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너, 자꾸 이상한 생각 하는 거 같은데 다른 생각 하지 마!]다시 한번 백두산으로 가 볼까 싶었지만 옆에서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용용이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간에 자기 보신 하나는 기가 막힌 녀석이다.
“심장 한번 만져 보는 것도 안 되냐?”
[되겠어? 꿈도 꾸지 마!]“신수라며. 그 정도도 감당 못 하냐?”
[감당 돼. 근데 널 못 믿어.]“…….”
칼같이 자르니 더 할 말이 없긴 하다.
이 정도 지내면 좀 믿을 것이지.
난 용용이 녀석의 감시하에 평양으로 돌아왔다.
“어서 와라.”
정주호는 굳은 표정으로 날 맞이했다.
뭐 저렇게 심각할 일이 있나? 다른 일이라도 터진 건가?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 없었다. 그나저나 아지트는 확인했고?”
“예. 이룡화도 그렇고 중국에서도 각성자를 많이 파견했더군요. 전부 다 처리했습니다.”
“…….”
그 숫자를 언급하자 정주호의 표정이 굳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예상보다 많은 숫자란다.
원래 다 그런 거지. 중국에서 가장 내세울 수 있는 게 숫자이기도 하고.
수준이 높은 각성자 숫자가 적은 게 약점이지만.
그러고 보니 중국의 초인도 본래 여섯 명이었는데 나한테 죽은 사람만 셋이다.
장쯔둥, 남궁기, 왕민.
이제 남은 초인 수가 셋인가. 배신했지만 장우위안까지 합치면 넷이나 되는군. 중국도 엄청 큰 국가인데 마물로부터 영토를 지켜 내기 쉽지 않겠다 싶었다.
나 때문은 아니고. 그럴 거면 나한테 덤빈 거 자체가 잘못이지.
“그건 그렇고.”
정주호가 주제를 바꾸었다.
“백두산에 있던 아지트가 날아간 거, 네가 한 거냐?”
“벌써 소식이 전해졌어요?”
“지금 중국 TV는 물론이고 세계 각지에서 난리가 났다.”
그래서 표정이 굳어 있었군.
용용이 힘은 내가 봐도 놀랄 정도였으니 각국에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정주호는 거대한 에너지 반응으로 핵미사일 혹은 상상 속 투뿔 마물이 등장한 게 아닐까 전 세계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단다.
용용이 실력이 세계를 뒤집어 놓을 정도로군. 마물 주제에 제법이다.
[에헴! 나 이런 신수야.]심장 내어 주면 안 잡아먹지, 꼬드기고 싶지만 들어줄 리 없겠지.
하긴, 아지트를 날려 버리던 모습은 장관이긴 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수준이었으니.
나는 게슴츠레 눈을 뜨고 보는 정주호에게 시치미를 뗐다.
“제가 한 거 아닙니다.”
“…….”
“진짜로요. 제가 아무리 강해도 아지트 전체를 날려 버리겠습니까.”
“말이 안 되잖아. 네가 정리한 게 맞는데 초토화시킨 건 아니다?”
용용이가 했으니까 개연성에 구멍이 난 거다.
정주호는 다른 가능성을 제기했다.
“혹시 더 위로 올라가 중국 핵 기지 습격해서 미사일을 날렸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제가 청장님한테 부탁받은 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러겠어요. 그리고 제가 미사일을 어떻게 날립니까.”
“넌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라 묻는 거야.”
[맞아 맞아, 저 머리카락 부족한 인간이 이 사악한 인간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어 보고 있네.]캐묻는 정주호보다 용용이 녀석이 더 얄밉군.
내가 중국의 핵미사일 기지 위치를 모른다는 것과 거리상 이유를 들자 정주호가 마지못해 납득하는 기색을 보였다.
대체 날 어느 정도로 높게 평가하길래 저러는 건지.
[그건 높게 평가하는 게 아니라 사고뭉치로 여기는 거 아니야?]용용이 녀석은 무시해야 제맛이다.
“그럼 남은 건 신수뿐이로군.”
“…….”
정주호는 처음부터 이걸 짐작하고 있었나 보다.
