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누가 감히 날 평가하나.
레벨 9 제안이 들어왔을 때 든 생각이었다.
사실 초인 증명 과정을 거칠 때도 그러했다. 내가 필요로 여겼기에 임했을 뿐, 나는 기본적으로 누군가가 나를 시험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레벨 9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걸 판단하는 녀석들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자들이고, 날 이용하기 위해 끌어들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내 면전에서 그랬다면 머리부터 부숴 버렸을 거다.
막심 게데스가 오고 녀석에 대한 동정심으로 한결 누그러졌지만 내 생각이 바뀐 것도 있다.
너희들이 날 평가하겠다면 나도 너희들을 평가해 주겠다.
어차피 같은 것이 부딪치면 승자는 더 강한 것이 되기 마련이다.
실력 있는 초인을 수면 위로 끌어내는 효과도 있을 테고.
물론 전부 내 판단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거다.
좀 이상한 녀석들은 ‘불의의 사고’를 가정할 수도 있고.
“많이들 지원해 주면 좋겠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무려 명예를 나눠 주는 행동이다.
일종의 자원봉사다.
겸사겸사 어떤 기프트가 있는지 ‘우연한’ 상황을 만들어 탐색해 봐도 되고.
다만 내 딴에는 제법 질러 놓은 거라 뭐라 말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응?
주변의 반응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잠잠했다.
특히 미팅차 만난 이세희는 박수를 치며 감탄을 터뜨렸다.
“잘하셨어요. 판을 아예 뒤집어 버리는 행동, 인상 깊었어요.”
“그렇게 보였어?”
“네!”
“난 사고 쳤다는 말을 들을 줄 알았는데.”
“에이, 한 방 먹을 수도 있었던 상황을 뒤엎은 건데 감수하라고 둘 수 없죠. 그리고 준호 씨의 행동으로 미국도 발칵 뒤집혔을 거고요. 아마 지금쯤 머리를 감싸 쥐면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을걸요.”
하긴, 내가 이럴 거라는 건 선택지에 없었을 거다.
막심 게데스는 잔머리를 굴렸고, 나는 그에 응해 준 거니까.
며칠 봤다고 믿겠냐. 믿는 쪽이 오히려 호구다.
“그게 이 정도로 흔들릴 일인가?”
“네, 흔들릴 거예요.”
무슨 이유로 말하는지 들어 볼까.
이세희가 말을 이어 나갔다.
“레벨 9가 등장하기 전 십대초인은 그들의 기득권을 지켜 주는 상징이었거든요. 미국만이 아니라, 모든 강대국들, 서방 국가요. 물론 진짜 실력자에게 주어지는 호칭이고,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그들의 강함에 의심할 여지는 없었죠. 레벨 9로 이어지더라도 바뀔 건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권위는 과거부터 쌓아 온 역사와 세력에서 나오지만 현재도 간과할 수 없거든요.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초인에게 받는 평가라면 더더욱요.”
그러면서 날 빤히 바라본다.
그러니까, 십대초인을 평가하는 곳도 곳이지만 내가 암묵적으로 세계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 내 인정이 그만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내 생각이랑 많이 다르군.
사실 내가 보는 십대초인이나 레벨 9라는 것은 명품 백과 비슷했다. 있으면 좋지만 굳이 필요하지 않은 그런?
아니, 오히려 명품 백보다 못한 거 아닌가. 십대초인과 레벨 9는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도 없으니까.
일종의 귀속 아이템이군.
근데.
기준이 불분명한 잣대 말고 내가 제시한 게 더 간단하고 좋지 않나. 내게서 버텨 내면 레벨 9로 인정해 줄 것이다. 아주 확실한 조건이지.
뭔가 중세 시대 면죄부를 판매하는 느낌이지만 난 누구라도 봐줄 생각이 없으니까. 누구에게나 공평한 조건이지.
“그럼 많이들 지원하겠지?”
아주 많이 많이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
이세희가 웃었다.
“반응만큼 많은 사람이 지원하진 않을 거예요.”
“응? 아니야?”
“반향이 일어나는 건 준호 씨가 기존 질서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거든요. 굳이 비교하면 리그 같은 존재랄까? 목적이 분명하잖아요. 세계 최강의 초인이 인정해 준다는 것.”
하필 비교해도 리그라니.
“리그와 비교는 농담이고요. 기존 질서에 반하는 것에 호감을 느끼는 건 사실이에요. 실력도 받쳐 주니 믿음이 상승하고요. 그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딱히 호감 필요 없는데.”
