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솔직히 말하면 난 김효준이 사이비 녀석 본체인 줄 알았다. 기프트 혹은 성형 수술을 통해 얼굴을 바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대신 브레인워싱을 하면서 녀석의 흔적을 감지했다. 조심성 많은 녀석답게 직접 잠입한 게 아니라 꼭두각시를 들여놓은 것이다.
그것도 중국에 포섭된 첩자를 끌어들여서. 이러면 자신의 존재는 지워지고 첩자의 존재감이 부각되니 꽤 영리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녀석이 모르는 게 있었으니, 저번 생에서 내가 놈을 상대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빈틈없고 치밀하게 자신을 가리지만 기어이 녀석을 찾아내서 죽인 적 있던 나였다.
그때보다 더 젊고 경험이 덜 쌓인 녀석을 상대하는 것은 내게 있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청와대 밖으로 나온 나는 즉시 국가수호국 인원과 합류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국가수호국 공무원 헌터를 이끌고 있는 것은 정다현이었다.
“여길 어떻게?”
“초인님과 관련된 일이라 해서 지원했습니다. 노 국장님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노 국장님이 허락하셨다고?”
“네! 제가 최준호 초인님 전문가로 인정받아 임시로 이끌게 되었습니다.”
내 뜻을 잘 파악하고 국가수호국 각성자들을 부렸던 정다현이라면 든든하지.
지금도 봐라, 공식적인 자리라고 깍듯한 자세를 취하지 않는가.
노국철 국장은 다른 의미로 정다현을 든든하게 여긴 것 같았지만 거기까지 캐물어 볼 이유는 없겠지.
난 정다현과 함께 이동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리그 관련 인물을 체포할 생각이야.”
“쉽지 않겠네요.”
“평소라면 그렇겠지.”
“네, 오빠가 나섰으니까요.”
“맞아.”
“저희가 방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어떤 일을 하면 될까요?”
“주변 일대 봉쇄 및 검문.”
“말이 나올 수 있겠네요.”
현재 가고 있는 지역이 난민 밀집 지역이기에 더더욱.
나도 이 부분을 놓고 걱정이 들긴 했지만 정다현이 온 이상 걱정하지 않았다.
“신경 쓰지 말고 진행해. 여기서 놓치면 두고두고 골치 아파질 녀석이니까.”
“네. 그럴게요.”
내가 그렇게 평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면서 정신을 중무장하겠단다.
사이비 녀석이 특별하긴 했지.
지금은 죄가 크지 않지만 경험이 쌓이고 세력이 커지면 온갖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녀석이니까.
꼭두각시를 이용한 자폭 작전부터 시작해서 브레인워싱을 사용하려면 인격을 파괴하는 게 좋다며 온갖 비열한 수단을 서슴지 않았다.
인격 말살을 위해 각종 고문을 일삼았지.
차라리 깔끔하게 죽일 것이지.
그 모든 것을 자신의 위엄을 과시하는 데 사용했던 미치광이가 바로 사이비 녀석이다.
“쓰레기는 보이는 즉시 치워야지.”
내 말에 정다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함께 금천구로 향했다. 마물 등장 이후 서울에서 가장 치안이 좋지 않은 곳으로 전락한 이곳은 난민촌이 복잡하게 난립해 있다. 사이비 녀석은 여차하면 난민들 속에 뒤섞여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겠지.
잔머리를 어떻게 굴리고 있는지 추측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후에 있을 일은 다 내가 책임진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녀석은 무조건 검문해.”
“네!”
“그리고 별생각 없이 지나칠 정도로 수수한 녀석도 잡아. 그렇게 위장하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이상한 녀석은 제정신이 아닐 확률이 높다.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꼭두각시니까. 자기 목숨을 소모품처럼 사용할 수 있으니 이 부분 주의하고.”
“…네!”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정다현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사이비 녀석은 위기에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남을 놈이라서.
정다현이 본격적으로 거점 봉쇄에 들어가고, 나는 다시 한번 사이비 녀석에게서 느껴졌던 파장을 되새겼다.
국가수호국 인원을 차출한 것은 정확한 위치를 짚기 힘들어서다. 자신이 세뇌한 각성자를 꼭두각시로 부리던 것은 녀석의 흔한 수법이었고, 그 자신은 철저하게 심처에 틀어박혔다.
인형술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은 살아 있는 사람을 세뇌할 수 있다는 것이고,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브레인워싱으로 초인조차 세뇌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도 하고 싶지만 녀석처럼 하는 건 불가능하더라.
