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3
13화
“와아··· 와! 이건 진짜······.”
내게 심장을 빼앗듯이 가져간 이세희는 그걸 보고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신성 길드의 총괄인 그녀가 그렇게 감탄할 정도인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마물의 심장을 가공할 수 있게 된 건 하트워커(heartworker)라고 불렸던 빌런 덕분이다. 세공사 출신이던 하트워커는 발군의 가공 실력을 갖고 있었고, 이를 통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그 물건들을 빌런 조직에 공급한 게 문제가 되었다. 레벨 5 이상의 마물 심장은 국가의 통제 하에 등록을 실시하고 있다 보니 여러 장물을 사용한 빌런들이 범죄를 저지르자 하트워커의 정체가 수면 위에 떠올랐다.
추격에 쫓기던 하트워커는 내게 기술을 가르쳐주고 보호를 요청했다. 녀석은 죽기 전까지 자기 실력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했던 게 기억난다.
아무튼 이세희 반응으로 보아 내 실력도 꽤 쓸 만한가 보다.
“후! 잘 봤어요. 진짜 대단한 물건이에요. 이걸 제게 팔고 싶다는 거죠?”
“신성 병원 급행료야.”
“아니요! 안 되죠! 그건 부가적인 거예요. 이만한 물건을 받는데 제대로 대가를 치러야죠. 쓸데없는 욕심은 화를 불러오는 법이에요.”
“그렇다면야.”
“단, 제 눈에는 대단한 물건이라는 것만 알 뿐 정확한 가치 측정은 어려워요. 우선 정확한 가격 측정을 마친 뒤 연락드릴게요. 그래도 될까요?”
“난 상관없어.”
이세희가 챙겨주겠다는 것도 내게는 부수입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녀는 미간을 모았다.
“거래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세상에 사기꾼이 얼마나 많은데요. 잘못하다 된통··· 아, 아니구나.”
말을 얼버무리면서 힐끗 내 손을 본다.
설마 내가 사기 친 상대의 머리라도 부술 거라 생각이라도 한 건가.
미쳐있을 때 나라면 그랬을지 몰라도 정신이 온전한 나는 그러지 않는다.
음.
솔직히 말하면 사기를 당할 거라 생각해본 적 없다. 당해본 적도 없고. 그게 많이 기분 나쁜가? 아직 모르겠다.
내 생각과 별개로 이세희의 쿨거래로 합의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 당부하고 싶은데.”
“뭐죠?”
“내가 온 거, 다현 씨한테 얘기하지 마.”
“···처음부터 얘기할 생각 없었어요. 우리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고객 정보를 비밀로 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근데.”
날 향한 이세희의 눈이 새초롬해졌다.
“이렇게 다현이를 챙겨주니 질투가 좀 나네요? 난 머리가 터질 뻔했는데.”
“안 터졌잖아.”
“그래서 여기 숨 쉬고 있긴 하죠.”
“난 아무하고 거래하지 않아. 믿을 수 있을 사람하고만 거래하지.”
“그건 꽤 큰 칭찬이네요.”
언제 그랬냐는 듯 귀신같이 표정이 풀렸다. 귀가 좀 빨개진 것 같았다. 그러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곤 양해를 구해왔다.
“죄송하지만 다음 일정이 있어서요.”
“갑자기 찾아와 신세진 건 다음에 갚도록 하지.”
“네. 곧 연락드릴게요.”
난 고개를 끄덕인 뒤 이세희의 배웅을 받으며 신성 그룹 본사를 나섰다.
만족스러운 거래였다.
*
최준호가 돌아간 것을 확인한 이세희는 손에 쥔 물건을 바라봤다.
가공 후 결정이라 불리는 마물의 심장은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었다.
“보물을 준 건 감사하지만 어디 장물인지 파악은 해둬야지.”
이세희는 신성 길드 부설 연구소에 연락했다. 잠시 후, 50대 초반에 통통한 체구를 한 남자가 사무실에 도착했다.
“어서 오세요, 소장님.”
“예, 팀장님. 어쩐 일로?”
“소장님이 살펴봐주셨으면 하는 물건이 있어서요.”
이세희가 내민 것을 본 소장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이건··· 대체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출처는 비밀이에요. 이 물건의 가치가 어느 정도 될까요?”
“놀랍습니다. 이런 형태의 가공이 가능하다니. 심장의 포스를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압도적인 양과 제어 능력, 섬세함이 갖춰져야 합니다. 가공 방법도 완전 새로운 방식입니다.”
“역시.”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이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준호, 정말 불가사의한 인물이다.
