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십대초인에 대한 위명은 윤희에게 지겨울 정도로 누누이 들었다.
진짜 귀에 딱지가 앉을 뻔했지.
그만큼 대단한 녀석들이란 건 알겠다. 사실 정점에 선 녀석들이 별거 아닌 게 더 이상한 일이다. 남들이 천재라 칭해도 모두 피나는 노력 끝에 자리를 쟁취했다.
나는 나 자신을 과소평가하지도, 과대평가하지도 않는다. 내가 혈종이던 시절에도 몇 번이고 죽음의 위기를 겪었던 적이 있으니까.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천명국이 ‘대타협’ 이후, 날 정면 대결에서 죽일 수 없다고 판단, 말려 죽이는 것을 선택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군대까지 동원하여 내가 머무는 주변 일대에 폭격을 퍼붓는 걸로 시작했었으니까.
그걸 맞는다고 내가 죽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신 청야전술로, 천명국이 노리던 것은 내가 먹지도 쉬지도 못하게 만들어 체력을 고갈시키는 것이었다.
당시에 일주일 넘게 시달리면서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
“지독한 양반이야.”
괜히 내가 이번 생에 천명국을 보고 멈칫하는 게 아니다.
그래도 내가 제정신이라 덜 괴롭히는 거지.
아니, 오히려 천명국을 돕고 있으니 세상일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함의 연속이다.
“기프트도 위험하지.”
물론 위협은 이것만 존재하지 않는다. 온갖 기상천외한 기프트로 내게 위협을 가할 수 있고, 방심하는 틈을 노려 죽일 수도 있다.
이것은 내가 피륙으로 이루어진 인간인 이상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저번 생, 혈종 때 기준이다.
“지금 그런다고 죽을 것 같지 않지만.”
여러 기프트로 약점을 보완하고 온전한 정신을 갖게 되면서 내 무위는 혈종보다 월등히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이 상태에서 미친다? 그것은 세계에 있어서도 재앙이겠지. 그런 일이 없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십대초인 정도 되면 이미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다.
마물과 초인을 상대하는 것으로 자신을 증명해 낸 것은 무위를 발휘함에 있어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했으니까.
나도 틈을 드러내면 한순간에 육편이 되어 죽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물론, 가만히 맞아 주고 있을 생각은 없지만.
프란츠 때도 제법 손맛이 있었는데 막심 게데스는 어떨까.
끝까지 자기 신념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고.
보통 처맞고 나면 자기 생각을 바꾸던데, 얘는 어떨까.
“죽어도 원망하지 않기다?”
막심 게데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내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흥미진진하군. 얼마든지, 하지만 나보다 튼튼한 초인은 없다. 그런 걱정은 말도록.”
“그래?”
여태까지 자기가 튼튼하다고 자부하던 녀석들도 결국 찢어지던데.
자신감을 갖는 이유를 한번 시험해 봐야겠군.
“무기는?”
“육신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무기다.”
“그건 인정.”
손맛을 아는 녀석이었군.
초인들 중 무기를 안 쓰는 녀석이 거의 없던데. 내 속에서 막심 게데스의 평가가 한 단계 올라갔다.
평가가 올라가면 어떻게 되냐고?
좀 더 정성을 들여 두들겨 준다.
“와 봐.”
막심 게데스는 무게 중심을 앞으로 두며 극단적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 모습이 마치 먹잇감을 향해 달려드는 맹수를 연상케 했다. 사자를 떠올리게 하는 머리가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먹잇감인가, 이거 흥미진진해진다.
나는 양팔을 늘어뜨렸다. 어디 십대초인 수준 한번 겪어 볼까.
탓!
막심 게데스가 지면을 박차는 순간, 지면이 찢어질 거 같은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막심 게데스가 휘두른 훅은 무시무시한 바람을 일으키며 날 휩쓸어 왔다. 기뢰를 일으켜 권풍을 흩뜨리려 했지만 평범한 여파가 아니었다.
어떻게 한 건지 권풍에 포스가 실렸다. 사납게 할퀴는 바람에 휩쓸리게 하면 상대 하나를 갈가리 찢어 놓기에 충분했다.
이거 상당히 성가시겠다.
콰직! 팍! 콰지직!
