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뭐? 날 사냥한다고! 이 인간들이 감히!]아까 전부터 저 반응이다.
이룡화가 실토하면서 협력을 구해 왔던 사람들이 실은 자기 목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충격을 받았나 보다.
누구나 그 정도 목표는 가질 수 있는 거지 유난 떨기는.
“…….”
이룡화에게 필요한 정보를 모두 얻어 낸 나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브레인워싱에 당해 눈이 멍하니 풀린 모습이 보였다.
시도 때도 없이 머리를 굴리던 녀석이니 이제 좀 편해졌겠지.
약속대로 죽이진 않을 거다. 대신 아무 조치도 안 할 테니 어찌 될지 모르겠다.
[그게 죽이는 거랑 뭐가 달라?]내 손으로 직접 안 죽이는 거니까.
[와!]난 감탄하는 용용이의 반응에 대꾸하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이룡화가 저항하지 않았기에 내가 잠입한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밤이 되어 숙소 불이 전부 꺼져 감시가 느슨한 것도 있었고.
나는 어둠 속에 몸을 숨겨 아지트를 가로질렀다.
확실히 용용이 녀석을 믿고 있어서인지 아지트 위치는 방어를 고려한 것이 아닌, 차량이 오가기 좋은 확 트인 곳에 위치해 있었다.
어설프게 건드리면 사방으로 튀어 나가겠군.
이게 다 용용이 때문이다.
[이게 왜 내 탓이야.]그럼 내 탓이겠냐.
이 정도 숫자를 한꺼번에 처리하려면 둘 중 하나다. 첫째는 퇴로를 막는 것이고, 둘째는 윗대가리부터 제거해서 지휘 계통을 잃어 우왕좌왕하는 사이 쓸어버리는 것이다.
아지트 위치를 보니 전자는 힘들 거 같고 자연스럽게 후자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 규모가 크지 않았기에 중국 측 책임자가 있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초인이라서 찾기 쉬웠다기보다 가장 크고 화려한 숙소라서 쉬웠다.
그나저나 상대가 초인이라면 죽이더라도 소리가 흘러나올 거 같은데.
난 용용이한테 말했다.
‘야, 소리 안 흘러가게 할 수 있냐?’
[그 정도는 기본이지.]‘여기 소리 안 흘러 나가게 해 봐.’
[내가 무슨 네 부하인 줄 알아?]이 용용이 녀석이 천지분간 못 하고 반항을 한다. 난 속으로 혀를 차며 말했다.
‘지금 네 앞마당 청소해 주려는 거 안 보이냐? 여기 두면 계속 사람 늘어날 거 몰라? 대판 싸우고 여기 있는 놈들 다 튀어 나가게 해 봐? 그중 몇 명은 백두산으로 안 갈 거 같아?’
[아, 그러네? 음, 알았어. 근데 소리만 차단할 수 있어. 충격파는 안 돼.]‘그거면 돼.’
난 용용이 녀석이 투명한 포스막을 펼치는 걸 보다가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모른 채 숙소 안에는 고집스러운 얼굴의 중년 남자가 술잔을 들고 있었다.
이 녀석이 중국 초인 왕민이로군.
딱 봐도 지멋대로 행동하게 생겼다.
막 담배를 꼬나물던 녀석과 내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넌 누구…….”
녀석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전에 나는 손을 뻗었다.
화들짝 놀란 왕민이 잔을 던지며 방어 태세를 취했지만 내 기뢰가 더 빨랐다.
파지직!
기뢰에 적중했음에도 녀석의 왼팔은 부러지지 않았다. 웅혼한 포스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뢰의 진짜 효용은 내부로 파고들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두 번째, 세 번째 이어진 내 공격을 버텨 내지 못하고 뼈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콰드득!
“크윽!”
기어이 팔이 부러지자 놈이 신음을 흘리며 비틀거렸다. 하지만 그것은 의도된 연기, 몸이 기울어진 방향에는 검이 놓여 있었다.
녀석이 손을 뻗는 걸 보고 나는 기뢰를 쏘아 탁자를 부숴 버렸다.
꽝!
의도가 무산되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놈은 끝까지 주먹을 쥐고 내게 대항하려 들었다. 전력을 다해도 버틸까 말까인데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과는 뻔했다.
콰득! 콰지직!
얼마 버티지 못해 녀석의 오른팔이 부러지고, 어깨가 으스러졌다.
충격 여파로 인해 방 안이 초토화 되었지만 용용이 덕분에 소음은 밖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하지만 밖에서 알아차리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빨리 처리해야겠다.
양 정강이에 기뢰가 적중당한 놈은 결국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다가 재차 가해진 기뢰에 무릎을 꿇는 처지가 되었다.
“이, 비겁한!”
사색이 되어 중국어로 말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 거 같았다.
원래 이런 녀석들은 다 그러더라.
자기가 승리하면 승자는 정당하다며 어쩌고저쩌고 떠들고, 자기가 불리한 상황에 처하면 비겁하니 뭐니 하면서 떠들어 대고.
그럴 때면 내 반응은 똑같았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누가 방심하고 술 마시랬나.