“그 심장이 어느 마물의 것인지 확실히 파악해주세요.”
소장은 정보를 더 요구하는 눈을 했지만 차분한 이세희의 눈동자를 보고 욕심을 접고 고개를 숙였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미모 뒤에는 치명적인 가시가 숨어 있음을 떠올린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소장님만 믿고 가볼게요.”
이세희는 다음 일정을 위해 준비했다.
오늘은 신성 길드의 미래를 책임질 신규 헌터를 채용하는 자리였다.
*
실기 시험을 종합 1위로 통과한 최윤희는 현재 상황이 꿈만 같았다.
신성 길드.
처음 헌터를 준비할 때부터 목표로 해왔던 곳이다. 실력에 자신이 있었으나 마지막 고지에서 고배를 마셨다.
눈을 낮출 수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고향에 늘어져 있던 오빠를 생각하고 참았다. 자신도 눈을 낮췄다가 그리 될 것 같았다.
정작 본받지 않겠다고 생각한 오빠의 도움으로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최종 면접이다.
면접 장소에 도착한 최윤희는 도도하게 앉아있는 이세희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걸어 다니는 미의 여신, 신성그룹의 보석, 재계의 재녀 등등 미모에 대한 찬사가 많았지만 그마저도 가릴 수 없을 만큼 각성자로서도 뛰어났다.
정다현을 현실적인 롤모델로 생각했다면 이세희는 동경하고 있었기에 최윤희는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자리에 앉았다.
“어서 와요. 신성 길드에 오신 걸 환영해요.”
“가, 감사합니다.”
“제가 너무 부담을 드렸나요? 편하게 대하세요. 이제 같은 식구인데요. 최종 면접이지만 앞으로 함께 할 식구끼리 인사하는 자리인 걸요.”
“네. 근데 그게 쉽지 않네요.”
“그럼 차근차근 친해지는 걸로 하고. 먼저 신성 길드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드릴게요.”
신성 길드는 첫해 신입 헌터에게 연봉 3억 원과 신성 그룹 모든 회사에 대한 바우처가 지급된다. 여기에 마물 사냥 기여도에 따른 인센티브, 신성 길드에서 제작한 무구 우선 사용권이 제공된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각성자들이 신성 길드를 제1순위로 꼽는 이유가 퍼주다시피 하는 이 보장들 때문이다.
가족 중에 신성 길드에 소속된 사람이 한 명만 나오면 평생 편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다.
차근차근 설명하던 이세희는 최윤희가 거둔 성적을 보고 놀란 표정이 되었다.
“윤희 씨는 37회 이루어진 공채 시험에서 두 번째로 실기 시험 모든 분야에서 1등을 기록하셨어요. 이 성적이면 앞으로 더 기대되는데요? 제가 더 잘 보여야겠어요.”
“아니, 아니에요.”
괜히 쑥스러워서 손사래를 쳤다. 순수한 모습에 이세희가 미소지었다.
“자부심을 가지셔도 좋아요. 신성 길드는 최고의 인재만 오는 곳이거든요.”
“네! 솔직히 말하면 엄청 자랑스러워요!”
100인 인원 제한이 존재하는 신성 길드.
대한민국 최고의 재능이 모인 이곳에 발생하는 몇 명의 결원을 채우기 위해 수천 명, 때로는 수만 명이 넘게 지원한다.
최윤희는 그 경쟁률을 뚫고 1등으로 합격한 최고의 재능이다.
“1년 사이 큰 발전을 이루셨어요. 혹시 비결이 있나요?”
“비결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애매해요. 그, 오빠가 지도를 해줬어요.”
“오빠가 대단하시군요.”
그리 말하는 이세희의 목소리가 묘하게 늘어졌다.
“네. 공무원이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오빠를 두셨네요.”
“솔직히 집에서 원수도 그런 원수가 또 없지만, 대단한 건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오빠와 사이가 좋으시네요. 부럽다.”
그리 말한 이세희는 최윤희에게 앞으로 활약할 파트에 대해 설명했다.
길드의 사냥 방식은 최소 4인으로 이루어진 팀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서 각자 주어진 역할에 따라 마물을 상대하는데, 최윤희는 탁월한 거리 감각과 표홀한 회피 능력을 가지고 있어 마물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실력을 가졌다.
“좀 더 긴 무기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괜찮죠?”
“저는 상관없습니다.”
“좋아요. 그럼 윤희 씨에게 맞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보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네.”
면접 내내 거침없던 이세희가 이번에는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다.
얼마나 난감한 질문이기에 저러는 거지?