권풍과 얽힌 기뢰가 치열한 전투 전개를 이어 나가는 가운데, 막심 게데스의 공격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주먹이 스트레이트로 뻗어 나와 권풍이 직선으로 뿜어지는가 하면, 손가락의 사소한 변화로 흐름을 조종하여 내 신경을 분산시키려는 공격이 이어졌다.
엄청난데?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감각이 저절로 날카롭게 벼려지고 있는 건 막심 게데스의 수법이 그 정도로 성가시다는 걸 의미했다.
우선 전투 경험이 풍부했다. 인간을 상대하는 것도 능숙했고, 상황에 따른 대처도 재빨랐다. 현란하면서 날카로웠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 내자 바로 스타일을 바꿨다. 강맹함을 내세워 기뢰의 위력을 분쇄시켰다.
막심 게데스와 나는 순식간에 서른 번이 넘는 공방을 주고받았다.
쾅!
기뢰마저 부숴 버리고 안으로 파고드니 내 손에 충격이 전달되었다. 막심 게데스의 주먹을 막아 낸 나는 발에 기뢰를 실어 턱을 노렸다. 적중하면 꼼짝없이 머리가 부서질 공격이었다.
“흐아압!”
허를 찔렀다고 생각했는데 막심 게데스는 허리를 거의 직각으로 꺾어 공격을 피했다. 본능적으로 피한 거 같은데 이건 나도 놀랐다.
하지만 균형을 무너뜨리는 건 성공해서 내 오른손이 녀석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피부를 파고들어 근육을 갈가리 찢어 버릴 기뢰로 녀석이 성가셔할 거라 생각했으나.
“크아아압!”
몸부림치며 터뜨린 기합으로 기뢰를 흩어 버렸다. 이래서 육체파가 성가시다. 머리 쓰는 졸라맨 같았으면 이번 대처로 페이스를 내줬을 텐데 녀석은 억지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한번 페이스를 내어 줬다는 것은 내가 주도권을 잡았다는 의미였다.
직선은 단조롭지만 단조로움은 곧 가장 빠름을 의미했다. 수세에 접어든 막심 게데스가 잡아채는 내 손을 필사적으로 뿌리치고 기뢰를 튕겨 내려 했다.
팟! 팡! 퍽!
한 번을 막아 내면 그다음은 부딪치고 그다음에 타격을 줬다.
여러 번 기뢰에 적중되고도 버텨 내다니.
이 정도로 버텨 내는 녀석은 오랜만이다.
맷집이 버서커급인데?
잘 버텨 냈지만 내 발이 녀석의 명치 깊숙한 곳에 틀어박혔다. 이번에는 숨이 막혀 페이스가 흐트러진 게 느껴졌다. 안으로 파고든 기뢰가 내부를 어지럽혔다.
“으으!”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나는 막심 게데스. 이번에는 꽤 타격이 있었다.
승기를 잡았다고 방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를 꺾을 수 있는 순간을 포착했을 때 숨을 쉴 틈도 주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명치를 시작으로 쇄골, 팔뚝, 무릎에 골고루 기뢰를 퍼부어 줬다.
“크아아아!”
기합으로 모든 걸 이겨 냈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전신이 덜그럭거리는 게 느껴졌다. 이게 십대초인이라고? 흠, 솔직히 실망스러운데.
막심 게데스는 무지막지한 육체와 포스를 제외하면 버서커보다 맷집이 약하고 제임스보다 덜 영리한 느낌이다.
실망스러운 내 기세가 느껴졌던 걸까. 힘겹게 몸을 버티고 선 녀석이 이를 꽉 물며 말했다.
“…아직 아니다, 안 끝났다.”
“남은 게 더 있어?”
아, 그러고 보니 기프트가 있었지.
얼티밋이라고 했나. 얼마나 대단하기에 아직도 꺼내 들지 않고 있는 걸까.
그게 없으면 실망이 클 뻔했다. 권풍에 포스를 담는 거 하나 봤다고 감탄하기에는 십대초인 올려치기가 꽤 심했으니 말이다.
“이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았지만…….”
보통 그런 거 말해 봤자 별거 없던데.
하지만 이번만큼은 허세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녀석의 내부에서 들끓는 힘이 이제껏 보여 준 것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컸던 것이다.
리그에서 쓰는 부스트인가? 비슷한 느낌인데?
“너라면 내 전력을 받아 내도 ‘죽지’ 않겠지.”