“그렇긴 하죠. 하지만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때 필요한 것이기도 해요.”
필요한 것이라, 참 복잡한 이야기다.
“실제로 한국의 초인들은 준호 씨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죠.”
백군서도, 이찬택도, 류광호도 날 좋게 생각한다고 한다.
그것이 내가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는 원천이란다.
기득권의 인정 같은 건가?
“그리고 실제로 아방가르드 길드 내부에서는 여러 가지 논의가 오간다고 해요.”
“무슨 논의?”
“이찬택 초인님도 한계를 실감하고 있는 거죠. 나날이 마물은 강해지고 있는데 발전하는 속도는 그걸 쫓아가지 못하고 있으니.”
순응이냐, 도태냐.
자기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머릿속이 복잡하겠네.”
“네. 저희처럼 준호 씨의 끈을 잘 잡아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경우는 별로 없거든요. 준호 씨에게 늘 감사하죠.”
이세희는 그리 말하지만 난 신성그룹과 매우 건전하게 기브 앤 테이크가 이루어진다고 보고 있다.
특별히 감사할 것도, 감사받을 이유도 없다고 봤다.
뭐, 이렇게 서로의 유용함을 인정한다면 불필요한 분쟁은 벌어지지 않겠지.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몰라도 사실 난 평화를 좋아한다.
* * *
집으로 돌아오니 날 향한 윤희의 눈초리가 매우 흉흉했다.
드라마도 안 보고 별일이군.
“사고는 댁이 치는데 왜 귀찮아지는 건 날까?”
“누가 그랬냐? 없애 줄까.”
“그 원인을 만든 인간을 없애 주면 좋겠는데.”
“누군데.”
“그쪽.”
윤희가 날 가리킨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날 없앨 순 없지.
“자살하는 취미는 없어서.”
“싸울까?”
윤희의 얼굴이 흉흉해지며 사나운 기세가 발산되었다.
요즘 아주 쌈닭이 다 되어 간다. 눈을 치뜨고 노려보니 귀찮은 일이 벌어질 거 같아 슬쩍 시선을 피했다. 상대를 말아야지.
한숨을 푹 내쉰 윤희가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래서 진짜 레벨 9 평가할 거야?”
“어.”
“그게 정확한 측정이 돼?”
“막심 게데스를 상대해 봤으니 그걸 기준으로 삼으면 되겠지.”
“어, 음. 지나치게 높은 거 같아.”
“그럼 아무나 레벨 9가 되는 줄 아냐.”
“그렇긴 하네.”
머리가 복잡한 듯 한숨을 내쉰 윤희는 자기 생각에 대해 밝히기 시작했다.
“저번에 내가 말했지? 십대초인 대부분이 강대국 출신인 건 신뢰가 있어서라고.”
“그랬지.”
“오빠가 그 틀을 부순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그동안 잘 유지되어 왔던 걸 바꾸려 드는 게 딱 봐도 꿍꿍이가 있는 거 같으니까.”
윤희가 보는 눈이 좋군. 이세희랑 같이 다녀서인가. 역시 어울려 다니는 사람이 누구인가가 이렇게 중요하다.
“근데 귀찮은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잖아. 바보냐? 왜 쓸데없는 일을 자초해!”
“그렇게 보이냐?”
“응.”
기특하군. 걱정해 주는 건가.
하지만 윤희는 내 큰 그림을 모르고 있다.
전 세계 초인들의 기프트를 엿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전 세계 초인 숫자 급감할 소리 그만하고.”
…눈치챘군.
요즘 들어 눈치가 귀신같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이세희 옆에서 쓸 만한 걸 배우고 있군.
“아무튼 적당히 대립하다가 타협 봐. 귀찮은 일 자초하지 말고.”
“걱정해 주는 거냐.”
“나 귀찮기 싫어서 말하는 거야.”
걱정하면서 아닌 척하기는.
오빠를 걱정해 주는 동생몬에게 호의를 베풀어 줘야겠다.
난 윤희를 위해 뭐를 해 줄 수 있을까 하다가 좋은 걸 떠올렸다.
“알았어. 제임스 리드에게 말해 둘게.”
“뭘?”
“육체 개조 10회권, 내가 쏜다.”
제임스 리드의 과학적인 단련과 근성론은 인간을 가장 악랄하게 괴롭히는 훈련 방법이라더라.
이 세상에서 존재하면 안 될 끔찍한 혼종이라던가?