“길을 가다 빌런을 마주쳤어요. 그럼 윤희 씨는 어떻게 대처하겠어요?”
“신성 길드에서 마물을 주로 상대하겠지만 빌런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빌런대응팀에 연락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 실력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제압하겠습니다.”
“제압 수위는 어느 정도로?”
“무기를 뺏고 저항할 수 없는 선입니다.”
교과서적인 대답이라 오히려 밋밋한 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스스로도 참 재미없는 답변이라 생각했지만 맞은편에 있던 이세희의 반응은 극적이었다.
“···다행이다.”
“네? 뭐가요?”
“윤희 씨. 정상이라서요. 제가 정말 감사해요.”
“왜, 왜요?”
왜 내가 정상인 게 감사한 일이지?
최윤희는 이세희의 말뜻을 끝까지 이해 못했다.
*
이세희의 협력을 얻고 오종엽의 동생은 순조롭게 병원에 입원했다. 녀석은 연신 감사하다며 은혜를 꼭 갚고 싶다고 말했지만 자기 인생을 살라는 말로 더 이상 연락을 이어나가지 않았다.
녀석과 인연은 이 정도로 마무리 할 생각이다. 동생 병원비가 해결됐고 빌런의 길로 끌어들인 빅텐도 없으니 자기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윤희의 합격 소식을 전달받은 부모님은 무척 기뻐하셨다. 그 감정이 스피커폰 너머로 전해져 나도 기분이 좋았다.
내가 과거로 돌아오면서 반드시 하고자 했던 것, 부모님과 윤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비로소 첫 성과를 보인 것이다.
부모님에게 필요한 게 없는지 몇 번이고 물어봤지만 없다고 하셔서 한 번 시간을 내서 본가를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게 술술 풀려가는 기분이다.
하지만 방심하기에는 이르다. 내 목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작은 행복도 내가 미쳐버리면 산산조각 난다. 언제 어느 순간 충동이 나를 집어삼킬지 몰라 경계해야 한다.
필사적으로 정신을 붙들고 내 평온의 방해가 될 수 있는 장애물을 미리 치워두는 것이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최선.
생각보다 쉬지 않은 일이긴 했다.
가족들이 행복해서 다행이고 나도 빌런전담반 소속으로 충실한 나날을 보냈다.
교대로 어느 날에는 서류 업무를, 어느 날에는 순찰을 돌았다.
밖으로 나온 정다현의 표정은 무척 밝았는데 저번 분기 범죄율이 발표되었던 것이다.
“뚝 떨어졌어요.”
“다현 씨가 열심히 하셔서입니다.”
“죄송해요. 저만 상을 받고.”
얼마 전, 범죄율 하락에 빌런전담반의 역할을 인정받아 표창장이 수여되었다.
수여된 인원 중에 나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참고로 빌런전담반 중 내가 제일 많은 빌런을 체포했다.
“전 괜찮습니다. 큰 미련 없습니다.”
“그래도요.”
“오히려 개인적인 목표를 이뤄서 기분 좋습니다.”
내가 표창장을 받지 못한 이유는 견책을 받았던 왕주열 체포건과 곧 있으면 50개를 채우는 과잉진압 건 때문이다.
언론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빌런을 잡아올 때마다 과잉진압에 관련된 기사가 올라갔다.
여론의 눈치 때문에 상을 못 받았지만 성과는 만족스러웠다.
“한 명도 안 죽었으니까요.”
공무원 헌터가 되고 무려 3달.
나는 200명이 넘는 빌런을 체포하고도 한 명도 죽이지 않았다.
정다현이 했던 말을 잘 지킨 것이다.
“잘하셨어요.”
“다현 씨도 달라졌네요.”
“예전의 저는 각오가 부족했었어요. 생각해보면 신성을 나오면서 많은 걸 포기했는데 이곳에 와서 포기하질 못한 거죠. 중요한 건 승진이 아니라 빌런의 체포였는데. 하지만 준호 씨를 보고 알게 됐어요. 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공무원의 최대 장점이 무엇인지.”
“좋은 변화입니다.”
“준호 씨가 보기에도 좋아보이나요?”
“사람이 추구하는 건 결국 다른 법이니까요. 다현 씨의 목표가 다수의 빌런을 체포하는 거라면 신속한 판단과 거침없는 손속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다현은 공직자로서 권력이나 명예를 위해 신성 길드를 나온 게 아니다.
“여기에 하나만 더해지면 됩니다.”
“뭐죠?”
“여차할 때 포로도, 빌런의 목숨도 포기할 각오입니다.”
“···그건 어렵네요.”