오만하게 지껄이는군.
“해 봐.”
“보여 주지. 크르르!”
그때, 폭발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녀석의 근육이 부풀기 시작하더니 덩치가 무려 1.5배 정도 커진 것이다. 변화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사자 갈기 같은 머리지만 야성적인 외모였던 것이 사자처럼 바뀌었다.
수인화(獸人法).
녀석의 기프트인가. 이것이 가능할 줄 몰랐다.
늑대인간이 아닌 사자인간이로군. 미녀와 야수를 찍나 싶다. 미녀는 없으니 야수만 있군. 웨어울프가 아닌 웨어라이언이라도 된 건가.
“사자화(獅子法)라 부른다. 내 기프트지.”
그래서 녀석의 이명이 더 라이언이니 사자왕이니 했던 건가.
“기프트를 쓰면 야성이 주체가 안 되지만 너라면 받아 내겠지. 죽지 마라, 헤드 브레이커.”
이미 녀석은 본능에 잠식된 듯 낮은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본능도 짐승화가 되는 건가. 흥미로웠다. 나한테는 만독불침과 혜광심어가 있으니 녀석의 기프트를 취하더라도 본능에 집어삼켜지지 않을 테고.
얼굴도 사자 형태가 되는 건 좀 마음에 안 드는데, 그래도 얻을 이익이 크다면 나빠 보이지 않았다.
그 전에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해 봐야겠지.
“와 봐.”
* * *
“재밌는 구경거리를 놓칠 뻔했군.”
제임스 리드는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다가온 버서커가 최준호와 막심 게데스의 대결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하여간에 초인이란 것들은, 점점 인간을 벗어나는 거 같단 말이지.”
낮게 웃는 버서커의 말에 제임스 리드는 동감했다.
막심 게데스와 제법 교류해 왔지만 기프트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기프트를 쓰기 전 막심 게데스는 강했다. 최준호에게 밀리긴 했지만 본연의 강함을 발휘했다.
그러면서도 한번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조금만 더 노력하면 십대초인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봤으니까.
하지만.
기프트를 발휘한 막심 게데스의 무위는 차원이 달랐다.
이 모습은 마치 한 마리 짐승과 같았다.
마물에 버금가는 육체, 인간의 이성, 짐승의 본능.
삼위일체가 되어 한계를 초월한 무위를 발현하고 있었다.
“아직 차이가 있다는 건가.”
“…십대초인.”
버서커의 중얼거림에 제임스 리드는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막심 게데스가 보여 준 무위는 초인들 중 왜 따로 분류해서 십대초인이라 칭하는지 알려 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처구니가 없군.”
분명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무위를 발현하고 있건만 최준호는 그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 내고 있었다.
지켜보는 제임스 리드가 황당함을 느낄 정도로.
“이걸로 한 가지는 분명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제임스 리드가 바라보자 버서커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떤 녀석이든 저 녀석 앞에서는 평등하다.”
“…졸라 인정.”
점점 수세에 몰리는 막심 게데스를 보면서 제임스 리드는 동감을 표했다.
* * *
결과적으로 말하면 막심 게데스는 사자화가 풀려 내 앞에 쓰러졌다.
질긴 녀석 같으니라고.
놈은 나더러 살아남으라고 말했지만 그 말을 녀석에게 되돌려 줬다.
“…….”
하지만 쓰러뜨리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사자화가 된 녀석은 말 그대로 짐승이었다.
이건 초인이 아니라 마물에 가까운데?
마물의 심장은 가치라도 있지. 이 녀석의 심장은 음, 그러고 보니 능력을 가져올 수 있겠군.
사자화라고 했지? 내가 본 기프트 중 최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헤드 브레이커.”
팔다리를 꺾어 뼈 여러 곳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가슴에 구멍 몇 개를 뚫었는데 말을 할 수 있다고?
회복력도 초재생에 근접한 느낌이다.
이 기프트, 얼티밋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손에 넣어야겠다.
놈은 날 보며 말했다.
“너라면 세계를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다. 우리의 손을 잡아라.”
“헛소리 그만하고.”
그렇게 망신창이가 되도록 당해 놓고 신념을 바꾸지 않는다고?
용기는 인정하지만 아직 덜 당했나 보군.
“왜 내 제안을 거절하는 거지?”