아니면 술 마실 때도 긴장감을 유지했어야지.
불만이면 부하들이라도 병풍으로 세워 두든가.
“다음에는 네가 비겁해져 봐.”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뭐라 입을 열려는 녀석의 머리를 가차 없이 부숴 버렸다.
퍽!
머리가 터지면서 피와 뇌수를 뿜어내며 시체가 바닥에 쓰러졌다. 왕민을 죽인 나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벽에는 지도가 걸려 있고 몇몇 거점이 표시되어 있었는데, 본 적 있는 위치였다. 가까운 곳에 보급 기지로 추정되는 곳도 있었다. 여기도 제거를 해야겠군.
나는 용용이한테 더 이상 방음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한 뒤 밖으로 나왔다.
방음은 되었지만 충격파 때문인가.
숙소 앞에 각성자들이 모여 있었다.
계획이 어긋난 거냐고? 전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으니 오히려 좋았다.
“%^$@!”
날 보고 다가오는 각성자들을 향해 칼날폭풍을 시전했다.
피와 살점 덩어리가 산란하는 광경 속에서 녀석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지만 가차 없이 검을 휘둘렀다.
기뢰처럼 손맛은 없지만 누리의 칼날폭풍과 오종엽의 슬래쉬가 결합된 이 기프트는 적을 처리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뭉쳐 있는 놈들은 칼날폭풍으로, 도망치려는 녀석에게는 기뢰를 쏘았다.
용용이가 준 보조 배터리도 있어서 포스 소모 걱정 없이 기프트를 퍼부어 주었다.
쏟아지는 죽음 속에 주변 일대가 지옥으로 바뀌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때 내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최, 최준호!”
평양에서 봤던 익숙한 얼굴들이다. 보위부 소속이던 각성자들이로군. 주석궁에서 봤을 때 놈들이 내 심기를 거스를까 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던 게 떠올랐다.
그렇게 제 목숨을 소중히 하던 녀석들인데 이렇게 마주했군.
난 그들에게 화답하여 칼날폭풍을 시전해 주었다.
“아, 안 돼!”
하얗게 질린 녀석은 필사적으로 포스 블레이드를 시전하여 칼날폭풍을 튕겨 내려고 했지만 한 번, 두 번 쇄도하는 포스의 칼날에 그대로 갈가리 찢겨 나갔다.
삶에 대한 집착이 이리도 허무한 것을.
한때 내 수발을 들던 보위부 각성자들을 살점과 핏물로 만들어 버린 나는 아지트 곳곳을 돌아다니며 남은 놈들을 처리했다.
상황이 기울어졌다고 판단한 각성자들은 흩어져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평소대로면 쫓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무리 내가 도망치는 녀석들을 잘 죽인다고 해도 사방으로 흩어진 적을 쫓기에는 시간의 한계, 거리의 한계, 추적의 한계가 존재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용용이가 존재한다.
이 일대를 자기 영역으로 둔 용용이 녀석은 공간 이동과 탐지로 살아 있는 모든 인간의 정보를 알려 줬다.
적을 남김없이 찾을 수 있어서 좋군.
“히, 히익! 살려…….”
퍽!
아지트에서 10여 km 떨어진 곳으로 공간 이동을 한 나는 마지막 남은 각성자도 처리했다.
“이제 더 없나?”
[응, 다 죽였어.]용용이 말을 들은 나는 아지트가 아닌 북쪽에 위치한 보급 기지로 향했다.
보급 기지는 근처에 위치한 중국 도시에 있었다.
수십만 명이 살고 있는 규모였는데, 깊은 새벽이라 그런지 어둠에 휩싸여 잠들어 있었다.
심지어 주변에 경계를 서는 인원도 극도로 적었다.
이래 가지고 침입자가 자기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겠군.
[침입자가 다 너 같은 인간은 아니잖아.]용용이 녀석, 불필요한 말을 하기는.
보급 기지니 당연히 보급품을 없애 버리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어차피 보급 받을 대상들이 다 죽었으니 보급 기지 책임자만 죽이고 빠져나올 생각이었다.
[보통 보급품을 다 불사르지 않아?]그렇긴 하지. 근데 보급품을 파괴하면 소란이 벌어질 텐데 굳이 사건을 키울 필요는 없었다.
이번 작전명은 암살이니까.
근데 윗대가리 거처의 경계는 생각보다 훨씬 삼엄했다.
내가 죽인 초인 녀석이 있던 곳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 누가 보면 왕이라도 행차한 줄 알겠다.
하지만 인원만 많을 뿐, 경계를 서는 각성자의 태도는 느슨했다.
설마 여기로 누가 침입하겠냐는 안이한 마음이 있는 거겠지.
안으로 잠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방 안에 들어가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호화롭게 꾸며진 방에 비대한 체구의 남자가 술에 취해 잠들어 있었다.
일단 초인은 아닌가. 이 도시 시장인가? 아니면 당에서 나온 사람일지도.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난 손을 뻗어 기뢰로 심장을 부숴 버렸다.
퍽!
