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세계 초능력자 연합 동아시아 대사 앤드류 황.
동양계로 드물게 미국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는 실패를 모르는 인물이었다. 설득 대상을 면밀히 파악하고 원하는 부분을 파고들어 의도한 결과물을 얻어 내는 데 도가 텄다.
상부의 신임도 두텁고 믿음도 준다. 그런 만큼 이번 임무 성공에 대한 강한 확신과 자신이 있었다.
물론 그가 상대해야 할 대상은 만만치 않다.
무려 ‘헤드 브레이커’라는 섬뜩한 이명이 붙은 초인이다. 여태까지 그를 얕본 모든 이들이 처참하게 박살이 났다. 하지만 앤드류 황이 자신하는 이유는 존재했다.
‘아무리 막 나가도 높은 위치에 오르면 달라지는 법이지.’
아무것도 없을 때 악만 남은 것과 지킬 것이 생겨났을 때는 다른 법이다.
헤드 브레이커 최준호는 대한민국 최대 전력이자 최강의 초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불과 1년 전에 비하면 많은 변화가 있었다. 1년이란 시간은 짧지만 한 사람의 생각이 바뀌기에는 충분했다.
그가 더 많은 명예와 권력을 쥐려면 이번에 신설된 레벨 9에 대한 내용은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바뀌고 있지.’
초창기 최준호는 사회성이 결여된 이단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사회에 적응하고 타협을 할 수 있는 인물로 바뀌어 갔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돈으로 유혹하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최준호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닌 사회적 인정이다.
가족을 신경 쓰며 과격한 수단으로 과정보다 결과를 지향하면서 자신의 방식을 좋게 평가받고자 한다.
‘권력을 얻으면 당연한 현상이다.’
레벨 9 신설은 그 욕구를 채워 줄 수 있는 수단이다.
초인들 중의 초인을 의미하는 단계.
최준호의 야망을 충족시켜 주기 충분하다.
여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면 확률은 100%까지 오를 터.
그렇게 만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싫은데요.”
“…….”
짧은 한마디에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말았다.
앤드류 황은 자신이 들은 말이 사실인가 싶어 다시 한번 물었다.
“방금 하신 말씀이, 그러니까…….”
“레벨 9가 될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어째서? 최준호에게는 인정받기 위한 욕구가 존재하던 게 아닌가.
레벨 9는 그걸 채워 줄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세계 최고의 이너서클에 단숨에 발을 들여놓을 수도 있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세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최준호가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판단, 앤드류 황은 설득을 이어 나갔다.
“초인님, 레벨 9는 세계를 구원할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내가 레벨 9가 되면 뭐가 달라집니까?”
“그야 각성자들의 새로운 목표가 될 수 있고, 초인님 개인의 명예가 높아질 수 있으며, 지켜보는 사람들도 자부심을 느끼고…….”
“그거 된다고 빌런이 자중하고 마물이 침공을 멈추는 겁니까?”
“…….”
말문이 턱 막혔다.
말장난을 하려면 더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준호와 눈을 마주친 순간 그럴 생각은 싹 가시고 말았다.
자신이 잘못 판단하고 있던 거였다.
헤드 브레이커가 바라는 건 인정이 아니었다.
자기만의 기준 속에 존재하는 실익이었다. 그럼 여태까지 추구해 왔던 건 대체 뭐란 말인가? 인정을 바란 듯한 태도는? 배우처럼 샤방하게 꾸몄던 모습은? 대중이 원하는 사이다 코드대로 움직였던 거는?
확신이 무너지자 머릿속이 복잡하게 헝클어지며 생각이 뒤엉켰다.
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얼른 삼켰다.
입을 제멋대로 놀리면 목을 비틀어 버릴 거 같았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실체가 불분명한 대의니 숭고한 뜻이니 하며 남에게 강요하는 겁니다. 그렇게 좋은 거면 본인이 먼저 보여 주든가.”
쐐기를 박은 최준호가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그걸 내세운다고 당장 불편함을 끼치는 빌런과 마물이 줄어드는 게 아닙니다. 그거 말할 시간에 빌런을 체포하고 마물을 사냥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겁니다. 수십억 인구의 평화 운운보다 내 주변의 안전이 우선입니다.”
“…….”
요란한 겉 포장 속 실속 없는 내용물이 까발려진 기분이다.
말은 거칠지만 최준호는 레벨 9를 신설하고 자신을 끌어들이려는 내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세계 평화 운운하기 전에 본인 집 앞부터 잘 지키길.”