“네놈들이나 리그나 다를 바 없어. 자기 이익을 좇는 주제에 거창한 걸로 포장하지 마라.”
“아니, 우리는 다르다.”
“됐다.”
난 그 거창한 대의를 믿지 않는다. 자기 자리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게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미쳐 버렸기에 악의를 뒤집어쓰고 세상을 피로 물들였다. 세계 곳곳에 암세포처럼 퍼져 있는 리그를 상대하려면 같은 길을 걸어야 하는데 내가 그럴 이유가 있나.
그냥 눈에 띌 때마다 싹 지워 버리면 그만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완전히 치워 버려서 리그는 더 이상 내 눈에 띄지 않고 있고.
내 단호한 거절에도 막심 게데스는 웃었다.
“그렇다면 내 진심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겠군.”
“증명할 방법은 있고?”
“내 기프트를 봐라.”
“뭐?”
“네가 상대의 기프트를 살펴볼 수 있는 걸 알고 있다. 그 능력으로 내 기프트를 봐라. 내 진심을 확인하면 네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
“…….”
이 녀석, 혈중섭식에 대해 알고 있다.
“그것이 내가 증명할 방법이다.”
“혓바닥은 잘 놀리는데, 사양하지 않지.”
난 녀석이 대답하기 전에 심장 쪽으로 손을 뻗어 가슴을 가르고 심장을 움켜쥐었다. 이대로 힘을 더 주면 녀석은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다.
아무리 강자라 해도 목숨에 대한 집착은 저마다 다르다.
“…….”
하지만 놈은 담담한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수로 진심을 증명하겠다는 건지. 오히려 기분이 나빠지려고 하는데.
“컥!”
아,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막심 게데스가 피를 토하는 걸 보면서 나는 손을 빼냈다. 갈라졌던 가슴의 상처가 빠르게 아문다. 회복력도 완전 마물이군.
나는 손에 묻은 피를 핥았다. 녀석의 기프트인 사자화 정보가 읽히기 시작했다.
얼티밋이라 칭하는 기프트에 대한 기대가 컸다.
짐승에 가까운 반사 신경과 초월적인 완력, 초재생에 버금가는 회복력까지.
이 압도적인 능력들이 기프트 하나에 있다고?
그렇게 보면 내 혈중섭식도 기프트를 무제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긴 하다.
비록 숫자가 늘어나면 폭주하고 혈종이라는 괴물이 따라붙지만.
그 관점에서 볼 때 사자화에 페널티가 따라붙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압도적인 능력을 생각하면 페널티 하나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아니, 있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페널티를 본 순간 멈칫했다. 그 페널티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컸던 것이다.
[남성 기능 상실]사자화 기프트를 얻는 대가였다.
그러니까 막심 게데스는 사자화를 얻었고, 리그를 없애기 위해 기꺼이 남자의 삶을 포기했다는 거였다.
이게 가능하다고? 아니, 진짜?
난 막심 게데스를 바라보았다.
사자 갈기 같은 머리스타일은 우스꽝스럽지만 녀석의 야성적인 매력과 어우러졌다.
십대초인이라는 실력과 비밀 세력이라는 배경까지 합쳐졌으니 마음만 먹으면 파트너를 갈아 치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포기한다고?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들도 자기 관리에 실패하는 그걸?
사용하지 않는 것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이보다 더 확실한 진심이 있을까.
당장 나만 해도 정보를 읽는 순간 기프트 복사를 멈췄다.
아무리 탐이 나도 이건 아니지.
[상관없지 않아? 어차피 너 안 쓰잖아.]가만히 지켜보던 용용이 녀석이 한마디 한다. 헛소리한 대가는 나중에 치르도록 해 줘야겠지.
나는 막심 게데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담담한 저 눈이 왜 갑자기 슬프게 느껴지는 걸까. 대체 리그가 뭐기에 모든 걸 바쳐서라도 없애려고 드는 거지?
내 변화를 눈치 챘는지 막심 게데스가 말한다.
“이제 내 진심이 느껴졌나?”
“어, 느껴질 수밖에 없네.”
이런 내 반응에 제임스 리드와 버서커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말 안 해 줄 거다. 이건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할 비밀이다.
내 시선에 막심 게데스가 미소 짓는다.
녀석의 진심이 너무 절절하게 느껴져서 외면할 수가 없었다.
“…일어나라, 얘기는 들어 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