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내가 내린 김영환의 평가에 대해 여론은 정확하게 반으로 나뉘었다.
날 지지하는 측은 김영환이 초인임에도 국가적 재난에 소극적으로 나선 점, 작전에 나설 때마다 자기 보신에 힘쓰고 정부와 신경전을 벌여 이권을 챙기려던 게 일상이었다며 호응했다.
반면 날 비판하는 측은 수십 년 동안 국가 수호에 힘을 써 준 초인에 대한 무례라고 하느니, 버서커에 대한 유언비어로 물을 흐리고 있느니 얘기가 나왔다.
“…정확한데?”
그런 의도가 있던 거 맞다. 역시 세상은 넓고 똑똑한 사람은 많다.
사람들이 김영환에 대해 의심하게 만든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 실체를 알리면서 김영환이 했던 무수한 악행이 떠오르게 만들고 가해자로서 버서커에게 어떤 피해를 입혔는지 알면 성공이니까.
때때로 사람은 상황 인식을 매우 간단하게 한다. 만약 버서커가 김영환으로 인해 빌런이 되지 않고 순조롭게 성장해서 초인이 되었다면? 대한민국은 더 찬란한 미래를 맞이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겠지.
역사에 만약은 없겠지만.
아, 그러고 보면 내가 과거로 돌아와 대한민국은 혈종이 없는 미래를 맞이하게 되었으니 만약의 가능성이 성립하는군.
죽은 뒤에도 여전히 신성화되고 있는 김영환을 깎아내릴 빌미를 내가 제공한다.
최후가 처참했기에 평가 또한 절하당할 수밖에 없다. 그 인식이 하나로 모이면 어느 순간 평가는 뒤집힐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멍청한 최후였다.
“김영환이 수작 부린 거 왜 당해 줬냐?”
“난 당해 준 적 없다.”
내 물음에 버서커는 부인했다.
모르는 척하는 건지, 알면서도 외면을 하는 건지.
내 집요한 시선에 버서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다만 당시에 내가 바라던 걸 붉은 뱀이 도와줬던 거겠지. 나는 주변의 기대에 부담을 갖고 매몰되고 있었으니까. 모든 것에 해방되고 싶었던 걸 붉은 뱀이 정확하게 봤을지도 모르겠군.”
유망한 장래의 경쟁자를 제거하고 싶은 김영환의 속셈과 자유를 갈망하는 버서커의 마음이 일치했다는 거다.
참 공교로운 우연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복수한 격이 되나.”
“복수라? 잘 모르겠군. 통쾌한 건 없으니.”
“그럼 그만할까?”
“그럴 리가. 날 향해 이를 드러낸 놈이니 끝을 봐야겠지.”
누가 보면 싹 다 몰살시키려는 것처럼 보이는군.
저거 왠지 누구 닮아 보이는데?
…아, 나였군.
“스마트하게 가야지, 스마트하게.”
“…….”
“눈빛이 왜 그러냐? 마음에 안 들게.”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다 죽여 버리는 방법도 있지만 여론이 아직 반반이거든. 그러니 우리한테 유리한 상황을 만들 필요가 있어.”
이 건으로 언론에서도 논조가 분산되었다.
정확하게 말해 나와 버서커가 십자포화를 당하고 있었다고 봐야겠지.
일방적이던 흐름이 바뀐 것은 과거 자료를 캐낸 고예진이 일당백 무위를 발휘하고 있어서다. 실체가 밝혀지면서 내 편을 드는 언론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대표적으로 친 신성그룹과 대형 길드와 관련된 곳이다.
애초에 김영환은 비리 백화점 같았던 인간이라서. 캐면 캘수록 부정이 고구마처럼 주렁주렁 딸려 나오는 존재였다. 폭언과 갑질은 물론이고, 각종 비리, 폭행, 성희롱 등 없는 범죄를 찾는 게 더 빠를 만큼 범죄 종합 세트였다.
그런 범죄자를 초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커버해 줬는데 더 이상 그럴 이유가 없지.
왜냐면 당사자가 죽었으니까.
녀석이 쓰레기로 표현되어야 버서커를 좀 더 낫게 포장할 수 있다. 빌런보다 초인이 더 이미지가 더럽다는 식으로 몰아갈 수 있으니.
나도 초인이지만 나야 이미지를 신경 쓰는 편은 아니었고.
“고맙다.”
“뭐가?”
“날 위해 나서 준 거잖나. 네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팽팽한 지지를 받지도 못했겠지.”
“알면 됐어.”
“…….”
난 그걸로 얘기를 마치려 했지만 버서커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뭔가 말하고 싶은 표정 같은데.
