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불시 검문이 끝났다.
국가수호국 공무원 헌터들은 포위망을 풀고 정다현의 인솔하에 한자리에 모였다.
그런데 격전이 벌어졌나? 주변을 둘러보니 한 차례 전투가 벌어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슬쩍 보니 다들 정다현의 눈치를 보며 주춤주춤 물러나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나 싶었다.
음.
내가 거기까지 터치할 부분은 아니겠지.
나도 공무원 헌터가 모인 곳으로 가서 갑작스러운 동원에 수고해 준 공무원 헌터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다현은 내 손에 붙들린 장인성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인가요?”
“맞아.”
“겉모습만 보면 그렇게 극악무도한 사람인 줄 모르겠네요.”
“악이라는 게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으니까. 이 녀석이 저지른 일들을 들어 보면 꽤 놀랄걸?”
사람을 꼭두각시로 만들어 제멋대로 조종하는 걸 보면 보통 극악무도한 게 아니다.
아직 악행이 커지기 전이라 다행이지, 나중에는 장난이 아니게 된다.
“그 정도인가요?”
“다음에 말해 줄게.”
“네.”
“그리고 이거.”
나는 사이비 녀석 체포를 위해 기꺼이 움직여 준 공무원 헌터들에게 성의를 표하고자 카드를 내밀었다. 맛있는 거 원 없이 사 먹으라는 말에 환호가 터졌다.
정다현과 공무원 헌터가 장인성을 체포한 뒤 돌아가고, 홀로 남은 나는 장인성에게 얻은 정보를 곱씹어 보았다.
“리그 본거지라.”
예상치 못한 수확을 그냥 놓칠 생각은 없었다.
기왕 얻어냈으니 제대로 써 먹어야겠지.
옆에서 지켜보던 용용이가 한마디 했다.
[설마 거기까지 쳐들어가려고?]“귀찮게 구는 녀석들인데 당연히 처리해야지.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니야.”
먼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여럿 있고, 다짜고짜 쳐들어가기에는 리그도 만만한 세력이 아니니까.
물론 제대로 싸우면 전부 저승길 동지로 만들어 줄 생각은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내가 어떻게 버티다 제정신을 되찾았는데 이 삶을 포기할까. 내 생명은 최대한 챙기면서 죽일 놈을 죽일 것이다.
“바로 쳐들어가자고 할 줄 알았냐.”
[응, 넌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잖아.]아주 사람을 단순무식 끝판왕으로 몰아가는군. 어떻게 상대를 제거할지 내가 얼마나 차분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본거지라고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쳐들어갈 생각을 한 것은 리그가 기본적으로 점조직 체제라서 그렇다.
거대한 전력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고, 핵심 전력이라 볼 수 있는 12궁은 한자리에 모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여러 개의 본거지에 거길 지키는 인력도 따로 배치되어 있으니 하나쯤은 내가 습격해도 감당할 수 있을 듯했다.
혹시 모르니 보험도 준비하고.
중국 쪽 첩자 간파를 위해 위하오를 부른 건데 이게 예상하지 못한 묘수가 되어 나타나겠군.
“바로 가 볼까.”
* * *
4선 의원이자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김광성이 청와대를 방문했다.
굳은 표정으로 안을 둘러보던 그는 두 눈이 멍하게 풀려 있는 아들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효준아.”
“…….”
가까이 다가가 이름을 불렀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김광성은 이것이 어떤 현상인지 잘 알고 있다.
최준호가 가진 브레인워싱, 한 번 당하면 두 번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없는 악랄한 정신계 수법이다.
범죄자들에게 브레인워싱을 사용한다고 할 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놈들에게 인권 따위는 사치였고, 한시라도 빨리 세상에서 지워 버려야 하는 만큼 브레인워싱은 ‘효율적인 수단’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사람에게 사용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그걸 아들한테 써 버렸다. 이제 아들의 정신은 영원히 되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그토록 악랄한 수법을 아들한테 사용했다고? 김광성의 눈이 뒤집히려고 할 때 가까이 다가온 대통령이 말했다.
