과 태평문이 관련되어 있을 확률이 있습니까?”
“매우 높습니다. 아니, 확실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태평문의 보급이 여태까지 이어질 리가 없습니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남아시아까지 활동하는 해적들은 각국의 빌런 조직과 연계되어 있었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 태평문인데, 중국 전역은 물론이고 인도차이나 반도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들의 사상은 리그와 밀접하게 닮아 있으며, 중소 규모 조직은 리그 산하에 들어가기도 했다.
현 태평문은 스스로 리그와 대등한 협력자라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반쯤 귀속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활동하는 해적의 본체가 태평문일 확률이 높습니다.”
“…….”
천명국의 말을 들으니 퍼즐이 맞춰져 그림이 완성되었다.
단순히 중국에서 활동하는 빌런 조직이면 내가 신경 쓸 게 없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8단계 마물 두 마리가 등장할 때 태평문이 부산을 기습 공격한다.
해적들이 모는 배를 타고 상륙을 한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뒤통수를 당하면서 부산은 어마어마한 인적, 물자 피해를 입었다. 당시 납치된 사람만 수천 명이었으니.
굳이 먼저 나서려는 이유는 별거 없다.
미래에 일어나는 참사를 지나칠 수 없어서다.
내가 남들과 다른 정의감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고. 뻔히 일어날 참사를 무시하고 지나치기에는 나도 이 사회에 깊숙이 녹아들었다.
그렇다면 빌런들은 미리 처리해 두는 게 좋겠지.
그리고 태평문의 멸문은 리그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수단이다. 이 좋은 걸 양보할 수 없지.
난 천명국에게 해적에 대한 자료와 태평문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초인님.”
“예.”
“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겁니까?”
“별거 아닙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초인님은 지금 어마어마하게 큰일을 벌이려는 거 다 압니다.”
천명국은 벌써부터 암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누가 보면 사고뭉치인 줄 알겠다.
미래를 보고 왔다고 할 수도 없고. 이럴 땐 답답함을 느꼈다.
“단독작전을 수행하려고 합니다.”
“태평문과 관련된 겁니까?”
“예. 아직 확실한 건 없어서. 먼저 저질러 보고 결과가 나오면 보고 올리겠습니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어서.”
“아니, 그 단독작전은 상부에도 보고하는 건데. 자세히 좀 알려 주시지요.”
“보고 대상인 대통령님이 안 계시니까요. 확실해지면 알려 드릴게요.”
“자, 잠깐!”
천명국이 애타게 날 불렀지만 못 들은 척 자리를 벗어났다.
나는 그 길로 부산에 향했다.
* * *
내가 부산에 도착하면서 느낀 것은 도시 전체 분위기가 축 처져 있었다.
부산시장이 불명예스럽게 사퇴하고 보궐을 치러 여당 소속 시장이 당선되었지만 유성수가 벌여 놓은 정책과 충돌하면서 불필요한 심력을 소모하고 있었다.
유성수가 워낙 큰 부산을 외치면서 동남권을 하나로 묶으려고 하다 보니 행정구역을 예전대로 되돌리려는 여당 정책과 충돌하는 있었다.
콩고물을 주워 먹는 주체가 바뀌면서 생기는 잡음일지도 모르고.
난 딱히 여당이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시락 건으로 최효직과 충돌도 했고, 리그 첩자였던 유중호도 여당 소속이었고.
그놈이 그놈이란 생각과 함께 비리가 눈에 띄면 그때그때 때려잡을 뿐이다.
대통령과 친한 것도 여당이어서가 아니라 코드가 잘 맞아서고.
이번 부산시장도 그러길 바랐다.
나는 약속이 되지 않았지만 부산시장에게 면담을 청했다.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부산시장은 반가운 표정으로 맞아주었다.
“한기열입니다. 최준호 초인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부산시장 한기열은 여당 원내대표 출신으로 얼마 전 사퇴한 지창용과 절친한 사이이자 대통령 계파 출신이다.
여당이 청와대와 거리를 둘 때 대통령과 소원해졌다는 이야기가 들렸는데 내가 거기까지 알 바는 아니고.
내가 여기 온 목적만 이루면 된다. 잘 협력해 주면 베스트 파트너가 되지 않을까.
“최준호입니다.”
“위명 높은 초인께서 어쩐 일로 부산에?”
“단독작전 수행 때문에 오게 되었습니다.”
“…….”
한기열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내가 유성수처럼 본인을 잡으러 왔다고 생각하는 건가.
요즘 불필요한 오해를 하는 사람이 많아진 느낌이다.