한참 망설이면서 입을 떼지 못해 내가 재촉했다.
“뭐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빨리 해.”
“당시에 개인사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네가 알고 싶다면 말해 줄 수도 있다.”
“됐어.”
“그러니까 나와 희연이가… 뭐?”
내가 당연히 궁금하게 여길 줄 알았나 보다. 입을 열던 버서커가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왜 내가 궁금해할 거라 생각한 거지?
“안 궁금하다고. 남의 개인사 알아 봤자 뭐 하냐?”
“…….”
딱 봐도 뭔가 복잡한 개인사가 숨어 있는 거 같은데. 궁금하지도 않은 걸 들어 봤자 공감하지도 못하고 할 생각도 없었다. 그냥 지금처럼 듣지 않고 관계를 유지하는 게 최선이겠지.
“궁상맞게 있지 말고 준비나 해라.”
“뭘 준비하란 거지?”
“대련 준비.”
버서커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진다.
“…진 팀장이 더 이상의 대련은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야.”
듣다 보니 황당해서. 이 녀석, 자기가 무슨 연예인인 줄 안다.
카메라가 켜져야 움직이는 그런 거냐.
초인이면 대련은 실전처럼, 매일같이 할 생각을 해야지. 정신이 빠졌다.
“언제부터 대련을 이미지 개선하려고 했었어? 실력 늘릴 생각 없냐? 고작 그 정도로 만족할 거야?”
“…….”
“어디 가서 맞지 않으려면 발버둥 쳐도 모자랄 판에 쓸데없는 감상에 젖어 가지고는.”
누릴 거 다 누릴 수 있는 도시에 오더니 야생 감각이 사라졌다.
다시 생기게 해 줘야 하나.
“거절할 생각으로 말했던 게 아니다.”
한심한 모습에 혀를 차니 버서커 녀석이 내키지 않는 기색으로 검을 쥐었다.
내가 버서커를 데리고 훈련실로 향할 때, 맞은편에서 다가오던 진세정이 우리 둘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 초인님! 오늘은 방송 컨텐츠가 없는 날인데요?”
“대련이란 건 원래 일상처럼 자연스러운 겁니다.”
“그래도 너무 잦은 거 아닐까요?”
“그 정도는 버텨 낼 수 있을 겁니다. 그치?”
버서커 녀석이 진세정에게 열심히 눈짓을 보내고 있었다.
대련하기 싫어서 진세정을 앞세우려는 건가, 어처구니가 없는 반항이었다.
“으음! 역시 제가 초인의 대결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네요.”
하지만 그 시선을 받고 진세정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설마 대련을 말리려고 저러는 건가.
아니나 다를까 버서커의 얼굴에 실낱같은 희망이 떠오른다.
내가 볼 때 진세정을 잘 몰라서 저러는 거 같은데.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저도 같이 훈련실로 가겠어요!”
그럼 그렇지.
버서커의 얼굴에 절망이 서렸다.
“근데 퇴근하셔야지, 왜 갑니까?”
“그야 이 기회를 놓치기 아까우니까요! 미흡하지만 제가 카메라 세팅을 할게요! 깜짝 컨텐츠로 가요!”
“…….”
버서커 녀석이 할 말을 잃은 게 가관이었다.
설마 진세정이 네 눈빛에 호응해서 말릴 줄 알았던 거냐.
“최선을 다해 영상으로 담아 볼게요!”
건수를 포착한 악플러의 눈에서 레이저가 뿜어지고 있었다.
* * *
나는 진지하게 과거의 내 모습이 과격했다는 걸 인정한다.
그걸 부인해 봤자 행적이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 그렇다고 여기에서 손속에 사정을 두거나 부드러워져야겠다는 생각 같은 건 없다.
누구나 다 철이 없을 때가 있는 법이지. 나 또한 혈종에게 몸의 통제를 빼앗겨서 수십 년 동안 미쳐 있다가 갑자기 제정신을 되찾았다 보니 사회성이 많이 부족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었다.
만약 예전의 나라면 김영환을 따르는 세력에게 선전 포고를 한 뒤 곧장 그들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차원적인 대응이다.
“바뀌어야지.”
정다현과 이세희를 만나고, 진세정을 만나 내 팀을 구성하면서 나는 부족했던 사회성을 채워 넣게 되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예전처럼 다짜고짜 때려 부수는 것보다 더 아픈 부분을 찌를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사람은 발전이란 걸 해야 하는 법이지.
난 천명국이 조사해 온 서류를 들고 국세청을 찾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악명이 높기로 유명한 조사 4국을 방문했다.
날 맞이한 건 조사 4국을 이끄는 50대 중반의 깐깐한 인상을 가진 남자였다. 날 보는 눈에 경계심이 가득했다.