“이 근처인데.”
난 어지럽게 난립한 주택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딱 봐도 샛길을 이용하기 좋게 조성되어 있고, 사람들의 기척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다.
전형적인 사이비 녀석 방식의 숨기였다.
“혈종이면 못 찾겠지만 난 다르거든.”
주위를 둘러본 나는 곧장 움직였다. 무수히 많은 집들이 난립한 곳에서 녀석을 찾는 것은 요원하게 보였다.
하지만 저번 생에서 내 손으로 사이비 녀석을 죽이며 깨달은 몇 가지 특징을 기억하고 있다.
놈은 신의주에서 자신의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왕처럼 살아왔다. 그런 녀석이 포기하지 못하는 게 있는데, 바로 식과 주였다.
의(衣) 또한 자신의 위엄을 드러내기 위해 애용했지만 여차하면 도주할 때 기꺼이 허름한 옷을 선택한다. 하지만 산해진미와 안락한 거처는 포기하지 못했다. 그것이 녀석의 어린 시절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거 같은데 딱히 궁금하진 않다.
난 주변 주택 중 가장 큰 곳을 찾았다. 낡아 빠진 주택에 둘러싸여 허름하다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보면 깔끔하게 잘 관리되어 있다.
딱 봐도 사이비 녀석의 취향이 반영된 곳이다.
“오랜만에 면상 한번 볼까.”
내가 주의해야 할 건 보자마자 죽이지 않는 것이다.
놈의 얼굴을 보면 저번 생에 저지른 온갖 엽기적인 짓이 다시 생각날 거 같아서.
“주의해야지.”
* * *
한편, 정다현이 이끄는 국가수호국 각성자들은 다소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봉쇄에 나선 국가수호국 각성자들에게 난민들이 생각보다 거칠게 저항하고 나섰던 것이다.
이는 다분히 의도적인 행동이다.
“지금 중요한 범죄자를 수색 중에 있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참아 주시길 바랍니다.”
“너희가 필요할 때만 봉쇄하고! 중심지에 사는 사람들만 시민이라는 거냐!”
“우리한테는 하루 일당이 걸려 있다고!”
“국가수호국은 우리에게 보상하라!”
“보상하라! 보상하라!”
난민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그동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은 그들은 정부 입장에서 골칫덩어리였는데, 건수를 잡자 격렬한 반발을 보인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보상을 노리며 난장을 부리고 있다는 말이 옳았다.
공무원 헌터는 신분이 보장된 시민에게는 일절 터치하지 않았다.
“…….”
국가수호국 각성자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라고 해서 강압적인 수단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위에서 명령이 떨어진 만큼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럴수록 난민의 기세가 등등해졌다.
“이놈들아! 너희가 해 준 게 뭐라고!”
“제멋대로 공무 수행을 할 거면 보상을 내놓으라고!”
“보상 내놔! 정부의 개들아!”
공무원 헌터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물러설 때였다.
“뭐 때문에 그러시죠?”
그때 정다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얼굴을 알아본 난민들이 악착같이 달라붙었다.
“너희 멋대로 우리 생계를 박살 내놓고 협조하라는 게 말이 되냐!”
“맞다! 보상 내놔라! 정부의 개들!”
“…….”
잠시 멈칫했던 정다현은 자세한 보고가 곁들여지자 표정이 차가워졌다.
생계를 위해 일한다는 것도 거짓이고, 정부의 지원 제공 약속도 거절하고 막무가내로 보상을 바라는 이들이었다.
예전의 정다현이라면 좋은 말로 그들을 달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의 빌런이 무고한 천 명, 그 이상의 시민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최준호의 생각에 동감하게 된 지금, 약자가 옳지도, 선하지도 않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범죄자 체포 작전 진행 중입니다. 더 이상의 방해는 용서하지 않겠어요.”
그러자 덩치 좋은 남자 하나가 나섰다.
그는 흉흉한 기세를 발산하며 정다현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취했다.
“네가 아무리 그래도…….”
퍽!
격렬하게 항의를 하려던 난민이 충격파에 튕겨 나갔다.
“…….”
모두 경악한 표정으로 손을 쓴 사람을 바라봤다. 정다현이 진압봉을 든 채 싸늘한 기세를 발산하고 있었다.
“지금 공무 집행 중입니다. 방해하면 모두 체포하세요.”
“팀장님, 하지만…….”
“최준호 초인님이 나선 상황이에요.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거예요?”
“…….”
정다현의 말에 공무원 헌터들이 입을 닫았다. 그때, 충격파에 쓰러졌던 난민이 소리 질렀다.