충격에 남자의 몸이 들썩였지만 워낙 큰 충격을 받은 터라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축 늘어졌다.
생명이란 덧없는 법이지.
[저건 뭐지? 상무위원이라는데?]꽤 높은 양반이었군.
난 용용이 녀석이 중얼거리는 걸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며 곧장 아지트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핏자국과 살점만 남아 있는 곳은 좀비 떼가 휩쓸고 지나간 아포칼립스 풍경 같았다.
여기저기에 흩어진 머리가 부서져 있는 시체들.
이대로 두면 내가 저지른 거란 걸 알 것 같다.
[얼마나 머리를 부수고 다녔으면 다른 인간이 이걸 보고 네 소행인 걸 알아?]그러게 말이다.
들킨다고 해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기왕이면 흔적을 없애는 게 좋겠지.
난 용용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여기 있는 녀석들 다 죽인 거, 네가 한 걸로 하자.”
[내가 왜? 나 아무도 안 죽였는데?]눈치 없기는. 이래서 인간한테 이용당하고 사냥당할 뻔한 거다.
[나 사냥 안 당하거든? 내가 인간 숫자만 많다고 당할 거 같아?]“그건 모르는 일이지.”
[진짜, 내가 실력을 보여 줄 수도 없고.]“그럼 보여 주면 되겠네.”
[응?]용용이가 반문했다.
진짜 이 녀석은 엉뚱한 부분에서 무지했다.
“오늘 일어난 일, 네가 한 걸로 하자고. 그럼 네 힘을 실감하고 저쪽 녀석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겠지.”
[하긴, 일개 인간과 위대한 청룡님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크지!]이 와중에도 콧대 높이긴.
아니, 이번 기회에 실력이나 한번 봐야겠다.
“그럼 여기 있는 거, 다 날려 버려.”
[꼭 그렇게 해야 해?]“그 정도 능력도 없냐?”
[없기는! 이 정도는 당연히 쉽지!]“어디 해 봐.”
[에휴! 인간한테 이용당하면서 내 실력까지 보여 줘야 되네.]용용이 분신이 하늘 위로 떠올랐다.
일반 사람 시야에 잡히지 않을 정도의 높이에 올라섰을 무렵, 눈부신 빛에 휩싸이더니 이내 거대한 동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몸길이만 해도 무려 300m는 넘을 듯한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마물 중에서도 30m가 넘는 걸 본 적 없는 거 같은데 그 열 배에 해당하는 크기였다.
저래서 신수라고 하는 건가. 보통 수단으로는 저만 한 몸을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인간.]커진 용용이의 눈이 날 향한다. 분신일 때와 다른 위압감을 발산하는데 머릿속을 간질이는 느낌이 있었다.
나야 가볍게 흘려 버렸지만 대비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정신적 충격을 받아 미쳐 버렸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별것도 아닌 거 갖고 강한 척하기는.
내 생각을 읽었는지 용용이가 싸늘한 눈으로 내려다보더니 아지트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인간의 언어로 해석할 수 없는 기괴한 육성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포스가 폭발적인 흐름을 일으키더니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만한 포스량을 한 번에 운용할 수 있는 거였나.
잠시 후, 세상이 뒤집혔다.
동이 터 오고 있는 아침 하늘이 어둑해지더니 검게 물든 구름 사이로 수십 개의 벼락이 아지트에 내리꽂히기 시작한 것이다.
꽝! 꽝! 꽈르르릉! 꽈과광!
초토화 작전이 이런 걸까. 청룡이 시전한 벼락은 목표한 대상이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끝없이 내리쳤다.
벼락이 사라졌을 때 드러난 건 잔해조차 남지 않은 거대한 구덩이였다. 한때 중국이 영토 야욕을 갖고 건설했던 아지트가 흔적도 남지 않았다.
완벽한 증거 인멸이로군. 나도 저런 기프트 하나 있으면 좋겠다.
탐이 났다. 내가 용용이를 잡고 기프트를 복사하면 저 능력을 구사할 수 있을까?
심장을 한번 주무를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는데 말이지.
말해 볼까?
드물게 욕심이란 것이 생겨나는 걸 느끼다가 잊고 있던 약속을 떠올렸다.
“아, 맞다.”
이룡화 살려 주기로 했었지? 깜빡하고 있었다.
그래도 뭐, 내가 아니라 용용이가 죽인 거니까 난 약속을 어기진 않았다.
늦게 생각났으니 어쩔 수 없지.
그보다 용용이한테 말이나 해야겠다.
하지만 녀석의 행동이 더 빨랐다.
[허튼수작 부리지 마라. 돌아가라, 인간.]이 빌어먹을 용용이 녀석, 내 생각을 읽었다. 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날 강퇴시켰다.
저항할까 싶었지만 내 생각을 들킨 거라 순순히 받아들였다.
주변 풍경이 바뀐 걸 자각했을 때, 용용이 녀석 분신이 내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백두산 근처에 있다가 어느새 평양 근처로 날아와 있었다.
[그러게 누가 그런 섬뜩한 생각하래?]“…….”
한 방 먹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