“반갑습니다, 최준호입니다.”
“조사 4국장 기영민입니다.”
가볍게 악수를 나누고 마주했다. 기영민은 국세청에서 가장 악명 높은 조사 4국의 악명을 더욱 떨치게 만든 인물로, 탈세범들이 벌벌 떠는 저승사자로 불린다.
난 기영민이라는 칼을 휘둘러 저들이 보이는 반응을 지켜보다가 마무리를 할 생각이다.
기영민은 일이 바쁘다는 걸 핑계로 본론에 들어가길 요구했다.
“이번에 김영환과 관련된 부분을 파고들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만 김영환 초인과 관련된 문제는 수십 년 동안 방대하게 쌓여 있습니다. 이걸 조사하기 위한 인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나 제대로 파고드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거절이었다.
하긴, 김영환이 사라져 있을 때 조사를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 한다. 자료가 많이 사라져 있을 테고, 수십 년 동안 쌓인 것이 뒤죽박죽 섞여서 제대로 분간하기도 힘들겠지.
기영민은 현실적인 이유로 거절을 했겠지만 나한테 방법이 있다.
“문제점만 추려 낼 수 있다면 어떻습니까?”
“불가능한 일입니다.”
“가능하다면?”
“그게 가능한 겁니까?”
“가능합니다.”
난 미리 준비한 수백 장의 서류를 꺼내 들었다. 김영환이 해 먹은 걸로 추정되는 각성자 장비 업체 서류였다. 요리조리 잘 피해 가서 자잘한 건수만 걸렸던 전과가 있다.
작은 건수만 걸렸다는 건 큰 건수가 남아 있다는 이야기였다.
“화인그룹 서류로군요. 저희도 여기에 뭔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서류를 워낙 잘 꾸며 놔서 파고들기 쉽지 않을 겁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럴 겁니다.”
하지만 내 감각을 속이는 건 불가능했다.
나는 말을 더 하려는 기영민을 멈춰 세운 뒤 직감을 활성화했다.
서류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의도가 전해졌다. 규모를 축소하려고 했는지, 눈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고 한 건지, 아니면 다른 속셈이 숨어 있는지.
중간중간에 정상적인 내용을 섞어 작은 건수로 엮도록 쥐구멍을 뚫어 놓았다.
집요한 방해에 함정 설치와 인력의 한계까지. 예전의 국세청이라면 파악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
빠르게 서류를 분류하는 걸 보는 기영민의 눈이 떨렸다. 내가 그냥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눈치 챈 것이다.
“이게 이상한 서류입니다.”
서류 분석은 기영민의 몫이었다. 수백 장이 넘는 서류 중에서 이상하다고 파악한 건 스무 장이 조금 넘었는데, 그걸 살펴보던 기영민은 입이 마르는지 혀로 연신 입술을 축이기 시작했다.
“…이건, 아주 오래 전부터 작정하고 준비를 해 온 겁니다. 큰 그림을 볼 수 없으면 판단이 불가능하게 만들도록 의도한 겁니다. 완전 꾼이군요. 그래서 저희 쪽에서도 파악하지 못했던 겁니다.”
“지금이라도 알게 됐으니 다행이고요.”
“어,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감이라는 겁니다. 상대의 의도를 본능적으로 알 수 있거든요.”
“이 능력만 있으면 어떤 탈세범이라도 잡을 수 있을 텐데…….”
“그건 해 주시기에 따라 다르지요. 이번 일, 협력해 주시겠습니까?”
기영민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탈세범을 잡는 일이 제가 하는 일입니다.”
* * *
정부에 각성자 장비를 납품하는 업계 3위 화인그룹은 갑자기 들이닥친 국세청으로 인해 초토화가 되었다.
각성자가 등장한 시대의 국세청은 자체 각성자 부대까지 동원이 가능한 막강한 부서였다. 조사 4국이 들이닥쳐 정확한 방향으로 조사를 하자 김영환과 결탁하여 20여 년 동안 해 먹은 금액이 순식간에 드러났다.
언론은 연일 이 사실을 보도했다. 그리고 아직 제대로 된 몸통도 드러나지 않았음을 널리 알렸다.
김영환이 살아 있을 때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혼맥으로 엮인 지오그룹이었다.
화인그룹은 김영환의 개인 거래처였다면 지오그룹은 김영환의 몸통이라 봐도 무방한 곳이었다.
“최준호가 이를 드러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대책을 말해 봐라.”
반쯤 은퇴했던 지오그룹 명예 회장 이준구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회장을 맡은 이대운이 말했다.