“아악! 공무원이 사람 팬다!”
다분히 주변의 시선을 끌기 위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걸 보고도 정다현의 표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빠악! 하는 소리와 함께 소리를 지르던 난민의 고개가 돌아가며 의식을 잃고 끈 떨어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가차 없는 정다현의 손속에 공무원 헌터들은 물론, 항의하던 난민들도 굳었다.
“조금이라도 반항하는 사람은 모조리 잡으세요. 과격한 진압도 허용합니다. 우리는 지금 빌런 체포 작전 중입니다. 여기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도 빌런입니다.”
“예!”
정다현의 기세에 압도된 공무원 헌터들의 얼굴에 결연한 기색이 서렸다.
* * *
장인성은 바깥 상황을 보았다. 심상치 않은 기류가 꼭두각시들을 통해 전해졌다.
저들은 자신을 잡으러 온 것이다.
“상황이 쉽지 않게 흘러가는데.”
이런 상황은 계산에 둔 적이 없었다. 자신을 따르는 꼭두각시를 이용한다면 들키지 않고 일을 처리하기 좋고 설사 들키더라도 꼬리를 쉽게 자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청와대에 잠입시킨 꼭두각시부터 시작해서 바깥에 있는 소모품까지, 모두 자신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고 있었다.
“너무 쉽게 생각했나? 아르고스에게 체면을 좀 구기겠어.”
장인성은 자신이 상황을 쉽게 보고 덤벼들었음을 인정했다. 청와대 잠입까지는 손쉽게 해치웠으나 최준호의 능력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 브레인워싱을 없애 버렸고, 흔적까지 발견해서 이 근처에 도달했다.
“역시 헤드 브레이커라는 건가.”
무지막지한 손속만 내세운 무식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왜 세계 최악의 빌런 조직인 리그에서 그토록 경계하는지 일면을 엿본 느낌이었다.
사실, 그동안 들은 성과만 해도 쉽게 믿기 힘든 것들이었다.
장인성은 그것들이 다분히 과장된 거라 생각했다. 자신이 신도들을 거느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그 부분이었으니까.
헤드 브레이커 또한 한국에서 영웅을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성과를 몰아주고 부풀린 거라 보았다.
하지만 지켜보니 일부는 인정해야 할 듯싶었다.
여기에서 더 상대하다가는 자신이 말리게 생겼다.
“일단 자리를 피해야겠어.”
자리를 벗어난 뒤 몇 달은 쥐 죽은 듯이 지낼 생각이었다. 중국의 소행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굴을 파 놓았으니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느라 시간을 허비할 것이다.
마음을 먹은 즉시 장인성은 난민들이나 입는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우선 인천으로 피신해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포위망이 좁혀 온다 싶으면 동남아시아 쪽으로 피할 생각이었다.
꼭두각시를 이용해서 주변에 혼란을 야기했다. 그리고 주변 지역을 벗어나려던 순간, 제지하는 인원이 있었다.
“지금 밖으로 나가실 수 없습니다.”
공무원 헌터였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현재 흉악한 빌런이 근처에 있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택으로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일이 있어도 말입니까?”
“양해 바랍니다.”
역시 벗어나는 게 쉽지 않다. 장인성은 짧은 순간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러 헌터들이 체계적인 포위망을 구성해 놓았기에 가로막은 녀석을 죽이더라도 바로 발목을 붙잡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무력이 아닌 다른 수법으로 포위망을 돌파해야 한다.
장인성은 감정에 몰입해서 얼굴 위로 ‘슬픔’을 띠웠다. 그의 기프트인 브레인워싱은 공감을 기본으로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감대를 끌어내면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을 한다. 감정 이입은 곧 연결과 교류를 의미했다. 이 틈으로 ‘공감’이 담긴 키워드를 통해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공감하도록 브레인워싱을 시전하는 것이다.
완전한 꼭두각시로 삼기 위해서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약간의 틈을 만드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슬픔이 가득한 장인성의 눈을 본 공무원 헌터가 흠칫했다.
“동생이 아픕니다. 잠깐, 잠깐만 밖으로 나가면 안 되겠습니까?”
“음, 어렵습니다.”
“위급한 상황입니다. 여기에서 간신히 치료비를 벌었는데 늦기라도 하면 동생은…….”
“…….”
차마 말을 끝맺지 못하자 공무원 헌터의 표정이 크게 흔들렸다. 고지식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가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 크게 우려되었던 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공무원 헌터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크게 수상한 점이 없으니 보내 드리겠습니다. 동생분이 완쾌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얼른 가시죠.”