“시장님과 관련된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한기열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여당 지도부가 날아가면서 다음 여당 후보가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으니까.
난 곧장 목적을 밝혔다.
“해경의 지원을 받고 싶습니다.”
“초인님의 요청이 다 필요성이 있으셔서겠지만 어떤 임무인지 알아야 원활한 협력이 가능합니다. 실례지만 어떤 이유로 지원을 바라시는지?”
“최근에 중국 남해에 해적들의 활동이 활발해졌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종종 제주도에도 등장한다는 말이 있고 최근에는 거제도 앞까지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처리하냐고 물어보니 멀리 쫓아내는 게 전부라고 한다.
추적하면 해적들이 해양 마물이 있는 곳으로 유인하기에 나포가 쉽지 않단다.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해적을 자극하면 태평문이 쳐들어올 수 있어서 자제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태평문은 초인 둘을 보유한 동북아 최대 빌런 조직입니다.”
그 초인이 부산에 상륙한다고 하면 끔찍한 일이겠지.
타고 있는 배를 격침시켜도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을 테니까.
대한민국 각성자 전력은 북진을 위해 북쪽에 배치되었기에 초인이 쳐들어오면 막기가 쉽지 않다.
근데 미래에 실제로 그 일이 벌어진다.
그 점에서 한기열은 상황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대비를 하려는 자세는 취하고 있으니까. 생각해 보니 저번 생에서는 부산시장이 유성수 그대로일 테니 전혀 대비가 안됐었을 것이다.
밀무역 조장에다 리그와 끈을 연결하고 있으니 해적들이 와도 경계태세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지. 도둑한테 안방 문을 열어 두고 맞이한 셈이다.
난 정보를 풀었다.
“조만간 태평문이 부산에 상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일이.”
이건 예상했던 것과 다른 반응이다.
좀 더 놀랄 줄 알았는데.
“아시는 게 있으신지?”
“중국에서 태평문 세력을 대대적으로 색출에 나서고 있습니다. 점 조직이라 버티고 있지만 압박이 심해서 숨어 있다고 하는데 은신처가 있다고 해도 먹고 싸면서 버텨야 하니 돈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한기열은 유성수가 시장일 때 밀무역 비중 중 상당수가 태평문의 것일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달리 보면 내가 태평문의 돈줄을 날려 버린 셈이군.
“그럼 해경의 도움이 필요한 건 태평문의 도발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맞습니다. 뒤통수가 간지러운 일이 없도록 하려고 합니다.”
말이 해적이지 결국 빌런이니까. 제거해 버리면 뒤통수가 간지럽지 않을 것이다.
한기열의 표정이 환해졌다.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 * *
어둠에 휩싸인 남해를 가로지르는 배 한 척이 있었다.
갑판 위에 선 선장이 부리부리한 눈을 부라리며 외쳤다.
“최대한 자세히 조사해라! 안 그러면 경을 칠 줄 알아!”
“겨우 이 정도 가지고 호들갑은…….”
선원들은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순순히 명령에 움직였다. 남해를 순찰하는 배들의 움직임을 파악해서 빈틈을 찾기 바빴다.
배에 탄 대다수 선원은 중국인이었다.
평범한 어부를 가장했지만 그들은 태평문 산하 수룡단 해적들이었다.
대적하기 힘든 상대 앞에서는 어부, 만만한 배 앞에서는 해적으로 돌변한다.
“곧 문(門)에서 습격할 곳이다. 너희들도 두둑하게 수당을 챙기고 싶으면 지금부터 열심히 해!”
“알았수다.”
그들이 모는 배가 조용히 남해를 거슬러 올라가 거제도를 지나 부산 인근에 도착했을 무렵이다.
저 멀리 빠르게 다가오는 배 하나가 있었다. 그들과 다르게 환하게 불을 켠 배의 정체를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선장! 저기 배가 옵니다!”
“무슨 배?”
“해경선입니다!”
선장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해경선이 왜? 지금 시간은 순찰을 안 하던 거 아닌가?”
근래 들어 몇 차례 살피면서 순찰 시간은 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오늘은 목적은 부산 앞까지 측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해경선의 등장으로 상황이 꼬여 버렸다.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눈으로 해경선 너머 부산 앞바다를 보던 선장이 침을 뱉으며 조타수에게 말했다.
“배를 돌려. 뿌리칠 수 있지?”
“가능합니다.”
조타수의 대답에 선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간다.”
오늘만 기회가 있는 건 아니니까.
귀찮지만 한 번 더 폼을 들이면 된다.