“이번 건은 기존과 다른 형태로 봐야 합니다.”
“어떻게 다르지?”
“보통의 최준호였다면 상황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섰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은 본인이 아닌 국세청의 힘을 빌렸습니다. 이건 달리 보면 국세청 선에서 해결을 보려는 걸 수도 있습니다.”
“버서커 이미지 개선을 위해 발만 담근다는 건가?”
“예.”
“그럼 대책은?”
“국세청은 정확한 자료를 들고 화인그룹을 찔렀습니다. 우리라고 해서 다를 거라 생각할 수 없습니다. 조사 기간이 지난 걸 내세워 진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준구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다 최준호가 개입하면?”
“철저하게 조사 4국과의 일로 끌어가 보겠습니다. 구린 부분이 있지만 기업의 활동을 막는 걸로 프레임을 짜면 조사 4국도 옛일을 들춘다는 여론을 피하기 힘들 것입니다.”
“조사 4국은 그 정도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겠지. 내가 말하는 건 최준호 대응책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막무가내로 행동하던 최준호도 자리를 가리기 시작했습니다. 청와대와 신성그룹에 접촉해서 최준호 개입 여부를 가늠해 보겠습니다.”
이대운은 철저하게 조사 4국과 대립하는 그림을 짜되, 최준호와 물밑 협상을 이어 나가 보겠다고 했다.
그동안 해 온 야합이고, 타협이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이준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팔다리를 내어 주는 한이 있어도 최준호와 대립하지 않아야 한다.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도록.”
* * *
“이거 잘못 생각한 거 같은데.”
세련된 방법의 단점은 지루하고 답답하다는 거였다.
그걸 지금 느끼고 있었다.
내가 직접 찾아가서 살펴보고 해결하면 진행 상황을 직접 볼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안 되니까 일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괜히 기영민에게 일을 맡긴 거 같다.
역시 사람은 안 바뀐다는 걸 나 자신의 케이스로 깨닫고 있었다.
“많이 답답한가?”
내 모습을 본 대통령이 물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거짓말을 할 상황이 아니라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대단하군.”
“어떤 게 말입니까?”
“이렇게 변화하려는 거 말일세. 보통 사람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고수하지. 그것에 변화를 주려고 하는 것은 굉장한 시도야.”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제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 드러난 혐의를 찔러보는 게 옳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 방법을 고민하는 것 자체를 말하는 걸세.”
“…….”
하긴, 대통령이 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내 취향은 아니라서.
어쩌면 이런 걸 수도 있다. 내 결정이 옳다고 하면서 직접 나서는 빈도를 줄이게 하려는.
“하하, 다른 뜻은 없으니 오해하지 말게.”
“알겠습니다. 그런데 화인그룹은 곁다리로 알고 있는데 규모가 2조나 되네요.”
“몸통인 지오그룹은 더 크겠지. 김영환이 있을 때 급속도로 커진 곳이니까. 아마 이곳을 건드리면 꽤 재밌는 일이 벌어질 거야. 다만 내가 건드리기 어려운 건 저번 정권의 일이라.”
그러면서 슬쩍 빠지는 게 역시 정치 9단이었다.
대통령이 나서면 이전 정권을 향한 보복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긴 하겠지.
“주변에서 귀찮게 굴지 않습니까?”
“장난이 아니지.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네만 나와 천 실장이 엄청나게 시달렸어. 하지만 도와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지. 다만 저쪽에서도 순순히 당하고 있지 않을 걸세.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방해하려 들겠지.”
“살려면 그럴 거 같습니다.”
“가장 큰 오판은 최준호 초인이 나서지 않을 거라 판단하고 오판을 저지르는 건데…….”
“설마 그럴까요.”
“그러고도 남을 수 있으니 문제겠지.”
죄가 명백한데 그 정도로 뻔뻔할까.
하긴, 그렇게 나와야 기득권일 테지.
내가 나서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잠시 후, 기영민에게 연락 온 걸 받고 나서야 예상이 현실이 되었음을 확인했다.
“지오그룹에서 각성자 부대를 동원해 바리케이드를 세워 막고 있다 하네요.”
“허…….”
“조사 4국으로는 힘들다고 합니다. 제가 가 봐야겠습니다.”
“그래야겠지. 그런데.”
대통령이 내 얼굴을 빤히 보며 말했다. 뭐라도 묻었나?
“많이 즐거워 보이네만.”
“제가요? 그럴 리가요.”
“지금 웃고 있다네.”
“아, 그랬나요?”
고개를 돌렸다가 거울을 본 나는 환하게 웃고 있는 내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표정 관리 실패로군.
나는 입꼬리를 문지르며 청와대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