“광성아.”
“형님.”
평소에는 깍듯하게 대통령님이라 불렀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앉자. 앉아서 얘기하자.”
“아들이 백치가 되었습니다.”
“…….”
“이걸 제가 참아야 하는 겁니까.”
“그 전에 나도 물어볼 게 있다.”
굳은 대통령의 표정에 김광성이 자리에 앉았다. 김광성은 지지 않고 대통령의 눈을 마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다음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충격을 받았다.
“너와 중국의 관계에 대해 듣고 싶다.”
“효준이가 이렇게 된 게 그거 때문입니까?”
고작, 고작 그거 때문이라고? 그저 문제가 되지 않을 선에서 제공받았을 뿐이다. 중국은 이웃 국가고 대국이니까. 계속 사이가 나쁠 것 없이 적정한 수준에서 좋은 관계를 구축하면 된다.
중국에서 자신에게 그 역할을 부탁했고, 중국과 대한민국의 친교를 위해 기꺼이 가교 역할을 수행할 생각이었다.
“최준호 손에 걸렸으니까. 효준이는 모든 걸 우리에게 털어놓았다.”
“그건 단순한 기만술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온갖 접대와 향응을 제공받아 놓고?”
“중국의 성의 표시였습니다.”
“진짜 네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대통령의 표정에 분노가 서렸다.
조사 결과, 김광성이 중국 측에 제공받은 접대와 향응은 사실로 드러났다.
그래서 대통령은 물어보고 싶었다. 무슨 생각으로 받았는지.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기만술이란다. 자신에게 아무 말도 없이 받은 것은 절대 저 말로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에 오히려 김광성이 열을 냈다.
“그걸로 형님과 국가에 대한 제 충성심이 무너질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제가 보여 준 모습이 있지 않습니까. 그걸 보고도 절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허.”
“대한민국과 중국을 위해서였습니다! 지금처럼 대립 관계가 오래 이어지면 위험하다는 걸 형님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는 좋은 관계를 위해 그들의 호의를 받아들인 것뿐입니다.”
“결국 널 위해서란 말을 복잡하게 꼬아서 하는구나.”
“저는 그동안 형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진창을 구르다 이제 약간, 아주 약간 맛을 본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형님은 제 아들을 지켜 주지 않았습니다. 이걸 제가 그냥 넘어가야 하는 겁니까?”
김광성의 기세는 거칠었다.
대통령은 더 이상 설득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아들이 백치가 된 충격 때문일까, 무슨 말을 해도 납득할 기세가 아니었다.
‘아니, 변한 거겠지.’
아무것도 없던 옛 시절과 지금의 처지는 다르다.
대통령은 현재의 자신과 김광성을 옛 기억에 얽매여 생각했다는 걸 인정했다. 둘은 더 이상 옛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차라리 내게 말했다면 정당한 방법으로 챙겨 줬을 거다.”
“형님은 절 믿지 못하시는군요.”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얻어야 하는 걸 말했을 뿐이다.”
“그것이 믿지 않겠다는 걸로 들립니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
수십 년 넘게 쌓아 온 우정이라도 금이 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대통령은 김광성이 자신의 후광을 빌려 제멋대로 판단해서 제멋대로 받아먹은 것을 보고 믿음을 잃었다.
김광성은 그 전에 자기 아들을 지켜 줘야 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허튼짓하지 마라.”
“아들을 잃었습니다. 지금 제 귀에 그 말이 들릴 거라 생각하십니까?”
“최준호를 건드려서 제 명대로 산 녀석이 없다. 난 네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길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나씩 양보하다 녀석에게 휘둘리게 된 겁니다. 전 형님과 다릅니다.”
그 말은 최준호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말로 들렸다.
대통령은 뭐라 말을 더 하려 했지만 김광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김효준을 데리고 나가는 속도가 더 빨랐다.
