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난 표정 관리 안 되는 용용이를 불렀다. 일단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아야겠지.
“장난질은 그만하고.”
[장난은 네가 쳤잖아!]“그동안 있었던 일이나 자세히 말해 봐.”
[아! 그게 그러니까…….]용용이는 우선 내 곁을 갑자기 떠난 사정에 대해 설명했다.
녀석은 ‘우월한’ 자신들은 서로의 존재에 대해 감지할 수 있다고 했다. 신수 탐지기 기능은 저번에 들었으니 알고 있다. 그런데 백두산에서 내 요청을 받아들여 힘을 쓴 게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신수의 성향은 제각각이지만 인간에게 발견되기 전까지는 은둔 생활을 한다고 한다.
자신들의 존재가 인간에게 밝혀져서 좋을 게 없다는 것이 신수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란다.
그런 것치고 나한테 이것저것 많이 떠들었던 거 같은데 당사자는 모르는 건가.
[신수는 아주 특별한 존재거든!]아니다, 내가 볼 때 용용이 넌 그냥 수다 떨기 좋아하는 용이다.
특별은 무슨.
아무튼 용용이 얘기로는 그들에게 불려간 게 일종의 ‘협약위반’ 때문이었단다.
힘을 과하게 쓴 탓에 한바탕 잔소리를 들었다고.
“근데 큰일 난 건 뭐냐?”
[너! 저번에 마물 잡은 적 있지?]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아냐. 내가 잡은 마물이 어디 한둘인가.
설마 내 기억을 다 끄집어내라는 건가.
내 생각을 읽었는지 용용이가 콕 짚어 물었다.
[바다에서 잡은 적 있지 않아?]“있지.”
장우위안과 남궁기를 잡은 후 배를 타고 귀국했던 게 떠올랐다. 인천으로 항로를 설정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물 하나를 잡았지.
[그 마물이 내가 아는 신수가 아끼는 애완동물이었어.]“아, 그랬냐?”
[그게 끝이야? 큰일 났다니까! 걔 엄청 사나운 애야!]“어떻게 큰일이 나는데?”
나한테 원망을 갖고 습격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그러려면 해 보든가. 나야 좋지.
내 말에 용용이의 눈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어, 그러니까… 그러게?]듣자 하니 나한테 앙심을 품은 신수가 해양 신수인가 보다.
아직 인간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어서 이름은 없다고.
한 가지 분명한 건 용용이보다 더 까다롭긴 하겠군.
[아니거든? 내가 더 세!]“그 신수한테도 그렇게 말해 보시지?”
[헹! 이 자리에 없어서 상관없거든.]나중에 한번 보게 되면 용용이의 저 자신감을 알려 줘야겠다.
[근데 네가 심했어.]“뭐가 심해? 나한테 달려들어서 잡은 건데.”
[네가 애완동물 영역을 침범했다며. 자기 영역에 무단으로 발을 들여놓으니 당연히 열받지!]그냥 배 좀 몰고 지나간 걸로 난리였다.
누가 보면 바다를 자기네들이 전세 낸 줄 알겠다.
[그리고 그 아이가 대결하다 불리해져서 도망쳤다며. 그걸 꼭 쫓아가서 잡아야 돼?]용용이 말을 들으니 생생히 기억난다. 근데 도망친 게 아니라 유인한 거 아니었나? 나중에 끝까지 날 집어삼키려고 입을 벌리던데.
그래서 꽤 용맹한 마물이다 싶어서 머리를 터뜨려 줬지.
[그거 살려 달라는 의미였대.]“아…….”
그런 거였군. 내가 해양 마물의 의사소통 구조를 몰라서 발생한 참사였다.
이제야 이해는 했지만 별생각은 없었다. 아니, 그걸 큰일 났다며 미주알고주알 떠드는 용용이 녀석이 더 얄미웠다.
“넌 그걸 좋다고 맞장구쳤냐?”
난 용용이의 몸통을 붙잡아 실컷 움켜쥐었다.
[아악! 이거 놔! 아니라고! 난 걔한테 너 미친놈이니까 상종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오히려 화를 실컷 북돋은 거 같은데. 어쩌면 용용이 이 녀석이 화근일지도 모르겠다.
난 감정을 담아 손에 힘을 줬다.
