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하여간에 요즘 기프트란 것들은 버르장머리가 없다.
주인이 받아 줬으면 순순히 복종할 것이지, 반란을 일으키려 들어?
“나 때는 주인의 명령에 충실히 순종했는데 요즘 것들은…….”
만독불침이란 녀석은 멀쩡한 사람의 정신이 이상하다며 고치려 들지를 않나, 혜광심어라는 녀석도 주인을 바로잡겠다는 쓸데없는 소리를 해 대고.
조만간 날을 잡아서 정신 못 차리는 기프트를 바로잡아야겠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만독불침은 요즘 잠잠하다는 점이다.
근데 이 녀석은 후임 기강도 안 잡나?
“쓸모 있는 녀석이니 한 번은 애교로 봐주마.”
혀를 찬 나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털어냈다.
앙탈을 부리지만 혈종일 때보다 훨씬 강력한 기프트로 무장하여 어떤 적이든 쓰러뜨릴 자신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혈종도.
“숨어 있지 말고 빨리 튀어나오면 좋겠는데.”
간교한 녀석은 자신이 유리할 때가 아니면 코빼기도 비치지 않고 있었다.
크게 상관없는 일이긴 하다.
난 언제든 준비되어 있으니까.
두 번 다시 혈종처럼 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럼 가 볼까.”
나는 제임스 리드가 챙겨 준 절단 회복제를 손안에 굴리며 수도권 외곽으로 이동했다.
빌런은 아직 많이 있었으니까.
* * *
무슨 짓을 해도 잘 풀리지 않을 날이 있다.
나는 그날을 오늘이라 단언할 수 있었다.
전설급 기프트라 생각했던 혜광심어가 뜬금없이 날 바로잡아야 한다며 반란을 일으키질 않나.
빌런을 찾아 안산시 공장단지로 건너온 나는 빌런 조직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을 체포하기 위해 당당하게 난입했다.
당연히 피와 살이 튀기는 격렬한 저항이 있어야 했다.
그걸 제압하는 과정에서 시제품을 사용할 기회가 생길 테고.
그런데 빌런들이 보인 반응은 내 예상과 달랐다.
“헤드 브레이커다!”
“최, 최준호!”
“빨리 꿇어! 안 꿇으면 죽는다고!”
“제발 목숨만이도…….”
나를 본 빌런들이 저마다 경기를 일으키더니 냉큼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양팔을 드는 것이 아닌가.
저항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예상했던 거랑 다른 전개였다.
“사, 살려 주십쇼! 우리는 말단입니다.”
“빌런이라고 칭하기도 우스운 조무래기들입니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 주세요!”
“…….”
저항을 아예 포기하고 애원하니 차마 손을 쓸 수 없었다.
맥이 풀리는 느낌이군.
결국 나는 정다현에게 사람을 좀 보내 달라고 하고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김이 빠지는 전개였다.
“히익!”
나와 눈이 마주친 빌런 하나가 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누가 보면 위협이라도 가한 줄 알겠다.
난 제일 앞에 엎드린 빌런을 봤다.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야.”
“예, 예!”
“왜 항복하는 거냐. 보통 저항하거나 도망치지 않냐?”
“그럼 다 죽일 거 아닙니까.”
보통은 그렇지?
생각해 보니 그랬던 거 같다.
내가 침묵으로 긍정하자 대답했던 빌런 녀석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군.
“계속 말해 봐.”
“지, 지금 빌런들 사이에서 최준호 초인님에게 저항하는 건 절대 금지라고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왜?”
“다 죽으니까요!”
당연한 걸 왜 물어보냐는 태도여서 나도 할 말이 궁색해졌다.
그나마 항복하면 살려줬고.
나에 대해 제법 잘 파악하고 있는데?
결국 녀석들은 살기 위해 항복한 것이다. 감옥은 답답할 뿐이지만 죽음은 영원한 수면에 해당했으니까.
잠시 후, 빌런전담팀 헌터들이 공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때까지 고개도 들지 못했던 빌런들이 반가운 표정으로 헌터들을 맞이했다. 감격한 표정으로 순순히 구속을 받아들이니 체포하는 헌터들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렇게 되니 내가 절대악인 거 같군.
빌런 조직 하나를 소탕했지만 뭔가 찝찝함이 남는 기분이다.