이렇게 수십 년 동안 쌓은 친분이 날아갔다.
그 허망함이 없다고 할 수 없어 대통령은 의자에 몸을 깊이 묻었다.
“골치 아프군.”
“대통령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내 잘못이 아니라 해도 이 상황을 초래하게 된 것만으로 내 책임이지. 그게 내 잘못인 거고.”
과격하지만 확실한 증거를 쥔 최준호를 무시할 수도 없고, 수십 년 동안 동고동락한 동료가 이대로 몰락하는 걸 지켜보기도 힘들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에 대통령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김광성이가 딴짓 못 하도록 당에 일러두게. 손속이 과하다 해도 명분은 최준호에게 있으니까. 이번 일이 불거져 봤자 우리에게 좋을 게 없어.”
“전달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일에 정치적 계산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게 슬프군.”
쓰게 웃는 대통령을 보며 천명국은 조용히 동감을 표했다.
* * *
곧장 개성을 거쳐 평양으로 향했던 나는 정주호를 만나자마자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또 사고 치고 온 거냐? 저리 가, 훠이.”
“사람을 아주 사고뭉치 취급하네요.”
“사고 친 거 맞잖냐. 천 실장님한테 대충 다 들었거든?”
음, 언제부터 내부에서 첩자를 잡은 게 사고를 친 게 된 걸까.
천명국을 보면 따져야겠군.
“무슨 생각으로 저지른 거냐?”
“눈에 보여서요. 딱 봐도 첩자인데 가만두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
“…하, 거기 양반들 복잡하게 얽힌 걸 풀지도 않고 네 마음대로 잡아 버리니 문제가 되는 거 아니냐. 이거 내부에서 한번 거하게 폭발하겠네. 뭐, 나야 여기 있으니까 상관없긴 하지. 평양에 좀 더 남아 있을 거라 해야겠다. 네 일은 네가 알아서 잘 해결해라.”
제3자의 입장에서 남의 일처럼 말하는 모습이 은근히 얄미웠다.
“위하오와 연락은 됐습니까?”
“어, 연락하니 바로 받더라. 날짜를 묻던데?”
“바로 만나도록 하죠.”
“그렇게만 전달하면 되냐?”
“예.”
“알았다. 그럼 바로 연락할 테니 어서 가 봐라.”
굳이 망설일 일이 아니니까 서두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음, 그런데 정주호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날 빨리 쫓아내려는 느낌? 내가 과민 반응하는 게 아닐까 싶어 물었다.
“저 쫓아내려고 그러는 거 아니죠?”
“쫓아내긴. 언제 사고칠지 모르니까 빨리 보내려는 거다.”
“…….”
그 말이 그거 아닌가. 내가 무슨 자리에 있는 족족 사고 치는 폭탄인 줄 알겠다.
괜히 억울해졌다.
“저 못 믿어요?”
“그럼 믿겠냐.”
“와.”
“괜히 사고 치지 말고 빨리 가. 훠이.”
그래도 한때 부하 직원이었는데 이런 취급이라니, 좀 섭섭하군.
결국 평양에서 몇 시간 머물지도 못하고 쫓기듯 나온 나는 곧장 신의주로 향했다. 그리고 장인성의 본거지이자 한 번 만난 적 있던 장소에서 위하오와 재회하게 되었다.
이제 사이비 녀석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이렇게 일찍 보게 될 줄 몰랐군.”
“나도 마찬가지야.”
“날 다시 보고 싶다고 했다는데.”
“일단, 내가 궁금한 것부터 해결하고.”
“말해라.”
“중국에서 나 죽이려고 애쓰는 중이냐?”
위하오가 그게 무슨 질문이냐는 듯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연히. 현재 당에서 제거해야 할 1순위를 정한다면 그게 바로 너다.”
“그래서 사람을 여기저기 포섭하고?”