내가 침묵으로 긍정을 표하자 말을 이어 나간다.
“이번 일로 네가 신수랑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다는 게 알려질 거다.”
하긴, 중국 아지트를 무너뜨리러 갔는데 공교롭게 신수가 날뛰었다면 그런 의심이 들 수밖에 없겠지.
내 존재를 지우고 용용이를 내세울 수 있고.
정주호가 말한 건 최악의 경우고, 나는 드러나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이렇게 증거 인멸을 해내다니. 예전이라면 절대 생각하지 못했을 일이다.
봤냐, 혈종. 이것이 나와 너의 차이다.
“뭐든 상상은 자유죠.”
“이 신수는 네가 경고했던 플러스 플러스 단계 마물보다 더 강할 수도 있어.”
[이 머리가 부족한 인간 말하는 게 상당히 마음에 드는데? 사악한 인간하고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추천하고 싶을 정도야!]용용이 녀석이 의기양양한 꼴이 재수 없어서 반박했다.
“그래 봤자 마물 수준이겠죠.”
“그런가?”
[아니거든!]“아무튼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 넘어가기로 하고.”
그걸로 정주호가 질문을 멈추는 듯했으나.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자.”
“뭡니까?”
“이거 진짜 중요한 이야기야.”
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주변에 들릴까 싶어 눈치를 살핀 정주호가 목소리를 낮췄다.
“신수라면 상당한 지성을 가진 걸로 알고 있거든? 초월적인 능력도 갖고 있고.”
“그렇겠죠?”
정주호가 신수에 대해 제대로 조사했다 싶었다. 난 두 눈으로 보고서야 믿었는데.
“그 신수, 혹시 머리 더 나게는 못 할까?”
“…….”
아, 아아!
요즘 들어 부쩍 휑하다 싶었는데 여기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었나 보다.
차마 정주호의 염원을 뿌리칠 수 없었던 나는 생각에 잠긴 척 용용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래도 자칭 신수이고, 놀라운 실력을 보여 줬으니 방법이 있을 수도…….
[불가능해! 저건 창조 영역이거든!]불가능한 거였군.
난 정주호의 간절한 눈에 서린 희망을 부술 수 없어 정면 돌파보다 회피를 선택했다.
“기회가 생기면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대신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요.”
[왜 바로 말을 안 해? 머리카락이 부족한 건 채울 수 없다니까?]“희망이 있는 게 어디냐. 부탁하마.”
그 희망은 이미 부서져 있었다.
“예.”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 *
평양에서 볼일을 마친 나는 개성을 들렀다가 곧장 서울로 향했다.
개성에서 이세희를 볼까 싶었지만 사냥으로 바쁘단다. 연일 쏟아져 나오는 마물로 인해 정부, 길드 가릴 것 없이 사냥 팀을 총동원해서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중 유해 8단계 마물이 여럿 사냥되었고, 수십 년 동안 문명과 단절되어 살아온 북한 생존자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사냥 기여도에 따라 주어지는 이익이 다르다 보니 모두 필사적인 게 느껴졌다.
이게 기회의 땅이란 건가.
[아! 망했다!]그때, 용용이 녀석이 비명을 질렀다.
하루 종일 옆에서 쫑알거리더니 조용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였다.
[난 잠깐 돌아가야 돼.]꽤 쓸모가 많은 녀석인데 왜 사라지는 거지? 도망치는 건가? 그래 봤자 백두산에 있는 이상 잡아 오는 건 금방인데.
오히려 녀석이 소리쳤다.
[너 때문이잖아! 네 말대로 인간들 거점 날려 버렸더니 항의가 들어왔어!]용용이 말을 들어 보니 다른 신수에게서 연락이 왔나 보다.
다른 신수라, 걔네들도 용용이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겠지?
어쩌면 정주호 모발을 회생시켜 줄 수도 있을 테고.
소개 좀 시켜 달라고 하니 돌아온 건 코웃음이었다.
[꿈 깨셔. 네 사악함 보고 상종도 안 할걸? 나니까 네 옆에 있어 주는 거야. 영광으로 알아!]오히려 저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내뱉고 난 뒤 백두산으로 돌아갔다.