이런 내게 정다현이 다가왔다.
“고생하셨어요.”
“왜 왔어. 부하들만 보내도 되는데.”
“마침 일도 없고 해서 도와 드리려고 온 건데, 생각했던 거랑 다르게 상황이 진행된 거죠?”
“그렇지.”
이렇게 항복할 줄은 몰랐지.
얘들이 특이한 건지 요즘 빌런들이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빌런들도 자기 목숨 귀한 줄 알아요.”
“그래?”
“네. 그리고 실력만 있으면 전향 기회도 주어지니까요.”
무고한 시민에게 피해를 준 범죄만 아니라면 빌런에게도 전향의 기회가 있단다.
꽤 너그러운 처사로군.
어떻게든 각성자 전력을 늘려보려는 정부의 생각이 전해졌다.
그 점에서 버서커는 내부적으로 대우를 해 주고 있지만 여전히 빌런이다.
국가 소속 초인을 죽이기도 했고, 그 전에 녀석한테 죽은 헌터들도 워낙 많아서다.
하여간에 미친 녀석은 역시 구제불능이다.
“같이 식사나 해요.”
“그러자.”
서울로 복귀한 나는 정다현과 함께 자주 가던 능이된장전골 가게를 방문했다.
생각해 보니 국가수호국을 떠나니 식도락에 소홀해지는 느낌이다.
과거로 돌아오고 싶은 가장 주된 이유 중 하나였는데. 집에 돌아가면 아울보어 된장전골 한번 해 먹어야겠다.
나는 정다현과 식사를 하면서 요즘 나에 대한 인식을 들을 수 있었다.
“요즘 빌런들에게 오빠는 저승사자로 칭해져요. 저항하면 시체조차 온전하지 못할 거란 소문이 돌면서 겁먹은 빌런들이 많을 거예요.”
자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빌런들의 몸부림이란다.
…그런 거였군. 내 악명이 그렇게 무시무시하게 퍼져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하긴, 많이 죽이긴 했다.
전부 돌머리라 죽이고 죽여도 계속 덤벼들 줄 알았다.
당분간 실험은 힘들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큰 걱정은 없다.
세상은 넓고 죽일 놈은 많으니까.
자기 주제를 모르는 사람도 많은 만큼 곧 기회는 찾아올 것이다.
그러다 주제가 플러스 단계 마물로 바뀌었다. 정다현은 요즘 도시 내 빌런이 거의 소탕되었다며 마물 사냥 중심으로 업종을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있고?”
“솔직히 말하면, 네.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잘할 거야.”
정다현이라면 어딜 가더라도 제 몫을 할 재원이다.
그녀도 말하길, 앞으로 평화를 위해 기여할 곳은 빌런 체포보다 마물 사냥에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음,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마물 사냥이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기는 하니까, 헌터에게 추천할 만하다.
“플러스 마물이 등장하면서 오빠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는 건 아세요?”
“대충은.”
동시에 등장한 플러스 단계 마물을 사냥하는데 성공했지만 아스가르드 길드와 사신 길드의 피해는 실로 컸다.
둘을 동시에 사냥해 낸 대한민국의 위엄이면서 동시에 이런 형태로 사냥을 이어 나갈 수 없다는 엄중한 성적이었다.
“실제로 기사들 여론도 오빠를 엄청 지지해 주고 있어요.”
“감사한 일이지.”
“근데 차마 눈 뜨고 못 볼 악플도 있던데요?”
“…아, 그거.”
“네. 그건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상태가 진짜 심각한데.”
난 악플러의 정체를 알고 있다. 다만 정다현의 말을 듣고 있으니 진세정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알 수 있었다.
빠가 까를 만든다면 까가 빠를 만들기도 한다고.
정다현은 수위를 넘는 악플을 보다 못해 직접 날 두둔했다고 밝혔다.
“악플러 고소만 제외하고 무척 잘하고 계세요. 오빠 팀에 진세정 팀장이 능력자긴 한가 봐요.”
“능력자 맞아.”
그야 말로 악마의 재능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에 대한 여론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 걸 보면.
계속 같이 일하려면 연봉이라도 높여 줘야 하는데 사유를 어떻게 해야 하지? 악플을 잘 달아서?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정다현이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말해 왔다.
“그래서 말인데요.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뭔데?”
