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razy Villain Regains His Sanity RAW novel - Chapter 170
170화
이거 생각보다 미사일 구매가 어렵겠다 싶었다.
흔쾌히 판매할 줄 알았는데.
진짜 날 믿지 못해서 그런 건가.
“그러지 말고 파시죠.”
“크흠! 일단 바로 결정할 사안은 아닌 거 같고,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대화를 해 보겠네.”
그러면서 판매량이나 관리 부분, 비용 이야기 등 논의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래도 대통령님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시죠?”
“…….”
내가 원하는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대통령, 그동안 쌓아 온 인연이 얼만데. 사람 섭섭하게 만드는군.
몇 번 더 재촉했지만 끝내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흔쾌히 들어주지 않을 건 알고 있었지만 뒤로 미뤄 두니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음, 어떻게 해야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그럼 대화 나누게.”
미팅을 마친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듯 사라지고, 그때까지 가만히 지켜보던 천명국이 날 달래듯 말했다.
“대통령님을 이해해 주시지요. 모든 사안을 종합적으로 다루셔야 하니 초인님의 부탁을 바로 들어주기 어려운 부분도 존재합니다.”
“실장님.”
“예.”
“실장님은 찬성하시죠?”
“…….”
대통령이나 실장이나 쌍으로 아주 그냥 섭섭하게 만드는군.
이거 참, 내가 생각한 것보다 미사일 갖는 게 쉽지 않겠다 싶었다.
계획이 어긋나게 생겼군.
구매하면 몇 군데 날리면서 바로 시작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여지는 만들어 뒀으니까, 다음에 다시 한번 설득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그렇게 알아 두죠.”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됐고, 다른 사안이 있다는 건 뭡니까?”
“위하오 초인을 레벨 9로 임명했다고 들었습니다.”
“예.”
“현재 타국에서 여러 초인에게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중입니다. 주된 내용은 초인님에게 레벨 9로 인정받고 싶다는 내용입니다.”
난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레벨 9가 대체 뭐라고 이렇게 목을 매는 거지?
내가 그걸 받고 자격이 있다면 인정하겠다고 했으니 그걸로 얻을 이익이 있다면 취하는 게 옳겠지.
“저번에도 말씀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예.”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초인님이 괜찮다고 하시면 자리를 마련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저야 아무 때나 상관없습니다.”
레벨 9라는 건 초인에게 모두 열려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전부가 레벨 9가 될 경우는 없을 테고.
위하오는 나와 겨뤄 본 적이 없지만 십대초인의 일원이고, 실적 또한 충분했다. 무엇보다 나 대신 중국을 뒤집어 줘야 할 사람이니 레벨 9의 자격이 충분하지.
체면에 목숨 거는 중국 특성상 레벨 8보다 레벨 9가 더 효과적일 테고.
내 수락에 천명국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럼 순번을 정해서 초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순서도 정해 둔 겁니까.”
“국익을 고려할 생각입니다만 그중에서도 가장 상징성이 높은 초인을 먼저 초대할 생각입니다.”
“상징성?”
“예. 미얀마의 초인 우 아예 쪼입니다. 미얀마의 희망이라 불리는 영웅입니다.”
“들어 본 적 있네요.”
동남아시아에서도 약소국인 미얀마는 우 아예 쪼가 등장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소수 민족 출신인 우 아예 쪼가 대통합을 간곡히 주장하면서 오랫동안 이어지던 내전을 멈춘 일화는 전설처럼 전해진다.
음, 전설은 전설일 때 멋진 법인데. 괜히 앞에서 봤다가 실망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 옆에 있는 용용이도 모르는 상태에서 봤을 땐 멋진 전설이지 않은가.
직접 보면 확 깨지만.
[내가 뭐 어때서.]자기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모르는 건 매우 큰 문제지.
[그 말 엄청 거슬리는데?]알면 됐다.
그나저나 천명국이 정했다면 맞춰 줘야겠지.
“알겠습니다. 일정을 조율해 보죠.”
“감사합니다.”
“대신 미사일 판매 의논할 때 같이 설득 좀 부탁합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대답이 시원찮은 느낌이다.
그래도 모르는 척 말 돌릴 때보단 낫다 싶었다.
“다른 사안이 더 있는지?”
“그리고 김광성 의원에 관한 내용인데…….”
난 대통령이 없는 자리에서 말하는 걸 의아해하다가 수십 년 동안 함께해 온 동료의 이야기에 껄끄러워하실 테니 이해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
하긴, 친구가 그렇다면 이해는 된다.