[이러다 진짜 흑룡 된다고!]오랜만에 잡아서 그런가, 그립감이 참 좋았다.
“준호 씨?”
[사, 살았다!]이세희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진짜 흑룡이 될 때까지 주물러 줬을 텐데 아쉽군.
진짜 내가 사악해서 흑룡이 되는 건가?
아니면 손때 타서?
자꾸 저러니 어떻게 될지 확인해 보고 싶어진다.
* * *
이세희는 내 요청에 충실히 움직여 주었다. 중국 측 요청에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빅뱅 시리즈 수출의 중단 조치가 이루어지자 국내는 그러려니 했지만 중국에서는 난리가 났다.
그리고 어떻게 알았는지 중국 대사는 날 찾아왔다.
일전에 막말을 일삼다가 목뼈에 금이 간 그 중국 대사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목을 뻣뻣하게 세우던 중국 대사는 날 보며 죽는소리를 냈다.
“최준호 대인, 제발 우리 사정을 살펴 주시길 바랍니다.”
“어떤 사정 말씀이신지?”
난 다 알면서 모르는 척했다.
“현재 본국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대사는 현재 중국이 동북 방면에 처한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모를 리 없다. 거의 지분 90%는 내게 있는 일이었으니.
얘들이 힘들어져서 이쪽이 편해진 감도 있다.
그나저나 이렇게 앓는 소리를 하다니. 보통 자존심 때문에 목에 깁스를 두른 것처럼 뻣뻣하게 굴던 녀석들 아니던가.
근데 내 일은 아니라서. 이전에 하던 짓을 떠올리면 도와줄 생각도 달아나기 마련이다.
“아쉽네요. 하지만 이쪽도 나름의 사정이 있는지라 어렵겠습니다.”
“대인!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던 중국 대사가 자기 목을 감싸며 사과했다.
내 손이 나가기도 전에 방어가 먼저 이루어진 거 같은데. 참 빠르다 싶었다. 인간은 발전의 동물이다. 한번 된통 당하니 저렇게 빠르게 방어 태세가 작동하는 걸 보라.
중국 대사가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디 사정을 살펴 주십시오.”
“일단 중국 상황이 힘들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럼?”
“신성그룹에 한번 얘기해 보죠.”
“아! 감사합니다.”
감사할 것까지야. 말 그대로 한번 이야기해 본다는 거다. 얘기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단지 그게 전부일 뿐.
내 생각은 바뀌지 않았으니 신성그룹의 생각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 대사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 내가 약속을 잘 지킨다는 걸 생각하고 그러는 거 같은데. 내 신용이 높긴 하지. 한다고 한 건 반드시 했으니.
주로 죽이겠다는 약속을 다 지켰던 거 같긴 하지만.
아무튼 이건 약속도 뭣도 아니다. 계약으로 따지면 MOU 정도?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다. 희망 고문만 시키는 셈이로군.
근데 이렇게 말로 상대를 흔드는 것도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괜히 중독될 거 같잖아.”
[사악한 인간이 기만까지 장착하려 한다!]옆에서 용용이가 근거 없는 비난을 하고 있었다.
* * *
버서커와 가족이 그들만의 시간을 온전히 보내길 바란 건 저번 생의 경험이 작용해서다.
기본적으로 빌런의 가족은 감시 대상이 되기 때문에, 주변의 눈을 피해서 다시 접촉한다는 것은 굉장한 어려움을 수반한다.
그래도 몇몇은 그 어려움을 감수해서라도 만나기도 했다.
대부분 체포당했지만.
빌런에게 가족은 큰 족쇄였다. 빌런을 체포하려는 이들은 가족을 미끼로 놓고 덫을 놓아 빌런을 체포하려고 들었다.
내가 혈종일 땐 그마저도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천명국의 대타협으로 워낙 떼거지로 덤벼들어서 찾아갈 타이밍도 잡을 수 없었다.
더 근본적으로 파고들면 혈종에게 잡아먹힌 내 손으로 가족들을 해칠까 걱정도 되었고.
“가족과 시간은 보장해 줘야지.”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의 만남은 애틋할 수밖에 없다.
나도 그러했는데 버서커라고 다를 리 없겠지. 그러니 당분간 개인 시간을 주는 게 옳다.