“예!”
장인성은 성공적으로 검문을 지나쳤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할 때였다.
바로 앞에 한 인영이 나타났다. 그 얼굴을 본 장인성은 순간 몰입이 깨져 크게 흔들릴 뻔했다.
최준호가 어떻게 이곳에 있단 말인가?
살짝 고개를 숙이고 지나치려고 했지만 최준호의 집요한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브레인워싱을 다루는 기술은 여전한데?”
“무슨 말씀이신지? 헌터님, 저는 지금 가 봐야 합니다. 이러다 동생의 치료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한시가 급합니다.”
“너 동생 없잖아.”
“있습니다.”
“동생이 있다고?”
“대체 왜 그러십니까? 제발 보내 주십시오! 이러다 늦으면 제 동생은…….”
극한의 몰입을 통해 절절한 감정이 묻어 나오는 연기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최준호가 몹쓸 짓을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피식 웃고 있는 상대에게는 브레인워싱의 ‘공감’이 조금도 먹혀들지 않았다.
마치 감정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 같았다.
그때 청천벽력 같은 말이 떨어졌다.
“사이비 장인성.”
“……!”
“신의주에서 이걸로 재미 좀 봤지?”
“그, 그게 무슨.”
“리그에서 무슨 지시를 받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 네 머릿속에 든 게 필요하거든?”
눈앞의 잘생긴 남자, 최준호가 차갑게 웃었다.
“머리 안에 든 거, 다 꺼내 놓자. 네가 추종자들에게 브레인워싱을 사용하면서 말했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장인성이 늘 떠들던 말이었다.
신적인 존재로 군림하면서 신도들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는다. 더 이상 아무것도 없는 텅텅 빈 상태가 되면 가차 없이 ‘처분’을 일삼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육신의 탈을 벗어던지면 천국으로 갈 수 있다고 떠들었지.
그 말을 자신이 고스란히 돌려받게 될 줄은 몰랐다.
“이제 너도 행복해지자.”
* * *
사이비 교주 장인성은 저번 생에 내 손에 죽을 때도 레벨 7에 도달했지만 전투력은 그리 높지 않았다.
이번 생에서는 십수 년 앞당겨서 만났다 보니 레벨 6에 불과했다.
대신 전투 능력은 좀 더 나았는데, 저번 생에서는 자기 추종자들이 늘어나다 보니 전투할 기회가 사라져 자연스럽게 퇴보했나 보다.
결국 양팔이 부러지고 다리도 부러진 채 무릎을 꿇고 내 손에 머리가 붙들린 신세가 되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세로 전락하자 본 모습을 드러냈다.
“아, 안 돼! 나는 장인성이다! 세계를 지배할 운명을 타고난 지도자라고! 이런 냄새나는 곳에서 최후를 맞이할 수 없어!”
권력에 집착하던 녀석들의 마지막은 항상 그렇듯 추하다. 저번 생에도 비슷한 말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람은 바뀌지 않는 건가.
나도 저렇게 되려나?
아니, 생각해 보니 난 저렇게 권력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헤드 브레이커! 최준호 초인님! 필요한 정보를 모두 불겠습니다! 리그에 대한 정보도 많이 알고 중국에 대한 정보도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삶에 대한 집착도 저번 생과 다를 바 없었고.
난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녀석을 보고 말했다.
“어차피 브레인워싱으로 네 머리에 든 걸 다 꺼내면 되는데 왜 너한테 물어보냐.”
“……!”
뱀같이 교활한 혓바닥을 지닌 녀석의 말을 들어 봤자 정신만 오염될 뿐이다.
“아, 안 돼!”
내가 손을 뻗자 녀석이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면서 괴성을 질렀다.
하지만 내가 브레인워싱을 발동하자 눈이 멍하니 풀리기 시작했다. 난 녀석에게서 본격적으로 정보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중국 내부의 상황, 중국과 류광철의 관계, 그리고 리그로 향하게 된 계기와 리그에서 부여받은 임무에 대해 낱낱이 듣게 되었다.
어쩐지, 심처에 꽁꽁 숨어 있던 녀석이 왜 나타났나 싶었는데 내가 자기 얼굴을 모르고 있을 거라 생각했나 보다.
그래서 무덤에 제 발로 걸어 들어왔구나.
운이 좋군.
그리고 수확이 하나 더 있었다.
“이건 쓸모 있는데?”
리그의 본거지 중 하나를 알아내는 성과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