“언젠가 선택의 순간이 올 겁니다.”
여전히 내 기억 속에서 정다현은 정의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던지던 잔상이 남아있다.
이번 생에 본 정다현은 여전히 정의로웠다. 하지만 저번 생은 부드러운 맛이라면 이번 생은 제법 매콤한 맛이 되었다.
정다현의 변화가 기대되는 이유였다.
···물론 그 광경을 보기 위해 나도 파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게 이런 말을 해주는 건 준호 씨밖에 없네요. 정말 고마워요.”
“정 고마우면 보답할 방법이 있긴 합니다.”
“어떤 건가요?”
“이번에 제 동생이 신성 길드에 가입했습니다.”
“아! 윤희! 들었어요.”
“알고 있었습니까?”
“네! 연락처도 있는 걸요. 제가 타자가 느려터져서 대화는 많이 나누지 못했지만 정말 착한 아이더라고요. 요즘 적응하느라 바쁠 거예요.”
확실히 요즘 윤희의 얼굴이 수척하긴 했다.
“다현 씨가 신성 길드 선배기도 하니 시간 되면 윤희에게 조언을 부탁하고 싶습니다.”
“그러네요. 중도에 나오긴 했지만 도와줄 부분은 있을 것 같아요. 할게요! 언제가 좋을까요?”
“저희 집으로 오시죠. 제가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
“좋죠. 메뉴도 기대해도 되죠?”
“소고기랑 된장전골 어떻습니까?”
“된장전골! 준호 씨 요리도 잘하시는군요!”
정다현의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내가 못할 거라 전혀 생각하지 않는 눈치다.
보는 눈이 있군.
이래 보여도 20년 넘게 생존 요리로 살아온 몸이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된장전골이라 생각해도 좋습니다.”
“엄청 기대돼요.”
그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된장찌개 매니아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오랜만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윤희는 나 때문에 된장찌개는 쳐다도 안본다고 했는데.
정다현도 좋아한다고 하면 먹겠지?
순찰을 마치고 국가수호국으로 복귀하니 안의 사무실이 시끌시끌했다.
“오늘 신입 헌터가 오는 날이라고 했어요. 엄청 우수하다고 하던데요? 레벨은 아직 낮지만 특별한 기프트를 갖고 있다고 해요.”
“인재네요.”
“네, 어떤 분인지 기대돼요.”
인재라고 불리는 각성자들은 거의 대다수가 길드로 빠지는 형국이니 한 명 한 명이 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번 경우도 국가수호국 입장에서 월척을 낚은 셈이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인영의 정체를 보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나를 본 녀석이 히죽 웃더니 손을 들며 다가왔다.
“요, 친구. 다시 만나네?”
“오종엽.”
“내가 우리 친구 만나려고 국가수호국으로 왔지.”
오종엽의 당당한 개소리에 지켜보던 선배들이 감탄을 터뜨렸다.
“준호 씨 따라 온 거였어?”
“친구들 우정이 아주 멋지네!”
“이 시대의 참우정 아닌가?”
주변에서 쏟아지는 찬사에 오종엽의 어깨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나저나 이 녀석이 어떻게 여기에?
동생의 병원비가 해결했지만 돈 욕심이 상당한 녀석이라 적당히 좋은 길드에 들어갈 줄 알았다.
그렇게 인연이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녀석과 내 인연은 생각했던 것보다 질긴 듯했다.
그 사이 히죽이죽 웃던 녀석이 내게 다가왔다. 근심걱정이 사라진 놈은 저번 생에서나 볼 수 있었던 깐족거림을 보였다.
“그건 그렇고 우리 친구는 9급인데 난 7급이네? 그냥 뭐 그렇다고. 크흠!”
“······.”
녀석을 빤히 바라보자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다.
지금 자기가 7급이니 나더러 대접하라는 건가?
“저, 종엽 씨.”
“네! 사무관님! 이번에 새로 온 오종엽입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정다현이 끼어들었다.
“저희 국가수호국은 팀장 이외에 다른 직급은 대체로 수평적이에요.”
“예? 그런 거였습니까?”
“정 대접을 받고 싶으면 두 사람이 대결해서 실력으로 누르는 방법이 있긴 한데. 이게 자존심 대결이 되다 보니 다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한 번 사망 사고가 벌어져서 그 후로 지양되고 있기도 하고.”
거기까지 말한 정다현이 오종엽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상대가 준호 씨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사무관님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네.”
침을 꼴깍 삼킨 오종엽이 물었다.
“저 지금 자살하려는 것처럼 보이죠?”
“······.”
정다현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