다만 버서커의 공백은 존재한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르니. 개인 방송도 해야 되고. 그래서 나는 버서커 대신 대타를 구했다. 바로 한국화가 완료된 졸라맨이다.
머리 좋고 육체를 극한까지 개조한 녀석은 버서커를 대신할 수 있는 훌륭한 샌드백이다.
버서커 대신 녀석을 데리고 대련을 해 볼까 생각했는데.
“…….”
결과부터 말하자면 실패했다. 졸라맨이 먼저 치고 나오더니, 각성자의 육체 개조 방법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스탠퍼드 박사 과정을 거쳐 스스로 육체를 개조한 끝에 초인의 경지에 도달한 녀석이다.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육체를 개조했는지 식단부터 단련 방법, 실전 유형과 도움이 되는 맞춤형을 알려 주니 순식간에 두 시간이 흘렀다.
아니, 무슨 미국인이 한국인보다 더 유창하게 한국어로 썰을 푸는 거지?
더 열받는 건.
[당했네, 당했어.]깐족거리는 용용이 말에 할 말이 없다는 점이다.
나는 병풍 신세가 되어 멀거니 서 있다가 제임스 리드의 물음에 사실 검증만 해 줬고, 시범을 보여 달라면 보여 주는 신세가 되었다.
진세정을 비롯한 촬영팀은 홀린 듯이 그를 지켜보다가 방송을 종료할 시간이 되었음을 알렸다.
“친구들! 졸라 유익한 시간이었죠? 당신도 최선을 다하면 초인이 될 수 있어요!”
그러면서 채팅 창에 고개를 기울이다가 날 힐끔 보았다.
“열심히 하면 최준호 초인처럼 될 수 있냐고요? 노노! 그건 불가능해요. 왜냐고요? 우리는 인간이잖아요. 인간은 괴물이 될 수는 없어요!”
저 졸라맨 자식이…….
해맑게 나를 괴물로 만들고 있었다.
문제는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아주 열렬하게 녀석의 말에 호응하는 중이다.
“그럼 우리 인간 중 최고를 노려보아요. 시청자 여러분들 다음에 만나요. 안녕!”
이거 완전 방송 채널을 뺏긴 기분이었다.
고개를 돌린 제임스 리드의 표정이 의기양양했다.
한 방 맞은 기분이다. 이 녀석, 내가 버서커 대신 샌드백으로 삼으려는 속내를 알고 있었다.
이래서 머리 좋은 녀석들은 머리 굴리기 전에 부숴 놔야 한다.
아, 졸라맨의 머리를 부수겠다는 건 아니다.
이런 유형의 적을 상대할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준호, 나 오늘 졸라 잘했지?”
“그래, 잘했다, 잘했어.”
“다행이다, 폐가 아닐까 졸라 걱정했거든.”
“사람을 괴물로 만들어 놓고 그런 말을 하냐.”
“준호는 졸라 괴물 맞잖아!”
이런 게 농락당하는 건가?
음, 앞으로 녀석을 상대할 때는 생각할 틈을 주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할 말 있어?”
다른 건 변죽이고 이게 본론인 듯했다.
“곧 막심이 온다고 들었어. 준호도 알고 있지?”
“아는 사이냐?”
“같은 미국 초인이니까.”
그렇군. 미국이 워낙 큰 나라라서 국적보다 어디 주(州) 출신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도 같은 국적이라 아는 사이긴 한가 보군.
졸라맨은 자신과 막심이 꽤 친한 사이였다고 밝혔다.
초인이 되기 전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나. 그러고 보니 졸라맨은 늦은 나이에 각성자가 되어서 초인이 되었는데 대단하다 싶었다.
난 늦은 나이에 열심히 했다가 혈종이 됐는데.
“막심이 저돌적이긴 해도 결코 나쁜 녀석은 아니야. 무례하게 보여도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죽이지만 말아 줘.”
“…….”
누가 보면 내가 아무나 다 죽이고 다니는 줄 알겠다.
막심 게데스? 당연히 안 죽일 거다.
앞뒤 가리지 않고 들이대니 몇 대 쥐어박고 돌려보낼 생각이었지.
이거, 뭐라고 답을 해야 하나.
막상 살려 주겠다고 말하려니 막심 게데스가 어떤 녀석인지 모르겠어서.