“제가 빌런은 많이 상대해 봤지만 마물 사냥 경험은 상대적으로 적어서요. 오빠 도움을 받고 싶어요.”
“알았어. 도와줄게.”
“정말요?”
“어.”
마물은 인간과 모든 면에서 다르다.
짐승의 본능, 압도적인 육체 능력 앞에 인간의 미약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요령을 터득하면 마물을 상대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우선 마물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래야 실수를 저지르지 않지.
방법은 간단하다. 마물 앞에 자주 있으면 된다.
7단계 마물 앞에 던져 놓고 구르게 하면 실력은 알아서 늘겠지.
내 생각을 모르는 정다현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내게 말했다.
“잘 부탁드릴게요.”
“나야 말로.”
* * *
지지부진하던 사신 길드도 마침내 사냥을 성공했다.
언론에서는 두 마리 플러스 단계 마물 사냥을 놓고 대한민국의 저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자랑했다.
실제로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사냥 역량에 감탄하면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의도된 국뽕이다.
대통령이 천명국을 보며 물었다.
“천 실장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나?”
“최악의 결과입니다.”
“맞아. 우리는 앞으로 최준호를 떼어 놓을 수 없게 되었지.”
언론은 마물 사냥 성과를 놓고 이야기를 하지만 자세한 피해는 언급하지 않았다.
의도적이다.
이미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대로 플러스 단계 마물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번 사냥 결과는 분명하지. 최준호가 없는 대한민국은 역량을 갉아 먹히며 제자리걸음밖에 할 수 없다.”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로서 대통령은 지금보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 의무가 있다.
하지만 최준호가 없다면 그걸 꿈꿀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 당장 국토 수호를 위해 플러스 단계 마물을 상대할 전력을 길러 내야 하고, 궁극적인 목표인 북진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전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뛰어난 인재가 많은 인재의 보고지만 동시에 육로로 교류하는 곳이 없는 외톨이 신세였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기본 체급이 받쳐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국토가 좁아 방어에 유리했을 뿐.
북진으로 영토를 회복하면 그 장점이 희석된다. 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북진을 성공하여 영토 수복을 이뤄 내야 한다.
“저들은 최준호가 개입하지 않는 이번이 기회라 생각했겠지. 하지만 뼈아픈 타격만 입고 말았어.”
그들은 최준호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불리한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압도적인 힘 앞에 그 저항은 무의미했다.
“이 압도적인 전략병기를 언론에 휘둘려 놀려 둘 수 없지.”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던 대통령의 결정이었다.
천명국도 동감을 표했다.
잠시 후, 청와대로 손님이 도착했다. 앞으로 계획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이다.
“어서 오게.”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갖춰 입은 네 명의 남자는 이번에 새로 구성될 여당의 당대표 후보들이었다.
그들은 대통령의 눈에 들기 위해 극도로 행동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번 당대표는 사실상 대통령이 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중호 사태로 인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던 지도부가 날아가면서 당 자체가 대통령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당대표가 되려면 대통령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함께 식사를 하고, 보여 주기식 산책을 한 뒤 대통령은 후보들과 비밀 회동 자리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자네들에게 하나 묻겠네. 최준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 *
청와대에서는 플러스 단계 마물 사냥 성공을 축하하는 만찬을 열었다.
아스가르드 길드와 사신 길드가 참석한 가운데, 나도 만찬에 참석했다.
“그런데 넌 왜 있냐?”
난 내 옆에 앉은 제임스 리드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졸라 섭섭해, 준호! 이래 보여도 예비 전력으로 힘을 보탰다고!”
아스가르드, 사신 길드 사냥이 실패할 것을 대비하여 정부에서는 신성 길드를 대기시키고 제임스 리드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단다.
나중에 알았는데 버서커에게도 연락이 갔다고.
열심히 일한다 싶었다.
“그랬냐? 연구만 하는 줄 알았지.”
“그건 편견이야! 연구는 머리를 졸라 쓰는 거라 몸도 졸라 써야 한다고! 그래야 머리가 졸라 잘 돌아가!”
그런 거였냐.
난 옆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졸라맨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만찬 자리를 지켰다.
오늘 이 자리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두 길드였으니까.
하지만 두 길드 인원 모두 표정이 밝지 못했다. 상처뿐인 영광이라 그런 거겠지.