좁힐 수 없는 의견 차이를 확인한 앤드류 황이 고개를 푹 숙였다.
* * *
최준호가 앤드류 황의 제안을 받을 때부터 이미 채팅 창은 난리가 나 있었다. 그리고 일고의 가치도 없이 거절하던 순간, 채팅 창은 폭발할 것처럼 들끓었다.
-속보! 최준호 레벨 9 거절 ㄷㄷㄷ
-와! 이걸 거절할 줄이야.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레벨 9는 십대초인을 비롯한 최상위 초인들의 염원 아니었던가?
-초인들의 초인 자리를 걷어차다니 ㄷㄷ
-최준호는 초인 중에서 최상위에 속하는데 남들과 다른 대우를 바라지 않는 건가?
-그러게. 초인들 수준 차이는 예전부터 말이 나왔었음. 레벨 9 신설이 그걸 타파해 줄 거라고 했는데 거절이라니. ㄷㄷㄷ
-최준호가 거절한 이상 최준호를 빼고 레벨 9를 신설하면 정통성은 폭망 예정이다.
-최준호 일침! “내 주변의 안전이 우선이다!”
-개사이다 ㄷㄷ
-미국과 초능력자 연합의 민낯을 제대로 까발린 최카콜라!
-이건 최준호 말이 맞음. 정제되지 않은 워딩이지만 대의명분이니 뭐니 하면서 신경 쓰다가는 오히려 우리가 혜택을 못 봐.
-그런 내막이 숨어 있던 거였나. ㄷㄷㄷ
-당연한 거 아냐? 세계적인 인지도와 명예가 주어졌는데 그게 공짜겠냐고. 북진하면서 마물 영역에 들어선 우리만 죽어나는 거지. ㅋㅋ
-이걸로 최준호 노선은 분명해졌고, 미국과 초능력자 연합은 걸음이 꼬이게 되었다. 과연 다음 일은 어떻게 진행될지.
-최준호 없는 레벨 9는 앙금 없는 찐빵이지.
-자기들끼리 레벨 9를 만들고 으스댈 수 있을까? 세계 최강이 레벨 8인데? ㅋㅋ
-초능력자 연합 대사 얼굴 시커멓게 죽은 거 보소. 혀에 기름칠한 거처럼 놀려 대더니 ㅋㅋ
-저기서 더 나갔으면 최준호한테 팔다리가 꺾였을걸?
-최준호 앞에서 무사한 것만으로 처세술 만렙 ㅇㅈ
-무사 귀환만으로 만렙 인증 딱지 붙는 거 실화냐? ㅋㅋㅋ
-하지만 최준호 앞에서 무사한 사람이 거의 없는걸.
댓글 중에는 진실을 파악한 이도 있었고, 환상 속에 빠져 있는 사람도 존재했다.
그들에게 최준호의 말은 깊은 파장을 남기며 한 가지 깨달음을 안겨 줬다.
레벨 9는 결국 실체가 없다는 것.
한편, 청와대에서도 이 광경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레벨 9 신설과 최준호의 승낙 여부.
그 사이에서 청와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생방송으로 모든 과정을 지켜본 대통령은 결과가 나오자 안심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하던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군.”
“최선의 결과입니다.”
“레벨 9의 실체를 밝혀내면서 본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어. 실망은 하더라도 욕할 사람은 없을 거야. 이 정도 수완일 줄 몰랐는데.”
“이것도 진세정 팀장의 작품일까요?”
“아니.”
대통령이 고개를 저었다.
“최준호 본연의 능력이겠지. 실제로 우리와 첫 만남 이후 지속적으로 언론 대응이 성장하는 걸 보였지 않나.”
“맞는 말씀입니다.”
“날것 그 자체가 세상에 적응하고 있는 과정이지. 단순해 보일 수 있어도 지능이 딸리는 사람이 초인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없으니까. 천 실장은 저걸 보니 어땠나?”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었다.
다만 천명국이 본 게 저와 같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게 그랬나?”
“최준호 초인의 워딩은 정치인이 구사했다고 하면 몇 주 내내 질타를 받을 수준입니다.”
“거칠지.”
“그런데 최준호 초인이 구사했다는 이유만으로 트집이 잡히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해 최준호라서 허용이 된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거친 행동을 해도 대중은 용납할 용의를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고개를 끄덕인 대통령은 쓴웃음을 지었다.
다행히 천명국이 느낀 건 자신과 같은 종류의 감정이다.
보통의 경우 이번 인터뷰를 보고 최준호에게 목줄을 채워야 한다는 말이 나올 테지만 그러기에는 최준호의 존재감이 너무 커져 있었다.