졸지에 혼자가 되었다.
“…….”
괘씸한 녀석 같으니라고. 모발도 창조하지 못하는 주제에.
아무튼 혼자가 된 나는 빠르게 서울에 도착해서 청와대로 향했다.
정주호에게 떠넘기려 했지만 사안이 워낙 커서 내가 보고해야 한단다.
청와대에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고.
“어서 오게. 며칠 되지 않았는데 큰 성과를 거뒀군. 고생했어.”
“별일 아니었습니다.”
난 담담하게 대통령의 공치사를 들었다.
대통령 입장에서 북한에 침을 바르려는 중국의 행동은 굉장한 스트레스였다고 한다.
왜 나처럼 암살 작전을 세우지 않는 거지? 증인이 존재하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잡아떼면 되는데.
“그런데 뉴스에서 떠드는 걸 보면 신수의 개입이 있었다고 하더군.”
“예.”
“인연이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최준호 초인이 신수와 인연이라… 이거 놀랍군.”
대체 어느 부분이 놀라움 포인트지?
내가 신수와 아는 사이여서? 아니면 힘을 빌릴 수 있어서?
뭔지 알 수 없었지만 대통령은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어 보일 뿐, 답을 주지 않았다.
사람 궁금하게 만드는 건 도가 텄다.
“증거 하나는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겠어.”
“같은 생각입니다.”
대외적으로는 신수, 혹은 플러스 플러스 단계의 마물 소행으로 알 테니까.
심증이 있다고 해도 어쩌겠는가. 세상은 증거 위주로 돌아가는 법이다.
그게 싫으면 모두의 입을 다물게 만들 압도적인 힘을 갖든가.
“혹시 참고해야 할 게 더 있나?”
“아, 하나 있습니다.”
“뭔가?”
“중국이 마련해 놓은 거점에 초인이 있더군요. 이름이 왕먼인가 왕민인가 그랬던 걸로.”
“죽였나?”
“네.”
“허…….”
대통령이 바람 빠진 소리를 냈다.
뭐가 더 있나?
“그럼 최준호 초인 손에 죽은 중국 초인이 셋이로군.”
“전부 대외비라 제가 죽인 초인은 없습니다.”
“…범인을 알 거 같은데 특정할 수가 없으니 중국 측 속이 터질 수밖에. 허허. 나였으면 화병이 났을 거야.”
굳이 그럴 이유가 있나. 세상 좋게 사는 거지.
불만이면 내가 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오든가.
“그럼 왕민의 죽음으로 그 난리를 피운 건가? 뭔가 이상한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주한 중국 대사가 항의 중이지. 최준호 초인을 보고 싶다면서.”
거긴 처음이었다. 왜 그러는 거지?
“왕민을 죽인 건 신수의 소행으로 우길 수 있을 테니 더 말할 게 없을 텐데 말이야. 저쪽에서도 뭔가 필사적이더군.”
“그렇군요.”
“평소라면 무시했을 텐데 말이지, 최준호 초인이 청와대에 들어왔다는 걸 어떻게 알아냈는지 한번 만나야겠다고 우기더군. 어떻게 하겠나?”
“한번 보죠.”
내 음식에 뻔뻔하게 침을 뱉으려고 한 녀석들이 뭐라 우길지 궁금하긴 했다.
“…알겠네.”
대통령은 어딘가 께름칙한 표정으로 그리 말했다.
설마 내가 사고 칠 거라 생각하나.
* * *
주한 중국 대사는 중국 내에서도 그리 서열이 높지 않은 부국장급 인사로, 과거 대한민국을 무시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다.
딱 봐도 뻣뻣하게 치켜든 목은 오만함의 상징처럼 보였다. 깁스했나? 저런 걸 보면 부드럽게 만들어 주고 싶은데.
기뢰를 실어 주물러 주면 아주 말랑말랑해진다.
“최준호 초인, 지난 이틀 동안 어디에 있었습니까?”
“그걸 왜 말해야 합니까?”
“순순히 말해야 할 겁니다. 본국에서는 최준호 초인이 심각한 일에 연루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진밍 대사, 말이 심하지 않나.”