우선 여지를 둬야지. 여차하면 손을 써야 하니.
“녀석이 하는 거 보고.”
“진짜? 무작정 죽이진 않을 거란 거지?”
“어.”
“알았어. 나도 막심한테 얘기해 놓을게.”
막심 게데스라, 현역 십대초인은 어느 정도 수준일지 궁금하긴 했다.
프란츠도 십대초인이었지만 전대였고. 물론 노인네 기력이 팔팔한 걸 보면 지금도 십대초인에 뒤처지지 않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현역은 현역이니까.
“아 참! 개인 방송 졸라 재밌었어!”
“그래.”
“앞으로 자주 불러 줘. 나도 소통이란 거 매우 좋아하니까.”
다음부턴 안 부를 거다. 넌 블랙리스트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었다.
* * *
‘일단 준호의 답을 얻어 내는데 성공했는데…….’
제임스 리드는 불안했다. 고민은 막심 게데스가 한국으로 온다는 소식을 접한 뒤 시작된 것으로, 시기가 다가올수록 불안감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만 갔다.
막심 게데스는 천재 중 천재다. 십대초인 중 그런 천재가 또 없겠냐마는 불세출 천재로 알려진 그는 치열한 실전에 실전을 거쳐 완성된 초인이다.
‘실전이야말로 최고의 경험치다.’라고 외치며 흉터를 훈장처럼 여기는 그는 타고난 싸움꾼이다.
최준호와 싸움 나기 딱 좋은 성격인 것이다.
아니, 애초에 최준호와 싸움이 나지 않을 성격이 있을까 싶다.
그건 차치하고.
‘둘 다 물러나지 않으니 한 명은 꺾일 수밖에 없는데…….’
제임스 리드는 한 쪽이 꺾인다면 막심 게데스의 목이 꺾일 거라 보았다.
그건 안 될 일이다.
막무가내에다 고집불통이지만 화끈하고 뒤끝 없는 성격을 지닌 막심 게데스다.
그의 불같은 정의감과 열정을 존중하기에 죽는 걸 바라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만큼 좋은 친구도 또 없었다.
“누구 하나가 바뀌어야 하지만 힘들겠지?”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바뀔 사람들이 아니니.
다 큰 성인이 바뀌길 바라는 게 얼마나 큰 기대인지 제임스 리드는 잘 알았다.
중간에서 어떻게든 조율하는 게 최선이다.
막심 게데스가 한국에 입국한 날, 그는 곧장 제임스 리드가 있는 곳을 찾았다.
“제임스!”
“막심!”
두 근육남은 주먹을 맞대는 것을 시작으로 온갖 핸드셰이크로 반가움을 드러냈다.
그것도 잠시, 곧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목적은 역시 최준호인가?”
“맞아.”
“…나는 추천하고 싶지 않아.”
“모두가 그러더군. 충돌하면 내가 부서질 거라고.”
일말의 희망을 담아 말했지만 역시나였다.
걱정 어린 제임스 리드의 표정에 막심 게데스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근데 그런 강자가 있는 걸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잖아. 난 녀석이 레벨 9가 되길 원한다. 그리고 그 힘으로 리그를 없애 주길 원해.”
“최준호의 생각은 달라.”
“알아. 하지만 남자는 몸을 부딪치면서 우정을 쌓는 거지. 우리처럼.”
“…….”
과연 최준호가 그게 가능할까.
제임스 리드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잘해 봐야…….’
이미 버서커라는 사례가 있었다. 막심 게데스가 최대한 잘되어 봤자 버서커가 한계일 것이다.
버서커가 1호라면 자신이 2호쯤 되겠지.
그리고 막심 게데스는…….
“…3호기인가.”
“뭐?”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이 또한 겪어 봐야 아는 일이겠지. 미래가 훤히 보여서 문제지만.
“최준호는 인간이 아니야. 차라리 마물로 생각해야 돼.”
“마물은 또 내가 전문이지.”
“그런 이야기가 아니야.”
최준호는 무언가를 죽이는 데 최적화된 괴물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 오히려 더 기대가 되는데?”
“어쩔 수 없네.”
쓰게 웃은 제임스 리드는 친구가 3호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죽는 것보다 낫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