당장 레벨 9가 신설되면 대한민국은 최근 점령한 북한 영토의 유지를 위해 심각한 소모전을 고려해야 한다.
자칫 초인 한 명이 죽기라도 하면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 점령한 곳을 토해 내야 할지도 모르고.
최준호의 존재는 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만능 키(Key)였다.
“감당할 수 없다면 비위를 맞춰야지. 다행히 그 부분에서 까다롭지 않은 편이고. 초인이 적고 영향력이 더 큰 곳에서는 심각한 일도 많아.”
제3 세계에서는 국가의 지도자가 초인에게 아랫사람처럼 취급받는 곳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만…….”
“걱정하지 말게.”
“예.”
말 몇 마디로 사라질 우려가 아니었지만 대통령의 말이니 순순히 대답했다.
어떤 복안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
‘아니, 잠깐.’
그러다 대통령이 했던 말이 떠오르자 생각이 확 바뀌었다.
설마 무사히 임기를 마치고 다음 정권에 넘기려는 건 아니겠지.
그럴 확률이 높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천명국은 애써 부인했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애써 고개를 저어 털어 버린 뒤 화제를 바꿨다.
“정주호 청장이 최준호 초인의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뭐지?”
“중국 쪽과 관련된 일이라고 합니다.”
“…….”
류광철 잔당 일부가 중국으로 도망쳤다.
마물이 득실거리는 길을 돌파하고 도달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다시 북한 지역에 발을 들였다.
중국 쪽 각성자와 함께.
백두산 근처에 거점을 마련하여 영토를 노린다는 말에 대통령은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아직 평양으로 가는 길이 제대로 개척되지 않았지?”
“예.”
현재 대형 길드는 개성을 거점으로 주변을 소탕하고 있었다.
평양으로 향하는 것은 실력 있는 소수 정예만 가능한 일이라 대체 인원을 파견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평양을 통치하는 정주호에게는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상황.
그가 최준호를 요청했다면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중국과 관련된 일이라면 대통령이 생각하기에도 최준호가 적임자였다.
“마침 이번 사건으로 시끄러울 테니 잠시 다른 곳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최준호 초인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결정하도록 하게.”
“예.”
“그리고 미국이나 초능력자 연합에서 최준호 초인을 만나고 싶다 하면 비밀 임무를 맡고 있어서 불가능하다고 전하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길로 천명국은 최준호에게 상황을 전달했고, 곧장 평양으로 가는 것이 결정되었다.
대통령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미국에서 막심 게데스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최준호를 설득하겠다고 했으나 비밀 임무를 이유로 거절당하고 말았다.
* * *
생각보다 반향이 크다.
난 그냥 내 생각을 전달한 것뿐인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나 보다.
레벨 9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거라고 유난들인지.
“남들은 오르고 싶어서 아등바등하는데 그걸 아무렇지 않은 취급하네.”
옆에서 듣던 윤희가 기어이 한마디 하더라.
솔직히 별 감흥이 없었다.
어차피 레벨 9라는 건 말장난이고, 자기들 기득권을 공고하게 만들기 위한 수작에 불과했다.
예전 같으면 머리부터 부숴줬을 텐데.
정상이 되다 보니 나도 참 많이 바뀌었다 싶었다.
진세정도 의도가 잘 전달됐다며 칭찬을 해 줬고.
애초에 모호한 기준으로 레벨 9를 선정하려 했으니 의구심을 심어 준 걸로 충분하단다.
악플러에게 칭찬받으니 기분이 묘했지만 좋은 말이니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 후에 나는 버서커 이미지 개선 작업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청와대로부터 평양으로 가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정주호의 요청이었다.
평양을 떠날 당시 떠넘기듯 맡긴 감이 있었기에 난 거절하지 않고 평양으로 향했다.
그동안 열심히 사냥했다더니 평양으로 향하는 길은 수월했다.
신평양의 풍경은 예전과 사뭇 달라져 있었다. 죽은 도시였던 곳은 활기가 감돌았고,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역시 믿고 쓰는 정주호다.
“어서 와라.”
“잘 지내셨어요?”
“잘 지낸 것처럼 보이냐?”
“아뇨.”
오랜만에 본 정주호의 눈밑에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다.
“죽겠다.”
다른 곳도 아닌 한 나라의 수도였던 곳이다. 여기에 류광철을 따르던 세력에 기존 주민들도 있으니 심력 소모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겠지.