옆에 앉아 있던 대통령이 언짢은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방금 전 말은 외교적 결례를 뛰어넘은 행동이었다.
중국 대사는 하나도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사과했다.
“워낙 다급한 사안이어서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최준호 초인의 대답을 들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상황에 따라 양국의 관계가 최악으로 얼어붙을 수 있습니다.”
저렇게 말하면 겁이라도 먹을 줄 아는 건가?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책잡힌 게 있나 싶었지만 전부 가당치도 않다는 기색이다.
하긴, 현재 중국은 대한민국보다 보유한 초인 숫자가 적었다.
다급한 건 중국 측이지 대한민국이 아니었다.
뭐라 말하는지 들어 보려 했는데 같잖기만 했고.
“굳이 말할 필요는 없어 보이네요. 능력 좋은 중국에서 알아보면 될 텐데.”
“…그러다 예상치 못한 증거가 발견되면 매우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내가요? 아니면 중국이?”
“감히…….”
중국 대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고작 이 정도로 자존심이 상한다고? 그럴 거면 차라리 손을 쓰든가.
하긴, 그러다 자기가 죽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테지.
아니, 그것도 모른다.
자존심이라는 건 때때로 주변 상황 판단을 흐려지게 만드니까.
아니나 다를까, 분노를 참지 못하고 눈을 치뜬 중국 대사가 내게 소리치며 위협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러고도 무사할 거라! 컥!”
그러니 왜 나대시나.
어떻게 처리할까 생각하기도 전에 손이 움직여서 중국 대사의 목을 틀어쥐었다.
내가 원래 개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손을 움직이는 병을 앓고 있다.
숨이 막혀 컥컥거리는 것에 시선을 주지 않고 어떻게 처분할까 생각에 잠겼다.
기왕 저질러 버렸는데 이대로 목을 꺾어 버릴까? 아니면 한 번 참아 줘?
콰드드!
“으으으!”
힘이 들어가자 뼈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조금 더 힘을 주면 목이 부러져 혀를 빼물고 숨통이 끊기게 된다.
나한테 난리를 쳤으니 합당한 마무리 같기도 하고.
그때 대통령이 만류했다.
“최준호 초인, 한 번 참게.”
그 말을 듣고 나서도 잠깐 힘을 풀지 않다가 눈이 뒤집히려는 것까지 보고 나서야 풀어 줬다. 2초 정도 차이였지만 죽음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약간 부러졌지만 저 정도로는 안 죽겠지.
중국 측 인원이 외교적 결례라면서 응급 처치를 했다. 얘네는 자기들이 저지른 결례는 생각하지 않나 보다.
다 죽일까 했지만 당장이라도 화장실로 달려갈 거 같은 천명국의 사슴 같은 눈망울을 보고 한 번 참았다.
“자기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 앞에서 목을 뻗대면 부러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상대를 보고 목에 힘을 주길 바랍니다.”
“…….”
“친절하게 조언해 주는 사람 목소리 안 들리나요?”
“드, 들립니다. 조언 감사하오.”
아주 다행히도 중국 대사는 정신을 차렸나 보다.
대통령은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지 부드러운 목소리로 중국 대사에게 말했다.
“그래서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이런 결례를 저지르는 것이오?”
“그게…….”
날 곁눈질하며 중국 대사가 눈알을 굴렸다. 그런다고 뭐가 나오나.
결국 아무것도 얻어 내지 못한 녀석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어제 상무위원께서 엄습을 당해 죽음을 맞이하셨습니다.”
아! 그거 때문이었나.
기억에 지워져서 모르고 있었다. 난 그냥 보급대장 죽였다고 생각해 기억에서 바로 지워 버렸는데. 생각보다 중요한 인물이었나 보군.
난 또 내가 무슨 일을 벌인 줄 알았다. 멀쩡하게 제정신인데 다른 짓을 벌일 리가 없지. 어디 혈종이 튀어나왔을 리도 없고.
근데 가벼운 사안이 아니었나 보다.
“…….”
그 말을 들은 대통령의 표정에 경악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