그만큼 효과는 확실하다고.
내 말에 윤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지, 지금 은혜를 원수로 갚는 거야?”
“동생의 발전을 위한 내 호의라고 생각해라.”
“차라리 날 죽여!”
동생을 죽일 수 있나. 조언을 해 준 동생을 향한 내 호의였다.
“아악!”
눈이 뒤집힌 윤희가 달려들었다.
그런 윤희를 곱게 접어 둔 뒤 방으로 돌아갔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 * *
늘 청와대에서만 보던 천명국이 내 사무실을 방문했다.
갑작스러운 방문이라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그를 맞이해 주었다.
따로 할 말이 있나 보다.
두 눈이 퀭하게 변한 천명국은 날 보며 말했다.
“최준호 초인님, 차라리 절 죽이시죠.”
“한창 일할 때인데 왜 그러십니까.”
“지금 하시는 행동이 절 죽이려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럴 리가요.”
“…….”
“무슨 일 있습니까?”
“아주 많이 있습니다.”
날 보다 한숨을 푹 내쉰 천명국은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내가 레벨 9에 대해 선언한 뒤, 타국 초인들의 요청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는 중이라 한다.
레벨 9에 대한 관심이다.
예상보다 반응이 뜨겁군.
기프트 탐색을 위한 내 빅 픽처가 제대로 발동하고 있다.
이제 곧 수확할 수 있는 건가.
하지만 천명국의 생각은 달랐다.
“찔러보는 거일 겁니다. 최준호 초인님을 이용해서 기존 강대국과 대립하는 구도를 만들어 보려는 거죠.”
“그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 흐름은 좋지 않습니다.”
“왜죠?”
“초인님이 저들의 얼굴마담으로 내세워질 수 있어서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네요.”
얄팍한 수작이긴 했다.
자기들이 대항하지 못할 거 같으니 날 떠미는 격이다.
그런다고 내가 자기들 마음대로 움직일 거 같나.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옭아매면 그만이다.
“명단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만. 그런데 이 명단은 어떻게 쓰시려고…….”
“명색이 레벨 9와 관련된 일이 아닙니까. 확실하게 처리해야죠.”
“…….”
천명국이 떨떠름한 얼굴로 날 보고 있었다.
마치 ‘제발 사고만 치지 마라.’ 같은 표정이었다.
누가 보면 내가 사고뭉치인 줄 알겠다.
난 그냥 사실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려는 것뿐인데.
“순서를 발표한 후 테스트받으러 오라고 말할 겁니다.”
“허!”
날 이용하려고 들었으면 이 정도도 감수할 각오는 했어야지.
이렇게 되면 둘 중 하나일 거다. 비웃음거리가 되어 포기하거나 떠밀리듯이 내 앞에 나타나거나.
이런 걸 굴러 들어온 기프트라고 봐야 하나.
“아,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정부와 관련 없이 제 독단으로 할 테니.”
“그게 될 리가 있습니까.”
“될 겁니다.”
“안 됩니다.”
천명국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 * *
표정이 잔뜩 흐려진 천명국이 청와대로 돌아가고, 얼마 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방문했다.
바로 아방가르드 길드의 이찬택이었다. 이번 북진에서 가장 열심히 사냥에 임했다고 하더니 저번에 봤을 때보다 살이 빠져 있었다.
무슨 일로 찾아온 거지?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 반갑게 맞아 주었다.
“오랜만이군, 잘 지냈나?”
“예, 잘 지냈습니다. 제 근황은 뉴스에서 많이 전해 줬을 겁니다.”
“요즘 언론을 잘 다루긴 하더군. 처음 봤을 때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야.”
사람이라면 늘 발전을 추구해야지.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난 이찬택에게 자리를 권하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는지?”
“요즘 TV를 장식하고 있는 소식을 접해서 말이지.”
“예.”
“정말 자네 손속을 버텨 내면 레벨 9가 될 수 있나?”
누가 보면 내가 만들어 줄 수 있는 걸로 착각하겠다.
난 이찬택의 착각을 바로잡아 주었다.
“공신력은 없습니다. 그냥 제가 실력을 판단하고 레벨 9에 적합하다는 말을 할 뿐이죠.”
“헤드 브레이커의 인정이면 확실하지. 자네의 신용은 초인들 사이에서 낮지 않아.”
“다른 초인들이요?”