나도 오종엽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았으니. 그러고 보니 본 지 꽤 된 거 같은데 조만간 한번 만나러 가 봐야겠다.
천명국 말에 의하면 김광성 건도 공교롭게 중국이 개입되어 있었단다. 김광성은 날 죽이기 위해 당장 가용할 수 있는 비자금 전부를 검은사신 고용과 헌터킬러 구매에 사용했고, 이를 적극 지원한 게 중국이었단다.
무슨 일이 생겼다 하면 전부 끼어들어 있군.
“대통령님께서 굉장히 미안해하고 계십니다.”
“그런 것치고 미사일 판매는 완고하던데요.”
“그건 아무래도 좀…….”
“김광성 건을 용서할 테니 미사일 판매해 달라고 해도 안 되겠죠?”
“…….”
안 되는군.
“아무튼 중국 소행이라는 거네요.”
날 죽일 기회가 생기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 거라더니 진짜 그렇게 하고 있었다.
이걸로 나도 거리낌 없이 행동해도 되겠지.
중국에 유감은 없다. 중국에서 그렇게 나서 준 만큼 나도 되돌려 주고 있거든.
이럴 때 미사일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실수인 척하고 발사 버튼 누르면…….
“초인님.”
“예.”
“그래서 대통령님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으신 겁니다.”
“아, 속마음에 또 나왔나요?”
“매우 선명하게 나왔습니다.”
이거 참, 반성해야겠군.
“그냥 속마음일 뿐입니다. 믿어 주시죠.”
“믿습니다.”
“…….”
표정에 불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미사일이 좀 더 멀어진 기분이다.
* * *
청와대에서 얘기를 나누고 나는 오랜만에 이세희를 만나러 갔다.
“어때요?”
북진으로 한동안 피부가 까칠해졌다던 이세희는 서울로 돌아와서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며 피부에 대한 자랑을 멈추지 않았다.
음, 내가 볼 땐 그때나 지금이나 좋아서 큰 차이를 못 느끼겠는데. 효과 없는 거 같다고 말하면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테니 좋게 대답하고 넘어갔다.
이것이 바로 처세술 성장의 증거지. 그렇고말고.
별다른 용건을 가지고 방문한 게 아니었기에 우리는 근황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세희는 부스트 성분에 대해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며, 각성자의 공격력을 높이기 위한 기프트 모방 제품 개발도 탄력이 붙었다고 말했다.
기프트 모방 제품은 점점 더 강해지는 마물을 상대하기 위한 모델이다.
나와 정부, 신성그룹에서 각자 투자하여 만들게 되었는데, 공격력 극대화로 마물의 방어막과 가죽을 가르기 위해 기프트를 모방하는 형태로 연구하자는 합의를 봤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습격 받은 걸로 넘어갔다.
“김광성 의원과 중국의 관계는 반중 정서에 더더욱 불을 붙이게 될 거예요. 다른 누구도 아닌 준호 씨를 건드렸으니까요.”
“날 건드렸다고 반중 정서가 격화될 정돈가?”
“네, 준호 씨가 국민에게 가져다주는 자부심이 엄청나거든요. 실제로 준호 씨를 빌런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줄어들었고요. 이건 준호 씨가 가져다주는 리스크보다 자부심이 커졌다는 의미죠.”
그러면서 웃는 얼굴로 내 등장으로 가장 흥한 것이 국뽕 영상이라고 한다.
막심 게데스가 방문했을 때 십대초인조차 벌벌 떨게 만들었던 K-초인의 위엄이라던가.
“…….”
그거, 나도 본 영상이었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저렇게 재배치하면 재밌을 수 있구나 깨달았던 부분이지.
어딜 가나 국뽕은 빼놓을 수 없다지만 우리나라 국뽕은 특유의 자극적인 맛이 있다.
“현재 중국은 한국에 간섭할 수 없는 상황이니 서로 갈 길 가면 되겠어요.”
“빅뱅 시리즈 문의는 더 없고?”
“그 와중에 문의는 하더라고요. 핑계를 대고 거절했지만.”
신성그룹의 대중제재는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나로 인해 손해 보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이세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나저나, 일이 참 재밌게 흘러간다 싶었다.
“그리고 애완동물 들였다고 들었어요.”
“아, 멍멍이?”
“멍멍이요? 윤희는 예삐라고 하던데.”
“멍멍이가 더 낫지 않아?”
“…….”
이세희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여기 친예삐파가 하나 더 있었군.