이찬택은 시종일관 표정을 굳히고 있었고, 사신 길드 마스터인 류광호는 감정을 지운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1부 만찬이 끝나고 2부 파티에서 이찬택이 내게 다가왔다.
“부족함만 실감한 자리였다. 플러스 단계를 사냥하기에는 역부족이더군.”
“그렇습니까?”
“많은 동료들이 죽었다. 내가 더 강했다면 큰 피해가 없었겠지.”
“고생하셨습니다.”
약하면 죽는다.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아스가르드 길드 소속이어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다음에 고견을 구해도 되나?”
“예.”
“말이라도 고맙군.”
이찬택은 실의에 빠져 감사 인사를 건네왔다. 누리 때도 그렇고 이번 사냥에도 큰 피해를 입었으니 추스르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다음으로 내게 다가온 것은 류광호였다.
올해 65세인 그는 길드 이름처럼 사신이라는 이명을 가진 초인이며 이북에서 내려온 인물이다.
밑바닥에서 초인의 자리에 오른 신화를 쓴 인물이라 인간승리라고도 불린다. 그는 정부 정책에 협조적인 온건파에 속했다.
대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두문불출하는 인물이 만찬 자리까지 나온 건 의외였다.
류광호는 내게 정중히 말을 건네왔다.
“최준호 초인, 잠깐 시간을 내줄 수 있습니까?”
“그러죠.”
할 말이 있나 보다.
난 류광호와 함께 자리를 옮겼다.
은퇴를 앞둔 그의 움직임은 정갈하다는 말이 잘 어울렸다. 기습에 특화되어 있다더니 여러 방향으로 접목이 가능해 보이는군.
“이번 사냥으로 깨닫는 게 많았습니다.”
“다행입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바꿔 나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모자랍니다. 그 사이 세상은 더 빨리 바뀔 거라 생각합니다. 제 시대가 끝나가는 것이지요.”
“그렇게 보십니까?”
보는 눈이 상당히 좋군.
자조 섞인 미소를 지은 류광호가 말했다.
“마초맨과 친하신지?”
“친하기보다 부려 먹는 중입니다.”
“가까이해서 좋을 게 없는 인물입니다.”
“그리 말하는 이유를 알고 싶은데요.”
“마초맨은 미국의 초인입니다. 미국은 최준호 초인이 등장하고 뛰어난 실력을 보면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말을 멈춘 류광호가 목소리에 힘을 줬다.
“최준호 초인을 죽이기 위해.”
“…….”
별로 놀랄 이야기는 아닌데. 혈종일 때 날 죽이려던 사람은 최소 백만은 될 거다.
다만 제임스 리드는 나한테 협력하는 녀석이니 정보 확인은 필요해 보였다. 나중에 물어보면 되겠지.
“하고 싶은 말이 그거였습니까?”
“아닙니다. 이건 제가 미국 측 정보원에게 들은 거고, 용건은 지금 말하는 내용입니다.”
그리 말한 류광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정부는 북진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알고 계신지?”
“듣긴 했습니다.”
“정부의 북진은 성공하기 어려울 겁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북한 지역에 마물이 많아서? 아니면 중국이 방해를 할 거라? 국민들이 반대해서?
어떤 이유든 신선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류광호의 말은 내 흥미를 잡아끌었다.
“북한 지역에 마물을 조종하는 초인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북한에 아직 상당수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밝혔다.
놀라운 사실이다.
그나저나 마물 조종이라고?
“그걸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그 초인이 제 동생입니다.”
저번 생에 들은 적 없는 이야기다.
내가 북쪽을 지날 때 본 적도 없고.
그나저나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뭐지? 동생을 구해 달라는 건가?
“동생은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겁니다. 정부가 북진하면 마물을 상대하느라 전력 소모만 이뤄질 겁니다.”
까다롭긴 하군.
한 가지는 알겠다.
류광호는 불필요한 희생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정부도 자신들의 목표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둘 중 하나다.
정부가 포기하거나 마물을 조종하는 주범이 사라지거나.
날 보며 망설이던 류광호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래도 정부에서 북진을 주장한다면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마물이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걸 막아야 합니다. 그때가 되면 최준호 초인이 나서 주겠습니까?”
“알겠습니다.”
“…….”
대답이 너무 빨랐나?
류광호가 날 황당한 눈으로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