“그럼 내가 다른 초인과 친분이 없는 줄 알았나? 타국 초인들과 제법 긴밀히 소통하고 있지. 그들에게 헤드 브레이커의 신용은 높고.”
그건 몰랐던 이야기다.
그러니까 이 말은 내가 레벨 9로 인정하면 장난이 아니라 상당한 인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로군.
“실력만 받쳐 준다면 레벨 9로 공표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군.”
이찬택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눈을 빛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설마 도전하려고 생각 중인 건가.
“그럼 도전해도 되겠나?”
“레벨 9가 되고 싶습니까?”
“그야 당연히. 생각도 못 한 얼굴인데? 모든 초인이라면 레벨 9와 관련해 흘러가는 상황을 유의 깊게 보는 중이지. 십대초인과 경우가 다르니까.”
“십대초인 체제에 불만이 있으셨습니까?”
“관심은 있지만 넘보지 못했다고 할 수 있지.”
하긴, 이세희나 윤희가 말하는 바에 의하면 초인들도 십대초인이 선정되는 과정에 굉장한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그 자리를 원한다고 했다.
레벨 9는 그보다 상위 개념이니 욕심을 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실력만 받쳐 준다면 말이지.
“왜냐면 내 실력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걸 알고 있거든. 하지만 사적으로 친분 있는 사람이 판단해 준다면 실패할 걸 알더라도 한번 내 실력을 객관적으로 알아보고 싶어지지.”
졸지에 전투력 측정기가 된 느낌인데.
이찬택의 눈을 보니 거짓이 아니었다. 보통 이런 말을 들었다면 기분이 안 좋겠지만 그동안 쌓아 온 관계가 있으니까.
그렇다면 어울려 줘야겠지.
“알겠습니다. 자리를 옮기시죠.”
“음.”
훈련장으로 자리를 옮긴 우리는 곧장 대결을 벌였다.
이찬택과 직접 손을 섞은 적은 없지만 누리 사냥 때 지켜본 게 있고, 여러 경로로도 정보를 접했다. 철심이라 불릴 만큼 냉정함으로 무장했지만 대결에 임할 때는 그 이명이 무색할 정도로 자신의 감정, 밑천을 드러냈다.
솔직히 말하면 무색무취다. 기본은 탄탄하지만 특별한 특색도 없는.
기프트가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그보단 자기 방식이 옳다고 믿는 것이 고집으로 변해서 고지식한 게 굳어 버린 것 때문일지도.
“어떤가? 솔직한 대답을 해 줬으면 좋겠네.”
“많이 부족합니다.”
시즌 1호 탈락이다.
이찬택이 쓰게 웃었다.
“역시 그런가. 한때는 기프트가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기프트가 있었어도 비슷한 결과였겠지. 내 한계가 이 정도일 테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는데 결국 그 정도에 불과했나.”
많이 다급해 보인다.
뭐 때문에 그런 거지?
이세희가 말했던 게 떠올랐지만 그 정도로 급할 이유가 있나?
“몇 가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지금보다 나아질 겁니다.”
“나 혼자서는 무리겠지. 세상이 날 기다려 주는 건 아니니까.”
“…….”
나한테 한탄하러 온 건가.
남의 앓는 소리 들어 주는 취미는 없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이찬택의 말이 이어졌다.
“만약, 만약에 말인데. 내가 기프트를 개방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하면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을 거라 보나?”
“12궁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초인이 되어 그 정도만 되어도 엄청나지. 12궁은 세계를 주름잡는 강자들이니.”
일반적으로 초인들도 세계를 주름잡는다고 하던데.
하긴, 성공에 대한 욕구가 남다른 인물이었으니까.
현재 돌아가는 상황이 실감되겠지.
플러스 단계 마물을 사냥하면서 주제 파악도 되었을 것이고.
“말하다 보니 한탄이 길어졌군. 오늘 내가 찾아온 목적은 그게 아니었는데.”
이찬택이 몸을 일으켰다.
“다른 목적이 있었습니까.”
“미몽에서 깨어날 충격이 필요했던 거지. 겸사겸사 내 주제를 파악하고.”
이찬택의 기세가 바뀌었다.
처음에는 뭔지 몰랐다가 시선을 마주하고 나서 알 수 있었다.
욕심이 사라져 있었다. 한때 모든 걸 쥐겠다는 악착같은 욕심이 존재했다면 지금은 모든 걸 내려놓은 듯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근데 뭘 내려놓은 거지?
“최준호.”
“말씀하십시오.”
“아방가르드 길드를 인수할 생각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