멍멍이가 더 정감 가고 친숙하지 않나?
이 네이밍 센스를 이해받지 못하는 현실이 슬프다.
“그거 마물이야.”
“진짜요? 길들이는 데 성공한 거예요?”
“운이 좋았지.”
“와! 굉장한데요! 마물을 길들일 수 있다면 앞으로 마물로부터 더 안전해질 수 있겠어요.”
그건 그거대로 잘되면 좋은 일이겠지. 내가 남에게 전수해 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실제로 멍멍이는 의아함을 느낄 정도로 순조롭게 테이밍이 된 케이스였다.
인간을 향한 마물 특유의 적대감도 존재하지 않았고, 난폭함도 없었다. 나나 용용이도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였으니 다른 케이스가 나오기 쉽지 않겠다 싶었다.
나중에 차근차근 이유를 찾아보면 되겠지.
“그리고 중국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네.”
위하오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면 중국 내부도 한 차례 거대한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다.
그리 되면 이웃 국가는 기회를 얻게 될 테지. 이세희에게 그 기회를 알려 주면 눈치껏 잘 받아먹을 거다.
“조만간 시끄러워질 때 기회가 생길 거야.”
“기회라면……?”
“중국의 혼란.”
“……!”
이세희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사실 나도 아는 건 그게 전부다.
나머지는 위하오가 자기 능력껏 움직이는 거라서.
이세희의 능력이라면 내가 알려 주는 것보다 더 잘 해내겠지.
“그때 눈치껏 위하오 쪽으로 지원해 줘. 그럼 재미를 쏠쏠히 볼 수 있을 거야.”
“네, 고마워요.”
“천만에.”
저쪽에서 선물을 받았으니 나도 되돌려 주는 것뿐이다.
물론 선물 꾸러미에 선물은 하나만이 아니다.
받은 것 이상으로 되돌려 주는 게 이웃의 정이겠지.
* * *
우리나라에서 반중 정서가 격화될 무렵, 중국에서도 캄차카 반도에 미사일 날린 것 때문에 혼란이 점점 더 커져 가고 있었다.
특히 러시아에서 강경하게 나왔다.
캄차카 반도에서 피해가 없었다고 하나 엄연히 자국 영토로 미사일을 날린 만큼 해명을 요구한 것이다.
마물과 전쟁을 벌이는 중에 국가간 전쟁 분위기가 조성되자, 다급해진 것은 중국이었다.
결국 중국 정부 측은 ‘캄차카에 미사일을 날린 것은 러시아를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리그 거점을 타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러시아와 리그 중에서 러시아와 얽히지 않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리그는 세계의 적이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국제 사회의 일원이기에.
중국의 해명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미사일 권한을 탈취한 범인이 나라고 지목했다.
즉, 자기들 잘못이 없다고 발뺌한 것이다.
졸지에 미사일을 날린 게 내가 됐다. 난 아직 미사일 하나도 사지 못했는데.
여기에는 리그와도 얽히지 않으려는 중국의 몸부림이 숨어 있었다.
리그와 전쟁에서 발을 빼려는 게 눈에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가 리그와 전쟁을 벌이는 사이에 국력을 기르려는 게 사실인가 보다.
어딜 혼자 빠지려고. 리그는 세계의 공적이니 함께 힘을 합쳐야지.
“중국이 초인님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고 수작을 부리는 거죠.”
진세정은 짧게 혀를 차며 말했다.
그 말처럼 중국에서는 미사일 권한을 탈취한 것도 나, 상무 위원을 죽인 것도 나, 중국 초인을 죽인 것도 나라고 주장했다.
이 기회에 나를 빌런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이거 무서워서 사지가 덜덜 떨리는군.
누가 보면 철천지원수인 줄 알겠다.
‘…원수가 맞나?’
생각해 보면 저들이 말한 것보다 더 많이 처리하긴 했다.
그 정도로 원수라 생각한 적은 없는데 말이다.
뭐, 누군가에게 원수로 지목받는 건 익숙한 일이니까.
“책임이라, 팀장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우선 초인님의 소행이라고 해도 절대 인정하면 안 돼요. 중국을 끌어들여야죠.”
“어떻게 말입니까?”
“우선 해명을 보는데 중국에서 참 다급하다 싶었어요. 초인님을 물고 늘어지는 걸 보면요. 우리는 그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돼요. 말이라는 게 아 다르고 어 다르거든요. 미사일로 캄차카 반도를 타격한 게 명백한 만큼 중국은 행동반경이 좁아졌고, 초인님은 자유로워졌어요.”