“그건 우리만이 아니라 너희도 마찬가지일 텐데.”
“그래?”
“분명한 건 중국 내에서 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이고 싶은 대상이다.”
황당하다는 반응에 물어본 내가 오히려 이상해진 기분이었다. 누가 보면 실수라도 한 건 줄 알겠군.
청와대에 첩자 심는 게 흔한 일이었나.
대통령에게 중국에도 저렇게 첩자를 심는 건지 물어봐야겠다.
“이제 날 부른 용건에 대해 이야기하지.”
“내가 너한테 필요한 게 생겨서. 내 부탁을 들어주면 네가 원하는 걸 들어줄 거다.”
“흥미로운 제안이로군. 우선 들어 볼까.”
“그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건지 살펴보자. 와 봐.”
“그러지.”
위하오는 순순히 내게 머리를 맡겼다. 나는 위하오의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는 고독의 존재를 감지하고 조용히 포스를 운용했다.
처음에는 잠잠하던 고독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내 포스를 감지했는지 격렬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큭!”
일그러지는 위하오의 표정. 고독은 더 거세게 날뛰었다. 이제 포스를 거둔다고 해도 멈출 거 같지 않았다. 나는 방법을 바꿔 기프트를 사용했다.
[잠들어라!]내가 혜광심어로 의지를 실어 말하자 날뛰던 고독이 곧장 얌전해졌다. 그러다 이내 미동도 없이 잠들었다.
“작은 놈이 꽤 거칠게 날뛰네.”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위하오의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십대초인이라 불리는 강자도 머릿속에서 날뛰는 녀석은 당해 낼 수 없나 보군.
“이게 살아 있으면 딴짓을 못 하는 거냐?”
“당의 지시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어길 경우 지금보다 더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게 되니까. 지금 이건 어떻게 한 거지?”
“잠재웠어. 잠깐이지만 자유로워진 거다.”
혜광심어가 이래서 쓸모가 있군.
위하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왜 제거를 하지 않은 거지?”
“널 어떻게 믿고 바로 제거해 주냐. 내가 원하는 걸 들어주면 약속대로 제거해 주지. 어떠냐.”
“…이래서 장우위안이 살아 있었어야 했는데.”
걔, 내가 죽였는데.
굳이 말하진 않았다.
불길이 이는 눈으로 위하오가 날 노려보았다. 태도가 좀 재수 없네?
“불만이면 돌아가든가.”
어차피 이 건에서 우위에 있는 건 나다. 불만이 있으면 판을 깨도 되고. 위하오가 아니더라도 대통령에게 부탁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니까.
“제거할 방법이 있는 건가?”
“잠재우는 데 성공했으니 다시 잠재운 뒤 조용히 태워 버리면 되겠지?”
“그렇군. 내가 무슨 수를 써도 제거할 수 없던 게 네게는 쉬운 일이었던가.”
자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그가 내게 말했다.
“내게 바라는 걸 말해 봐라.”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그만이지. 제거할 수 있는 걸 감사히 여기면 되는 것이다.
이제 내 부탁을 얘기할 시간이로군.
“좀 곤란할 수도 있는 부탁인데.”
“당 간부들을 치워 주길 바라나?”
“아니.”
그런 걸로 소비할 이유가 없지. 어차피 위하오가 알아서 치울 거라 보고 있고.
녀석의 머릿속에 고독을 심었다는 건 당에서 녀석을 믿지 못한다는 이야기인데, 녀석도 머릿속에 폭탄을 심은 당에 고운 감정이 있을 리 없다.
그냥 놔두면 서로 알아서 죽이려 들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른 걸 생각해 왔다.
“그럼 뭐지?”
“중국에 미사일 많지?”
“많다.”
“그럼 네 권한으로 발사할 수 있는 건 없냐?”
“그건 왜 묻지?”
이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뒤엉켰지만 간단하게 풀어서 얘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원하는 곳에 탄도 미사일 하나 날리고 싶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