고생이 심했나 보군. 전보다 눈에 띄게 모발이 더 얇아져 있었다.
“다 아니까, 그만 봐라.”
“아.”
내가 시선 고정하던 시간이 제법 길었나 보다. 실수했군. 하지만 그의 머리 위로 점점 공백지가 늘어나고 있었다. 스트레스가 많았다는 증거다.
“우리 집 사모님은 좋단다. 이 몰골로 바람은 못 피울 거라나.”
“…….”
이런 걸 지켜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해야 하나.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됐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정주호가 날 평양으로 부른 이유는 백두산 근처에 발견된 각성자 아지트 때문이었다.
최근 도망친 류광철 부하들이 이곳에 합류했는데, 부족한 전력과 거리로 인해 추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단다.
난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도망친 녀석들을 처벌할 이유가 있습니까?”
“그 녀석들이 평양 내부 세력과 접촉하고 있어. 반란을 부추기고 있는 거지.”
가지가지 하는군.
정주호의 말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놈들이 도망칠 때 목격자인 시민들을 죽이고 재물을 강탈했단다.
그로 인해 내부 여론이 분노로 들끓고 있는데, 굳이 날 초청한 것도 혼자서 평양을 차지했던 만큼 내 존재로 반란 가능성을 지워 버리기 위함이란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 정주호가 아무도 없건만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에 중국 측 전력이 섞여 있어.”
“아아.”
그러니 그 녀석들이 이렇게 간 큰 짓을 저지를 수 있었군.
정주호는 도망친 녀석들의 리더가 이룡화이며, 보위부 전력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죗값을 치르고 새 삶을 살고 싶다더니 다르게 새로운 삶을 살아갈 생각인가.
하긴, 사형이라도 선고되면 평생 감옥에 있어야 하니 그건 싫었을 거다.
눈치가 빠르고 행동력도 있지만 다시 재진입한 시점에서 녀석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내가 원하는 건 이룡화를 비롯한 수뇌부 몇 명을 제거해 주는 거야. 그럼 반란을 사주할 사람도 없으니 치안을 유지하는 데 편해지겠지.”
“그거면 됩니까.”
“어, 그거면 돼.”
“알겠습니다.”
정주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겠다. 매우 쉬운 일이로군.
“감옥에 이룡화 부하들이 있습니까?”
“있지.”
“그럼 정보 좀 얻겠습니다.”
“…그래.”
대화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내가 얼굴을 비췄으니 저쪽이 대비하기 전에 속전속결로 해결하면 되겠군.
감옥으로 가서 이룡화 부하들에게 브레인워싱을 사용해 정보를 뽑아냈다.
녀석들은 원래 북한 지역으로 발을 들일 생각이 없었군. 기댈 곳이 없다 보니 강제로 붙들려 재진입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던 중 흥미로운 정보 하나도 얻게 되었고.
정보가 파편화되어 있지만 생각보다 스케일이 크다 싶었다.
정주호가 날 부른 것도 어설프게 해결하다 외교적 분쟁이 생기겠다 싶어서 그런 거였군.
이럴 땐 압도적인 전력으로 밀어 버리는 게 옳긴 하지.
난 그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용용이한테 말했다.
“쟤네들 아지트까지 네가 안내해라.”
[갑자기 나는 왜?]“백두산 근처면 네 앞마당이잖냐. 설마 모른다고 할 거냐?”
[아니, 당연히 알아. 근데 내가 왜 협력해야 돼?]“네 앞마당 깨끗이 청소해 줄 거니까.”
[무슨 청소? 머리카락 별로 없는 남자는 몇 명만 치워 달라고 했잖아.]용용이 녀석, 순진하기는.
대화를 나눈 말 그대로 이해하면 어떡하냐.
이래 놓고 오랜 세월 지혜를 쌓았다고 말하는 게 우스웠다.
실제 자기 모습을 보면 위엄에 몸을 벌벌 떨며 고개를 조아리게 될 거라고 으스댄다.
그래 봤자 나한테는 용용이다.
됐고, 난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녀석에게 말했다.
“정 청장님도 다 알고 부탁한 거야. 몇 명 제거는 무슨.”
나는 정주호를 잘 알고 정주호도 나에 대해 잘 안다. 고작 저걸 바라고 부탁할 리가 없지.
그리고 류광철을 제거한 시점부터 북한은 내가 침 발라 놓은 곳이다.
내 걸 넘보면 경고를 해 줘야지.
난 이번 작전명을 ‘암살’이라 부르기로 했다. 목격자가 남지 않을 테니까.
“다 죽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