그렇게 되나? 난 잘 모르겠는데.
미사일 하나로 수세에 몰릴 수 있다니, 위하오가 생각보다 더 대단한 짓을 저지른 건가 싶었다.
“가장 중요한 건 초인님의 의사겠죠? 초인님은 중국을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난 솔직히 별생각이 없다. 위하오에게 증거를 주고 던져두면 알아서 서로 죽일 거라 생각해서 조용히 구경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내게 공을 넘겼으니 내 차례가 되고 말았다.
어차피 저 주장들이 무리수라서 대부분 믿지 않겠지만 이걸 또 믿을 사람들은 믿을 거라 말이지.
“무시하는 방법은 어떻습니까?”
“무시도 좋죠. 혼자 떠들라고 냅두면 알아서 가라앉을 테니까요.”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사실 가장 좋은 건 진창에 빠진 상대를 아예 파묻어 버리는 거거든요. 빠져나올 생각을 못 하도록.”
“그게 가능합니까?”
“네, 쉽죠.”
진세정이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역시 가만히 있는 건 진세정의 성미에 맞지 않지. 나도 마찬가지고.
난 진세정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다음 날, 나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이대로 무시하기보다 내 생각을 밝히는 게 낫겠다 싶어서다.
그런데 모여든 기자들의 숫자가 내 예상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그만큼 이번 사안이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만약 사실이라고 하면 내가 중국을 휘젓는 것도 모자라 엄청난 피해를 준 게 되니.
“기자 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중국 측 의견은 전부 증거 없는 낭설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저는 세계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지 않고 평화를 유지하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
내가 평화를 바란다는 말에 어째 기자들이 하나도 믿지 않는 얼굴이었다.
이거, 상천데. 난 진짜 평화를 바라고 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강한 군사력은 전쟁 억지력을 발휘한다고.
내가 미사일을 왜 구매하려고 하겠는가.
당연히 억지력…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사용하려던 거라서 이건 예시에 맞지 않는군.
아무튼 내가 강한 힘을 갖고 있기에 시비가 걸리지 않는 것도 억지력이라 볼 수 있다.
간략하게 내 의견을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과장하지 않고, 자리에 모인 기자 모두가 손을 들었다. 난 초인의 동체 시력으로 확인해 가장 먼저 손을 든 기자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중국에서 캄차카 반도 타격의 주범으로 최준호 초인님을 지목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중국에서 주장한 미사일 권한 탈취는 한 적이 없습니다. 증거가 있다면 제시하면 될 일입니다.”
“초인님이 증거를 제시할 생각은 없으십니까?”
그럴 줄 알았다.
세상의 일이란 게 했다고 주장하는 측이 증거를 내놓는 게 당연하지만 한국은 이상하게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에게 증거를 요구하고는 했다.
그걸 모두 예상하고 증거를 마련해 놓았다.
“저는 그 시각, 캄차카 반도로 향하던 중이었습니다.”
나는 증거로 요트에 타고 있던 알리바이를 내놓았다.
내 말에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캄차카 반도는 중국의 미사일이 떨어진 곳이기 때문일 테지.
“그럼 목적지가 캄차카 반도셨던 겁니까?”
“그렇습니다. 정확히 말해 중국 측과 합동 작전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위하오가 중국 측이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단지 중국 정부 측이 아닐 뿐이지.
말장난이지만 그건 중국 정부 측이 증명하면 될 일이다.
일단 난 증거를 제시했다. 당연히 내 말에 더 신뢰가 갈 수밖에 없겠지.
결국 중국이 원하는 건 러시아가 아닌 리그를 건드렸다고 말하면서도 그 책임을 나한테 다 떠미는 것이다. 최소한의 피해로 리그와 얽히지 않으려는 몸부림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의도를 살포시 분쇄해 주면 된다.
난 얽히기 싫다며 앙탈 부리는 중국을 살포시 끌어안았다.
“중국 측 도움으로 리그 거점을 선제타격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리그 12궁의 일원인 제머나이를 사살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국이 얼마나 큰 도움을 줬는지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미사일 위력과, 정밀 타격을 극찬했고.
사실 다 도망쳐서 내가 혼자 처리한 셈이지만 난 통 큰 사람이니 중국에게도 공을 절반 떼어 줬다.
“이 자리를 빌려 오해를 감수하고 리그 거점 폭격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 준 중국 측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바입니다.”
나머지는 중국이 알아서 하겠지.