다음을 기약하고 배를 돌릴 때였다. 뒤에 선원들의 비명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선장! 해경선에서 뭔가가 내려섰습니다.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뭔 헛소리…….”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던 선장은 볼 수 있었다. 해경선에서 내린 인영 하나가 바다를 가로질러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드는 걸.
그 속도가 무시무시했다.
범상치 않은 실력자다. 자신들이 올 걸 알고 있었나? 절로 등골이 서늘해졌다.
“쏴! 쫓아내!”
투두두두!
그 말과 동시에 총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인영 앞으로 반투명한 막이 생겨나더니 총알을 모조리 튕겨 냈다.
바다 위를 달려오면서 포스 방어막까지 생성한다고?
예상을 뛰어넘은 실력자였다.
총을 쏘던 선원들도 그걸 느꼈다.
“서, 선장! 총알이 안 먹힙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계속 쏴! 속도를 늦추기라도 해!”
하지만 나아가는 배보다 다가오는 인영의 속도가 더 빨랐다. 총알이 비처럼 쏟아졌지만 인영의 속도를 조금도 늦추지 못했다.
인영이 배 근처로 접근했을 때였다.
촤아악!
바다를 딛고 수십 미터가 넘게 점프했다. 신형이 달과 겹치는 듯한 착각과 함께 인영은 허공을 걷듯 발걸음을 내딛더니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배를 향해 하강했다.
목표는 이 배였다.
“막아! 막으라고! 저 녀석을 벌집으로 만들어!”
악을 쓰는 선장의 명령에 선원들이 난사했다.
그때였다. 여태까지 한 번도 반격하지 않던 인영이 하늘 위에서 손을 휘둘렀다.
달빛에 반사된 푸른 기류가 휘몰아치며 쇄도했다.
칼날처럼 생긴 폭풍이 갑판 위를 휩쓸었다.
선장은 재빨리 칼을 뽑아들며 방어태세를 취했다.
“저 녀석을 죽…….”
후두둑!
그것은 인세에 펼쳐진 지옥이었다. 눈앞에서 선장은 물론, 주변에 서 있던 십여 명의 선원들이 휘말려 수천 조각 육편이 되어 흩어졌다.
뒤이어 갑판이 붉게 물들었다.
간신히 여파에 휩쓸리지 않은 선원들의 얼굴로 피가 튀었다.
그들은 기겁했다.
“히익!”
“괴, 괴물! 도망쳐야 돼!”
“어, 어디로 도망쳐?”
하지만 도망칠 곳이 없었다. 주변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뿐이었던 것이다.
그 사이 혈풍을 일으킨 주인공이 배 위에 안착했다. 조금 전 선장이 서 있던 곳이다.
무시무시한 위용을 선보였던 것과 다르게 새파랗게 젊은 남자였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몇몇 선원이 오줌을 지렸다.
순식간에 배를 압도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 배는 내가 접수한다.”
“네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1등 항해사가 반발했지만 돌아온 건 포스로 이루어진 벼락이었다.
파지직!
우드드득!
“끄악! 끄아아아! 사, 살려…….”
퍽!
포스 벼락에 휘말려 사지가 부러지고 바닥을 기던 항해사의 머리가 두부처럼 으깨지며 최후를 맞이했다.
다시 한번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주위를 둘러보던 청년이 입을 열었다.
“불만 있는 사람?”
“…….”
존재하지 않았다.
“좋아. 그럼 한국어 가능한 사람 나서 봐.”
“…….”
“나타날 때까지 죽이면 배워지겠지.”
“제, 제가 할 수 있습니다.”
사색이 된 조타수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조선족이라고 밝혔다.
고개를 끄덕인 남자가 말했다.
“너희 본거지로 간다.”
“…….”
순간 조타수의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차라리 엉뚱한 곳으로 가서 시간을 벌어 최대한 전력을 끌어 모아 녀석을 처리하면…….
콰득!
“끄악! 끄흐흐!”
어깨가 주저앉은 조타수가 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을 벌레처럼 기어 다니던 그는 남자와 시선이 마주치고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었다.
치이익!
남자가 회복제를 뿌려 주었다. 고통이 가시며 정신이 돌아온 조타수는 감히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거짓말하면 다음은 머리다.”
태평문 초인들을 본 적 있던 조타수는 깨달았다.
눈앞의 남자는 그들보다 더 잔인했으면 잔인했지, 결코 인정을 베풀 상대가 아니었다.
한 번 더 잔머리를 굴리면 죽일 거다.
자신이 죽더라도 본거지로 안내할 녀석들은 많았다.
“가, 가겠습니다.”
“출발해.”
잔뜩 겁먹은 조타수가 배를 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